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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동생이 생겼다-8화 (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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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기침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음만 더 급해진다.

“오빠 나 괜찮아.”

오히려 다연이가 나를 걱정하듯 말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냐고 말할 것 같지만 나는 진지했다.

늘 그랬지만.

“다연아, 이마.”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연이는 머리카락을 넘겨서 이마를 드러낸다.

나는 작은 이마 위로 손을 얹었다.

뜨겁진 않다.

“나 괜찮은데.”

안 괜찮다.

감기라는 병이 작아보여도 사람을 꽤 힘들게 한다. 게다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더 심해지고.

“그래도 병원은 가야 돼.”

“응.”

내 재촉에 서둘러 준비를 마친 우리 둘은 현관 앞에 앉아서 시간을 기다렸다.

아침도 해결했고 준비도 끝났다.

다연이가 어제 입었던 옷도 따뜻한 집 온도 때문에 전부 말랐다.

나는 다연이에게 후드를 더 깊이 눌러 씌운다.

“추우면 감기 더 심해져.”

“응.”

한동안 시간을 때우며 기다리고 있던 찰나 다연이가 나에게 물었다.

“오빠.”

“응?”

어제와 달리 진지한 얼굴이었다.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오빠도 어렸을 때 많이 아팠어?”

다연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나에 대해서 물을 줄은 몰랐기에 조금 멍한 상태로 있다가 말했다.

“음.... 그렇지. 아팠을 때도 있었어.”

나는 다연이의 말에 예전을 떠올렸다.

정확히 몇 살인지도 모르겠고 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얼마나 아팠어?”

다연이의 표정이 조금 걱정스러워졌다.

“.....많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따뜻한 품 안에 안겨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던 것이 생각난다.

그 때는 밤이었고 또 많이 아팠다.

뭐 때문에 아팠던 건 지는 모르겠다.

사실은 아팠던 기억보다는 나를 품에 안고 있던 그 감촉이 떠올랐다.

따뜻했고 기분 좋았다. 아팠는데도 기분은 좋았다.

아마도 그 사람이 엄마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그 때는 어떻게 했었어?”

“누가 나를 안아서 병원에 갔지. 그래서 말끔하게 나았어.”

“....누가?”

누굴까. 정말 엄마였을까.

“몰라. 잘 기억이 안 나네.”

나는 그렇게 얼버무리고 시간을 확인한다.

시간은 그새 많이 흘렀다.

다연이랑 같이 있으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이제 가자.”

“응.”

“비 오니까 우산도 가져가야 돼.”

“알겠어.”

다연이가 예쁘게 대답했고 우리들은 밖으로 나선다.

비는 어제처럼 내리고 있었다.

꼭 어제의 풍경을 그대로 가져다 붙인 것 같다.

옆에서는 다연이가 천천히 우산을 펼치고 있다.

“....”

나는 머릿속에서 내 기억과 지금 상황을 대조했다.

아팠을 때 누군가에게 안긴 기억. 그리고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까지.

다연이는 지금 아프다. 아무래도 안아서 가야겠다.

“다연아, 우산 안 펴도 돼.”

“왜?”

“안아서 갈 거니까.”

나는 다연이를 한 팔로 안아 들었다.

다연이는 나 때문에 아픈 거니까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줘야 한다.

대신 아파주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다.

“걸어도 되는데.”

“우산 꼭 쥐고 있어. 병원 가까우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

“응.”

다연이가 갈 병원은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다행이다. 차도 없었기에 멀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우와...."

몇 번 기침을 하던 다연이는 이제 바깥 풍경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란 얼굴을 한다.

"신기하다..."

다연이와의 바깥 구경을 끝내고서 병원으로 들어선다.

보통 아이라면 병원을 싫어하겠지만 다연이는 조금 달랐다.

다연이에게 바깥세상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뭐든 게 신기하다. 그래서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연이는 움츠려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신기해하고 있었다.

"저희가 부르면 그 때 오시면 돼요."

"네."

접수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린다.

아침이었는데도 병원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긴 이맘때쯤이면 일교차가 심하니까.

다연이는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다.

하루 사이에 나와 친해지고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는 해도 아직 낯선 장소는 조금 힘들어 한다.

그렇게 다연이가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맞은 편에 앉은 어떤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다연이 또래의 아이 같아 보였는데 동글동글한 눈으로 다연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옆에는 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이 병원에서 남자 어른은 우리 둘 뿐이었다.

다연이는 그런 아이에게 관심이 조금 생겼는지 두리번거리는 것을 그만두고 맞은편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안녕!"

그 때 동글동글한 눈을 가진 아이가 말했다.

밝은 목소리다.

다연이는 나를 슬쩍 쳐다본다.

이런 상황이 어색한 모양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다연이도 인사하자."

"아... 안녕."

그래도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

차라리 먼저 인사를 해 준 아이가 고마웠다.

그 아이가 인사를 하자 옆에 앉아있던 아이의 아빠가 다연이에게 말했다.

"안녕, 몇 살이야?"

"6살이요."

다연이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리고 더 옆으로 붙는다.

“6살이면.. 우리 혜원이랑 친구네.”

남자는 자신의 딸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혜원아, 네 친구야.”

혜원이라는 아이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말했다.

"나도 6살이야!"

"으응..."

다연이도 용기내서 대답해 줬지만 아직은 조금 힘든 모양이다.

나를 붙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온다. 그리고 내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가 말했다.

“아빠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 우리 혜원이는 아빠한테 안 그러는데.”

"아니야! 나도 아빠 좋아!"

옆에서 혜원이가 자기 아빠를 안으면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다연이가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남자를 봤다.

“아빠 아니에요.”

“응?”

“아빠 아니고 오빠예요.”

“아...”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다연이 대신 내가 말해주려 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구나.. 죄송합니다. 아버님인 줄 알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다연이와 나이 차이도 꽤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도 꽤 어려 보인다. 나보다 많아 보이긴 했지만 6살 딸이 있는 것에 비해 젊다. 결혼을 일찍한 모양이다.

그 때 다연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혜원이라는 아이가 말했다.

“너는 어느 어린이집 다녀?”

혜원이는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어린이집?”

다연이는 혜원이의 물음에 나를 본다.

“다연이는 아직 아무데도 안 다녀. 이제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어.”

"그렇구나!"

빠르게 납득하는 혜원이의 모습이 활기차다.

“내 이름은 김혜원이야. 네 이름은 뭐야?”

“나는 이다연. 오빠 동생 이다연.”

오빠 동생이라니.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

“김혜원 환자분 들어오세요.”

“네.”

그 때 혜원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혜원아, 가자.”

“응!”

남자는 다시 나를 보고 말했다.

“잠깐이지만 재밌었습니다. 다연이도 안녕.”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활기찬 부녀가 떠나자 다연이는 다시 조용해졌다.

“오빠...”

그러다 다연이가 작게 말했다.

“왜?”

“나도 어린이집 가?”

혜원이와 했던 대화 때문에 알았던 모양이다.

“응, 왜? 가기 싫어?”

“아니.. 그런데 거기 가면 친구들 만날 수 있는 거야?”

“만날 수 있어. 친구도 만나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아....”

친구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지금의 나처럼 혼자 지내는 것이 좋지 않다면.

“그러면 오빠랑은 헤어지는 거야..?”

다연이의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다.

“아니야, 내가 다시 데리러 갈 거야. 그래서 다연이랑 같이 올 거야.”

“그러엄.. 거기서 놀다 오면 다시 오빠랑 살 수 있어?”

“당연하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랐는데.

그래도 차근차근 해 나간다면 보통의 아이들처럼 바뀔 수 있을 거다.

나는 절대 다연이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어리광도 부릴 수 있는 보통의 아이들처럼.

“계속 다연이 옆에 있을 거야.”

“응.”

그 때, 다연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다연 환자분, 들어오세요.”

“네!”

다연이가 나대신 대답했다.

“들어가자.”

“응.”

자신 있는 다연이의 발걸음을 따라서 나도 같이 들어간다.

턱.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은 잘 들리지 않았다.

진료실은 조용했다. 방 한 가운데에 앉아있는 의사만 보인다.

진료실의 묘한 풍경에 다연이는 자신 있게 들어온 처음의 발걸음과는 달리 조금 주춤거렸다.

“어....”

다연이는 병원이 처음일 것이다. 그래서 병원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병원은 조금 무서운 곳이다. 주사를 맞게 된다면 더 하겠지.

“앉아볼래요?”

의사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

다연이의 첫 병원은 생각보다 무난하게 끝났다.

“의사 선생님이 사탕 줬어.”

“그래.”

다연이는 병원에서 받은 사탕을 들고선 말했다.

진료 결과는 당연하겠지만 그냥 감기.

‘오빠분이 동생 생각을 많이 하시나 보네요.’

의사가 한 말이었다.

주사도 없이 약만 먹으면 금방 나을 거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주사를 맞는 다연이의 얼굴을 보는 건 힘들었을 테니까.

“으....”

다연이가 열심히 사탕을 뜯고 있다. 하지만 뜯어지진 않았다.

“내가 해 줄게.”

“응.”

찌익.

간단하게 사탕을 뜯고서 다연이에게 건넨다.

“우와.... 나도 오빠처럼 힘 세지고 싶어.”

“그럼 밥 많이 먹어야 돼.”

“응!”

어제 다연이가 저녁 먹는 모습을 보니 많이 먹여야 될 것 같다.

평소에 먹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다연이는 밥을 많이 먹지 못했다.

물론 너무 많이 먹는 것도 문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다연이는 지금보다 더 먹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그 방면에는 자신이 있으니 다연이에게 천천히 맛있는 음식을 해줘야겠다.

우리는 병원 건물을 나선다.

투두둑.

여전히 내리는 비. 이제는 익숙하다.

“다연아, 우산 가져왔지?”

“응, 가져왔어.”

다연이가 노란색 우산을 번쩍 들어 보이며 말했다.

“잘했어.”

그렇게 입구로 나선다.

그런데.

“안녕!”

입구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친해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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