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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55화 (5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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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물고기? 그게 뭐야?"

"종이로 만든 물고기! 내가 어린이집에서 배웠어! 물고기는 바다에 사는 거야."

다연이는 친구들의 손에 일일이 종이 물고기를 쥐어 준다.

친구들 세 명의 손에는 각각 다른 색깔의 종이 물고기가 있었다.

"예나 언니 것도 있어!"

예나도 초록색 물고기를 받았지만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다.

그냥 다연이가 실망스럽지 않게 애써 웃는 얼굴을 할 뿐이다.

"고마워..."

다연이는 예나의 얼굴을 보고선 고개를 끄덕인다.

"우와... 너무 고마워, 다연아.."

"진짜 너무 좋다..."

친구들은 약간 감격스런 얼굴을 하며 말했다.

다연이는 그런 친구들을 뿌듯한 얼굴로 바라봤고.

"언니들이 좋아해서 나도 좋아!"

다연이의 선물을 받은 예나와 친구들이 식당을 나선다.

친구들과 예나는 모두 우울한 얼굴을 했다.

"안녕... 나도 가기 싫은데. 자주 올게."

"응! 자주 와! 나는 매일 여기에 있어! 주말에도!"

선물을 받은 친구들이 종이 물고기를 팔랑거린다.

팔랑거리는 물고기를 보면서 친구들은 입을 틀어막았고 다연이는 뿌듯하게 그 모습을 지켜본다.

모두 만족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예나는 아니었다. 조금 더 우울한 얼굴이다.

다연이는 그런 예나의 반응을 유심히 보고 있었는지 친구들 모르게 예나에게 손짓한다.

"언니... 와 봐.."

다연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예나가 다연이 말대로 다가간다.

다연이는 그런 예나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내가 말했찌... 언니가 제일 좋다고오..."

조금 떨어져 있는 친구들에겐 들리지 않았지만 다연이 바로 옆에 있는 나에겐 전부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예나는 그 말에 살짝 미소 짓고는 다시 다연이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고마워... 내일 또 올게..."

다연이도 그 말에 웃고서 멀어지는 친구들과 예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안뇽! 또 놀러와!"

"안녕!"

친구들은 걸어가면서 다연이가 선물해 준 물고기를 팔랑거렸다.

마치 종이 물고기가 공중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 같다.

다연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선 그 모습을 지켜본다.

"좋아."

“뭐가?"

"이제 언니 친구들이랑 친구 됐으니까 좋아. 나 이제 친구 엄청 많아."

"그러네."

"오빠도 친구 많았으면 좋겠는데."

다연이가 부드럽게 말하면서 내 정곡을 찔렀다.

"이제 들어가자."

"알게써."

귀엽게 대답한 다연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간다.

.

.

.

예나와 친구들은 그 때 했던 말처럼 자주 찾아왔다.

다연이는 친한 언니들이 많아졌다는 것에 더 신나했었고.

다연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나도 좋았다.

그렇게 날들이 지나서 다시 주말이 왔다.

오늘은 옥상에 있는 식물들을 다시 살려보려고 한다.

할머니가 남겨준 것이고 얘들을 방치했다는 것이 조금 미안했기 때문이다.

"오빠, 이건 뭐야?"

"분갈이 할 때 필요한 거."

"분갈이가 뭔데?"

그래서 분갈이를 하려고 한다. 그러는 김에 옥상 청소도 하고.

"흙을 갈아서 다시 식물들이 쑥쑥 자라게 하는 거야."

"우와... 그러면 나중에 방울토마토랑 블루베리 먹을 수 있어?"

"응."

옥상에 있는 식물은 방울토마토와 블루베리였다.

왜 여기서 블루베리를 키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왕 있었으니 죽일 수는 없다.

블루베리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도 힘들었고 인터넷에 하나하나 검색해서 필요한 것들을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연이랑 같이 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

"오.... 빨리 하자! 빨리 해서 토마토 먹어야지!"

나는 다연이 말을 따라 서둘러 분갈이를 시작한다.

쉽진 않았다. 나는 방법도 몰라서 무턱대고 인터넷을 보며 따라할 뿐이었으니까. 그래도 다연이가 종종 해주는 말이 힘이 됐다.

"오빠는 이거도 엄청 잘해! 나는 혼자서 못하는 건데!"

"다연이도 크면 혼자 잘할 수 있을 거야."

"오.. 정말?"

"정말."

다연이와 이야기를 하며 일을 하니 금방 끝났다.

사실 금방은 아니고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체감은 꽤 빠르다.

"후..."

다연이는 옥상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컵에 따른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으니 조금 지루해진 다연이가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이다.

"끝났어?"

"응."

"음... 그러면 오빠 이거 마셔."

다연이는 자기가 먹던 음료수를 내밀었다.

노란색 오렌지주스다.

"다연이 먹어."

"나 괜찮아. 그리고 엄청 조금 밖에 안 먹어서 오빠 먹을 만큼 남아있어."

"오빠는 진짜 안 먹어도 돼. 다연이 먹어."

"음... 알겠어."

다연이는 못 이기는 척 주스를 홀짝거린다.

힘들긴 하지만 분갈이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인데 이건 다연이가 해줬으면 했다.

"다연아, 그거 다 먹었으면 이리 와서 오빠 좀 도와줄래?"

"응? 뭐 도와줘? 내가 바로 도와줄게."

드디어 할 일이 생겨서 기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나에게 쪼르르 달려온다.

다연이가 도와줄 건 식물의 이름을 짓는 일이다.

원래는 종류의 구분을 위해서 쓰는 거지만 여기엔 두 가지 밖에 없었기에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대신 다연이가 애착이 가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이거. 다연이가 이 방울토마토랑 블루베리에 이름 지어줘."

나는 다연이에게 네임펜과 이름을 쓸 수 있는 하얗고 작은 이름표를 내밀었다.

"우와아... 내가 이름을 짓는 거야..?"

"응, 다연이가 지어줘."

"오.. 알겠어. 내가 지금 바로 적어줄게."

다연이는 어떤 이름으로 할 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정한 듯 펜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이름표에 쓰려던 순간 다연이가 멈칫했다.

"아... 나 글자 못 쓰는데에..."

"맞네. 생각 못 하고 있었어."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다연이와 밑으로 내려가서 종이 한 장을 가져온다.

"오빠가 여기에 써 줄게. 다연이가 따라서 써."

"오... 알겠어. 엄청 좋은 생각인 것 같아."

"그러면 다연이는 뭐라 쓰고 싶어?"

"음... 잠깐만. 나 생각해 볼게."

다연이는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더니 나에게 방울토마토와 블루베리의 사진을 보여 달라고 했다.

열매의 사진을. 내가 보여주니 다연이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좋아! 정했어!"

"뭐로 정했어?"

"빨강이랑 파랑이! 토마토는 빨간색이고 블루베리는 파란색이잖아!"

"그렇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종이에 다연이가 원하는 글을 써준다.

다연이가 색깔도 빨간색과 파란색이 좋다고 해서 그 색으로 했다.

"자, 빨강이랑 파랑이. 이렇게 쓰면 돼."

"알게써."

그리고 다연이가 펜을 쥐었다.

서툴게 내가 쓴 글씨를 따라 적는다. 적는 다기 보단 그린다는 것에 더 가까웠지만 그게 어찌됐든 지금 다연이는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 됐어. 빨강이랑 파랑이야."

다연이는 내게 이름표 두 개를 내밀면서 말했다.

다연이가 직접 쓴 귀여운 글씨가 지렁이처럼 이름표 위를 기어 다닌다.

나는 그 이름표를 화분에 꽂는다.

"우와, 이제 이름이 빨강이랑 파랑이가 됐어!"

"그렇네."

"빨강아, 파랑아. 무럭무럭 자라라."

다연이가 식물의 작은 이파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 모습이 아기를 귀여워하는 아기를 보는 것 같다. 자기도 귀여우면서 아기에게 귀엽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러면 이제 물 주자."

"물! 물이 있어야 무럭무럭 자라!"

"맞아."

나는 다연이에게 작은 물통을 건네준다.

그리고 다연이가 화분에 물을 붓는다.

"무럭무럭 자라서 맛있는 토마토가 돼야 해!"

다연이가 맑게 말했지만 식물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

.

.

드디어 기다리던 축제날이 왔다.

벚꽃은 이미 전부터 활짝 펴서 손님들은 전부터 많이 왔었다.

그러나 막상 축제날이 되니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왔다.

"여기 김밥 두 줄이랑 라면 두 개 주세요!"

"여기 떡볶이랑 튀김 세 개씩 주세요!"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래서 오늘의 식당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작년엔 할머니가 계셔서 괜찮았는데 혼자하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점심때는 예나가 도와줘서 조금 나았지만 계속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내가 미안했으니까.

대신 다연이와 놀아달라고 말했다.

다연이도 혼자서 노는 것보단 그게 나을 거고 예나도 다연이와 노는 걸 좋아했으니까.

"여기 계산이요."

"네."

나는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바깥에 앉아있는 다연이와 예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잘 놀고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나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할 일이 많으니까.

***

다연이와 예나는 식당 앞, 의자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평일과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거리. 다연이는 그 거리를 신기한 듯 보고 있었다.

"오...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없어져도 또 걸어와."

"맞아. 원래 오늘 같은 날에는 사람들이 많아."

"오늘은 축제 하는 날이야!"

예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둘의 손에는 솜사탕이 쥐어져 있었다.

이건 다연이의 오빠가 사준 거다. 비록 직접 사는 것 대신에 돈을 쥐어줬었지만.

"솜사탕도 맛있어! 이거 어엄청 달콤해! 사탕보다 더!"

"맞아. 대신 찐득찐득해. 얼굴에 안 묻게 조심해."

"응?"

그러면서 다연이가 예나를 바라본다.

입가에는 이미 솜사탕이 잔뜩 묻어 있었다.

"큭큭, 아니야. 나중에 세수하자."

다연이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예나 언니가 의미 없는 일을 시킬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알게써."

그리고 솜사탕을 마저 먹는다.

솜사탕을 모두 먹어치운 다연이는 예나의 무릎에 앉아서 거리를 지켜보고 있다.

물론 세수도 했다.

다연이가 지금 예나의 무릎 위에 앉아있는 이유는 오빠가 아는 할머니가 식당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오빠 할머니의 친구라는데 다연이는 잘 모른다. 그냥 식사를 끝내고 나온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을 뿐이다.

“고마워. 잘 있어라.”

“네, 안녕히 가세요.”

다연이도 떠나는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으셨다.

“다연아, 이제 내려와도 돼.”

“음... 나 여기 계속 있고 싶어. 그래도 돼?”

다연이는 예나의 무릎 위가 좋았다. 폭신하고 따뜻해서.

바깥은 아주 조금 쌀쌀한 감이 있었기에 따뜻해서 더 좋다.

“응! 당연하지!”

그건 예나도 마찬가지였다.

따뜻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냥 다연이가 무릎 위에 앉는다는 것이 좋다. 그것도 엄청.

“근데 언니는 오늘 안 바빠?”

“응, 오늘은 알바 하는 날이 아니거든. 그래서 다연이랑 놀 수 있는 거야. 아저씨도 조금 도와주고.”

“아.. 그렇구나. 나는 언니가 매일 나랑 놀았으면 좋겠어. 나는 언니 좋거든.”

“그래...”

예나는 그런 말을 들은 것이 좋았다. 특히 친구들과 같이 만난 뒤로는 이런 말이 더 좋다.

다연이는 얌전히 예나의 무릎에 앉아서 다시 거리를 본다.

사람들이 많다.

다연이는 다시 뒤돌아 식당을 본다.

“사람들 쪼금만 있어.”

다연이가 보기에 식당에는 사람들이 조금만 있었다.

아까 전에는 많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다연이는 자연스레 오빠가 저번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빠는 식당에 사람들이 많으면 좋아?’

저번에 열심히 일하는 오빠를 보고 물어봤던 말이다.

‘응. 손님들이 많이 와야 다연이랑 더 잘 살 수 있거든.’

‘왜? 사람들 많으면 오빠 힘들잖아.’

‘힘들어도 괜찮아. 손님들 없어서 일 못하는 게 더 힘들어.’

‘아.. 그렇구나.’

다연이는 왜 손님들이 많아야 더 잘 살 수 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그냥 장난감과 색연필을 더 많이 살 수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하지만 다연이는 꼭 장난감과 색연필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오빠가 같이 놀아주는 거면 괜찮았으니까. 그래도 장난감이 많으면 더 좋긴 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사람 많은 건데? 다른 날에는 이렇게 많이 없잖아.”

예나가 다연이의 말에 대답했다.

식당에는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가득하진 않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점심시간은 이미 끝났으니 이 정도로도 괜찮다.

“아까 보다 없어. 오빠가 손님들이 많아야 나랑 잘 살 수 있다고 했었는데...”

예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다연이는 지금 뭐든 하고 싶었다.

손님들이 많이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다연이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어!”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어떤 방법인데?”

“내가 사람들한테 오빠 식당에서 밥 먹으라고 할 거야!”

그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몰랐던 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와 반대로 다연이는 활짝 웃었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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