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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63화 (6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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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연이가 예나의 반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모두 자신과 예나와 친한 친구들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다연이와 아저씨를 위해서 식당 홍보를 나름 활발하게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 식당이 잘 되는 것이 다연이에게도 좋았으니까. 또 예나에게도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고 그만큼 소중했기 때문에.

“나도 마음에 안 들어.”

친구가 예나의 옆으로 와서 같이 팔짱을 낀다.

예나와 함께 아저씨의 식당에 가는 친한 세 명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너는 왜? 다연이는 내가 먼저 알고 있었거든.”

“어쨌든 지금은 나도 다연이 친구잖아.”

“너는 동생도 있잖아.”

예나 옆에서 같이 팔짱을 낀 친구는 민우의 누나였다.

“그것도 8살이라며. 다연이랑 2살 밖에 차이 안 나잖아. 귀엽기도 하던데.”

그러자 친구가 한숨을 푹 쉬고선 말했다.

“귀엽지. 10분 정도만. 너 그거 아냐? 다연이 같은 애는 진짜 드물어.”

“그래?”

“응, 민우도 얼마나 시끄러운지. 진짜 그럴 때마다 집에서 탈출하고 싶다니까.”

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 없었기에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대충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건 굳이 동생이 있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연이는 귀엽잖아.”

예나는 그 말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지금 다연이를 아는 애들이 너무 많아졌어.”

“그러니까. 내가 다연이랑 친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예나는 그 말에 친구를 한 번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전부 말은 안 했지만 예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예나와 친구는 팔짱을 끼고선 다른 남자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야, 너 저 밑에 식당 가 봤냐?”

“아니, 왜?”

“아직도 안 갔다고?”

“왜, 거기 뭐 꿀이라도 발라뒀냐.”

그 말에 다른 친구가 휴대폰을 들이 민다.

“거기 맛있기도 맛있는데 가끔 있는 애기가 완전 커여워. 진짜 돌연사 할 것 같다니까.”

“오... 귀엽긴 하네.”

“사탕 같은 거주면 감사합니다, 그러는데 진짜 너무 귀여워서 그 식당 갈 때마다 사탕 하나씩 가져간다고.”

예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연이는 예나랑 가장 친하다.

왜 이렇게 유치한 생각이 드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똑같다.

남자 아이들이 말을 이었다.

“근데 인별은 뭐야? 걔 인별해?”

“응, 어떻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자주 올라와. 귀여운 글도.”

그 말에 친구가 글을 읽어내려 간다.

“맛있는 샌드위치. 오빠가 해줬어요...? 뭐야, 이거 왜 이렇게 귀여워? 오빠는 그 식당 아저씨를 말하는 건가?”

“응, 그 아저씨보고 오빠라고 하던데.”

남자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한다.

“팔로우 해야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나가 몸을 들썩였다.

“아, 놀래라. 왜 이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예나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 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그래...”

“뭐가 그래, 야..?”

예나는 친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예나가 떠올린 생각을 다연이도 좋아해 주길 바랐다.

***

이 곳은 식당이다.

요즘 들어서 이상한 점이 생겼다. 바로 학생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것.

평소의 학생 손님들에 비해 두 배 정도 많다.

올 때마다 하나 같이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눈빛을 했다는 것과 유독 다연이를 찾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보면 인별의 팔로워 수가 늘어났다는 것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면 예나와 친구들이 축제 때의 다연이처럼 우리 식당을 홍보했거나.

“손님이 많은 건 좋긴 한데... 먹으러 온 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나는 평소의 나답지 않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 말처럼 분명 학생 손님들은 많이 왔지만 내가 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 온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을 조금만 시키거나 많이 남기는 건 또 아니었지만.

음식을 맛있게 먹긴 하는데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은... 그런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든다.

물론 안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많이 오면서 매출도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거의 두 배 이상 뛰었어...”

만약 할머니가 계셨다면 구석에서 몰래 웃으셨을 것 같다.

그 정도로 매출 면에서도 많이 올랐다.

이 정도 매출이면 다연이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겠다.

곧 있을 어린이집의 방학 때 어딘가로 놀러 가야겠다.

원래 놀러 갈 계획은 있었지만 그 기간 동안 식당 문을 닫는 것도, 놀러 갈 때 드는 비용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나는 습관적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4시 53분.’

“다연이..”

원래라면 다연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 지났다. 그것도 한참.

하지만 오늘은 다연이를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바로 다연이와 어린이집의 친구들이 우리 집으로 놀러오는 날이다.

그게 내가 다연이를 데리러 가지 않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지만 여기엔 조금 복잡한 사연이 있다.

다연이의 권유로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기로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식당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내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연이의 친구들이 많이 놀러온다면 내가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그 말을 전해주며 안 된다고 말하자 다연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선생님에게 이야기했고 선생님은 자기가 대신 돌봐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다연이와 선생님 사이에 어떤 자세한 이야기가 오갔는 진 모르지만 어찌됐든 다연이의 소원대로 돼서 다행이다.

“흠...”

나는 숨을 내쉬고선 다연이와 친구들에게 주기 위한 간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다.

다연이와 친구들에게 줄 간식은 떡볶이였다.

그래도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는데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거라도 준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양념의 떡볶이는 아이들이 못 먹을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간장 떡볶이를 할 생각이다.

손님들도 드문드문한 시간이어서 저녁시간이 올 때까지 빨리 해야겠다.

다연이의 하원 시간이 지났는데도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조금 어색하다.

다연이 보고 싶은데.

그런 생각은 밀어두고 우선 간장 떡볶이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스다. 간장과 설탕을 적절하게 섞어서 잘 녹아들게 한다.

잘 섞으니 간장의 비릿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숨을 크게 쉬어서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수많은 음식에 조연처럼 들어가는 간장이 지금은 거의 메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잘 섞은 소스는 잠시 놔두고 불 위에 프라이팬을 올린다.

그리고 그 위에 식용유와 떡을 올려준다.

타닥하는 소리를 내며 구르는 떡이 먹음직스럽다. 기름이 뒤엉켜져서 매끄럽게 보이는 것이 더욱 그랬다.

그렇게 어느 정도 떡이 구워지면 미리 만들어 놓은 소스를 끼얹는다.

이렇게 이리저리 떡을 굴려주면 맵지도 않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장 떡볶이가 완성된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올 예정이니 완성된 떡볶이는 옆에 얹어두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다연이가 좋아했으면 좋겠네.”

.

.

.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어린이집 말고 우리 식당에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볼 줄은 몰랐다.

다연이를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의 아이들이 놀러왔다.

“오빠!”

다연이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안긴다.

폭 안기는 그 느낌은 늘 좋았다. 꼭 인형을 안는 것 같다.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같이 와써!”

다연이는 평소보다 더 신난 얼굴로 말했다.

친구들도, 선생님도 우리 식당에 와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옆에 있던 선생님도 내게 인사를 건넨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느라 힘드셨을 텐데 밝게 웃으면서 인사하시는 모습이 죄송할 따름이다.

“안녕하세요.”

내가 인사를 하니 선생님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퇴근하면 쉬셔야 하는데 괜히 저 때문에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요.”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그러자 선생님은 반색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 모습이 정말로 괜찮은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미안함을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오고 싶어서 온 건 데요...”

“네?”

“아, 아니에요. 그러면 아이들은 저 안 쪽에서 노는 건가요?”

“네, 맞아요.”

선생님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안을 확인한다.

이미 온 적이 있는데도 선생님의 표정은 아이들처럼 설레 보인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갑자기 다른 의문이 떠올라서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그러면 혹시 다른 아이들 부모님은 여기로 오시는 건가요?”

“네, 부모님들도 제가 봐준다고 하니까 좋아하셨어요. 여기로 여유롭게 데리러 오신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들도 좋아하셨다니 다행이다.

그 때 선생님이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요... 선생님 말고 이름 불러주시면 안 돼요? 제 이름 아시잖아요...”

“아...”

알고 있다. 김정인.

그런데도 나는 계속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유는.. 말 그대로 다연이의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그래도 선생님이 원한다면 이름으로 부를 생각은 있다.

“네, 알겠어요. 정인 씨.”

다연이의 선생님은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어찌됐든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는 미리 만들어 놓은 떡볶이를 아이들에게 건네준다.

아이들은 좋아하면서 떡볶이로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엄청 맛있다아! 다연이 오빠, 요리 엄청 잘해요!”

혜원이가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혜원이는 언제보든 이렇게 밝아서 좋다. 다연이도 이렇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마워.”

“오..! 맛있다.”

그 옆에 있는 담담한 목소리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도 그렇게 말했다.

왠지 그 담담한 목소리가 나랑 닮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

떡볶이를 마음껏 먹은 듯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다연이가 내게 말했다.

“이거 엄청 마시써..! 나중에 또 해줘.”

“그래.”

이 정도 쯤은 또 해줄 수 있다. 다연이가 좋아한다면.

다연이는 한껏 웃음 짓고는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나에게 아이들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이름과 작은 설명이었다.

내가 아까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는 쌍둥이였다.

다연이가 종종 나에게 말하곤 했던 아이들.

“아저씨가 한 음식 진짜 맛있어요.”

쌍둥이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 말투 때문에 자칫 그럭저럭 맛있는데 다연이가 옆에 있어서 맛있다고 하는 거라고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저 여자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기 때문이다.

말투는 무덤덤해도 눈빛은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까.

“고마워.”

“나도 아저씨처럼 맛있는 음식 만들고 싶어요.”

나는 뜻밖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아저씨처럼 음식 만들고 싶어요. 나중에 크면.”

그 말에 다연이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나를 칭찬하는 말에 오히려 다연이가 기뻐하고 있었다.

“지민이가 나중에 엄청 크면 우리 오빠가 가르쳐 줄 거야! 그러니까 엄청 크고 나서 오빠한테 다시 이야기하자!”

“응.”

그리고 지민이가 다시 떡볶이는 먹는다.

다연이는 그 사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 엄청 멋있어... 요리 잘 해서..”

다연이는 마치 자식 자랑을 하는 아버지처럼 내가 칭찬 듣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그래, 다연이도.”

다연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에게 떡볶이를 꽂은 포크를 내밀었다.

“선생님도 먹어 보세요. 우리 오빠가 한 거 엄청 맛있으니까요.”

“알겠어.”

선생님도 다연이가 내민 포크를 받아서 떡볶이를 입에 넣는다. 몇 번 오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우리 지훈 씨가 한 건 전부 맛있어요!”

그 말에 다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작게 말했다.

“우리 지훈 씨... 선생님, 왜 우리 지훈 씨에요?”

“어....”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선생님이 들고 있던 포크를 떨어뜨렸다.

다행이도 다른 친구들은 못 들었는지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다.

대신 다연이만이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괜한 적막이 감돌았다.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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