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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4화 (1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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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이가 갔다.

잠시나마 같이 놀 상대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던 다연이는 방금 전 혜원이와 했던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어린이집에는 선생님도 엄청 착하고 친구들도 많대!”

“그렇구나.”

혜원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의 자랑이 거의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친구를 만나서 그런 건지 다연이는 전보다 많이 편안해 보였다.

전처럼 불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조심스럽던 성격도 조금 적극적으로 바뀐 것 같고.

물론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엄청 재밌대!”

“그래.”

마음 같아서는 혜원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보내 줄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았다.

혹시라도 안 된다면 상처를 받을 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나는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고마워.”

장황한 설명과 자랑을 마친 다연이는 다시 원래 앉던 의자에 앉았다.

다연이는 혜원이와 놀 때의 들뜬 기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공중에서 양 발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연이는 정말 스펀지 같은 아이다. 주변의 모든 것들을 흡수하면서 커진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다연이 역시 주변의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혜원이와 잠깐 놀았던 것만으로도 어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더 많은 것들을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다연이가 나와는 다른 삶을 살게 해 주고 싶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그 때 손님이 들어왔다.

오늘 맞는 두 번째 손님이다.

비가 오고 있어서 손님들이 뜸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와 주니 다행이다.

“안녕하세요!”

들뜬 다연이도 인사를 했다.

공중에 휘적거리는 다연이의 다리가 쉴 새 없이 흔들린다.

날이 새도록 그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일을 해야 할 시간은 다시 돌아왔다.

“김밥 한 줄이랑 라면 하나 주세요.”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선 주방으로 돌아가 내 일을 시작한다.

***

한창 바쁜 식당.

다연이는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오빠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면서 음식을 만드는 중이다.

“멋있어.”

다연이는 누군가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사실 엄마와 아빠를 제외한 누군가와 있었던 적도 한 번도 없었지만.

“김밥 세 줄 나왔습니다.”

지금 오빠는 바쁘다.

손님들이 많이 와서 다연이와 놀아줄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사실 놀아주는 걸 바랐던 건 아니다. 그냥 어디로 떠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의자 위에서 한참을 구경하고 있던 다연이는 문득 다른 일이 하고 싶어졌다.

여기에 앉아있는 건 심심하니까.

“오빠. 나, 2층에 가도 돼?”

“.....”

평소처럼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바쁜 일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다연이는 잠자코 오빠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대답이 돌아온다.

“응, 가도 돼. 계단 조심하고.”

“응.”

지금의 다연이는 평소와 다르다.

혜원이와도 재밌게 놀았고 오빠가 해준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그래서 2층을 탐험해 볼 용기가 생겼다.

2층에 가도 오빠는 사라지지 않을 거니까. 사라졌다고 해도 기다리면 올 거란 것도 알고 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계속 그랬고 늘 옆에는 오빠가 있었으니까.

다연이는 이 건물의 구조가 궁금하다.

이게 전부 오빠 꺼 라고 했다. 다연이는 건물을 소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나 넓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예전에 살았던 집처럼 좁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만 하지도 않았다.

“오빠. 나, 갈게.”

“응, 조심하고. 밖에는 나가면 안 돼.”

“.....”

사실 다연이는 2층도 보고 싶었지만 뒷마당이라는 곳도 다시 보고 싶었다.

“문 열고 밖을 보는 건 괜찮아?”

“음.... 괜찮아.”

“응.”

어차피 나갈 곳은 뒷마당 밖에 없기 때문에 했던 말이라는 걸 다연이는 몰랐지만 어찌됐든 오빠가 괜찮다고 했으니 다행이다.

다연이는 걸음을 옮겼다.

이 곳은 다른 건물들과 다르다. 예전에 살던 집처럼 좁거나 더럽지도 않았지만 지금 오빠와 살고 있는 곳처럼 네모반듯한 느낌도 아니다.

뭔가... 지금 다연이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곳이다.

마치,

“인형 같아.”

인형 같다.

푹신한 곰 인형.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살았을 때 엄마가 보여줬던 곰인형처럼.

다연이는 엄마가 좋았다. 얼굴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하지민 지금은 오빠가 더 좋다.

좁은 통로를 지나가니 복도 끝에 철제문이 있다.

다연이는 저게 뭔지 알고 있다.

“뒷마당.”

저 곳을 열면 뒷마당이다.

이 건물은 하나의 큰 주택 같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옛날 풍의 주택. 물론 이것도 다연이는 모른다.

아직 6살 밖에 안 돼서 옛날에 어땠는지 모른다.

다만 알고 있는 건 지금 다연이는 저 문을 열고 싶다는 것.

“끙...”

열심히 문을 밀자 퐁하고 열렸다.

“오....”

분명 전에는 못 열었는데.

오빠 말처럼 많이 먹어서 세진 것 같다.

다연이는 오늘 먹은 것들을 다시 떠올렸다.

떡과 어묵, 그리고 삶은 계란 반쪽까지.

많이 먹은 게 맞다.

문을 열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뒷마당이 보인다.

이것저것 많이 심어져 있었지만 다연이 눈에는 그저 풀일 뿐이다.

“풀이다.”

다연이는 그 곳에 서서 밖으로 한 걸음 나갈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고개를 돌려 오빠를 힐끗 바라봤지만 오빠는 지금 요리를 하는 중이다.

나가도 모를 것 같다.

“음.... 안 갈래.”

그래도 다연이는 나가지 않기로 했다.

오빠가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약속을 지켜야 오빠가 다연이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대신 그 자리에 앉아 비를 구경한다.

주르륵 내리는 비. 빗방울이 풀잎에 떨어졌다가 다시 튕겨 나간다.

“재밌다.”

내리는 비만 쳐다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어디로 갈지 예상해 보는 것도 재밌다.

퉁 퉁.

이리저리 튀는 물방울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구석에 있는 장독대가 보인다.

저기에 뭐가 있을까.

휘익.

그 때 바람이 불었다.

“으아....”

그 덕에 옷이 조금 젖었다.

바깥 구경하는 건 그만해야겠다.

“문 닫아야 해.”

질퍽거리는 땅을 밟으며 철제문을 다시 닫았다.

밖으로 조금 나가긴 했지만 문을 닫기 위해서 나간거니 오빠도 봐 줄 거다.

쿵.

다시 문이 닫히자 복도는 조용해졌다.

“...서 오세요.”

주방 쪽에선 여전히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 바쁜 모양이다.

그렇다는 말은 2층을 탐험할 시간이 있다는 것.

비도 오고 불빛도 없어서 조금 어둡지만 올라갈 수는 있을 것 같다.

아주 조금 무섭긴 하지만 괜찮다. 오빠가 여기 있을 거니까.

“갈 거야.”

그리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계단 중간에 작은 창문이 있어서 어둡지 않았다.

점점 위로 올라가니 식당에서 들리는 소음도 옅어진다.

조금씩 무서워진다.

다연이는 신발을 벗어두고 더 깊숙이 들어간다.

2층은 지금 다연이와 오빠가 살고 있는 네모반듯한 집과 비슷한 구조였다.

다른 점이라면 방이 많고 문도 많다는 것.

그리고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문처럼 생긴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다연이는 그 문을 열어보려고 하다가 그 생각을 접었다.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어.”

뒷마당은 허락을 받았지만 이 곳은 아니다.

다른 방들을 구경해야겠다.

다연이가 보기엔 이 곳은 청소한지 꽤 오래된 것 같다.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연이는 이 곳을 탐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다연이는 그 중 가장 큰 방으로 들어간다.

이 곳에서 조금 독특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 방의 테이블 위에 뭔가가 올려져있다. 직사각형 크기의 작은 무언가였는데 뒤집혀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 또 다른 뭔가가 있다.

다연이는 우선 직사각형의 작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우아..”

그건 사진이었다.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

다연이는 그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오빠다.”

분식집 건물을 배경으로 찍을 사진이다.

그런데 오빠 옆에 누군가가 같이 서 있다.

“할머니?”

낯선 할머니다.

혹시 이 분이 오빠가 말했던..

“그 할머니야!”

다연이는 확신했다.

이 할머니가 그 사람이라고.

다연이는 사진을 꼭 쥐고 서둘러 계단으로 향했다.

빨리 이 사진을 오빠한테 보여주고 싶다.

“오빠!”

한 쪽 손에 사진을 쥐고 계단을 내려간다.

마음 같아서는 뛰고 싶었지만 계단을 조심하라는 오빠의 말을 떠올렸다.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가야지.

탁.

드디어 1층에 도착했다.

“오빠!”

그리고 다연이가 오빠를 크게 불렀다.

***

“휴...”

이 정도면 점심 장사는 대충 끝이 난 것 같다.

손님들이 전부 나갔다.

아직도 비가 오고 있어서 손님들이 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다연이는 뭘 하고 있을까.

내가 신경 써서 돌봤어야 하는데 일이 바빠서 그러지 못했다.

혼자 하는 식당에서 손님들까지 붐비니 전혀 그럴 틈이 없었다.

그래도 지금은 여유가 있다.

“뭘 하고 있는지 보러 가 볼까.”

다연이가 뭘 하고 있는지 보러 갈 시간 정도는 있다.

나는 2층으로 향했다.

1층 복도에서는 다연이가 보이지 않았으니 2층 어딘가에서 놀고 있겠지.

그 때.

“오빠!”

다연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쿵.

달려오던 다연이가 내게 폭 하고 안겼다.

코너에서 바로 튀어나와 미처 보지 못했다.

“괜찮아?”

“응, 괜찮아!”

“다음부터는 조심해. 부딪히면 아프잖아.”

“알겠어!”

그런 다연이는 방금 전과 조금 다르다.

좀 더 들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 뭔가를 쥐고 있다.

네모난 뭔가 였는데 꼭 폴라로이드 사진기에서 나오는 즉석 사진처럼 생겼다.

“오빠, 이거 봐!”

그리고 다연이가 그것을 내밀었다.

“오빠랑 할머니야!”

다연이의 말처럼 그 사진 속에는 나와 할머니가 있었다.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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