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전당대회는 4시간 정도 걸려서 끝났다.
마지막에는 시진핑이 모든 권력을 인정받고 공산당을 통합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것으로 시진핑은 명실상부한 중국의 최고 권력자다.
행사가 끝난 다음 단상을 내려온 그는 곧장 자신의 전용실에 갔다.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그럼 가시죠.”
“그래.”
그는 6명의 전속 경호원과 함께 뒤쪽 출구로 이어지는 통도를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통로가 크게 흔들리며 폭발음이 났다.
쾅!
경호원들은 흠칫 놀라며 품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곧 멀리서 사람들의 고함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러다!”
“테러!”
“테러?”
경호원들이 놀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테러라니!
이 주변은 정말 개미새끼 하나 통과하지 못하겠다 싶을 만큼 철저히 경비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당대회장 밖도 아니고 안에서 테러가 일어나다니?
설마 당원 중에 테러리스트와 내통한 자가 있단 말인가?
‘시작됐구나!’
물론 시진핑은 오늘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로서는 이게 진짜 시험이 될 것이다. 그는 모르는 척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이 됐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주석, 어서 피신하시죠!”
경호원들은 침착하게 시진핑의 안전을 지키려고 했다.
“알겠네. 어서 가지.”
“이쪽입니다.”
경호원 중 하나가 선두를 맡고 길을 열었다. 아직 그들이 있는 곳까지는 소란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길은 쉽게 뚫렸다.
문을 열고 대회장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쾅!
나서자마자 또 폭발 소리가 들렸다. 주차장 쪽이었다.
“차가 있는 쪽에서도 큰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누가 공격하고 있는 건가?”
시진핑은 이를 갈며 물었다.
경호원은 휴대폰으로 이곳저곳 연락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습니다.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인 것 같습니다.”
중국에는 분리주의자가 많다.
소수민족이 많고 중국이 그들의 땅을 억지로 흡수해서 중국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티베트가 그렇다.
그래서 현지에서 이런 공격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그러나 여긴 전당대회장인데.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쾅!
또 폭발 소리가 났다.
그들은 일단 생각은 다음에 하고 우선 탈출하기 위해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주차장에 가서 그들이 본 것은 활활 타오르고 있는 전용 차였다.
“이런!”
경호원들은 침착하게 다른 쪽으로 시진핑을 안내했다.
“비상 탈출로가 있습니다. 그쪽으로!”
“어서 가지!”
“네!”
그들이 급히 움직여 도착한 곳은 수풀로 가려진 잠긴 문이었다. 경호원이 서둘러 그 문을 열고 길을 열었다.
길은 일직선으로 쭉 나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방탄 차량이 있습니다.”
서둘러 달리는데 길에 갑자기 누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거기까지 하지.”
매복하고 있던 강민이었다.
“네놈은 뭐냐?”
경비병은 일단 물었다. 하지만 묻자마자 총을 쏘았다. 이런 데서 강민 따위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민은 간단히 피했다.
다른 경호원들도 총을 쏘았다.
탕! 타다당!
주변은 곧 총소리로 가득 찼다. 족히 백 발은 쏘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민은 총에 맞지 않았다. 그는 총알이 스치지도 않은 모습으로 그들에게 코웃음을 쳤다.
“흥!”
“아니!”
경호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몸이 원숭이처럼 날쌔다는 건 알겠지만 이렇게 좁은 길에서 그 공격을 전부 피하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러나 강민은 그들이 놀랄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신속하게 달려 경호원들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접근하더니 경호원들의 배를 쳤다.
퍽!
“크아악!”
퍽!
“아악!”
퍽!
“악!”
주먹에 한 번 얻어맞을 때마다 경호원들은 볼품없이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 경호원들은 전부 얻어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얼마나 세게 얻어맞은 것인지 그들 가운데 정신을 차린 자가 없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시진핑.
“으, 으으으…….”
“당신에게는 큰 원한이 있지.”
강민은 지어낸 말을 하며 시진핑에게 다가갔다.
“너, 중국인이 아니구나.”
“알아보는군.”
“중국인은 그런 어설픈 중국말을 쓰지 않는다.”
시진핑은 국가주석의 위엄을 살리듯이 엄숙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강민은 그의 허세를 비웃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렇겠지. 하지만 그런 걸 알아봤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당신이 여기서 죽을 거란 점은 변하지 않는데.”
“네가 감히…….”
시진핑은 이를 부득 갈았다.
“흥! 권력자라고 해도 어차피 인간! 지금 널 죽이는 것 따윈 간단하다!”
코웃음을 친 강민은 시진핑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아악!”
시진핑은 비명과 함께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누가 봐도 시진핑은 죽은 것으로 보였다.
***
갑자기 방송이 끊어지고 긴급방송이 TV에서 흘러나왔다. 다급한 얼굴의 아나운서가 외치듯이 기사를 읽었다.
“긴급속보입니다. 올해 전당대회에서 중국의 최고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죽었습니다. 전당대회를 노린 중국 내 분리주의자들의 공격에 휘말려 죽은 것으로 판단되며, 중국 공산당 측은 그의 죽음에 대해 격렬히 분노하며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맹세했습니다. 또한, 중국 측은 시진핑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국가주석 자리를 시라이에게 인계받게 하고 긴급대응에 들어갔습니다. 한편 주변 국가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죽음에 애도를 보내고 있으며 중국 측의 향후 대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진핑이 암살당했다!
이것은 세계정세를 뒤흔들만한 뉴스다!
당연히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될지 그 수를 세심하게 살폈다.
***
리샨웅은 기뻐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 강민이 앉아 있었다.
“하하하, 잘했네.”
“준비가 철저했던 덕분입니다.”
강민이 겸손을 떨자 리샨웅은 고개를 크게 저었다.
“아니야. 아무리 준비가 철저해도 그런 상황에서 암살을 성공시키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
“높게 평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하, 자네에겐 그런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지.”
시진핑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호를 받는 입장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그런 경호를 뚫고 강민은 시진핑을 암살했다. 높은 평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
물론 그게 가능했던 것은 삼합회에서 전당대회 쪽을 공격해서 극도의 혼란 상태로 만들어 준 덕분이었다.
강민은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어르신은 언제쯤?”
“기다려 보게. 벌써 연락이 들어갔으니까. 이번에 자네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각하면 어르신도 기쁘게 자네를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강민의 성공은 그를 조직에 끌어들인 자신의 공이기도 하기 때문에 리샨웅은 매우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럴까요?”
“물론이지!”
“어르신을 뵐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잠을 자지 못할 지경입니다.”
강민은 크게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리샨웅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 마음 이해하네. 뭐니 뭐니 해도 삼합회의 최고 어르신이니까.”
“대단한 분이겠지요?”
“구름 위의 신룡이 따로 있겠나. 그분을 말하는 거지.”
“그럴 거 같습니다.”
만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히 그런 것 같았다.
만나게 되면 그 늙은 대가리를 간단히 부숴버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성공을 축하하면서 즐겁게 술과 음식을 즐겼다.
갑자기 폰 소리가 났다. 리샨웅의 폰이었다.
“아, 연락이 왔군.”
그는 화색이 되어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곧 굽실거렸다.
“네……. 알겠습니다.”
일방적으로 ‘네네.’하는 대화가 수 분간 이어졌다. 곧 전화가 끊어졌다. 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강민은 얼른 물었다.
“뭐라고 합니까?”
“시간이 결정됐다. 내일 저녁에 상해루에 오시겠다는군.”
강민은 놀란 표정이 됐다.
“직접 오신다니……!”
삼합회를 지배하는 거인이라면 강민을 불러들여야 할 텐데 직업 움직이겠다니 확실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강민에게는 매우 짜증 나는 일이기도 했다.
‘본부를 추적해야 하는데!’
이 때문이다.
다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본부를 당장 알 수 없다고 해도 그자가 만진 물건을 하나라도 손에 넣으면 그는 죽음 목숨이나 다름없게 되니까.
“하하, 그만큼 네가 한 일이 큰일이라는 것이겠지.”
“높이 평가받고 있다니 그저 쑥스럽고 기쁩니다.”
감정을 숨기고 어쨌든 굽실거렸다.
“자네에겐 그럴 자격이 있네. 아마 이번 일로 금이 되지 않을까 싶군.”
“금이 되다니요?”
듣지 못한 말이라 의아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자네는 모르는군. 삼합회의 회원에게는 등급이 있지.”
“그런 게 있었군요.”
리샨웅은 껄껄 웃었다.
“하하하, 어설픈 조직이 아닌 한, 등급으로 어느 정도 서열을 나누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그것도 그렇습니다.”
삼합회는 회원수가 수백만, 아니 천만을 넘긴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다. 그런 곳이 위계질서 없이 굴러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우리 삼합회는 회원은 금, 은, 동으로 나누지.”
“알기 쉽군요. 그럼 저는 동이었습니까?”
금, 은, 동 가운데 동이 가장 낮을 것이니 해 본 말이다. 한데 의외로 리샨웅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네. 자네는 무계급이었지.”
“동 아래였군요.”
꽤 좋은 끈을 타고 입단했는데도 최하 계급이었다는 데에 강민은 왠지 모를 섭섭함을 느꼈다.
리샨웅이 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하하하, 뭘 섭섭해하나? 갓 들어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이런 큰일을 해서 순식간에 금이 되는 거야. 기뻐할 만하지 않나.”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무계급에서 금이 된다면 확실히 대단한 상승이다.
“그리고 삼합회의 회원들은 대다수가 무계급이네.”
“그렇습니까?”
강민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리샨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금, 은, 동으로 나누는 것은 특별한 배지를 주지. 아무나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 삼합회라고 자백하고 다니는 꼴이 아니겠나. 그러니 동만 되어도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직위에 있다는 뜻이지.”
“그렇군요.”
확실히 그렇다.
삼합회의 신분을 증명하는 배지를 아무나 가지고 다니는 것은 사회적으로 삼합회가 억압당하는 요건이 된다. 그런 건 극소수에게나 착용하고 다니도록 처리하는 게 훨씬 낫다.
“자, 그러면 곧 연락이 갈 걸세. 자네 숙소에서 기다려 보게.”
“어르신, 잘 부탁드립니다.”
강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탁했다.
“물론이지.”
리샨웅도 의지에 가득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