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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30화 (3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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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들반들한 삼겹살.

다연이가 그것을 보고 있더니 왕 하고 물었다.

입에 넣은 삼겹살을 잠시 음미하다가 밥 한 술을 크게 떠서 먹는다.

“오늘 되게 잘 먹네.”

“으음..”

다연이는 입에 음식을 잔뜩 담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꿀꺽 삼킨다.

“맛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젓가락을 높게 들어 고기를 또 한 점 집는다.

그걸 네 번째 반복할 때쯤 내가 말했다.

“고기만 먹으면 안 돼. 상추도 같이 먹어야지. 골고루 먹어야 돼.”

“아, 맞다.”

다연이가 뒤늦게 상추를 집어서 토끼처럼 와구와구 베어 먹었다.

아무래도 내가 삼겹살 먹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줘야겠다.

나는 상추를 반으로 잘라서 그 위에 밥과 삼겹살, 작은 김치 조각을 올려놓는다.

물론 김치는 물에 씻은 김치다. 매울 수도 있으니까.

삼겹살과 상추, 밥을 따로 먹는 것도 맛있지만 이렇게 먹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다연아, 아 해봐.”

다연이는 내가 들고 있는 쌈을 보고 못미더운지 처음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먹어 봐, 맛있을 거야.”

“아.....”

기다리는 다연이의 입 속에 쌈을 넣어준다.

“우음...”

몇 번 오물거리던 다연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은 모양이다.

“이렇게 먹어도 맛있어.”

“다행이네.”

다연이는 내가 줬던 쌈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는지 혼자서 쌈을 싸고 있다.

상추를 넓게 펼쳐서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나도 깻잎 한 장을 집어서 고기와 함께 먹는다.

깻잎의 특유의 향이 고기와 잘 어울린다. 아무것도 없이 고기와 깻잎 한 장으로도 맛있다.

그렇게 밥 한 술을 입에 넣자 다연이가 작은 손으로 뭔가를 내밀었다.

“뭐야?”

“오빠 먹어.”

다연이가 내민 것은 쌈이었다.

열심히 쌈을 싸던 것이 자기가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에게 주려고 그랬다니. 감동이다.

물론 얼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고마워. 잘 먹을게.”

“응.”

맛있다.

남은 돼지고기를 단순히 구운 게 아니라 고급 식당의 스테이크를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다연이가 줘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먹다보니 마지막 고기 한 점이 남았다.

남은 고기를 멍하니 바라보는 다연이. 입이 점점 벌어진다.

나는 눈치껏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오빠, 이거 내가 먹어도 돼?"

요즘 부쩍 다연이의 식탐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키가 클 모양이다.

"먹어."

"응."

다연이가 마지막 고기를 한 입에 먹었다.

"맛있다."

이렇게 우리의 만찬이 끝났다.

다연이는 익숙하게 빈 접시를 들고 나에게 걸어와서 접시를 내민다.

"도와줘서 고마워."

"고기 줘서 고마워."

서로에게 고마운 점심 식사가 끝났다.

.

.

.

"후..."

오늘도 식당이 끝났다.

다연이가 없었던 때에는 장사를 접어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다연이가 옆에 있으니 조금 후련한 기분이 든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

"다연아."

그런데 다연이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보통 때라면 집에 간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짐을 챙겨야 할 시간인데.

복도로 가니 깔아놓은 매트 위에 다연이가 누워있었다.

"쿠우...."

자는 중인가 보다.

나는 다연이를 깨우지 않고 흩어진 짐들을 주워 모은다.

조용한 식당 안에서 짐들을 하나씩 모으다보니 나도 모르게 복도에 붙어 있는 그림으로 시선이 가닿는다.

복도에 주르륵 붙어 있는 그림들. 전부 다연이의 작품이다.

그 작품의 주인공은 참새도 있었고 혜원이도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건 나와 다연이가 있는 그림이었다.

밥 먹고 있는 그림, 뒷마당에서 흙을 파고 있는 그림,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림까지.

나는 내가 다연이에게 오빠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랐다.

아빠처럼 든든하기도 하지만 편하게 장난치고 놀 수 있는 사람으로.

형제는 평생 친구라고도 한다는데 나와 다연이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친구처럼 편하지만 의지할 수도 있는 그런 사람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런 그림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 그림 속에서 우리는 같이 뭔가를 하고 있었기에 다연이가 나를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짐을 전부 챙긴 나는 마지막으로 다연이를 안아서 식당을 빠져나온다.

한 손으로 식당 문을 잠그는 게 힘들었지만 어찌하니 가능했다.

한 손엔 종이가방을 가지고 다른 한 손엔 다연이를 안고 있다.

새로 산 다연이의 겉옷을 단단히 여미고 집으로 걸어간다.

원룸의 계약기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이사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이사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 않는 거리고 가져갈 물건도 딱히 없어서 이사 업체를 부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차피 세탁기나 에어컨 같은 것은 옵션으로 붙어있었고 식당 위층에는 할머니가 쓰시던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 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원룸에 있는 물건들보다 식당에 있는 물건들이 더 많다. 티비도 있고.

다만 이사를 하기 전에 청소를 해야겠지만.

"음...."

그 때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어났어?"

"으응... 흐암."

하지만 다연이는 여전히 졸린 듯 내 어깨에 볼을 대고 누워있다.

말랑한 볼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림책이랑 가방이랑 두고 왔는데."

"내가 다 가져왔어."

"고마워, 오빠."

"그래, 졸리면 더 자도 돼."

"응....."

그리고 다연이가 다시 잠들었다.

근처에 있는 벚꽃나무에 생기가 도는 걸보니 축제도 곧 열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연이랑 같이 가야겠다.

"쿠우..."

집에 도착하니 다연이가 완전히 잠에 들었다.

양치 해야 하는데. 깜빡하고 있었다.

"흐암."

우선 나부터 씻어야겠다.

다연이가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

다음 날 아침, 햇살 어린이집에선 검은 단발머리에 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혜원이가 아이들 앞에 서서 뭐라 말하고 있었다.

"진짜?"

건조하게 묻는 목소리에도 혜원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랄하게 대답한다.

"응!"

"걔 이름이 뭔데?"

"다연이! 이다연이야!"

아이들은 방금 막 혜원이에게 내일 새로운 친구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로운 친구라니. 아이들은 그 말에 조금 기대가 됐다.

"다연이는 어떤 애야?"

혜원이는 그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었다.

"엄청 착하고 예쁜 애야! 나처럼!"

그 말에 듣고 있던 선생님이 빵 터졌지만 혜원이는 상관없었다.

집에서 엄마는 혜원이가 제일 예쁘다고 했기 때문이다. 아빠도 그렇고. 심지어 다연이 오빠도 예쁘다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말은 붙이지 않았지만.

"그리고 소연이랑 지민이랑.. 어... 전부 다처럼 예뻐!"

"그렇구나."

선생님들은 그 말에도 웃긴 듯 큭큭 댔지만 그런 반응과는 반대로 혜원이의 말을 듣고 있던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래서 내일 오면 잘 놀아줘야 돼! 다연이는 어린이집이 처음이래!"

"아..."

아이들은 저마다 처음 어린이집에 왔었던 때를 떠올린다.

그리고 각자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너, 처음 어린이집 왔을 때 울었잖아."

"내... 내가 언제!"

쌍둥이 여자 아이의 건조한 말에 살짝 마른 남자 아이가 그 말을 부정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만 있었다.

"너도 울었어."

그 뒤를 이어 쌍둥이 남자 아이가 말했다.

둘은 쌍둥이지만 외모는 다르다. 같은 때에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다.

"안 울었어."

"내가 다 들었는데. 집에서 엄마한테 울었다고 말한 거."

여자 아이가 말없이 일어나서 남자 아이에게로 다가간다. 그리고 주변에 선생님이 보고 있지 않은지 살핀 다음에 말했다.

"엄청 조금 울었어."

여전히 표정은 굳어 있다.

"아니거든."

"맞거든."

"엉엉 하면서 울었잖아."

"거짓말 하지 마."

그리고 여자 아이가 꿀밤을 먹인다.

"아! 엄마한테 다 말한다!"

"나도 거짓말 했다고 말할 거거든."

"으..."

남자 아이가 맞은 머리를 쥐고 있으니 선생님이 다가온다.

"너희 싸우지 말라고 했지?"

그 자리에 앉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혜원이는 생각했다.

아이들 전부 다연이를 좋아할 거라고.

***

"음..."

이튿날 아침, 나는 집에서 눈을 뜬다.

요즘 들어 알람 없이도 잠에서 잘 깬다.

다연이를 따라 일찍 잠들어서 그런 건가.

그 덕분에 평소와는 달리 일찍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보통 때의 다연이는 아직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책을 읽든 다른 영상을 보든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다연아, 일어났어?"

다연이는 벌써 일어나서 이부자리에 앉아있다.

가끔 멍한 얼굴로 앉아있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선명한 눈망울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응."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

"오늘 어린이집 가는 날이잖아."

오늘은 다연이 말대로 처음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다.

어제 식당에서 굳은 얼굴로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기에 알고 있다.

그만큼 다연이가 긴장을 하고 있단 것도.

그렇다고 잠까지 못 잘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어제도 저녁 땐 조금 진정됐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많이 긴장돼?"

"응, 많이."

다연이가 떨리는 눈으로 내 손을 잡는다.

이렇게 긴장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래. 걱정되는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도 돼."

"음.... 그냥... 다 걱정돼.. 뭔지 딱 말 못하겠어."

어떤 느낌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다연이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잠깐 생각하다가 쓸 만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면 얼른 씻고 여기 주변에 조금 걸을까?"

조금 걷다가 자연스레 어린이집으로 향하면 다연이도 많이 긴장하진 않겠지.

"응, 걸을래."

그렇게 우리는 얼른 씻고 밖으로 나섰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아직은 조금 차갑다.

"어디로 가고 싶어?"

"저기."

다연이가 무뚝뚝하게 어느 곳을 가리킨다.

그런 다연이의 얼굴이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빨리 다연이가 긴장을 풀어야 할 텐데.

나는 다연이가 가리킨 곳을 통해 어린이집이 있는 방향으로 가기로 생각하고 천천히 움직인다.

우리는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여전히 긴장 되던 탓인지 다연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고만 있었다.

나는 그런 다연이가 조금 걱정돼서 이렇게 말했다.

“다연아, 많이 긴장되면 내일 갈까? 오늘은 쉬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어차피 조삼모사인 걸 알고 있지만 당장 눈앞에서 이렇게 긴장한 다연이를 보고 있으니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연이는 그렇게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본다.

다연이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하다.

“그래도 돼...?”

“음... 다연이가 너무 많이 힘들면 그렇게 하자. 오빠가 기다려줄게.”

“오빠는 기다려 줘....”

“응, 기다려 줄 거야. 계속 어린이집에 안 가는 건 안 되지만 오늘 하루는 기다려 줄게.”

다연이가 이런 긴장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어린이집에 가야한다.

그걸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은 하루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어찌됐든 다연이가 이겨내야 하는 문제니까.

“기다려 줘...”

“응.”

다연이가 그 말을 작게 따라했다.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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