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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36화 (3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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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다아..."

예나의 손 위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서 작게 말했다.

그냥 초콜릿은 아니다. 초콜릿들 중에서도 가격이 꽤 비싼 초콜릿이다.

다연이는 황금빛 포장지에 둘러싸인 그 초콜릿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을 조심히 받아들었다.

분명 사준 적 있는 과자다. 그럼에도 다연이는 여전히 그 초콜릿이 좋은 듯 미소 지었다.

예나는 다연이가 자신이 가져온 초콜릿을 좋아할지 노심초사했는지 좋아하는 다연이를 보고선 안심한 듯 미소 지었다.

"좋아?"

내가 다연이에게 물었다.

"응, 이거 맛있는 초콜릿이잖아! 언니 진짜 고마워!"

"다연이가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장난감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니야. 장난감도 좋은데 초콜릿도 좋아. 이거 맛있는 거야."

"응, 맛있게 먹어."

"응, 고마워."

선물에 만족한 다연이가 초콜릿 통을 꼭 안았다.

"오빠, 나 이거 먹어도 돼?"

"음... 조금 있으면 저녁 시간인데..."

"안 돼..?"

저런 목소리로, 얼굴로 말하는 걸 보면 안 된다고는 말 못할 것 같다.

"대신 하나만 먹어."

"우와! 알겠어. 하나만 먹을게."

다연이는 받은 초콜릿의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연다.

먹음직스런 모습에 안 그래도 달콤한 것들을 좋아하는 다연이가 입을 헤 벌렸다.

"맛있겠다아..."

그러곤 곧장 입으로 가져가려다 나를 바라본다.

"오빠 먼저 먹어."

"아니야, 다연이 먼저 먹어. 나는 안 먹어도 돼."

"아니야, 오빠 먹어야 나도 먹을 거야. 아, 해."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연이 말처럼 입을 벌렸다.

내가 먹지 않으면 다연이는 정말로 먹지 않을 것 같다.

"맛있어?"

"응, 맛있어. 다연이도 먹어."

"응."

그리고 다연이가 다시 초콜릿 포장지를 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예나는 버릇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목소리를 흘렸다.

"우와... 너 정말 귀엽다.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니.."

"나?"

"응, 너. 너무 귀여워."

원래가 자기가 귀여운 줄 모르는 사람이 더 귀여운 법이다.

다연이가 완벽하게 여기에 해당된다.

예나의 말을 들은 다연이는 살짝 고개만 끄덕이고선 다시 포장지를 여는데 열중했다.

"아저씨도 많이 변했어요. 엄청요. 진짜 오빠네요."

"진짜 오빠지."

"맞아. 진짜 내 오빠야."

초콜릿을 포장지에서 구해준 다연이가 이번에는 예나에게 내밀었다.

"언니도 먹어. 언니가 선물 줬으니까 언니도 먹어야 돼."

예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가 안 먹으면 다연이도 안 먹을 거야?"

"응, 안 먹어."

그 말에 입 꼬리가 귀에까지 걸릴 듯 한껏 올라가더니 다연이가 준 초콜릿을 받아먹었다.

"맛있어..! 다연이가 주니까 더 맛있네."

"진짜? 내가 주니까 더 맛있어?"

"응!"

다연이는 살짝 미소 짓더니 초콜릿 하나를 더 집어서 나에게 내밀었다.

"그럼 나는 오빠가 줘. 그러면 더 맛있을 지도 몰라."

"어머."

다연이의 행동에 감격한 예나는 옆에 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서 심장을 부여잡은 채 그 모습을 지켜본다.

"알겠어."

열심히 돌고 돈 뒤에야 드디어 초콜릿을 먹은 다연이가 입 안으로 커다란 초콜릿을 이리저리 굴리며 맛을 음미한다.

"맛있다."

"맛있다니... 다행이네.."

여전히 의자에 앉아있는 예나가 기분 좋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언니도 선물 줬으니까 나도 선물 줄래."

"선물... 종이 물고기?"

"응."

선물까지 줄 생각을 하다니. 다연이도 예나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고마워, 다연아."

"응."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로 한 층 더 귀여워진 다연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둘을 보고 있던 나는 예나에게 물었다.

"예나야, 집에 안 갈 거야?"

"네, 더 있으면 안 돼요?"

"아니, 되는데 늦어지면 안 되잖아. 집에 가기도 힘들고."

그 말을 듣던 다연이가 살짝 우울한 얼굴을 했다.

"언니, 집에 갈 거야? 나랑 같이 안 놀고?"

예나는 그런 다연이를 보다가 다시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연이가 같이 놀고 싶다는데. 저도 더 있고 싶어요."

"우와, 진짜? 언니, 나랑 같이 놀아?"

"응, 같이 놀자."

다연이가 이렇게 놀고 싶다고 하고 예나도 괜찮다고 말하니 내가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알겠어, 그럼 복도에서 놀아. 2층에 가서 놀아도 돼."

"응, 알겠어."

내가 저녁 장사로 바쁠 때면 늘 혼자 놀아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는데 예나가 놀아준다니 나도 마음이 놓인다.

딸랑.

그 때 손님들 들어온다.

"다연이랑 예나는 안에서 놀아."

"네."

"응."

그리고 둘이 복도 쪽으로 총총 사라진다.

사실 나도 다연이와 노는 것이 좋지만 지금은 일을 할 시간이다.

"어서 오세요."

돈은 벌어야 하니까.

그냥 다연이가 예나와 좋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

***

오빠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다연이는 스케치북과 색연필 세트를 한 아름 품에 안은 채 걷고 있었고.

"다연아, 내가 들게. 이리 줘."

"괜찮아, 내가 할 수 있어."

낑낑 대며 그것들을 들고 오던 다연이가 예나 앞에 그림놀이에 쓸 것들을 우수수 내려놓았다.

다연이의 작은 몸으로 한 가득 열심히 가지고 온 것이지만 바닥에 내려놓은 건 스케치북과 색연필, 그리고 종이 물고기가 전부였다.

예나는 그런 다연이도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뭘 그리려고 이렇게 잔뜩 들고 왔어?"

"바다, 바다를 그릴 거야."

"바다?"

"응."

사실 바다는 아까 전에 오빠와 같이 그리려고 했지만 오빠는 열심히 일도 하니까 나중에 다연이와 놀아주려면 힘들 거다.

그래서 바다는 지금 그리려고 한다.

"어... 어떻게 그리면 돼?"

"이렇게."

다연이는 실제로 바다를 본 적은 없지만 방금 오빠 휴대폰으로 바다를 봤다.

엄청 짠 물이 있다고 했다. 그건 예나가 설명해줬었고.

다연이가 커다란 스케치북 위에 물결을 그린다.

그리고 그 밑으로 파란색을 채워나간다.

"언니는 나처럼 같이 색칠해줘."

"알겠어."

둘은 천천히 색을 채워 넣는다.

넓은 스케치북 위로 파란색이 서서히 물든다.

"언니."

"응?"

"그런데 언니는 오빠랑 어떻게 알아?"

"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여기에 밥 먹으러 왔었거든."

"정말? 그러면 오빠는 그 때도 요리 잘했어?"

"그 때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잘하지."

"맞아! 잘 해."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스케치북에 색을 열심히 채워 넣는다.

"그럼 언니는 앞으로 매일 여기에 올 거야?"

"매일은 안 되는데..."

"정말? 그러면 이제 안 올 거야?"

내일부터 학교를 다니고 알바를 하기 시작하면 자주는 못 올 것이다.

그런데 다연이의 얼굴을 보니 그렇게 말 못할 것 같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아니 그건 아니고... 대신 시간 날 때마다 가끔 올게."

"응, 가끔 오는 건 괜찮아. 그런데 안 오는 건 안 돼. 나는 언니랑 놀고 싶어."

이런 말을 듣고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응, 가끔 올게."

귀여움 때문에 심장이 아파서 그림을 잘 그릴 수가 없었지만 다연이를 따라 열심히 색을 채워 넣는다.

"됐다."

드디어 완성된 그림.

파란 바다에 예나의 그림 솜씨가 조금 더해졌다.

"이제 물고기만 있으면 돼."

"물고기? 다연이 물고기는 여기 있잖아."

"내꺼 말고 오빠 꺼. 오빠 꺼랑 내 꺼랑 같이 붙이기로 했어."

"그래?"

"응."

다연이는 물고기의 행방을 잠시 머릿속에 떠올렸다.

기억 속을 찬찬히 뒤지니 다연이가 준 물고기가 오빠의 주머니 속에 들어갔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바로 오빠에게 가기로 했다.

"언니, 나 오빠한테 갔다 올게."

"그래."

도도도 뛰어간 다연이가 주방을 바로 앞에 두고 잠시 멈췄다.

오빠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오빠가 요리를 하고 있을 땐 방해하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다연이는 홀을 흘깃 본다.

손님들이 많이 없다. 그렇다는 건 오빠가 많이 바쁘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게 판단한 다연이가 주방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오빠아..."

그리고 오빠가 놀라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

"오빠.."

"어, 다연아. 왜?"

오빠는 뭔가를 열심히 프라이팬으로 볶고 있었다.

오빠가 요리하는 건 많이 봤지만 저런 건 처음본다. 뭘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일단은 물고기가 먼저였다.

"내가 준 물고기, 다시 나한테 줘."

"물고기? 알겠어. 주머니에 있는데."

오빠는 지금 요리하는 중이라서 주머니에 있는 물고기를 꺼내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다연이가 도와주기로 했다.

"내가 꺼낼게. 오빠는 요리해."

"알겠어, 왼쪽 주머니에 있으니까 거기서 꺼내가."

"왼쪽?"

"아, 왼쪽은 이 쪽 손이야."

"응, 알겠어."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종이 물고기를 쑥 끄집어낸다.

그러는 도중이 물고기에 붙인 눈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상관없다.

"다시 붙이면 돼.."

그렇게 중얼거리던 다연이에게 오빠가 말했다.

"좀 있으면 밥 다 되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오빠 우리 밥 하고 있었어?"

"응, 다연이 오늘 어린이집에서 잘 놀다가 왔잖아. 오늘 첫 날인데도."

"맞아, 어린이집 재밌었어."

"그래서 맛있는 거 해주려고."

"오..! 맛있는 거."

"그래,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응."

그리고 다연이는 다시 복도로 돌아갔다.

이제 이 곳은 다연이에겐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익숙했다.

그래서 오빠가 풀을 놓아두는 곳도 알고 있다.

쓸어 담듯 풀을 가져온 다연이가 도도도 달려서 다시 매트로 되돌아갔다.

"이제 이 물고기들을 바다에 붙일 거야."

"알겠어, 내가 뭐 도와줄까?"

"아니! 대신 언니는 내가 잘 붙이는지 봐줘."

"응, 잘 보고 있을게."

솔직히 예나는 오늘 이 곳에서 떡볶이를 먹고 금방 다시 되돌아가려고 했었다.

오랜만에 아저씨에게 생존신고라도 할 겸 해서 온 건데 이렇게 귀여운 애가 있을 줄은 몰랐다.

예나는 외동이기에 동생에 대한 환상이 조금 있는 편이었다.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에 대해서.

무슨 짓을 해도 귀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그 반대의 상황이 더 많을 것도 알고 있었다. 가령 울고 떼쓰는 일이라던지.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다 붙였다. 언니 이거 봐. 잘 붙였지?"

"응, 진짜 잘 붙였네."

다연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다연이와 놀아 준지도 한 시간이 넘은 것 같은데 여태까지 한 번도 투정을 부린 적이 없었다.

예나가 조금이라도 귀찮은 티를 내면 '이거 말고 다른 거 하고 놀까?' 하며 물어봤었고.

그 말 때문에 예나는 더 미안해져서 더 열심히 놀아줬었다.

사족이 길었지만 예나가 떠올린 생각은 하나였다.

다연이는 너무 귀엽다는 것. 그것도 엄청.

"언니 꺼도 붙여줄까?"

"아니, 나는 이거 가질래. 다연이가 주는 선물이잖아?"

"응, 맞아. 선물이야."

예나는 이 물고기를 그림에 붙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좋다.

다연이에게서 받은 첫 번째 선물인데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있었을 때 지훈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연아, 예나야. 밥 먹어."

"응! 언니도 빨리 와."

"알겠어."

힘차게 대답하고선 다연이가 복도를 열심히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귀여워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오므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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