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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24화 (224/227)

224화

이른바 철포삼이라 불리는 기술이다. 강민도 할 줄 알지만, 실전에서 저걸 사용하다니. 노인 정도의 수준이면 총알이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강민의 주먹은 이미 대물 저격용 총만큼이나 강력하지만!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강민은 호쾌하게 웃으며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훙!

훙훙!

팟!

타닥!

주먹과 발이 교환됐다.

칼날이 교환되듯이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둘 사이의 차이는 명백했다. 강민이 훨씬 여유로웠고 노인은 힘들게 강민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싸움이 끝날 때가 왔다.

강민은 노인의 주먹을 주먹으로 받아쳤다.

퍽!

“크아악!”

노인의 주먹이 박살났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강민은 그걸 놓치지 않고 품으로 파고 들어가며 그의 안면에 박치기를 했다.

퍽!

“크억!”

노인은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으, 으으으…….”

그는 뭉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며 벌벌 떨었다. 강민은 전혀 자비를 보이지 않는 태도로 그를 바라보며 칭찬했다.

“휴, 늙은 주제에 제법 세긴 했어. 그래 봤자 지만.”

“이,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노인은 뭉개진 얼굴로 이를 갈며 외쳤다.

강민은 피식 웃었다.

“앙? 나는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는데?”

“삼합회의 구성원은 천만! 전 세계에 퍼져 있다! 결코, 그들은 제거되지 않는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 하지만 대가리가 작살났으니 한동안은 조용하겠지. 그러고 나에 대한 정보를 제거했으니 찾지 못할 거 아냐? 그거면 충분하지.”

“웃기는 소리! 네가 협력을 구한 미국에도, 또한 지금은 네 편인 시진핑 측에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스며들어 있다!”

저주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강민도 그 말을 듣고는 찌푸린 얼굴이 됐다.

“아, 그건 귀찮을 수 있겠군.”

“너는 결코 편안한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노인은 흐흐흐 하고 웃었다.

“하하하, 하지만 전혀 두렵진 않은걸.”

그러나 강민은 단 한 번 어깨를 으쓱였을 뿐이다.

그리고 노인을 향해 음산하게 외쳤다.

“삼합회의 숫자가 천만이라고 했지? 얼마든지 덤비도록 해. 천 명이 오면 천 명을, 만 명이 오면 만 명을, 십만 명이 오면 십만 명을 모조리 쳐 죽여주마.”

노인은 그 외침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이없는 소리였지만 장갑맨이라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바로 장갑맨이다.”

말을 끝낸 강민은 노인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알겠느냐. 늙은 악당아!”

퍼억!

“키엑!”

강민의 발에 얻어맞은 노인은 그대로 절명해 쓰러졌다. 이로서 중화를 꿈꾸던 삼합회의 거인은 무너지고 말았다.

***

강민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는 빠져나오는 길목 곳곳에서 피 흘리고 죽어있는 자들을 보았다. 모두 삼합회의 회원들이다. 그들은 이렇다 할 싸움의 흔적도 없이 죽었는데, 이는 그들이 어마어마한 실력자에게 공격당해 반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강민은 지금 그 살인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도 했다.

에이리와 세나.

그 두 사람이었다.

강민이 오는 것을 보고 둘은 반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끝났어?”

“응. 다 죽였어.”

“수고했어. 뒤처리는 확실한 거지?”

“후후,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어?”

범죄자 같은 대화를 하며 강민이 뻐겼다.

재철 일당은 뒤에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쟤들은 전생에 사이코패스였을 거라며 수군거렸다.

세나도 이제 정말 모든 것이 정리됐다 싶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한땐 조마조마했는데 어떻게든 다 정리했네.”

“그게 다 내가 잘난 덕분이지.”

강민이 뻐겼다.

“정말 잘났다면 이런 일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생각하지 않아?”

“그래. 그리고 미국 아니었으면 훨씬 더 시간 걸렸을 거 아냐. 전자기펄스 공격 같은 게 가능할 리가 없었으니까.”

세나와 에이리는 강민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강민은 잠시 할 말이 없었던 듯 쩔쩔매는 모습이었지만 곧 위세를 회복하고는 강하게 자신을 변호했다.

“이건 불가항력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날 탓하면 안 돼!”

사실 강민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이번 사건은 이얼산쓰라고 하는 중국 놈들 처리하다가 삼합회와 엮이게 되어 생긴 일인데, 그 과정에서 재철 일당의 신분이 잠시 노출된 건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혜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아, 그렇다 쳐. 그렇다고.”

에이리는 건성으로 강민의 주장을 받아넘겼다. 세나도 그런 변명에는 별 관심 없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큰 신세를 졌으니 또 미국이 부탁하면 들어줘야겠네.”

“그건 별수 없지.”

강민은 화제가 바뀐 데 투덜댔지만 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사건의 가장 마지막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리고 적들과 싸우면서 만에 하나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가기라도 했다면 이제까지 한 모든 고생이 다 소용없어질 뻔했다.

그걸 막기 위해 미국에 부탁해서 빌려온 것이 바로 전자기펄스 폭탄!

다르프에서 만든 거로 아직 실험단계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기밀 중에서도 기밀인 무기를 억지로 빌려와 사용한 것인 만큼 대단한 신세를 진 것이다.

나중에 탈레반쯤 되는 테러 조직을 하나 더 해결해 달라고 부탁해 와도 지난번의 반값에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여야 할 판!

에이리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며 농담 삼아 말했다.

“시진핑에게 대만과 평화조약을 맺도록 해 보라 하는 거 아냐?”

“그건 절대로 무리지.”

세나가 고개를 저었다.

강민도 그 점은 동감이었다. 시진핑에게 강민이 엄청난 은혜를 입히긴 했지만, 중국은 시진핑의 것이 아니다.

대만합병은 중국의 국시인 만큼 개인의 의지로 어떻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민은 나중에 동북공정이나 좀 어떻게 이야기해서 중단시켜 볼까 생각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고 보면 시진핑에게도 연락해 봐야겠군.”

“그래.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파악도 해야 하고.”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폰을 들었다.

강민은 폰은 전자기펄스 폭탄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것도 미국에서 빌린 것이다.

곧장 연결됐다.

“장갑맨인가.”

“네. 주석께선 지금 어떠신지?”

시진핑은 활기찬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은 주석이 아니지. 그리고 전황은 나쁘지 않네. 계획했던 대로 여러 시설을 장악했고, 시라이의 지지 세력 중 중추를 구성하고 있는 유력 인사들의 체포를 끝냈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자네에게 받은 정보를 통해 삼합회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자들은 사살했지.”

“빠르군요.”

강민은 감탄했다.

숙청이 시작된 지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한데 시진핑의 말을 들어보자면 그는 이미 중국 전역을 다 청소해 버린 것만 같았다.

“이건 속도가 생명이니까. 덕분에 신생 중국은 삼합회의 영향력에서 많이 자유로울 거야. 중국의 전 인민을 대신해서 자네들에게 감사하도록 하겠네.”

시진핑은 진심으로 강민에게 감사하는 모양이었다.

“하하하, 서로 필요가 있었으니 일방적으로 감사할 일은 아니죠. 앞으로도 열심히 청소해 주십시오. 그게 저로서도 편하게 될 테니까요.”

“명심하지.”

시진핑의 답을 들은 다음 강민은 다소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아, 그리고 앞으로 부탁하면 좀 들어주시고요.”

“일방적으로 감사할 일은 아니라면서?”

시진핑이 말을 바꾸는 강민을 힐난하듯이 말했다. 강민은 헤헤 웃으면서 속물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그렇긴 해도 역시 저도 좀 건지고 싶은 게 있달까.”

“알겠네. 어지간한 건 다 들어주도록 노력하지.”

이런 국면에서 속물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것은 밉다기보다는 솔직함에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하기 마련이다. 시진핑도 피식 웃으며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통화를 끊었다.

강민은 에이리와 세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그러면 돌아가서 쉴까.”

“응.”

“좀 쉬어.”

그리고 셋은 함께 이동했다.

뒤에 멀거니 남겨진 재철 일당은 공기 취급받은 데 투덜거렸다.

“쳇. 우린 뭐 꿔다 놓은 보릿자루냐.”

“끼어들면 악당이 될 분위기긴 하네.”

“뭐 이럴 땐 방해를 안 하는 게 인간의 도리긴 한 거 같다.”

그러고 나서 재철은 하늘을 바라봤다. 달이 떠 있었다. 그 달을 눈에 담고 재철은 울적하게 말했다.

“지젤 보고 싶다.”

“이…….”

“아아…….”

애인 없는 남자는 서러워서 어쩌냐고 탄식을 하듯이 수구와 만수는 억울해했다.

***

전 세계가 들끓어 올랐다.

“시진핑은…….”

일본의 텔레비전에서 긴급속도를 끊임없이 방송했다.

“시진핑은…….”

미국의 텔레비전도 마찬가지.

“시진핑은…….”

러시아도!

“시진핑은…….”

한국도!

전 세계는 지금 중국과 시진핑이라는 말을 마치 주문처럼 끊임없이 반복했고, 충혈된 눈을 중국으로 향하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그들이 예의주시하는 그때, 실은 이미 대부분의 일이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시진핑이 이기고, 시라이가 죽는 것으로!

***

CIA의 본부 건물에서 전화기가 끊임없이 울렸다.

그 소리 때문에 다른 소리가 전부 묻혀버릴 지경이었다. 건물 전체가 그러했다. 심지어 그것은 국장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장은 지금 끝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일일이 대응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까지 연결되는 전화가 상당한 고위층의 전화로 한정되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아, 예. 중국 측 동향은 충분히 조사 중입니다. 대응이요? 물론이죠!”

국장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지만 이미 또 다른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바꿔 받았다.

“예. 의원님, 걱정 마십시오! 그걸 위해 있는 게 CIA 아니겠습니까?”

전화를 끊었다.

또 받았다.

“뭐 다르프에서 문의가? 모른 척해! 그게 니가 할 일이잖아! 청문회? 그런 거 신경쓰고 어떻게 이 일을 해! 끊어!”

끊었다.

받았다.

“장관께서, 아 물론입니다. 다 잘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이요? 물론이죠. 다 해 가고 있습니다. 병력 이동은 필요 없습니다. 괜찮냐고요? 물론입니다. 그에 대한 대비는 벌써 해 놨으니까요.”

잠깐 쉬는 시간.

“아아, 정말 죽겠군.”

국장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내며 투덜거렸다.

따르르!

다시 전화, 국장은 일그러진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예, 그러니까 괜찮…….”

잠시 뒤 국장은 놀라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헉! 대통령 각하!”

오마바의 전화였다. 그는 마치 대통령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굽실대기 시작했다.

“아, 중국이 걱정이신 것은 알겠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그에 대한 대비를 모두 다 해 뒀거든요. 어떤 것이냐면……. 요원을 파견해 뒀지요.”

오마바가 그 설명이 미심쩍은 듯 더 물었다.

“물론 요원이 있는 정도로 그런 큰일이 정리되리라 생각하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만 좀 특별한 요원입니다. 누구냐고요?”

국장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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