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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14화 (214/227)

214화

그리고 장갑맨은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이 다 끝나기까지는 30분 정도가 필요했다. 설명을 다 들은 다음 시진핑은 의외로 진중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어떻습니까?”

“해볼 만하군.”

제목이 장난스러운 것과 달리 내용은 정말 한번 해볼 만했다. 그리고 로미오란 제목도 분명히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죠?”

“하지만 의문이 있네.”

장갑맨이 묻자 시진핑은 그를 노려봤다. 마치 레이저 같은 시진핑의 눈빛이 장갑맨을 향해 날아들었다.

“뭡니까?”

“왜 나를 돕지?”

그러고 보면 장갑맨은 아직 돕는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돕고 나서 무얼 받을 가에 대한 보상 이야기도 물론 마찬가지다.

“돕는 게 싫습니까?”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지.”

시진핑은 의혹을 풀지 않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하, 하긴 그렇죠. 그럼 조금만 밝히죠. 제게 있어 곤란한 걸 그들이 쥐고 있거든요.”

“장갑맨에게?”

시진핑도 흥미롭다는 표정이 됐다.

“그렇죠. 그래서 그걸 해결하려는데……. 당신이 좋은 소재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서로의 이해가 일치했습니다. 서로 도울 만하지 않습니까.”

“흐음.”

도울 이유가 있다면 확실히 장갑맨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은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장갑맨은 거기다 하나를 더 추가해서 말했다.

“거기다가 좀 더 추가한다면 저는 중국의 지도자로 당신이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장갑맨이 그리 평가한다니 기쁜 일이군.”

“사실 상식적인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걸요. 중국의 지도자가 민족주의자에 강경 우파거나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잖습니까.”

작은 나라가 민족주의 해 봐야 별로 신경 쓰는 나라는 없다. 그런 나라는 곧 제풀에 망하기 마련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같은 거대한 국가의 민족주의는 아니다. 그 폭풍이 너무도 거세다.

“나도 민족주의자네.”

“하하하, 당신 정도는 상식적인 거죠. 그리고 국가의 지도자가 어느 정도 민족주의자인 건 도리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강민은 민족주의를 꼭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이끄는 자가 자기 나라에 대해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건 대단히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시진핑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찔러봐서 나쁠 건 없다는 심정으로 강민은 사사롭게 애국을 해 보기로 했다.

“뭐, 기왕이면 한국이랑 친하게 지내주세요.”

“한국은 오래전부터 중요한 파트너네.”

“영토 싸움하지 말고.”

한국과 중국은 요새 칠광구로 다소 시끄럽다. 그 외에도 지하자원 문제로 싸울 건덕지가 많다. 하지만 시진핑은 콧방귀를 꼈다.

“그건 어렵지. 내 맘대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으음, 그럼 북한 좀 잘 제어해 주세요.”

한국이 북한 문제에서 자주 엿 먹는 이유가 중국이 북한 편을 들어서다.

“걔들은 우리한테도 혹이야…….”

시진핑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북한 편을 들고 있지만, 중국도 좋아서 든다기보다 여러 가지 다른 문제가 걸려 있다는 무언의 주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군요…….”

“자네라면 김정은 목이라도 따겠네만?”

시진핑이 답답한 듯 물었다.

장갑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물론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뒷감당은 자신이 없군요. 북한 사회가 혼란에 빠지면 죄 없는 북한 사람들만 엄청난 피해를 입겠죠. 그렇다고 한국이 북한을 감당할 역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걔들은 건드리기 힘듭니다.”

“국제정세에 꽤 능통하군.”

장갑맨의 말에 시진핑이 감탄해 말했다.

지금 북한은 정확히 장갑맨이 한 말과 같은 이유 때문에 정권이 무너져도 기뻐할 만한 형편이 안 된다. 이천만이 넘는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인단 말인가.

“이 정도야 상식이죠.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상황이 진전되면 연락하게.”

시진핑은 고개를 끄덕였고, 장갑맨은 들어왔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밖으로 쏙 빠져나갔다.

***

강민 일행은 오늘 술을 마시러 나왔다.

상대는 리웨이.

이제 형제나 마찬가지인 사이가 되었고, 사업도 크게 하게 되었으니 중국의 밤문화를 가르쳐 주겠다면서 리웨이가 강민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물론 중국의 고급 술집.

아름다운 여자들을 불러다 놓고 비싼 음식과 술을 즐기는 곳이다.

강민은 속으로 남자들 노는 방법은 어디서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술과 여자로 귀결되는 건 다 똑같았으니까.

그리고 술이 적당히 되었다 싶은 시점에서 그는 떡밥을 뿌렸다.

“저는 시진핑이 정말 싫습니다.”

“허, 이 친구 갑자기 대담한 소릴 하는군.”

리웨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공산당 비판은 중국에서는 최고의 금기 중 하나로 취급된다. 하지만 강민은 술 때문인지 지금 기고만장한 상태였다.

“뭐 어떻습니까. 삼합회는 공산당보다도 위에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소린 아니지. 그런데 한국인인 자네가 왜 시진핑을 싫어하는 거지?”

강민은 이를 갈다가 말했다.

“사부의 원수이기 때문입니다.”

“아, 자네를 가르쳤다는…….”

강민의 얼굴에 분기가 서렸다.

“네. 그가 추진한 정책의 결과 때문에 저희 사부님은 땅을 잃고 한국으로까지 흘러들어오신 것이지요.”

“그런 사례가 많았다고 하지.”

리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도성장기에 시진핑이 맡던 지역에서는 그의 개발정책으로 인한 피해자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농업사회가 산업화하면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 중 하나로 시진핑이 악당이라 저지른 일이라 보긴 힘들다.

물론 그런 꼴을 당한 사람에게 그 설명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역시 제자로서 그를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너무 높은 지위에 올라가 있더군요.”

“그는 중국의 다음 지도자지.”

강민은 우울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 말입니다. 이대로라면 저는 사부님의 원수를 갚지도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 처지가 됩니다. 한국에서 나름 성공해서 원수를 갚고자 했는데……. 그자는 제 성공보다도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뤘으니.”

“그렇게 아쉽나.”

강민은 이를 갈았다.

“사부는 제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셨습니다. 그분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지요. 그런데 으흐흐…….”

그리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다 큰 어른이 술을 마시고 울기 시작하자 리웨이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됐다.

“이 사람, 취했군.”

“저희 형님은 술을 많이 마시면 항상 저렇습니다.”

같이 온 재철이 말했다.

“그런가?”

“사부님을 정말 존경하고 따랐거든요.”

“실은 형님이 고아 출신이라…….”

수구와 만수도 같이 와 있었다. 두 사람도 강민과 미리 이야기한 대로 입을 맞췄다.

“아, 그랬군.”

“중국의 협객들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은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남자들의 이야기 같은 거 말입니다.”

재철의 말에 리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섭정, 형가 같은 이들을 말하는군.”

섭정과 형가는 중국의 유명한 협객들이다.

특히 유명한 것은 형가로, 그는 진시황을 죽일 뻔했던 사람이다. 진시황은 정말 운이 좋아서 살아남긴 했지만, 형가는 백만 대군으로도 할 수 없었던 일을 혼자서 해냈던 셈이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사람이 됐어.”

리웨이는 사부에 대해 극진한 마음을 보이는 강민이 마음에 든 듯이 말했다.

“그렇죠. 그러니 저희도 형님을 이렇게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어쩌면 자네 형님은 삼합회를 위해 큰일을 할지도 모르겠어.”

리웨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형님은 항상 그러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부디 크게 써주세요.”

“명심하도록 하지.”

그리고 그들은 다시 술을 마시며 중국의 밤문화를 즐겼다.

특히 좋아한 것은 수구와 만수였다. 재철이야 이미 아름다운 애인이 있고, 강민이야 술 취한 척도 해야 하고 워낙 아름다운 애인이 둘이나 있었지만, 수구와 만수는 여전히 솔로라는 불행한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

노인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마시고 있는 것은 최고급의 보이차였다.

차를 한 모금 홀짝 마신 그의 곁으로 남자가 다가와 우뚝 섰다. 그의 기척을 눈치채고 노인이 물었다.

“시진핑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암살이 가장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암살이라.”

남자의 제안에 노인은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다른 방법은 달리 없는 것인지, 그 방법이 가능한지 같은 것.

남자는 이어 말했다.

“물론 암살이지만 그의 죽음은 사고사로 보이겠지요.”

“그래. 중국을 시끄럽게 만드는 것은 좋지 않지.”

암살이란 방법은 가장 쉽게 권력을 뺏을 방법이다. 물론 뺏으려는 자에게 그만한 기반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네. 권력은 자연히 시라이에게 이양될 것입니다.”

지금 시진핑의 다음 가는 권력자는 시라이다. 시진핑이 죽으면 자연히 그에게 권력이 승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칫 마오의 재림이 되는 것은 곤란해.”

노인이 엄숙하게 말했다.

마오는 세 가지 최고 직위를 장악했다. 그로써 살아있는 신이 되었다.

삼합회가 쪽도 못 쓰고 중국에서 박살 났던 상대가 바로 마오다. 그의 개인적인 능력과 권력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이후 중국에서 다시 그만한 권력자는 나올 수 없었는데, 그것은 마오의 권력이 마오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합회가 워낙 그에게 철저하게 당한 덕분에 음으로 양으로 힘을 써 마오의 재림을 막아온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그에게 모든 힘을 집중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그는 권력을 가지면서 또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남자의 말은 시라이가 군부 지도자의 직위를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좋아.”

“그리고…….”

남자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할 말이 더 있나.”

“이번 암살에 사용하기 좋은 인재를 찾았습니다.”

“반가운 소식이군.”

노인은 흥미를 보였다.

암살로 방법이 결정된다고 해도 그 방법의 실행을 위한 요원을 결정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벌써 가장 중요한 칼을 찾았다니.

“상하이 쪽에서 들어온 정보인데 새로 회원이 된 자가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능력만으로 될 일이 아닐 텐데.”

노인이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시진핑의 암살이다. 어마어마한 일인 만큼 그만한 책임감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신입에게 그런 걸 기대하긴 힘들다.

“그리고 시진핑에 대한 원이 아주 큽니다.”

“시진핑에 대해?”

원한은 책임감보다도 좋은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는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고아였던 그를 거둔 스승이 중국인이라고 합니다.”

“그 스승이 시진핑과 관련이 있나?”

“시진핑의 토지개혁 정책으로 인해 쫓겨난 사람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흠……. 토지개혁은 필요했지만, 원망을 많이 들었지.”

노인은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중국에서 토지를 자기 목숨처럼 생각하는 인민은 많으니까요.”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아니, 전근대 사회에 사는 사람에게는 토지란 목숨처럼 소중한 것이기 마련이다.

지금도 중국에는 그런 사람이 아주 많다.

“그래서 그는 사부의 복수를 원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 정도로 이 일을 맡길 수 있나?”

노인이 아직 미심쩍은 듯 물었다.

“그 원한의 정도가 아주 큰 모양입니다.”

노인은 잠시 생각했다.

남자가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그 원한은 믿을만한 것이리라 싶었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그가 정말 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능력이 있다고 했지? 그러면 그 크기는 어떻지?”

“사형제 이상이라고 합니다.”

“사형제 이상!”

남자가 한 말에 노인은 크게 놀랐다.

사형제!

그들은 바로 이얼싼쓰의 네 사람을 뜻한다. 그들은 최근 삼합회가 잃은 가장 날카로운 칼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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