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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15화 (215/227)

215화

“저도 듣고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그 사부는 숨은 기인이었던 모양입니다.”

남자는 노인의 놀라움을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나도 사형제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으나 그들의 죽음 이후로 인력에 상당한 공백이 생겼다. 그런데 그만한 자가 회원으로 들어왔단 말이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믿을만한 자라고 합니다. 한국에 기반도 있어서 향후 한국의 차이나타운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군요.”

남자의 설명에는 흡족함이 섞여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그를 칼로 사용한다.”

“알겠습니다.”

이걸로 결정됐다.

그러면 그다음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

강민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리웨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강민이 이 자리에 온 것은 그가 강민을 불렀기 때문이다.

“이봐.”

“왜 그러시는지?”

강민이 다가가 공손히 물었다.

“협회에 대한 충성심을 인정받고 싶지 않나?”

“분골쇄신의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지요.”

입질이 왔음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강민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럼 잘 됐군. 오늘 상해루 5층에 저녁 8시까지 가봐.”

“무슨 일입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모른다고요?”

“그래. 나 따위는 정보를 알 수도 없는 높은 곳에서 네게 관심을 보였다는 거야. 상해루에 가면 무슨 일인지 정확히 알 수 있겠지.”

리웨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으으음.”

“명심해라. 나는 이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있어. 이건 시험이야. 하지만 통과하면 너는 탄탄대로를 걷게 되겠지.”

강민은 리웨이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는 척했다.

“탄탄대로…….”

“잘하면 내가 네 아래 있어야 할지도 몰라.”

“에이, 설마요.”

피식 웃으며 강민이 하는 말에 리웨이는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내게 언질조차 없을 정도로 높은 선에서 시험하려는 거야. 충분히 가능하지.”

“그래도 형님의 도움은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주면 고맙지.”

리웨이는 강민의 말이 마음에 드는 듯 그의 가슴을 툭툭 쳤다.

“그런데 어떤 시험일까요?”

“글쎄……. 그건 역시 모르겠군. 협회의 상황에 달려 있는 거니까.”

협회의 상황에 달려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리웨이는 이런 상황에 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군요.”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날 준비를 했다.

***

시간이 됐다.

강민은 리웨이에게 들은 대로 상해루에 갔다. 상해루의 5층 부근은 이미 삼엄하게 경비가 펼쳐져 있었다. 강민이 가자 이미 연락이 닿은 듯 경비하고 있던 이들은 순순히 길을 열어줬다.

“들어가 봐.”

안에는 리샨웅이 앉아 있었다. 강민은 그 앞으로 가서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어르신, 장각수입니다.”

“아, 자네가 왔군.”

리샨웅이 손짓했다. 강민은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형님께 오늘 저를 만나자고 했다 들었습니다.”

“그래. 분명 그런 이야기를 했지.”

“무슨 일이신지…….”

“성급하게 할 필요 있나. 그런 이야기는 천천히 하도록 하지. 우선 맛있는 저녁을 들도록 하게나.”

하하하 웃으며 리샨웅이 말했다.

이어 그가 손뼉을 치자 성대한 음식들이 식탁 위에 놓였다. 이런 음식을 앞에 두고서 이야기를 재촉하는 것은 무례한 짓이다. 강민은 일단 저녁을 즐기기로 했다.

“그럼 감사합니다.”

“많이 들게.”

식사가 시작됐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먹었지만 역시 훌륭한 맛이었다. 동네 중국집이야 화학조미료의 힘이 아니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좋을 지경이지만 이곳의 요리는 정통 중국 요리로서 그 뛰어난 맛을 보여주고 있었다.

“으음, 역시 훌륭합니다.”

“그렇지. 그래서 이곳이 내 단골이 되는 것이지.”

“하하, 욕심나는군요. 한국에도 이런 가게를 세우고 싶습니다.”

강민은 욕심나는 사업이라는 듯 말했다.

“어려울 걸세. 이런 곳의 요리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것도 그렇죠.”

이런 곳에서 일할 정도로 실력 있는 요리사는 어차피 큰돈을 받고 있다. 그런 사람이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인간관계도 다 버리고 해외에 와서 일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아주 큰 보수를 주면 되겠지만 아무리 대단한 요리사라고 해도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요리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런 식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게 된다.

“하지만 내가 돕는다면 쉬운 일이지.”

리샨웅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물론 리샨웅에게는 별것 아닐 것이다.

“어련하시고요. 나중에 정말 실행에 옮기게 된다면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힘써 보도록 하지. 하지만 자네의 활약 여하에 따라선 그런 것 정도가 문제겠나? 훨씬 더한 것도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네.”

강민은 지금 리샨웅의 말에서 이제 슬슬 그가 본론을 꺼내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아.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지.”

“무엇이든지!”

강민은 깍듯한 태도로 충성심을 위장했다.

“이번에 공산당 총회가 있는 걸 아나?”

“중국의 주요 공산당이 모이는 전당대회가 아닙니까?”

중국은 매년 새해가 되면 전당대회를 연다.

단순한 의례일 뿐 아니라 그 해를 맞이한 새로운 권력 개편이 일어나는 행사다. 어쩌면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특히 더 그런데, 권력이 시진핑에게로 정식으로 이양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중국을 지배하는 자들만이 모이는 대회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큰 행사인 만큼 아무나 참여하지 못한다.

모이는 인원이 10만이라고 하는데, 10만이면 많은 것 같지만 중국 공산당원의 숫자가 억 단위인 걸 생각하면 그들은 0.05%도 되지 않는 숫자다.

“그것도 사실이네. 하지만 우리도 그중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않겠나.”

“과연 삼합회군요.”

“하하하, 그렇고말고.”

삼합회는 공산당원인 회원들을 통해 현재 중국의 정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시라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회를 끝마치고 나면 시진핑이 중국을 완전히 계승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는 상태네.”

“시진핑…….”

강민은 이를 갈았다.

“왜 그러나?”

“아, 아닙니다.”

순간 당황한 강민은 모르는 척을 했다.

상식적인 반응을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시진핑 같은 공산당 권력자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중국에서 활동하기 좋지 않은 요소로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리샨웅은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하하하, 걱정 말게. 자네가 시진핑에 대해 악감정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네.”

“그, 그렇습니까.”

“그것 때문에 삼합회에서 자네가 곤란을 겪게 되는 일은 없을 거네.”

리샨웅은 강민을 안심시켰다.

“아, 다행입니다.”

“도리어 대단한 기회를 쥐게 됐지.”

유혹하듯이 리샨웅이 말했다.

강민은 의아한 듯 리샨웅을 바라봤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서 시진핑이 권력을 완전히 이양받을 거네. 그는 진짜 중국 최고의 권력자가 되겠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시진핑이 중국 최고의 권력자가 된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다시피 한 이야기다.

리샨웅은 혀를 차며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네.”

“네에?”

“삼합회는 중국의 미래를 위해 움직이기로 결정했네.”

리샨웅의 표정은 결연했다.

“어떻게 하시려고?”

“시진핑을 제거할 생각이네. 그리고 시라이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지.”

강민은 잠시 말문이 막힌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는다면 그게 의심받은 일이니까.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 더듬거리며 물었다.

“아, 암살입니까?”

“그렇지.”

리샨웅이 고개를 끄떡이는 순간 강민은 눈을 번뜩였다.

“부, 부디 제게도 기회를!”

“하하하! 통쾌하군. 그렇지 않아도 바로 이 일을 도와달라 하기 위해 오늘 자네를 불렀던 것이네.”

완전히 낚았다!

강민은 내심 확신하며 열렬하게 외쳤다.

“시진핑은 제 사부의 원수입니다. 그것은 제 부모의 원수나 마찬가지란 것이죠!”

“그래. 그 이야기를 듣고 대의를 위해 자네를 꼭 참여시키고 싶었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무술에 소양이 있다고 들었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갑맨 같은 괴물이 아니라면 지지 않습니다.”

“그래. 믿음직하군.”

장갑맨은 세계 최강, 아니 인류 역사상 최강이라 말해도 무리가 없을 괴물이다. 그런 자를 제외하면 자신 있다는 건 일기당천의 고수라는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달리 듣게 될 거네. 일단 내가 아는 건 결행 때 전당대회가 열리게 되면 그 일대는 극심한 경비가 서게 되고, 모든 무기 소지자는 즉결심판을 받게 되기 때문에 접근이 힘드네. 거기다 시진핑을 경호하는 이들은 강력한 무기에 대단한 무술 실력을 가진 고수들이지.”

“맨손밖에 수가 없군요.”

강민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줄 테니 자네가 그들을 엄습해서 시진핑을 죽이는 데 성공해야 하는 것이지.”

“맡겨주십시오.”

리샨웅은 쉽게 강민을 설득한 것에 만족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잘되면 자네는 중국과 삼합회의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것이네.”

“은혜를 갚고 만민을 평화롭게 한다! 제가 꿈꾸는 협사의 삶이었습니다.”

혀에 기름을 바른 듯이 거짓말이 술술 흘러나왔다.

“영웅의 기상이군. 하하하.”

리샨웅은 껄껄 웃으며 강민에게 술을 권했다. 강민은 그 술을 공손히 받아 단번에 들이켰다.

중국의 역사를 바꿀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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