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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41화 (4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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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빠가 나대신 할머니한테 줘."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작은 뭔가를 내밀었다.

"사진이야. 내가 예전에 2층에서 찾았던 거."

다연이 말대로 그건 사진이었다.

다연이가 1층 식당의 선반 위에 올려놨던 그 사진.

없어진 줄도 몰랐는데 다연이가 나 몰래 가지고 왔나 보다.

평소의 다연이라면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겠지만 아까 일 때문에 다연이는 살짝 웃은 채로 사진을 내밀었다.

배시시 웃는 게 아직 친해지기 전의 다연이를 보는 것 같았다.

"왜 이걸 주고 싶었던 거야?"

"할머니랑 오빠랑 찍은 사진이잖아. 그래서 꼭 주고 싶었어."

다연이의 목소리에 점점 자신감이 묻어 났다.

내 반응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근데 풀은 왜 들고 왔어?"

"원래 테이프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너무 커서 풀 가져왔어. 붙여야 되잖아."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던 예나가 다연이의 그 말에 결국 웃었다.

"어떻게 생각하는 것도 귀여워?"

"몰라."

다연이는 정말 예나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처럼 미소만 띠운 채 말했다.

"다연아, 풀은 없어도 될 것 같아."

"왜?"

"그냥 여기 올려놓으면 되거든."

"맞아?"

"응."

다연이는 밑에서 올려놓은 사진을 보려고 까치발을 들었지만 너무 높아서 보이진 않는 것 같았다.

"음.. 나는 안 보여."

"안아줄까?"

"응, 조금만 안아줘."

조금만 안아달라는 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연이를 안아들었다.

"오아... 보인다아.."

"어때?"

"좋아, 오빠가 사진 잘 놓은 것 같아."

"다행이네. 그럼 이대로 놔둬도 되겠지?"

"응."

나는 다연이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다연이를 다시 내려놓았다.

"다음에는 오빠랑 나랑 같이 찍은 사진도 올려놓고 싶어."

"알겠어, 그렇게 하자."

그 뒤로 다연이는 할머니를 향해서 계속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나는 누구고, 오빠와 같이 살고, 또 할머니가 살던 집에서 이제부터 살게 될 거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말했다.

왜 그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다연이가 집중해서 말하고 있던 탓에 묻지는 않았다.

다연이가 이야기를 다 끝내면 그 때 물어봐야지.

"어... 나도 할머니 보고 싶었는데 못 봐요. 그래도 얼굴은 알아요. 여기 사진 있어서...."

계속 이야기를 늘어놓던 다연이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중에 오빠랑 같이 또 올게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뱉고 나서 다연이가 돌아섰다.

그리고 나에게 걸어온다.

왜 그런 말들을 한 건지 궁금해진 나는 다연이에게 물었다.

"할머니랑 무슨 얘기 했어?"

"음.. 내가 오빠랑 같이 산다는 이야기랑... 또 할머니 집에서 살 거라고."

"왜 그런 이야기를 한 거야?"

"할머니는 모르잖아. 매일 여기 있어서."

그래서 그렇게 설명을 한 거였구나.

"착하네."

"착해?"

"응."

다연이는 살짝 미소 짓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와 예나도 나름의 인사를 하고선 다시 밖으로 걸어갔다.

"오빠, 그러면 여기엔 언제 다시 올 거야?"

"음.. 내년엔 다시 올 거야. 아니면 그 전에 더 올 수도 있고."

"아.. 그렇구나."

"왜?"

"다음에 오면 무슨 이야기할지 생각해야겠어."

"그래."

다연이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겉옷부터 제대로 입자. 밖에 나가면 다시 추울 거야."

"알겠어."

"내가 도와줄게."

"아니야, 나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빠는 키가 너무 커서 나 도와주면 힘들어."

다연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야무지게 겉옷의 단추를 끝까지 채운다.

다연이가 너무 일찍 철이 든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내가 다연이를 열심히 돌보면서 다연이가 조금 제멋대로 굴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이건 그냥 내 바램이었다.

휘익.

밖으로 나서니 바람이 훅 하고 불었다.

"으... 차가운 바라암.."

다연이가 작게 중얼거리면서 옷을 꽉 잡는다.

나는 다연이 앞으로 가서 바람을 막았다.

"으아.. 바람이 갑자기 많이 부네..."

예나도 다연이처럼 옷을 부여잡고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세차게 부는 바람도 그 잠시가 전부였다. 조금만 있으니 다시 바람은 멎었다.

"휴... 바람이 너무 세서 날아가는 줄 알았어."

다연이가 그렇게 말했다.

정말 다연이라면 날아 가버릴 지도 모르겠다.

"다연이 진짜로 날아갈 수도 있어. 태풍 불면."

"정말..?"

그 말을 듣고선 예나가 다연이 모르게 웃었다.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가 귀엽게 느껴졌는지 예나는 더 과장해서 말했다.

"응, 태풍 불면 다연이 막 이렇게 날아가."

그리고 다연이를 안은 채 휙 하고 돌았다.

"태풍은 엄청 세구나!"

"응, 근데... 다연이 생각보다 무겁구나. 아저씨는 어떻게 그리 쉽게 들었데?"

"나 무거워! 그래서 오빠가 안아준다고 해도 아니야! 라고 말했어."

나는 다연이에게 말했다.

"아닌데. 다연이 가벼워."

"아니야, 나 엄청 무거워! 저번에 스케치북 위에 앉았는데 스케치북이 찌그러졌어."

"오빠가 앉으면 스케치북 찢어질 걸."

"오... 그럴 것 같아."

다연이와 나의 만담에 예나가 귀여워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이제 저런 건 거의 습관처럼 자주 있는 일이라서 그려러니 한다.

"아, 맞다. 너, 다연이 사진 찍을 거라고 했잖아."

"네, 다연이랑 이야기 한다고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지금 찍을 거야?"

"어.. 여기서 찍기는 조금..."

그러고 보니 여긴 납골당이구나.

다연이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면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 밥 먹고 근처에서 사진 찍으면 되니까."

"네, 그렇게 해요."

다연이 혼자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내게 말했다.

"사진..? 나사진 찍어?"

"응."

"왜?"

"오빠가 가지고 싶어서."

"내 사진을?"

"그래."

그 말에 다연이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입을 연다.

"음... 알겠어. 사진 찍어도 돼."

이렇게 말하는 다연이를 보니 내가 가장 중요한 걸 빼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연이 사진을 찍는 건데 나한테 허락을 받아야 되는 게 아니라 다연이의 허락을 받았어야 됐다는 생각.

"다음부터는 먼저 물어볼게."

"괜찮아, 오빠가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돼. 그리고 나 오늘 예뻐서 사진 찍어도 되는 거야."

"예뻐서?"

"응! 오늘 예쁜 옷 입었잖아!"

귀엽다.

예나가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 예뻐... 예쁜 걸 알고 있는 쪽이었구나...?"

"맞아! 오늘은."

오늘 한정이지만 지금 다연이는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예쁜 모양이다.

"그럼 빨리 가서 밥 먹고 얼른 사진 찍자! 제일 예쁠 때 찍어야지!"

"그것도 맞아!"

"가자!"

"응!"

누가 들으면 모델 사진이라도 찍으러 가는 건 줄 알겠다.

"오빠도 빨리 와!"

"알겠어."

다연이의 재촉에 나도 뒤따라간다.

.

.

.

"택시 겨우 잡았네요.."

"그렇네."

외진 곳이라 그런지 택시를 잡기가 힘들었다.

앞으로 다연이와 더 많은 곳에 놀러가야 되는데 될 수 있으면 차를 장만해야겠다.

"나는 우리가 오빠 식당에 가는 줄 알았어."

길게 늘어선 건물을 보고 다연이가 말했다.

"이왕 밖에 나왔는데 맛있는 거 먹어야지."

"나는 오빠가 한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

"음... 새로운 음식도 먹어 봐야지."

"새로운 거... 나는 오빠가 한 게 더 좋은데..."

중얼거리는 다연이를 데리고 거리를 걸었다.

"뭐 생각해 두신 곳 있으세요?"

"....아니."

내가 왜 생각을 안 했던 건지 모르겠다.

다연이 선물을 사 줄 거라눈 생각만 하고 식당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왜 그랬지.

"흠... 걱정 마세요. 제가 대충 알아보고 왔으니까요."

오늘 다연이 선물을 살 거라는 건 예나에게도 말해뒀다.

그래서 이 곳으로 올 거라는 것도 예나는 알고 있었다.

"진짜?"

"네, 혹시 몰라서 알아봤는데 다행이네요. 솔직히 아저씨가 식당까지 다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제가 좋은 곳을 알아왔거든요."

"진짜 다행이네."

"다연아, 기대해도 좋아. 정말 맛있는 곳이거든. 다연이도 좋아할 거야."

예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연이가 대답했다.

"오빠가 한 것보다 더 맛있는 거야?"

"음.... 다연이가 느끼기엔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맛있을 거야."

"오빠가 가고 싶으면 나도 갈래."

그래서 내가 그래, 라고 대답했다.

"가자!"

"응!"

예나가 앞장서고 나와 다연이는 예나의 뒤를 따라간다.

한참 예나를 따라가다가 다연이가 내게 말했다.

"오빠."

"응?"

"우리 뭐 먹으러 가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예나한테 물어볼까?"

"내가 물어볼래."

"그래."

그러고 다연이가 예나를 크게 불렀다.

"언니! 우리 뭐 먹으러 가?"

"비밀이야! 다연이가 한 번 생각해봐. 뭐 먹을 것 같은지."

"으음.... 생각..."

잠시 멍하니 생각을 하던 다연이는 예나가 들을 수도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일단 따라가 보자. 그러면 알 수 있을 거야."

"응."

그렇게 걸어서 도착한 곳은 어느 식당 앞이었다.

예나를 따라 걷던 다연이는 중간에 힘들었는지 속도가 늦어져서 내가 대신 안았다.

꼭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아까 전, 다연이를 울린 것이 미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연이는 식당 쪽을 보고 있던 게 아니라 나를 보고 있었다.

"오빠, 울었어?"

"아니, 왜?"

"오빠도 운 것 같아. 나처럼."

다연이가 내 눈가를 손으로 닦아준다.

분명히 나는 울지 않았다. 그건 내가 알고 있을 뿐더러 내가 울었을 리도 없었다.

다연이가 울었을 때 마음이 찢어질 것 같긴 했지만 그렇다고 눈물이 나오진 않았다.

분명 그랬을 건데.

"안 울었어."

"아니야, 진짜. 오빠 운 것 같아. 나 때문에 그런 거야?"

"안 울었는데."

"나한테는 보이는 것 같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예나가 있는 쪽을 본다.

자랑스러운 얼굴로 식당을 보고 있던 예나가 말했다.

"여기에요."

다연이는 예나의 손짓에 따라서 식당 간판으로 시선을 옮긴다.

"뭐 먹으러 온 거야?"

"일단 들어가자. 들어가서 말해줄게."

"응."

지금 말해주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바깥은 쌀쌀하니까.

"후아.."

식당 안은 따뜻했다. 인테리어도 좋다.

그리 넓진 않았지만 식당의 메뉴와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자리는 원하는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네에."

항상 누군가에게 음식을 내주기만 했지만 받았던 적은 없었다.

특히 할머니와 있었으니 더더욱 그랬다. 나 혼자 남겨졌을 때도 다른 식당에 찾아간 적이 없었고.

아마도 그런 기억들 때문에 식당을 찾아놔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다른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만큼 낯선 일이었으니까.

"메뉴판은 옆에 있습니다."

"네, 감사해요."

예나가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자, 다연아 이거 봐. 메뉴 설명해줄게."

그러자 다연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응!"

비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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