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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16화 (216/227)

216화

강민은 호텔로 돌아가서는 동료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했다. 다들 기뻐했다.

“성공이네.”

세나의 말에 강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떡밥을 뿌리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되다니, 생각 왼데.”

강민은 신참자다.

쉽게 신용하기 어려운 상대라는 뜻이다. 뒤를 캘 것을 대비해 철저하게 정보를 조작했고 이곳에 와서도 삼합회를 완벽하게 속였다고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쉽게 신뢰를 얻은 셈이다.

“그날 음식점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효과가 좋았나 보지.”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게 아니라면 중국인도 아니고 갓 삼합회에 들어온 나를 이렇게 전격적으로 사용할 생각을 못했겠지.”

“쓰고 버리려는 거 아냐?”

재철이 다소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토사구팽 할 생각도 당연히 있긴 하겠지만……. 설령 그런 걸 고려해도 우리로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이잖아.”

“그렇긴 해.”

애당초 이걸 노리고 강민은 이제까지 작업을 진행해온 셈이다. 그리고 설령 그들이 토사구팽을 하려 한다 해도 강민에게는 위험할 게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해 핵심에 닿게 될 선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수구와 만수가 물었다.

“그런데 위험하지 않아?”

“응. 위험할 거 같은데. 전부 다 중무장했다면서.”

“이제 와서 무슨……. 중무장한 병사를 처음 상대하는 것도 아니잖아.”

강민은 피식 웃었다.

“그렇긴 해도 이번엔 사정이 다르잖아.”

“그래. 장갑맨과 글로브 아미로 활동하는 게 아니니까.”

수구와 만수가 걱정하는 것은 강민이 총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아니라 강민이 그런 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자칫 본래의 힘을 사용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았다. 그 경우 정체를 들키게 된다.

“그렇지만 기본은 똑같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총에 대비한 실드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사용할 거고.”

강민도 비슷한 걱정을 했기 때문에 총에 대한 방비는 마법으로 하기로 했다. 실드 마법은 일단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몸을 움직여 주면 들키지 않는다.

“실드 사용해?”

“아, 다행이다.”

“그러게.”

재철 일당은 과도하게 안심했다. 그걸 보고 강민은 이들이 약간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라면 몰라도 니들하고 같이 작업하는데 설마 맨몸 돌격시키겠냐. 그리고 여기 세나도 있고. 아니 그 전에 너희들이 굳이 이번 일에 끼어들 필요가 없지.”

“없어?”

재철이 의외란 듯 물었다.

“암살이잖아. 혼자가 편하지.”

강민은 의외라는 듯 묻는 재철이 도리어 의외였다.

암살이란 은밀함이 생명이다. 성대하게 쳐들어가서 저지르는 일이 아니다. 그런 건 테러라고 한다. 암살이라면서 아주 화려하게 저지르는 만화나 영화가 많긴 하지만.

“음…….”

“미안한데.”

재철 일당은 강민의 말에 미안한 안색이었다. 만일 이 일을 강민이 혼자서 한다면 자신들은 여기서 별로 하는 게 없는 셈이 되니까.

“국가 최고 통치권자를 암살하는 일이야. 망해도 나 혼자 망해야지. 너희들 인생까지 끌고 들어갈 순 없지. 그리고 사실 니들이 실수라도 하면 데리고 가서 얻는 도움보다 위험이 훨씬 더 크니까. 혼자가 편하지.”

“으음, 기뻐해야 하나.”

“미묘한 기분일세.”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릴 두루뭉술하게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어 재철이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암살하는 거야?”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 거 같은데.”

수구와 만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시진핑 같은 권력자를 암살한다니……. 심각한 정치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민의 행동 원칙이 아니었던가.

“하하하, 물론 그럴 리가 없잖아. 이건 모두 작전의 일부야.”

“작전이라고?”

“그래. 시진핑 측하고는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지.”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말에 재철 일당은 알았다는 얼굴이 됐다.

“아, 그러면 로미오 작전이라고 한 게…….”

“이제 알았다.”

강민은 후후 웃었다.

“그래. 시진평은 죽은 척을 해서 적을 속이는 거야. 나는 그 공으로 삼합회의 핵심까지 단숨에 접근하는 거고. 그다음 전부 다 쓸어버리는 거지.”

그것이 로미오 작전의 전모였다.

작전의 이름이 로미오인 것은 죽은 척을 했다가 살아나는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지막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오오.”

“멋진데.”

“남자의 작전이다.!”

어쨌거나 다들 좋아했다.

특히 재철 일당은 당한 척하다가 한 번에 다 뒤집어 버린다는 과감한 발상이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

차가 한 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차가 달리는 길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돔 운동장처럼 커다란 건물이 서 있었다. 누군가 차 안에서 그 건물을 보며 말했다.

“여기가 전당대회장이군요.”

강민이다.

강민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남자가 말했다.

“그래. 중국 각지에서 십만에 달하는 공산당 권력자들이 여기 모여서 올해 중국의 앞길을 결정하고 권력을 이야기하는 곳이지. 미국 백악관을 제외하면 세계 최강의 파워가 모인다고 봐도 문제가 없는 곳이야.”

“벌써부터 경비가 삼엄해 보입니다.”

강민이 여기저기 서 있는 많은 군인들을 보고 말했다.

“만에 하나의 일 같은 건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곳이니까.”

“그렇지요.”

하긴 만에 하나 이곳에 테러가 일어나 사람이 죽게 된다면 중국에서는 커다란 권력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철저하게 방어하려는 게 당연했다.

강민 옆의 남자가 삼엄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만일을 일으켜야 하지.”

“네. 그러려고 이렇게 조사도 하고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강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여기 와 있는 이유, 다름 아닌 현장답사다. 결행일에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이곳의 지리와 경비의 모습을 익혀두는 것이다.

“일단 설명한 대로 중요한 경비대는 우리 쪽에서 미리 처리해 놓겠네. 그리고 시진핑은 전속 경호원과 함께 우리가 비워둔 탈출로로 향할 거야.”

그리고 차는 잠시 달려 한 골목길로 갔다.

아주 좁아서 사람 두셋이 겨우 달려갈 수 있을 만한 통로였다.

“바로 여기지.”

“네. 공격하기 아주 좋군요.”

강민은 그 통로를 보면서 말했다.

총이 아닌 맨몸으로 적을 상대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고 할 만한 장소였다. 원래 길목이 좁은 곳은 한 사람이 천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강민 같은 강자가 서 있으면 백만대군이라도 어쩌기 힘들다.

“그래. 여기서는 자네 실력을 믿을 수밖에 없어.”

반대로 그것은 공격 측에도 화력을 집중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강민의 솜씨가 필요하다.

“그렇습니까.”

“우리가 알기로 시진핑의 경호원은 수가 총 6명이라고 하네. 자신 있나.”

전속 경호원을 말하는 것이다. 기타 다른 경호원까지 합치면 그가 움직일 때마다 경호에 동원되는 인원은 족히 수백 명이 된다.

“물론입니다.”

“믿음직스럽군.”

남자는 웃었다.

“당신이 다음 중국의 지배자입니다. 시라이 씨.”

이제까지 강민의 옆에 앉아 이번 암살 계획에 동조하고 있던 남자, 그는 중국의 두 번째 권력자인 시라이였다.

“후후후, 성공하면 자네에겐 모든 것을 선사하도록 하지.”

시라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의 권력을 생각하면 농담일 리 없는 말이다. 강민도 마찬가지로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그것도 고마운 말씀이지만 그보다도 삼합회의 최고 어르신을 뵙고 싶군요.”

“최고 어르신이라……. 그래. 자네가 이번 일을 해낸다면 충분히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하겠지.”

시라이는 강민에게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 성공하고 나서의 이야기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강민은 눈을 번뜩이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하기야 강민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의 목표는 훨씬 더 크다.

*

전당대회장은 아득하리만치 크고 넓었다.

그 안에는 십만에 달하는 이들이 모여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었다. 맨 앞의 단상에 사회자가 올라가서 외쳤다.

“올해 전당대회를 개최합니다! 현재 당의 최고주석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담화문 발표가 있겠습니다.”

전당대회장에 온 공산당원들 전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단상으로 한 사람이 올라왔다. 시진핑이었다. 그의 모습이 보이자 공산당원들은 박수를 쳤다. 십만 명의 박수소리는 건물을 뒤흔들듯이 컸다.

시진핑은 단상에 올라서서는 당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동지, 여러분, 올해도 이 자리에 모여 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수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올해 중국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우선 외적으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청은 물론, 일본과의 갈등과 인도를 비롯한 다른 후속 국가의 추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적으로는 더욱 상황이 어렵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취업인구를 따라오지 못해 만성적인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사회의 평온을 깨고 있다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계신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현재 주택의 거품도 점차 심화하고 있어서 언제 이런 상황이 한 번에 폭발할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공산당은 한층 더 하나로 집결해 중국을 이 위험에서 구출해야 합니다.”

와아아아!

시진핑이 담화문을 읽자 공산당원들이 호응해 외쳤다. 시진핑은 그들의 환호성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려서 말을 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전당대회는 더욱 그 의미가 깊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라이가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사회가가 말했다.

“여기서 시라이 중앙군사위원장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시진핑과 교대해서 한 사람이 단상에 올라갔다. 시라이였다.

그가 올라갈 때도 공산당원들은 큰 박수소리로 호응했다. 그는 인사를 한 다음 말했다.

“저는 시진핑 동지가 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재 중국은 내적으로 분열을 할 여유 따위가 전혀 없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금강성과 같은 단결을 이루어 중국을 세계를 영도하는 진정한 대국으로 이끌어야만 합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와아아아!

당원들은 환호해 박수쳤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것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미 결정됐다. 시진핑은 중국을 지배할 권력을 인정받고, 세계의 두 번째 권력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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