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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21화 (221/227)

221화

중국은 넓다.

미국보다 넓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지형이 거기 있다고 할 정도로 거대한 나라다. 중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중국 역시 사막부터 열대 우림까지 다 갖추고 있는 광대한 나라다.

그리고 그런 중국의 남쪽에 있는 어느 깊은 열대 우림에는 인적이 닿지 않는 곳에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 건물 안에 다양한 기기가 채워져 있었고, 중앙의 관리실에 한 중국인이 지루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후아암.”

한숨을 쉬며 그는 늘어져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요한 서버의 관리자로 초청되어 오긴 했으나 정작 와서 보니 할 일이라곤 정말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천장이 열리며 거기서 검은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여!”

“헉!”

떨어져 내린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그를 보자마자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정체는 알아보지 못하는 편이 이상하다.

장갑맨.

전 세계에 그 이름을 떨치고 있는 현대의 영웅이니까! 장갑맨은 경악한 관리자를 잡아 온몸을 결박한 다음 물었다.

“당신이 한스꿔지?”

“그, 그렇소만.”

한스꿔는 더듬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적인 해커라더니 이런 곳에서 시시한 일을 하고 있군.”

“어, 어떻게?”

한스꿔는 자신을 알아보는 장갑맨에게 더듬거리며 물었다.

한스꿔는 과거 미국 펜타곤을 해킹한 적이 있는 해커다. 그 엄청난 능력을 높이 산 삼합회가 그를 고용해서 자신들의 서버를 지키게 하고 있었다.

최고의 창이 곧 방패라는 것이 보안 세계의 격언이니까.

강민은 대답 대신 협박을 돌렸다.

“일단 죽고 싶지 않으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하지.”

“다, 당신이야말로 이곳이 삼합회의 시설이란 걸…….”

한스꿔를 허세를 부리려 했지만 돌아온 것은 조롱이었다.

“쯧쯧쯧.”

그리고 장갑맨은 한스꿔의 손을 잡아 힘을 주기 시작했다.

“나는 장갑맨이다.”

“헉……!”

손이 부서질 듯하면서 일어나는 고통에 한스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한스꿔는 지금 당장 느껴지는 고통보다도 거대한 두려움에 그만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강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후후, 역시 나에 대해 다소 아는 게 있는 모양이군.”

“주, 죽이시오! 나는 아무것도 말할 게 없소!”

장갑맨이 적에게 얼마나 잔혹하게 행동하는지 아는 한스꿔는 이미 살 희망을 버린 모양이었다.

“하하하, 나를 알긴 아는 모양이군. 잔뜩 쫀 걸 보니.”

그러나 강민은 그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너는 더욱 입을 가볍게 해야 할 거다. 이번에는 꽤 골치 아픈 정보가 걸린 만큼 나도 잔인하게 나갈 생각이거든.”

한스꿔의 표정이 두려움에 일그러졌다.

대체 장갑맨은 무엇을 할 생각인 걸까?

“그리고 너 같은 놈은 아파 뒈질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려. 그런 놈들에게는 즉효라 할 만한 게 있지.”

이어서 장갑맨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스마트폰이었다. 그는 그것을 잠시 조직하더니 한스꿔 앞에 들이밀었다. 화면에 동영상이 흘렀다.

“얘, 얘야…….”

노인이 울고 있었다.

“오빠!”

소녀가 울고 있었다.

“형!”

소년이 울고 있었다.

“헉!”

그들을 보는 순간 한스꿔는 지금까지 두려움에 질려있던 것보다 배는 더 절망한 표정이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희 가족들이다.”

장갑맨의 말대로, 지금 화면에 나타난 자들은 모두 한스꿔의 가족들이었다. 한스꿔는 원독에 가득 찬 얼굴로 이를 갈면서 말했다.

“자, 장갑맨 당신이……!”

“어쩔 수 없잖아. 나를 원망하지 말라고. 이번엔 나도 중요한 정보가 걸려 있으니까 네 입을 열 필요가 있단 말이야.”

강민은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으, 으흐흑. 나쁜 놈…….”

아무런 대항할 힘도 없는 한스꿔는 울면서 강민을 욕했다.

“개새끼가 개새끼를 욕하네? 뭐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강민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협박의 수단으로 저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여러 차례 망친 자들이 자기 가족에 대해서만 끔찍하게 대하는 꼴도 강민은 매우 짜증스럽게 생각해 왔다.

“으흐흑…….”

“협력하겠지? 아니면 저들은 사지가 하나하나 뜯어지며 죽게 된다.”

울고 있는 한스꿔에게 강민은 음산하게 협박했다.

“으으으…….”

한스꿔는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좋아……. 협력하겠다.”

강민은 마스크 안쪽에서 싱긋 웃었다.

*

강민이 이곳을 찾은 것은 미국 덕분이다.

미국!

전 세계 해커들이 가장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덤벼드는 바로 그 상대!

때문에 미국 정부와 국방부의 보안은 철벽이다. 해킹을 당해도 해킹한 놈을 찾아내 처리하는 기술 역시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발달해 있다.

그 힘을 사용해서 사천성의 이 서버를 찾아낸 것이다.

한스꿔를 협박해 돕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 강민은 그에게 자신의 목적을 밝히고 이곳의 정보를 요구했다.

한스꿔는 순순히 정보를 모두 밝혔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강민은 물었다.

“여기에 있는 정보만 모두 지우는 되는 건가?”

“아니야. 백업이 있어.”

강민이 생각해도 이런 정보는 백업이 있는 게 당연했다.

“백업은 어디지?”

“백업이 있는 서버의 위치는 사천성 쪽에 있는 거로 알고 있어.”

“사천성이라. 정확한 위치는?”

한스꿔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버간의 연결 관계를 조사했다.

“기다려봐.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화면에 위치가 떠올랐다.

“여기야.”

“흠, 좋아.”

강민은 그 위치를 확인한 다음 기록하고 세나에게 전화를 했다.

“아, 세나.”

“어떻게 됐어?”

전화 너머로 세나가 초조하게 물었다.

“잘되고 있어. 일단 백업 서버의 위치를 알아냈어.”

“부수러 가면 되겠네?”

세나가 반갑게 물었다.

“그렇지. 위치는 곧 문자로 보낼게.”

“응!”

강민은 전화를 끊고 한스꿔에게 물었다.

“백업은 그게 다야?”

“그래. 백업은 그게 전부야.”

워낙 비밀스러운 정보망인 데다 사용자도 적어서 백업을 여럿이나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의외로 시시하군.”

“이런 황당한 경우를 생각하고 만든 시설이 아니니까.”

한스꿔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하긴 뭐……. 주변에 무장 병력을 많이도 깔아놨더라.”

강민도 그건 그렇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서버 주변에는 무장 병력이 백 명도 넘게 깔려 있었다. 백업을 위해서랍시고 이런 서버를 많이 마련하면 경비에 투입되는 인원 때문에 도리어 기밀이 깨질 판이다.

한스꿔는 이어서 물었다.

“그, 그럼 된 거지?”

“아니. 저걸 조사해서 알아낸 조사원 놈이 있을 거잖아. 그놈들을 알아내.”

물론 강민은 아직 한스꿔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으으…….”

“후후 토사구팽을 걱정해? 괜찮아. 입만 다물고 산다면 나는 너를 해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너는 네 가족이 이미 내 손에 잡혀서 배신의 걱정이 없지.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돼.”

울려고 하는 한스꿔를 달래듯이 강민이 말했다.

장갑맨이 잔인하긴 해도 이유 없이 살인하는 쾌락 살인마는 아니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한스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어서 강민의 지시에 따라 조사를 개시했고, 곧 조사원의 족적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여, 여기 있어.”

“흠……. 주소와 연락처는?”

“여기 같이.”

한스꿔가 출력한 화면의 한 곳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기재되어 있었다.

“좋아. 전부 다 내가 지정한 메일로 보내줘. 기록에 남지 않도록 하고.”

“그, 그러지.”

한스꿔 정도 되는 해커에게라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메일을 보낸 다음 강민은 에이리에게 전화를 했다.

“에이리?”

“아, 방금 세나가 전화 받고 떠나던데 이번엔 나군.”

에이리가 반갑게 강민의 전화를 받았다.

“장갑맨의 정보를 탐색해 보고서를 만들었던 녀석들을 정리했어. 정보를 보낼 테니까 최대한 빨리 처리해줘.”

“그러지.”

에이리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의 부탁은 조사를 한 자들을 모조리 몰살시키란 말이었지만 사실 에이리도 어마어마한 살육의 경험이 있는 살인 머신이나 마찬가지라서 별반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끊자마자 작업을 위해 떠났다. 에이리와의 통화가 끝난 강민은 한스꿔에게 물었다.

“그러면 이제 없지?”

“어, 없어.”

“좋아. 그러면 보고가 들어오는 즉시 너와 나는 이 시설을 파괴하고 이곳을 떠날 거야.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도록 해. 네 가족 전부가 내게 잡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하고.”

당장 부수지 않는 것은 한꺼번에 이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쪽이 살아남아 정보가 남아있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민은 사천의 백업과 조사원이 죽는 시간에 맞춰서 이곳을 박살낼 생각이었다.

“으으…….”

사상 최악의 날이 될 거라 생각하며 한스꿔는 신음을 흘렸다.

***

사천.

또 다른 열대 우림.

아주 깊은 숲이라 사람이 이곳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더구나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까지 있어서 더욱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실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백 명에 달했고, 모두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런 삼엄한 경계 속에 그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그들도 모르는 어떤 건물이었다.

나무 사이를 오가며 경비를 계속하던 남자가 중얼거렸다.

“지루하군.”

“그러게 말이야.”

같이 경계를 하던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지키는 게 대체 뭘까?”

“글쎄……. 짐작도 가지 않아. 윙윙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그들이 이 일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정확히 일의 내용을 듣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도착해서 임무를 시작하고 보니 도대체 뭘 걱정해서 경비를 서고 있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마약이나 무기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 전혀 돈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더라고.”

“쳇, 뭐든지 잘 됐지 뭐야. 그런 물건일수록 우리가 위험할 가능성은 줄어든다는 거 아냐?”

“그렇긴 하지.”

“그러면 기뻐해야지. 안전한 고수익이란 말이잖아.”

“하긴 그 말이 맞아.”

그들이 떠들고 있는 그때였다.

콰아아앙!

대기를 뒤흔드는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이 잠시 환해졌다. 당연히 경비를 서던 모든 인원은 상상도 못한 폭발에 크게 경악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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