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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10화 (1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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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온 곳은 이불을 파는 곳이었다.

여러 가지 이불이 늘어져 있고 그 때문에 약간은 포근하게도 느껴지는 곳.

우리가 이 곳에 온 이유는 당연히 다연이를 위해서 였다.

다연이는 어제 갑자기 나에게로 왔다. 그렇기에 다연이를 위한 다른 생필품들은 물론이고 이불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당장 이불이 필요했다.

어제처럼 하나로 나눠 덮을 수는 없었으니까.

오늘 다연이가 감기에 걸린 이유도 마치 어젯밤에 제대로 덮지 않은 이불 때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죄책감도 살짝 있었고.

당연히 다연이가 잠에 들었을 때 다시 덮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걸리긴 마찬가지다.

“응, 이제부터 다연이가 덮을 이불. 베개도 사자.”

“응!”

돈은 걱정되지 않았다.

지난 시간 동안 모아둔 돈도 꽤 있었고 더군다나 나는 분식집을 유지하거나 원룸의 월세를 내는 것 아니면 돈을 거의 쓰지 않았으니까.

다연이 엄마가 주고 간 100만원도 있고.

"원하시는 거 있으세요?"

가게의 주인이 와서 물었다.

"겨울 이불 하나랑 여름 이불 하나요. 어린이용으로."

다연이는 앞으로 계속 살 것이기 때문에 여름을 위한 이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 아이가 쓸 건가 봐요."

"네."

"참 예쁘게 생겼네."

다연이는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다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의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 겨울 이불은 여기있고 여름은 저기에 있어요. 일단 하나씩 골라보세요."

"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불 두 개를 골랐다.

여름용 하나와 겨울용 하나.

디자인도 심플한 무덤덤한 느낌의 이불이었지만 따뜻해 보이니 괜찮았다.

이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이 아니라 얼마나 따뜻한가 였으니까.

"아, 그리고 베개도 주세요."

"네에. 베개는.. 저기에서 보시면 돼요."

"네."

나는 다연이에게 말했다.

"다연아, 갖고 싶은 거 골라 봐."

"응."

이불은 따뜻한 게 우선이기에 내가 골랐지만 베개 정도는 다연이가 골라도 된다.

다연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고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연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가 쓰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베개를 집었다.

이걸 고른 이유도 우산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이건 우산과 달리 다연이가 고른 이대로 써도 될 것 같다.

"이거."

"알겠어."

"네, 계산해 드릴게요."

나는 익숙하게 현금을 내밀어 계산하고 이불과 베개를 들어서 밖으로 나온다.

바깥에는 이제 비가 오지 않았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다시 쏟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했으나 서둘러 움직이면 될 것 같다.

"비가 안 와."

"그래도 조금 있으면 다시 내릴 것 같아."

"그래?"

"응, 비 오기 전에 빨리 가자.”

“응!”

그리고 우리는 집을 향해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

.

쏴아아.

우리가 빌라 입구에 도착했을 때 거짓말처럼 다시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처럼.

"우와... 비가 우르르 와!"

다연이의 말처럼 우르르 오고 있긴 하다.

표현이 너무 귀여워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꽤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는 언제 쯤 되어야 그칠까.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점심이 다 되어갔기에 조금이라도 서둘러 움직인다.

아무리 늦게 연다고 하더라도 점심시간 전에는 준비까지 모두 끝내야 하니까.

새로 산 이불은 원룸에 붙어있는 세탁기에 넣었다.

건조 기능은 없는 세탁기였기에 중간에 다시 와서 널어야겠지만 그 정도 수고는 할 수 있다.

"내가 도와 줄 건 없어?"

바쁘게 돌아다니던 나에게 다연이가 물었다.

"응, 다연이는 거기서 쉬고 있으면 돼. 다 끝나가."

"도와주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는 다연이가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다연이가 도와줄 건 없지만.

"다 끝났다."

세탁기도 돌렸고 다연이에게도 따뜻하게 옷을 입혔다.

"우음..."

내가 후드를 너무 푹 눌러 씌운 탓인지 다연이는 고개를 흔들면서 모자를 벗었다.

춥게 입었다가 다시 감기에라도 걸리면 안 되니까.

분식집 안은 따뜻하겠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 불편했어?"

"아니야. 하나도 안 불편해."

이렇게 있으니 지금 모습마저 귀엽게 보였다.

정말 다연이는 아무 옷이나 다 어울리는 구나.

어제도 귀엽긴 마찬가지였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더 그랬다.

"그러면 이제 가자."

"오빠 식당에 가는 거야?"

다연이가 들뜬 목소리로 묻는다.

"응."

다연이는 내가 하고 있는 식당에 대해 많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제 이야기를 나눴을 때 분식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더니 표정이 밝아졌었다.

"오빠는 요리 엄청 잘해! 그래서 멋있어!"

"그래, 이제 가자."

"응!"

다연이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요리를 잘 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우리는 손을 잡고 분식집으로 향했다.

어제 처음 만났을 때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지만 어제와는 많이 다르다.

그 짧은 사이 우리는 조금 더 친해졌기도 하고, 그것 말고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으니까.

"다연아, 천천히 가자."

"응! 오빠랑 같이 천천히."

조금 들뜬 듯 빨리 걷는 다연이도, 머리 위에 쓰고 있는 우산도 다르다.

옆에 있는 나도.

다연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지만 우리는 분식집으로 바로 가지 않았다.

식당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가 필요하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도 그런 준비의 일종이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마트 아주머니가 준 사탕이 기억에 남았는지 다연이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인사를 나눈 다음 우리는 마트 안으로 향했다. 빨리 장을 봐야겠다.

나는 서둘러 장을 본 뒤, 마트를 나선다.

다연이의 손에는 어제처럼 사탕이 쥐어져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 다연이가 마트를 올 때마다 사탕을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머니는 자연스럽게 사탕을 쥐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건물이다.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오고 이 곳에서 새 시작을 했었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에도 끊임없이 이 곳으로 출근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이 분식집이 집이나 다름없었다.

원룸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진짜로 이 곳이 내 집이 될 거고.

"우와...."

하지만 다연이에게는 달랐다. 오늘 처음으로 온 곳이니까.

그리고 그 앞에 선 다연이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여기가 오빠 식당이야..."

이런 건 처음 봤을 테니까.

다연이는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한껏 젖힌 채 동그란 눈으로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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