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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64화 (6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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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선생님은 그 자세 그대로 꼼짝도 않고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기 시작한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손을 내젓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얼굴도 빨개진다.

“어.. 업.. 지훈 씨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나보단 선생님이 더 당황하신 것 같다.

“어..버버....”

사과를 한 이후에도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을 더듬으며 고장 난 로봇처럼 움직였다.

다연이는 그런 선생님을 빤히 바라보더니 선생님의 손을 턱하고 잡는다.

“선생님 미안해요.. 내가 잘못 말해따.”

뭐가 미안하고 선생님이 뭘 잘못한 건진 모르겠지만 다연이의 손길에 선생님도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선생님과 어린이집 아이라는 역할이 맞지 않게 다연이가 선생님을 진정시키고 있다.

잠깐 그러고 있던 다연이는 선생님이 나름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지 문득 나에게 물었다.

“오빠, 오늘 예나 언니 언제 와?”

다연이는 얼굴에 약간 웃음을 띠우고는 말했다.

사실 예나가 오늘 오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그냥 자주 찾아왔었고 오늘도 그런 날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다연이가 굳이 묻는 걸 보면 단순하게 예나가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설레는 얼굴로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는 다연이를 보면 말이다. 아마도 자기가 이렇게 큰 언니와 친구라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원래 오던 시간에 올 거야. 한 시간 뒤쯤에 올 것 같네.”

“알게써.”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만족스러운 얼굴로 친구들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다연이의 친구들은 이미 자기들끼리 노는 것을 멈추고 다연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들이 모두 살짝 들떠 보인다.

“우와..! 다여나, 저번에 말했던 엄청 큰 언니지?”

“응! 나랑 엄청 친해! 그리고 예나 언니 말고도 친한 언니가 엄청 엄청 많아!”

다연이는 친구들의 말에 팔을 이만큼이나 벌리면서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그리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자랑스러운 얼굴을 한다. 친구들은 그런 다연이를 대단한 위인처럼 바라보았다.

다연이는 그런 시선이 좋았는지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다.

“그 때 봤던 그 언니지?”

다연이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쌍둥이 여자아이인 지민이가 물었다.

지민이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눈빛만은 설레어 보인다.

“응! 마자, 저번에 지미니가 봤던 그 언니야.”

“우와... 그 언니 예뻤어.”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이들은 저마다 말을 쏟아냈다.

“엄청 큰 누나.. 나도 큰 형아랑 누나들이랑 친구하고 싶다..”

“나도. 다연아, 그러면 나도 그 누나랑 놀 수 있어?”

그 말에 다연이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한다.

“응! 예나 언니 엄청 착하고 예뻐서 다 해줄 거야!”

놀아주는 건 예나일 텐데 표정은 다연이가 더 밝다.

나는 다연이의 이런 얼굴이 좋았다.

한참 시선을 즐긴 다연이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그러면 이제 놀자!”

“마자, 엄마 아빠 올 때까지 빨리 놀아야 돼.”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이들이 집으로 우르르 걸어간다.

아이들을 이끌고 들어갔던 다연이는 다시 쏙하고 나와서 천천히 따라 오고 있는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연이가 말했다.

“괜찮아, 선생님. 같이 가요.”

6살 다연이가 선생님을 위로 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한다.

“그래, 얼른 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연이의 손을 맞잡았지만 붉어진 얼굴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갔다 올 게요.”

“네.”

나는 대답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둘을 바라본다.

여러 가지로 이상한 상황이었다. 우리 집까지 와서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도, 그런 선생님의 실수를 보고 위로하는 다연이도.

그래도 다연이는 이 상황이 좋은지 빵싯 웃고 있었다.

“안녕, 오빠. 나 친구들이랑 놀게.”

“안녕.”

“언니 오면 말해줘!”

“응.”

다연이는 평소와 달리 내가 안 보일 때까지 뒤로 걸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흔들거리는 작은 손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안뇽!”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인사한 다연이가 사라졌다.

누가 보면 어디 멀리라도 가는 줄 알겠다.

나는 다시 저녁 장사를 준비한다. 다연이에게 말한 대로 열심히 일하고 많이 벌어야 다연이랑 잘 살 수 있으니까.

***

“나는 지금 이마아안큼! 좋아!”

혜원이가 손을 하늘 높이 뻗으면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다연이는 지금 혜원이의 기분이 많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살짝 뛰어서 팔을 더 높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다연이는 기분이 좋다.

원래 혜원이도 좋아하지만 다연이와 오빠의 집을 좋아하고 오빠의 음식까지 좋아하는 혜원이는 더 더 좋다.

“나도 혜원이랑 지민이랑 친구들 전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좋아!”

다연이의 말을 듣던 혜원이는 흥이 더욱 차올라서 제자리에서 살짝 뛰면서 한 마디 더 덧붙인다.

“나느은..! 다연이 집에 온 것도 엄청 좋고! 선생님이랑 또 노는 것도 좋아! 어린이집 마치고도 선생님이랑 노는 건...”

혜원이는 그렇게 말하다가 자신의 입을 양 손으로 틀어막았다.

말하면서도 또 좋아서 주체를 못하는 것 같다.

“엄청 좋아! 맞죠, 선생님?”

혜원이의 그 말에 다연이와 친구들도 덩달아 선생님을 바라본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서 주체 못하는 혜원이와 덩달아 기분 좋은 얼굴을 한 다연이, 그리고 친구들의 시선에 선생님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엄.. 선생님도 좋아.”

“우와!”

그 말에 박수를 치며 좋아하던 아이들은 놀자는 다연이의 말에 따라서 안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혼자 남은 선생님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싶어서 깊은 생각을 한다는 것 보단 아까의 말실수가 기억에 계속 남았기 때문에 강제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말이 튀어나왔다.

생각을 거치지 않고.

“하...”

최근 들어서는 한숨을 내쉰 적도 없을 정도로 좋았다.

좋은 아이들과 같이 있었고 옆에는 좋은 이웃도 있었으니까. 지금은 이사 갔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괜스레 이상하게 느껴진다.

좋아서 한 건 맞지만 어린이집을 마치고 나서도 자발적으로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렇다고 싫은 건 아니다. 오히려 좋다.

이렇게 다연이네 집에도 오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으니까.

그렇게 아이들을 눈에 담으며 쓸데없는 생각에 잠길 때, 다연이가 이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선생님.”

방싯거리며 웃는 모습이 귀엽다.

다연이는 선생님이 돌보는 많이 아이들 중 하나였지만 특히 관심이 많이 가는 아이다.

그만큼 귀엽기도 했고 선생님들을 좋아하는 아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응, 다연아.”

친구들은 아직 뒤에서 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다연이만 아이들 틈에서 나와 선생님을 불렀다.

다연이는 대답하지 않고 해맑은 미소를 하면서 선생님에게 뭔가를 쥐어준다.

“이게 뭐야?”

“선물이에요! 어린이집 끝났는데도 우리랑 놀아줘서 주는 선물. 다연이 선물.”

웃는 모습이 평소보다 더 밝아 보인다.

뭔가 소중한 거라도 준 건가.

“고마워, 다연아.”

“선생님, 이거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요. 잃어버리면 나는 울 것 같은 기분이 들 거예요.”

“그래, 선생님이 절대 안 잃어버리고 꼭 가지고 있을게.”

선생님은 다연이의 저런 표현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다.

다연이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저렇게 하는 표현이 귀엽다.

울 것 같은 기분이라니. 직접적이어서 더 귀엽다.

“네에.”

다연이는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머금고선 다시 친구들 곁으로 쪼르르 사라진다.

“이게 뭐지?”

선생님은 다연이가 사라지고 나서야 다연이에게 받은 뭔가를 펴본다.

“어..?”

손 안에 있는 것은 특이하지만 아주 좋은 것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날 만큼.

“사진이네.”

처음엔 아주 작은 물고기인줄 알았다.

예전에 물고기 접는 법을 가르쳐주고 나서 다연이가 늘 물고기를 접고 다녔으니까.

정인에게도 하나 줄 만큼.

그런데 당연히 다연이의 사진일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건..

“지훈 씨네.”

다연이 오빠의 사진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다연이가 서툰 솜씨로 찍은 것 같다. 오빠가 식당을 배경으로 정 가운데에 서 있다.

그나저나 다연이가 왜 이걸 준 걸까. 다연이 사진도 아닌 오빠 사진을.

좋긴 하지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다연이가 이 쪽을 보고 있었다.

“꼭, 꼭 가지고 있어야 해요. 잃어버리지 말고.”

그리고 방긋 미소를 짓는다.

“응.”

다른 아이들이 고개를 돌렸지만 그것 뿐이었다.

선생님은 아직도 다연이가 왜 이걸 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연이 말처럼 잘 가지고 있어야지.

다연이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려 했지만.

“고마워.”

다연이는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고선 다시 친구들과 놀기 시작한다.

“여기에 잘 온 것 같아.”

그 덕에 조금 피곤했지만 그래도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선생님은 다연이에게 받은 선물을 주머니 속에 잘 집어넣었다.

한편 다연이는 뒤에 서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금 다연이는 너무 좋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다연이와 오빠의 집에서 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혜원이랑 둘이서는 이 곳에서 같이 논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랑 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노는 건 오랜만이다.

공원에서 친구들이랑 논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다연이가 직접 같이 놀자고 말했다. 그래서 더 더 좋다.

기분 좋은 다연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오빠와 다연이의 방으로 도도도 달려가서 아주 소중한 인형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우와... 다연아, 그건 뭐야?”

다연이는 이 질문을 기다렸다. 그래서 힘차게 대답한다.

“이건 수박이 인형이야! 우리 오빠가 사줬어! 엄청 귀엽지?”

“진짜 귀엽다아...”

“만져도 돼!”

다연이는 아이들에게 인형을 내밀었다.

오빠가 사준 선물이기 때문에 다연이에게 이 인형은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지만 친구들에게 만지게 할 수는 있다.

친구들이 다시 다연이에게 돌려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오빠는 엄청 멋있어..!”

인형을 만지는 친구들을 보며 허리에 손을 얹은 다연이가 말했다.

다연이는 수박 인형을 보면 오빠 생각이 난다. 그래서 다연이는 수박 인형이 더 좋았다. 엄청.

여자아이들이 인형을 만지는 사이 남자아이들은 다른 것들에 관심을 옮겼다.

그 중 하민이가 집어든 것은 스티커 더미였다. 스티커가 꽤 많이 쌓여있다. 하민이는 이것이 빵을 사야 얻을 수 있는 스티커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모으려면 엄청 힘들다는 것도.

“우와.. 다연아, 이건 뭐야..?”

“스티커야!”

“다연이가 모은 거야?”

“아니! 민우 오빠가 줬어!”

그 말에 하민이와 민재가 다연이를 바라본다.

“민우 오빠가 누구야..?”

“민우 오빠는 8살이야. 나보다 오빠야. 그래서 나는 민우 오빠라고 해. 저번에 오빠 식당에 왔는데 나보고 예쁘다고 했어. 그리고 스티커도 줬어.”

다연이는 민우 오빠가 착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우리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다연이의 말에 하민이와 민재는 싸늘한 기분을 느꼈다.

뭔가 큰 일이 생겼다.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는 일인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거대한 뭔가를 마주한 것 같다. 혼자는 절대 넘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다.

하민이와 민재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번 일은 혼자 해결할 수 없다.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왜 서로가 서로를 바라봤는지.

그리고 하민이가 작게 말했다.

“악당이야.”

“응.”

민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민재도 생각했다. 진짜 악당이라고.

“바보들.”

하민이와 민재를 지켜보고 있던 지민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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