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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1화 (1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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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아, 비 맞아.”

“응...”

하지만 다연이는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건물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연이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운다.

별 볼 일 없는 작은 건물일 뿐인데 다연이는 마치 신기한 비행기나 우주선이라도 보는 것처럼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아, 별 볼 일 없는 건물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가끔 건물의 어딘가가 부서져 고쳐야만 할 때면 건물 구석을 발로 차고선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심한 말이었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연이는 한참을 바라보고 나서야 고개를 다시 숙였다.

“멋있어...”

“그래, 그럼 이제 들어가자. 추워.”

“응.”

감기도 걸렸으니 빨리 들어가서 따뜻하게 있어야 한다.

나는 익숙하게 문을 열고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매일 마주하는 식당이고 주방이었지만 오늘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출근하는 시간이 달라서 그런 건가.

“우와, 안도 멋있어.”

그게 아니면 다연이 때문일까.

다연이는 식당 안을 찬찬히 살피면서 뭔가가 보일 때마다 작게 탄성을 질렀다.

바깥은 할머니의 말대로 별 볼 일 없는 건물이지만 안은 달랐다.

운치 있다고 표현하기에는 그냥 분식집일 뿐이지만 분명 다른 식당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내부도 그렇고 구조도 그렇고.

조금 더 고상한 느낌이 많이 든다고 해야 하나.

“오빠!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

다연이가 작은 손가락으로 어느 벽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무로 된 선반들이 있는 곳. 하지만 그 곳엔 아무것도 없다.

할머니와 함께 식당을 운영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다.

“물건들 올려두는 곳. 그런데 할머니는 거기에 뭘 올려두는 걸 싫어하셨어.”

“할머니..?”

설명을 하다 무심코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딱히 숨기던 사실은 아니었기에 다연이에게 설명했다.

“응, 이 가게 원래 주인이신 할머니.”

“할머니.... 오빠 할머니면 나한테도 할머니 맞아?

다연이는 친할머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음... 맞긴 한데 친할머니는 아니야.”

“그러면 할머니가 아닌 거야?”

다연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점 혼란에 빠지는 것 같아 그냥 간단하게 정리했다.

“아니야, 할머니 맞아. 다연이 할머니.”

“그러엄 할머니는 어디에 있어? 오빠 할머니면 나도 보고 싶어.”

다연이에게는 미안하지만 할머니는 만날 수 없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어. 그래서 못 봐.”

“음... 돌아가시는 거, 뭔지 알아. 아빠처럼.”

할머니 이야기에 분위기가 우울해졌다.

물론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막상 할머니가 이 모습을 보신다면 싫어하실 것 같아 주제를 돌리기로 한다.

“그래도 다연이가 하고 싶으면 뭘 올려놔도 괜찮아.”

“내가 하고 싶으면...”

다연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선반을 바라본다.

꼭 뭔가가 올려져있어야만 할 것 같은 선반 위는 아무것도 없다.

할머니가 그러길 원했고 나도 딱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기에 내버려두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었기에 청소하기는 훨씬 쉬웠지만 다연이가 원한다면 안 되는 건 없다.

“나는 오빠가 하고 싶은 거 할래.”

“그래.”

간단하게 결론을 내린 다연이가 내 말을 듣곤 어느 나라의 수장처럼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다연이랑 이야기하며 하루 종일 놀고 싶지만 아쉽게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다연이와 내가 먹고 살려면 분식집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이제 준비해야 하니까 여기 앉아 있어. 아니면 2층에 집이 있으니까 둘러봐도 괜찮아.”

“응, 알겠어.”

“밖에는 나가면 안 돼. 비가 많이 와.”

“응, 오빠.”

나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준비를 시작한다.

우선 밥부터 시작해볼까.

촤르르.

나는 그릇에 쌀을 담아 흐르는 물에 씻는다.

분식집을 비롯해 모든 식당에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밥이다.

특히 분식집의 메인 메뉴인 김밥은 밥에 상태에 따라 맛도 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새 다연이의 오빠에서 분식집의 사장님으로 돌아가 있었다.

다연이와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기분이 달라졌다.

“우와....”

아무런 요리도 하지 않았지만 다연이는 신기한 듯 나를 보고 있었다.

“멋있어...”

“이건 그냥 밥하는 거야. 요리가 아니라.”

그렇게 말했지만 다연이는 나만 보고 있었다.

아마 밥 짓는 모습도 처음 보는 것일 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분식집을 열 준비를 한다.

정해놓은 오픈 시간을 이미 넘겨버렸지만 분식집 문에는 ‘준비 중입니다.’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들은 보이지 않지만 얼른 손님 맞을 준비를 끝내야 된다.

다연이는 다급한 내 행동을 보더니 관찰하는 것을 그만두고 의자로 쪼르르 다가가 턱 하고 앉아서 나를 지켜본다.

빨리 끝내고 식당 문부터 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

.

.

“음....”

나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다시 확인한다.

준비를 전부 끝났다.

중간에 손님 몇 명을 다시 돌려보냈지만 겨우 점심시간 전에 끝내긴 했다.

그러다 문득 혼자 있었을 다연이가 생각났다.

“다연아.”

그렇게 불러도 다연이는 아무 대답이 없다.

돌아본 곳에는 다연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의자에 앉아있었다.

미동도 없는 모습이 인형 같기도 하다.

“다연아, 자?”

그러자 들썩이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아니야.. 나, 안 잤어...”

혼자서 지겨웠던 모양이다.

“졸리면 2층 가서 자자.”

“아니야아... 안 잘 거야..”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2층은 계속 비어 있었다.

아직 청소를 하지 않아서 먼지가 쌓여있긴 하지만 못 잘 정도로 더럽진 않다.

잠깐 정도면 그 곳에서 잠들어도 괜찮다.

“가서 자도 돼. 밥 먹을 때 깨워줄게.”

“안 잘래.... 오빠랑 같이 있을래...”

다연이가 여전히 졸린 눈으로 말했다.

자다 깨서 그런지 말투도 어눌하다.

“흐암...”

하품하는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자야 될 것 같은데.

“진짜 괜찮아?”

“응..”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늦게 잤구나.

잠자리에는 일찍 들었지만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정작 잠은 늦게 잤다.

나중에 다시 다연이가 잠에 들면 2층으로 데려다 줘야겠다.

“알겠어.”

그렇게 졸음을 이겨낸 다연이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분식집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애써 잠을 떨쳐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손님도 기다릴 겸 돌아다니는 다연이의 모습을 지켜본다.

“우아...”

분식집을 여기저기를 다시 돌아다니는 다연이.

그러다가 어떤 문 앞에 서서 내게 물었다.

“오빠,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

다연이가 선 곳은 철제로 만들어진 오래된 문이었다.

“거기는 뒷마당이야.”

“뒷마당....”

할머니는 이 곳 건물 전체를 집처럼 사용하셨다. 실제로 집이기도 했고.

그런 할머니의 유일한 취미는 식물들을 키우는 일이었다.

처음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적에는 뒷마당에서 직접 키운 채소들을 썼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종종 집 반찬이나 부족한 채소들 대신 쓴 게 고작이었지만.

“뒷마당이 뭐야?”

이 질문은 대답해주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문 한 번 열어볼래?”

“응.”

내 말에 다연이가 문고리를 잡고 밀었다.

“끄응....”

힘겹게 문을 여열던 다연이가 숨을 뱉어낸다.

“휴.. 오빠, 안 열려..”

매일 들락날락해서 저 문이 뻑뻑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괜히 다연이에게 미안해진다.

“미안해. 내가 열게.”

퉁.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자 바로 뒷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문 바로 앞까지 지붕이 있던 탓에 한 발짝 밖으로 내딛어도 비는 맞지 않았다.

“다연아, 이리 와봐.”

“응.”

투두둑.

비 오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뒷마당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텃밭에는 여러 가지 채소가 심어져 있고 문 옆엔 낡은 의자가 놓여있다.

“우와아.... 여기도 오빠 식당이야?”

“응, 맞아.”

“우아...”

입을 벌리며 뒷마당을 보는 다연이.

우리는 한참 그 곳에서 뒷마당을 구경한 뒤에야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비 그치면 뒷마당에 가도 돼?”

다연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당연하지. 안 되는 건 없다.

“응, 돼.”

“우와! 그럼 나중에 오빠랑 같이 갈래!”

같이 가자고 하다니. 좋다.

“그래.”

다연이와 잡담을 나누며 다시 주방으로 돌아오니 테이블에는 이미 손님이 앉아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손님를 기다리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나는 사과를 하며 걸어간다.

“어..? 또 뵙네요?”

"다연이도 있어! 안녕!"

그런데 들리는 목소리는 익숙했다.

조금 전에도 들은 것 같은 목소린데.

고개를 돌려보니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은 혜원이 부녀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고 있는 부녀.

밥 먹으러 온 모양이구나.

"응...?"

그리고 그들을 마주한 다연이는 그들이 누구인지 다시 떠올리는 것처럼 고개를 한 번 갸우뚱하더니 반대쪽으로 다시 갸웃거렸다.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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