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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에 달이 뜬다-235화 (234/250)

235화

이도하가 신은호의 앞에 놓인 초콜릿 봉지를 뜯었다.

<가만 보니 아이라가 구린 구석이 참 많던데. 안에서 한번 뜯어 볼까 싶어서. 아님 형사를 해 볼까.>

콩 같이 생긴 조그만 초콜릿을 제 입에 던져 넣고, 이도하는 신은호에게도 하나를 던졌다. 붕 날아간 초콜릿이 신은호의 이마를 탁 때리고 떨어졌다. 음. 이도하가 얌전히 봉지를 손안에 갈무리했다.

<내 일도 아니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니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고….>

딱히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 본 적도, 궁금해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일들. 당장 눈앞에 닥친 것들에 바빠 지나간 일이라고 묻어 두려고 했던 그런 일들이 이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잠재되어 있다.

<대비해 놔야 할 것들도 있고. 변하지 않는 건 바꾸고, 변하면 안 되는 건 놔두고 할 수 있게요.>

선택이 바뀌었고, 그로 인해 다르게 흘러갔을 뿐 세상이 다른 세상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도하는 결국 다시 계약자가 될 터였다.

<바꿀 수 있는 건 바꾸고, 바꾸지 못하는 건 받아들이고.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우르슬라가 중얼거렸다.

<네게 빌면 되나?>

<진짜 알 수가 없네.>

어이가 없어 대꾸한 이도하가 이내 말했다.

<미리 아는 이점이라는 게 괜찮네요.>

<익숙해지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

무감하게 말한 우르슬라가 일어섰다. 볼 것도 다 봤고 할 말도 다 했다는 모양새였다. 이도하는 그녀를 따라나서려다, 그냥 이대로 여기서 도약으로 집에 가는 게 더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잘 가라고 인사라도 해야 하나.

<우르슬라.>

문으로 향하는 그녀를 향해 이도하가 말했다.

<…괜찮습니까?>

우르슬라가 돌아섰다.

<네가 울고불고 빌어서 한 건 아니야.>

<아, 좀….>

그녀가 픽 웃었다.

<압니다.>

어차피 그건 이도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한 선택 모두가 그랬다.

<하지만 그자가 무려 천 년을 준비했던 판을 걷어차 버린 걸 보니까 기분이 좋네.>

조금 가벼운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뭔가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이윽고 쯧, 하고 못마땅하게 혀를 차고 만다.

이도하가 헛웃음을 지었다. 투시 같은 걸 하지 않아도 그냥 그녀가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도 이도하도, 서로를 보며 그런 말캉한 단어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졌다.

<그냥, 동화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기분이라고.>

결국 우르슬라가 담백하게 말했다.

<나쁘지 않아.>

이도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거면 된 것 같다.

<사실 그 애 말이 맞지. 천 년 전이잖아. 어쩌면 그 애는 어딘가에서 다시 살고 있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붙잡고 있었던 거야.>

우르슬라가 신은호를 보며 눈을 접었다. 엄청나게 유명하고 이름도 아는 이 외국인이 갑자기 제게 웃어 보이자 신은호는 또 당황했다. 왜 저래. 그런 눈으로 이도하를 보다가, 다시 슬금슬금 우르슬라의 눈치를 본다.

<혹시 알아? 또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고개를 돌린 우르슬라가 방을 나갔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마자 신은호가 이도하를 홱 돌아보았다.

“뭐라는 거야? 요?”

“…모르겠다 나도.”

소파에 등을 기대며, 이도하가 대충 대꾸했다. 모르겠다 진짜. 설마하니 우르슬라가 신은호의 일을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시간에 관한 일이라면 그녀만 한 이가 없었다. 수없이 되풀이한 시간 속에서 그녀가 어떤 것들을 보았을지는 그녀만이 아는 일이었다.

이도하가 다시 신은호를 보았다. 남자. 아이. 어린애. 특기자. 그런 것들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도대체 신은호의 뭘 보고….

“아.”

“왜, 아 진짜 뭔데? 요?”

“…진짜 될 수도?”

‘도둑질’이라는 신은호의 특기를 이용했던 계약 양도. 소환까지는 어떻게 해도 계약까지는 도저히 성공시키지 못하고 했던가. 기원을 조작하고, 인연을 조작해도 만약 그게 계약주와 계약자 사이에 존재한다는 어떤 파장까지는 조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만약, 정말 만약에 그 파장까지도 맞는 이에게 계약을 양도한다고 하면….

계약자나 계약주, 둘 중 하나가 죽어 다시는 계약자도, 계약주도 되지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진행했던 실험.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뉴스에 나와 지껄이던 이태학이 생각난다.

그 노인네야 계약주나 계약자의 슬픔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안중에도 없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있던 것에 불과했지만…. 위선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정말로 그들을 위한 양도를 성공시킬 수 있다면.

예컨대, 혹시나 환생이라는 게 정말 있다는 가정하에.

“…진짜 아이라에 취직해 봐?”

별생각 없이 불쑥 떠오른 말을 내뱉은 것뿐이었는데. 정말 괜찮을지도. 슬쩍 웃으며, 이도하는 습관처럼 눈 밑을 매만졌다.

[자네는 계약자가 되어서는 안 됐어.]

2년이라면, 이번에는 그 말을 뒤집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온전하게, 시오한에게 가기에는.

***

[38273] <이도하 출근길 직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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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이었다… ㅎ

댓글(1736)

└ 시발 짧고 굵넼ㅋㅋㅋㅋㅋ 죽었니?ㅋㅋㅋㅋㅋㅋ

└ 너… 너 저걸 생눈으로 봤니… 네 눈으로… 너 눈 좀 잘 뽑히는 편이니…?

└ 이 새끼 뭐야 존나 무서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공손하게 빌려달라고 하면 줄지도 모르잖아 너 왜 그래

└ 얜 또 차분하게 돌았네 여긴 다 도라이들 밖에 없는거야?

└ 너네 왜 이모형 잘생긴 거 얘기는 안 해? 진짜 존나 잘생겼잖아…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존나 질척거리고 싶다… 이모형 인생의 유일한 오점이 되고 싶다… 경멸해줬으면 좋겠다…

└ 선생님 여기요!!! 여기 변태 있어요!!!!

└ 그 와중에 공손ㅋㅋㅋㅋㅋㅋㅋㅋㅋ

[39312] 나한텐 꿈이 있어… 죽기 전에 이모형이 소환진 위에 서 있는 걸 보는 꿈…. 진짜 존나 멋있을 것 같지 않니…?

그래서 그림으로 그려봄.

<그림>

└ 여기 뭐야 니들 뭔데 재능을 다 이런 데다 쏟고 있어?

└ 화난거 개웃기넼ㅋㅋㅋㅋ

└ 근데 존나 멋있긴 하다. 분위기 봐라 와 씨 침나와 하씁 시발 역시 잘생김이 나라를 구한다 개오지고지리고렛잇고 크으으으

└ 야 너 군만두 좋아하니? 여기 군만두 맛있어 이거 먹으면서 좀 더 그려볼래?

└ 미쳤냐곸ㅋㅋㅋㅋㅋ

└ 이모형이 계약자 되면 나라를 구하긴 하겠지

└ 뭐래 아직도 이런 뻘소리를 하는 새끼가 있냐

└ 와 진짜 있넼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그럴 일 없긴 한데 맞는 소리 아님?

└ 누가 인소더블 계약자로 빨대 꽂을 망상을 하거든 고개를 들어 독일을 보라 했느니. 정신차려라 븅신아.

└ 아니시발존나근엄하게 패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 독일 꼬라지 좀 봐랔ㅋㅋㅋ 미친 놈들이 마력에 눈이 멀어가지고 여자 하나 골수까지 빼먹으려다가 지 발등 지가 찍어서 그지 꼴 난 거 보면 아직 세상에 정의란 게 있다고 믿게 됌 레알로.

└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라 애초에 인소더블은 계약자가 돼도 가성비가 시망이라 마력 매개도 제대로 안 되고, 나라 하나가 개인이 뽑아내는 에너지에 의존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독일이 그 개뻘짓을 하다가 나라 망할뻔한 꼴을 만천하에 보여줬는데 아직도 이런 븅신이 있다는게 애재다.

└ 누가 빨대 꽂자고 했음? 그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그 정도 특기자가 계약자가 되면 유통되는 마력이 개많아지는건 팩트잔슴

└ 시발 주여

└ 하여간 이런 새끼들이 계약자 양성 같은 좆같은 망상을 하지 존나 이태학 새싹이네

└ 도랏나 말 존나 심하네

└ 얘네 뭔데 웃기냨ㅋㅋㅋㅋㅋㅋ

└ 아니 얘들아;;;; 난 그냥 멋있는 이모형이 보고 싶다는 것 뿐이었어 왜 내 글에서 싸워…ㅠㅠ

└ 계약자들 소환진이 존나 간지나긴 하지.

└ 위로 존나 성의없엌ㅋㅋㅋㅋㅋㅋㅋ온점이 절정ㅋㅋㅋㅋㅋ

[41928] <다 필요없고 새끼들아 내가 뭘 건져왔는지 봐락 시발 이번 생에 할 일은 다했다 난 잘들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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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86)

└ 아니 흰 가운이 주는 분위기란 건 원래 알았는데 핏이 원래 저래…? 아이라 가운만 핏 다른 거야…?

└ 아니 가지맠ㅋㅋㅋㅋㅋㅋ

└ 시발 이모형 왜 화보도 하나 안 찍어줌 왜 티비 안나와줌 솔직히 이 정도면 반은 연예인이라고 봐도 좋잖아 왜야 왜냐고 도대체 왜 때문인에 왜

└ 그라데이션 분놐ㅋㅋㅋㅋ

└ 레알 이모형 왜 영화 안찍어조…? 나와서 숨쉬기만 해도 존잼일텐데 아니 이모형이 할 수 있는 일 101가지만 늘어놔도 존잼일텐데 왜 안찍어조? 시발 돈 낸다잖아 텤마머니!!!!

└ 아니 너 근데 도대체 어디서 찍은거야, 너 원숭이야?

└ 도랏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멀리서 특기 써서 찍은 것 같은데 너 이 새끼 잘했어.

└ 이모형 이러다간 화장실 가는 것도 찍히겠네 투시 할 줄 아는 사람 있으면 좀 나와봐

└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얔ㅋㅋㅋㅋㅋ

└ 이모형 참부처다 커피 하나 마시는 것도 다 찍히고 있다니 이모형 클라스면 다 알 것 같은데 분명 모르는척 해주고 있는 거 아님?

“부처?”

김윤혜가 코웃음을 쳤다. 종이컵을 입에 문 김윤혜가 빠르게 핸드폰 위로 손을 놀렸다.

[43221] <이도하 성질머리>

어제 아이라 무너질뻔한 썰 푼다. 어제 한 3시쯤에 아이라 주변에 있었던 사람 있음? 쾅, 하는 폭발음 같은 거 분명 들었을 거임. 왜 뉴스에도 났잖아. 의문의 폭발음, 하고. 근데 또 피해자도 없고 아이라도 멀쩡하고. 또 아이라잖아? 안에서 무슨 실험 같은 거 하다가 소리만 존나 크게 났던거라고 아이라에서 구구절절문 냈지 또.

근데 그거 아님. 진실은 어제 있었던 아이라 한국 지부 총회에 들어간 이도하가 개빡쳐가지고 아이라 지붕하고 엘리베이터 다 날려버린 것. 왜 지붕하고 엘리베이터냐고? 총회에 참석할 만한 연구원들 및 임원진 전부 나이 많음. 그리고 어제 눈 존나 왔음. 눈 맞고 추위에 떨며 18층 걸어서 내려가라는 참된 성질머리 ㅇㅇㅇ

근데 그렇게 다 개발살내 놓고 피해자는 한 명도 없는 데다가 또 오늘 아침에 감쪽같이 복구 시켜놔서 암말도 못함.

댓글(37156)

└ 노인증 ㅅㄱ ㅇㅇㅇㅇ

└ 아냐 이 새끼 인증 때림 아이라 건물 안에서 사원증이랑 해가지고

└ 정성 뭔뎈ㅋㅋㅋㅋㅋㅋㅋ그나저나 역시 이모형은 화끈하기도 하지

└ 이 새끼 존나 팔불출같앜ㅋㅋㅋㅋㅋㅋ그래도 역시 인소더블 성질머리는 남다르다 시발 다 부시고 다 붙여놓는 거 봐 개얄미웤ㅋㅋㅋㅋㅋ개멋있엌ㅋㅋㅋㅋㅋ

└ 역시 오진 이도핰ㅋㅋㅋㅋㅋ

└ 이모형 아이라 간부들 다 홧병으로 뒤지게 하려고 아이라 들어갔다는 게 학계의 정설.

└ 아니 근데 농담이 아니라 이거 맞지 사실ㅋㅋㅋㅋㅋㅋ이모형 아이라 들어가서 거의 다 뒤집어놨다 아님?ㅋㅋㅋㅋ이태학만 해돜ㅋㅋ

└ 아 이모형의 멋짐을 얘기하는데 그런 아동학대범 쓰레기 언급 금지요 웩

└ 아 ㅈㅅㅈㅅ

└ 빠른 사과 개웃기넼ㅋㅋㅋㅋ

└ 뭐 이모형 들어간 뒤로 아이라 이미지도 좀 변한건 사실이니까 맞는듯ㅋㅋㅋㅋ

└ 그러고보니 걘 어찌됐는교?

└ 아이고 할미;;; 세상 소식 좀 듣고 사세요 은호 이모형이랑 맨날 티격태격하면서 등 따숩고 배부르게 잘 배우고 있어요!

└ 말투 진짜 뒷짐진 할머니같다곸ㅋㅋㅋ왜 구수한뎈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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