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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54화 (5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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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갑자기 저게 뭔 소리지.

그리고 다연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지?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의문이 일었다.

"다연이 보러 가자고."

"너... 그 이름 어떻게 알아?"

예나는 마치 비워놓은 숙제를 엄마에게 들킨 아이 같은 얼굴을 했다.

다연이에 대해 털어놓긴 했지만 이름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예나 나름대로 다연이를 숨기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친해진 아이라고만 말했었다.

생각해보니 이름은 예나가 공원에서 다연이를 처음 봤을 때, 그 때 한 번만 말했었던가.

친구들이 그걸 기억하고 있을 리는 없을 텐데..

"전화 왔었어. 다연이한테서."

다연이한테 전화가 왔었다고?

"그걸 네가 왜 받아?"

평소엔 이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슨 꼬투리라도 잡고 싶었다.

"원래 안 받으려고 했었는데 잘못 눌렀어. 미안."

친구는 예나가 기분 나빠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던 건지 목소리가 살짝 쳐졌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받는 건 괜찮은데..."

다 좋은데 쟤네들이 다연이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안 좋다.

예나는 친구에게 휴대폰을 받는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켰다.

그러자.

"우와... 뭐야..? 완전 귀여워..."

"이런 애를 너 혼자만 알고 있었다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배경화면으로 다연이 사진을 설정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이게 아닌데.

"잠깐만 좀 보자."

예나는 힘없이 휴대폰을 건넸다.

식당 앞에서 인형과 예나가 선물해준 열쇠고리를 꼭 껴안고 웃고 있는 아이.

예상대로 예나는 자신이 선물한 열쇠고리를 품에 안은 그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쓰고 있었다.

"와... 인형 안고 있는 거 봐... 너무 귀엽다..."

"진짜 천사다..."

다연이의 사진을 한참 구경하던 친구들은 곧 결심한 듯 비장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오늘 가자. 다연이 만나러. 다연이 만나게 해주면 우리 몰래 다연이 만나러 갔던 거 용서해 줄게."

예나와 친구들은 꽤 친한 사이였다.

중학교 때, 그러니까 예나가 할머니의 도움을 받고 나서 자신감을 점점 되찾아갈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다.

그런 친구들에게도 다연이의 존재를 비밀로 했던 건 그럼에도 다연이를 혼자만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귀여웠으니까.

"일단... 아저씨한테 전화해 보고."

"그 식당 아저씨? 그러고 보니 전화 왔던 것도 그 아저씨네. 식당 아저씨한테 딸은 없었던 것 같은데..."

"딸 아니야. 동생. 너 그 말 다연이 앞에서 하면 너 엄청 싫어할 걸."

실제로 다연이는 그러지 않았지만 예나는 그냥 긴장감을 주고 싶었다.

친구들은 다연이를 만나기 전에 조금 긴장할 필요가 있었다. 조금 더 경건한 마음가짐을 가지길 바란다.

"헉.. 그러면 안 되지."

친구는 입을 꾹 다물며 머릿속에 그 말을 새겨 넣었다.

"아, 그리고 다연이가 다시 전화해 달하고 했어. 지금 다시 전화해 봐."

"그래."

예나는 전화를 걸기 전, 친구들을 흘깃 쳐다본다.

다연이가 전화 받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스피커로 해줘."

"응."

뚜르르.

신호음이 가자마자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

솔직히 속으로는 아저씨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덜 들지 않을까.

"나 오빠 아니야. 다연이야."

그러나 휴대폰에서 들려온 건 다연이 목소리였다.

뒤에선 친구들이 죽는 소리를 냈고.

"응, 다연아. 아까 전화했던데."

"맞아. 내가 전화했는데 언니 친구가 받아써."

"왜 전화했어?"

"어... 근데 언니 지금 바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다연이가 그 말을 하자마자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그래도 교실이었기에 약간의 소음이 들렸지만 예나의 휴대폰에 들어올 만한 크기의 소음은 아니었다.

"아니, 안 바빠."

"오... 갑자기 조용해져써..."

"그래서 왜 전화한 거야?"

"오늘 언니 나랑 놀러 올 거냐고 물어보려고! 언니는 내일 온다고 했는데 그래도 물어보고 싶어."

예나는 이렇게 묻는 다연이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걱정된다.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고개를 들어보니 친구들은 모두 입을 막으면서 끅끅 대고 있었다.

예나는 그 반응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예나도 다연이를 처음 만났을 때, 저런 반응을 했으니까.

친구들은 다연이의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오늘 간다고 말하라는 의미였다.

"오늘 갈 거야. 다연이 보고 싶어서."

"오.... 정말? 진짜 오늘 올 거야?"

"응, 근데 오늘은 언니 친구들이랑 갈 거야. 친구들도 다연이 보고 싶대. 오늘 공원에서 만난 언니들 기억해?"

그 말에 친구들은 귀를 기울여 들었다.

다연이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음.... 얼굴은 잘 기억 안 나. 나는 언니만 보고 있었어."

다연이의 말에 예나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 언니들이 다연이 보고 싶대. 같이 놀았으면 좋겠대."

"...."

다연이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듣고만 있었다.

친구들은 그 침묵에 살짝 긴장 하면서 다연이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어..."

다연이의 말 한 마디에 친구들은 유명인의 인사말을 듣는 사람들처럼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엄청 좋아..!"

"휴.."

예나가 다연이에게 말했다.

"그렇게 좋아?"

"응! 언니 친구면 나하고도 잘 놀아줄 것 같아! 빨리 언니 친구들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 다연이의 말에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신나서 서로를 툭툭 치며 다연이가 얼마나 귀여운 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예나는 그 틈에 스피커 모드를 끄고 고개를 돌려 다연이에게 작게 묻는다.

"그래도 언니를 제일 좋아할 거지?"

작게 목소리를 낮춘 예나를 따라서 다연이도 목소리를 죽였다.

"응, 언니가 제일 좋아.. 근데 언니 옆에 있는 친구들한테는 똑같이 좋다고 말해줘..."

"알겠어... 조금 있다가 보자."

"응."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아무래도 다연이는 친구들이 옆에서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예나는 뿌듯한 미소를 짓고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친구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방금 전이었다면 망설였겠지만 다연이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굳이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아저씨 식당에 저녁 먹으러 갈 거지?"

"빨리 가자!"

야자를 할 시간 따윈 없었다.

예나는 원래 야자를 하지 않아서 상관없기도 했었고.

그렇기에 예나는 방금 전에 다연이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아저씨네 식당으로 향했다.

***

복도에서 전화를 받던 다연이가 귀에서 휴대폰을 땐다.

"우와...."

언니가 그랬다. 친구들을 데리고 올 거라고.

언니 친구들이라니.

다연이는 휴대폰을 들고서 오빠에게 달려간다.

"오빠...!"

"왜 그래?"

"언니가 온데...!"

"정말?"

"응! 그리고 언니 친구들이랑 같이!"

예나 친구들이라.

다연이의 오빠는 예전에 예나의 친구들을 본 적이 있었다.

가끔 식당에 들르는 친구들이다.

"언니 친구들 보고 싶다!"

다연이의 말에 오빠도 기대가 됐다.

***

저녁, 식당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아직 예나와 친구들은 오지 않았고 다연이는 테이블에 엎드려서 예나를 기다리고 있다.

한 손에는 예나가 선물했던 열쇠고리를 쥐고서.

"다연아, 안에서 놀래? 손님들이 많아질 것 같아서."

"알게써... 언니 안 오네..."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올 거야."

기다린 지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 다연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일어서서 터덜터덜 안으로 향했다.

"빨리 언니랑 놀고 싶어..."

다연이가 작게 말했을 때,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다연이는 습관처럼 고개를 돌린다.

"언니다!"

다연이가 그렇게 기다렸던 예나가 왔다.

"다연아, 손님들 있잖아. 조용히 해야지."

"맞아.. 쉿."

그러나 손님들은 별 상관없는지 눈웃음을 한 번 짓고는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안녕, 언니!”

“안녕하세요. 다연이도 안녕.”

다연이는 누가 봐도 설레어하는 얼굴로 예나와 뒤따라 오는 친구들을 살폈다.

친구들도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게 조금 거창한 인사가 이어지고 나서 예나와 친구들은 자리에 앉았다.

뭔가 기대하는 얼굴들이었다.

나는 기대하는 그것이 뭔지 대충 알 것 같았고.

“오빠.”

다연이가 나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의미였다.

“응?”

“나, 언니들이랑 같이 앉아도 돼?”

“일단 물어보고 정하자.”

“응.”

다연이의 말을 전해주려던 때 우리 이야기를 들었는지 예나의 친구가 말했다.

“네! 돼요. 무조건.”

“그러면 다연이는 여기서 기다려. 의자 갖다 줄게.”

“응.”

내가 의자를 가져다주니 다연이는 밝은 얼굴로 앉는다.

다연이는 예나의 친구들을 만났다는 사실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뭐 먹을래?”

“아, 맞다. 빨리 정해서 말해줄게요.”

“응. 다연이는 언니들 불편하게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알게써.”

그리고 나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다연이는 나 같은 오빠보단 언니들에게 더 친근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나는 말 그대로 다연이의 오빠라서 괜찮은 거겠지.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예나가 주문을 했다.

나는 다연이에게도 같이 밥을 먹으라고 말하니 다연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같이 먹으면 다연이는 조금 늦게 밥을 먹게 된다. 나도 이러는 편이 더 좋다.

“알겠어, 조금만 기다려.”

금방 요리를 끝내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갖다 준다.

“맛있게 먹어.”

“오빠도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연이 먼저 먹고 있어.”

“음... 알겠어.”

나는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서 주방으로 돌아온다.

내가 한 김밥을 다연이가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늘 그랬지만 그래도 예나의 친구들과는 처음으로 먹는 음식이니까.

예나와 친구들은 다른 손님이 전부 식당을 나설 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다연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연이도 그런 언니들이 좋았는지 웃고 있다.

“언니가 이거 사줘써요!”

다연이는 늘 자랑하듯 말하던 열쇠고리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중이었다.

당연히 인형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고.

“오빠가 엄청 큰 인형도 사줬어요! 저기 집에 있어!”

“그 사진에 있었던 인형이 그거구나.”

나는 잘 노는 다연이를 뒤에서 지켜본다.

정말 잘 노는구나. 누가 보면 다연이까지 포함해서 서로 친구인줄 알겠다.

그 정도로 예나 친구들은 다연이와 잘 놀아줬다.

“다연아, 우리한테도 예나처럼 반말로 해줘.”

“왜요..?”

“음... 그러면 더 친한 사이 같으니까?”

다연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러면 언니들도 나랑 친해.”

“너무 귀여워....”

다연이는 뭐가 귀여운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채 버릇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 중 하나가 시간을 확인하고서 말했다.

“어... 나 이제 가야 될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다연이는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친구들은 그런 다연이를 달래려고 했지만 다연이의 바램처럼 계속 머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언니들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줘. 나 언니들한테 줄 거 있어.”

다연이는 아쉬움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말하고선 내 쪽으로 도도도 달려온다.

“뭐 하려고?”

“비밀이야.”

그러곤 나를 지나쳐서 복도로 달려간다.

뭘 하려고 하는 걸까.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처럼 다연이의 행동에 기대감을 가지고 상황을 지켜본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뒤, 다연이가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있었고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다.

“그거 뭐야?”

“오빠도 가지고 있는 거야.”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예나와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연이 나왔다.”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다연이를 본다.

그 시선 속에서 다연이는 자신만만하게 걸어 나왔다.

“선물이야!”

“이게... 뭐야?”

그걸 지켜보던 예나와 나만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나만 가지고 싶었는데....”

그리고 정체를 알아챈 예나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다연이는 흐뭇한 얼굴로 반응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종이 물고기야!”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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