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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47화 (4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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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는 날인데도 식당에 가고 이써."

다연이가 나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6일 동안 열심히 일한 끝에 다시 휴일이 왔다. 그럼에도 지금은 다연이의 말처럼 식당으로 가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건물 2층에 있는 집을 청소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청소하러 가는 건데도 그렇게 좋아?"

"응! 새로운 곳이잖아!"

다연이는 매일 식당에 있었지만 첫 날처럼 2층으로 자주 올라가진 않았다.

그 곳은 청소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2층에선 내가 다연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에는 다연이에게 웬만하면 1층에서 놀아 라고 말했었고.

"다연이 2층에 가본 적 있잖아."

"오빠랑 가서 노는 건 처음이야!"

노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연이는 나랑 같이 가는 게 좋은 것 같다.

"빨리 가자!"

"천천히 가. 차오면 위험해."

"알게써."

다연이가 내 손을 잡았다.

그 동안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우선 같은 빌라에 사는 다연이 선생님과 꽤 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것.

이름이 김정인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때 다연이는 '나는 알고 있어써!' 라고 말했었다.

그런 사이가 된 이유는 다연이가 그 날 줬던 음식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고마웠다고 우연히 얻게 된 떡을 줬었고 우리도 다연이과 상의한 끝에 또 다른 음식을 가져다줬다.

그게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고.

"오빠."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 때 다연이가 나를 불렀다.

"왜?"

"근데 마리야.. 우리 이사 가면 선생님이랑은 못 놀아?"

원래도 같이 놀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다연이의 얼굴을 보니 그것과는 별개로 이제 옆집에 선생님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우울한 모양이다.

"응, 아마도. 대신 선생님이 자주 식당에 오시잖아."

"그래도 나는 옆집에 있는 게 더 좋았는데..."

다연이가 우울해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생님도 오빠가 좋다고 했었어..."

"응?"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연이에게 되물었다.

"선생님이 오빠 좋아한데."

"...?"

너무 갑작스러운데. 이런 말을 다연이가 한다는 것도 이상했고.

분명 뭔가 빠뜨린 말이 있는 것 같다.

"무슨 말이야?"

"내가 선생님한테 물어봤어. 오빠 좋냐고."

"아, 그랬구나."

이제야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6살 아이가 저렇게 물어보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게다가 저 말은 예의상 한 말일 테고.

"오빠도 선생님 좋지?"

다연이가 다시 내게 물어봤다.

"응, 다연이가 좋아하니까."

"맞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연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는 금방 식당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은 아무도 없써."

다연이가 빈 식당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불도 켜지 않은 식당에서 다연이는 혼자 만세를 하며 빈 식당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다연이가 그러고 있는 동안 청소 도구들을 준비한다.

청소기는 2층에 있으니 쌓인 먼지를 닦아낼 걸레나 다른 필요한 것들을 챙긴다.

"다연아, 여기서 놀고 있어. 오빠는 청소하고 있을게."

"아니야! 나도 오빠랑 같이 청소할래."

그렇게 말한 뒤, 다연이가 나에게 쪼르르 다가왔다.

2층은 먼지 때문에 다연이가 있기엔 좋은 곳은 아니다. 때문에 여기서 있었으면 좋겠는데.

"청소를 시작하면 먼지가 많을 거야. 마스크도 오빠 것만 가지고 왔고. 그러니까 여기서 놀고 있어."

청소를 시작하게 되면 2층 전체에 먼지가 폴폴 날릴 것이다.

당연히 그런 곳에 다연이를 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마스크도 안 가져왔으니 더더욱 안 된다.

계속 머뭇거리는 다연이에게 이런 이유들을 설명하려 할 때 다연이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괜찮아. 나, 마스크 가져왔어."

다연이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작은 마스크였다.

저번에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 혹시 몰라서 다연이 것도 하나 사두었다.

내가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생각될 기침이 심하게 나오면 그 때 다연이에게 씌우려고 했었다.

결국 그런 일은 없었지만.

"오빠가 마스크 챙기는 거 보고 나고 가져왔어. 나 잘했찌?"

아니,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말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른 이유들을 떠올리다가 그런 생각은 그만뒀다.

내가 안 된다고 해도 다연이는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계단에 앉아서 보고 있어. 청소기를 전부 돌리고 나면 그 때는 올라와도 좋아."

"응, 알겠어!"

힘차게 외친 다연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서 2층으로 올라온다.

2층은 내 기억 속에 있는 그 모습보다 더 삭막했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울적한 기분도 들었지만 오늘은 청소를 하러 왔다.

빨리 청소부터 끝내자.

예전에, 그러니까 다연이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다연이에게 2층에서 놀아도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먼지가 꽤 있긴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질 않아서 잘 모르고 있었다.

2층 상황을 보고 난 뒤에는 다연이에게 2층으로는 가지 말라고 했다.

그 때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나 마스크 썼어."

다연이가 작은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도 작았지만 다연이는 더 작아서 마스크가 다연이를 잡아먹은 것 같았다.

다연이가 종종 입는 후드처럼.

"그래, 귀엽네."

그리고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간다.

다연이는 계단에 있게 하고 집의 모든 창문을 열었다.

쌔앵.

시원한 바람이 분다.

혹시 춥지 않을지 다연이를 봤지만 괜찮은 듯 고개만 까딱 거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작게 눈웃음을 짓고는 다시 고개를 까딱거렸다.

청소기를 준비하고 나서 나는 다연이에게 말했다.

"이제 청소 시작할 거야."

"알겠어."

잘 있는 다연이를 눈에 담고서 청소기를 켜려던 찰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뭐지? 연락 올 사람은 없을 텐데.

나는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김예나.'

전화 온 건 예나였다.

무슨 일이지. 예나에게서 전화가 오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기에 나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왜?"

"...."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다.

나는 다시 말했다.

"왜 전화했어?"

"아, 아저씨 전화 받았었구나. 예전에는 한참 걸리더니. 그건 그렇고 아저씨, 문 열어주세요."

"무슨 문?"

"식당 문이요. 저 앞에 있어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예나가 무슨 일이지.

"오빠, 누구야?"

"예나."

그러자 다연이가 작게 웃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웃고 있는 게 보였다.

"다연이 너, 뭔가 알고 있구나."

"언니가 물어봤었어. 쉬는 날에 뭐하냐고. 그래서 내가 청소한다고 해써. 오빠랑 같이."

"지금 청소하는 지 어떻게 안 거야?"

"언니가 전화했어. 오빠 휴대폰으로."

예나가 미리 전화를 했었나.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집에 있을 때 다연이 말처럼 예나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그걸 다연이가 받았던 것 같다. 그 때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언니가 오빠 힘들어서 도와준다고 했어. 나는 너무 작아서 오빠 못 도와주니까.. 오빠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까먹어써.. 미안.."

다연이가 미안할 건 없다.

차라리 예나가 와서 다행이다. 나를 도와주는 것 대신 다연이랑 놀아주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괜찮아. 그럼 나가보자."

"응."

1층으로 내려가니 예나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여니 예나가 들어왔다.

"왜 왔어."

"아저씨 도와주려고요."

"뭘 도와줘. 내가 청소하면 되는데."

"제가 모를 줄 알아요?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 짐 정리도 못했잖아요. 혼자 청소하고 짐 정리도 하려면 하루종일 해야 할 텐데."

예나의 말처럼 정리할 것들이 많긴 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미처 할머니의 짐들을 정리하지 못했다.

오늘은 청소부터 하고 차근차근 정리하려 했었는데.

"제가 도와줄게요. 저도 할머니 짐은 같이 정리하고 싶어요. 저번에 같이 할머니 뵈러 갔던 것 처럼요."

"미안해서."

"괜찮아요. 사실 정리는 핑계고 다연이 보고 싶어서 왔으니까요."

예나가 다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짜? 언니 나 보고 싶어서 왔어?"

"응, 다음 주에는 못 올 것 같거든."

그 말에 다연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왜?"

"알바 때문에. 다음 주는 사정이 있어서 조금 더 일하게 됐어. 그래서 다연이랑은 그 다음 주에 놀 수 있지."

"언니 힘들겠다."

"괜찮아. 원래 하던 거니까."

자주는 아니었지만 예나는 가끔 들러서 다연이와 인사를 하거나 조금 놀아주고 가곤 했다.

다연이는 그렇게라도 놀아주는 예나가 좋았고.

나는 다시 2층으로 올라간다.

다연이는 예나에게 맡겼다. 예나가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겠다.

"빨리 끝내자."

그리고 나는 청소를 시작한다.

.

.

.

"후..."

집 안의 대략적인 청소가 끝났다.

짐 정리도 해야 했기 때문에 대충 먼지만 털고 청소기를 밀었다.

이렇게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앞으로 여기에서 살게 될 거라니. 감회가 새롭다.

"친구들한테 자랑해써! 언니가 수박이 사줬다고!"

다연이의 목소리가 밑에서 들린다. 고개를 내밀어보니 다연이와 예나가 계단에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또 그 이야기하는 거야?"

"응! 친구들이 우와, 라고 해써. 그래서 언니 고마워."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좋네. 더 좋은 거 사줄걸."

나는 그렇게 얘기하는 둘에게 말했다.

"먼지는 다 치웠어. 올라와도 돼."

"오오..! 올라갈 거야."

그 말이 다연이가 도도도 올라왔다.

다연이의 걸음은 정말 이런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작았다.

"우와 깨끗하다아."

다연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이 곳의 창문은 늘 닫혀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나조차도 창문이 활짝 열린 건 오랜만이었다. 그 덕분에 집은 한 층 더 밝아 보인다.

"우와... 여기는 제가 예전에 왔던 때랑 비슷하네요."

"나도 그래."

나 역시 할머니가 사는 곳을 자주 찾아오진 않았다.

내가 돈을 모은 다음 가장 먼저 한 것은 내가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기에 그랬다.

결국 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서 나온 것이나 나름 없었으니까.

"여기는.. 방이 많아..!"

이 곳을 대충 눈에 담은 다연이가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집에 방은 두 개였다.

비록 많은 편은 아니지만 원룸이었던 원래 집과 비교해선 다연이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와아... 오빠, 우리는 어디에서 자?"

"음.. 모르겠네.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자."

"응!"

자신 있게 대답한 다연이는 모델 하우스에 구경 온 사람처럼 걸어 다니며 방을 살펴본다.

"나, 여기 와봤는데도 엄청 멋있따!"

다연이는 방문을 열 때마다 감탄을 내뱉었다.

나는 그런 다연이를 보고 있는 예나에게 말했다.

"이제 짐 정리 시작하자. 버릴 건 버리고 가지고 싶은 건 너 가져."

"알겠어요."

나도 할머니가 그립지만 할머니의 모든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정리해야지.

"오빠, 그럼 나는 뭐해?"

어느 새 집 구경을 모두 마친 다연이가 물었다.

"다연이는 저기서 놀고 있어도 돼. 아니면 같이 정리해도 되고."

"그러면 같이 할래!"

웃으면서 다가온 다연이가 내 뒤를 따라왔다.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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