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리샨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그들은 모두 다 함께 이동해 다른 방으로 갔다. 거기에는 삼합회의 입단을 위한 준비가 이미 모두 끝나 있었다.
곧장 리샨웅이 앞으로 나갔고, 강민은 그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리샨웅은 강민을 향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해는 동포이며, 중화는 세계의 주축으로 문명과 인간의 공덕을 위해 전신전령을 다한다. 그 대의에 한 몸을 바치기로 결의하니, 이것이 삼합의 뜻이다.”
“사해는 동포이며, 중화는 세계의 주축으로 문명과 인간의 공덕을 위해 전신전령을 다한다. 그 대의에 한 몸을 바치기로 결의하니, 이것이 삼합의 뜻이다.”
강민은 그가 한 말을 따라 했다.
“좋아.”
리샨웅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그의 부하 중 하나가 술병을 들고 왔다. 리샨웅은 송곳으로 손끝을 질러 피를 낸 다음 그걸 술 안에 넣었다.
리웨이와 강민도 같은 일을 했다. 그런 다음 한 잔씩 돌렸다. 먼저 리샨웅이 단숨에 그 술을 마시고 나서 주변에 말했다.
“마시게.”
“네.”
모두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런 다음 리샨웅은 강민의 동료들에게도 술을 나눠줬다.
“자네들도.”
그들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서 술을 들이켰다.
“이것으로 이들이 우리 삼합의 형제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삼합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주변에서 성대하게 박수를 쳤다. 리샨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기대하고 있겠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음식이 있던 방으로 갔고, 식사를 시작했다. 이미 마련되어 있던 것들을 조금씩 먹고 있으니 새로이 준비한 요리가 나왔다.
“오, 이것이 베이징덕이군요.”
“최고의 베이징덕이지.”
“세계 3대 요리의 하나라는 중국 요리의 진수,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강민이 하는 말에 리샨웅이 자부심을 담아서 말했다.
“세계 3대란 호사가들의 말일 뿐이지. 사실 이 세상에 요리다운 요리란 중국 요리밖에 없는 것이니 말이야.”
“하하하, 과연 그럴지도요.”
강민은 그에게 차이니즈 푸드 증후군이란 말을 아냐고 한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차이니즈 푸드 신드롬이란 중국 음식을 먹은 사람이 두통을 느끼거나 하는 것인데 이유는 MSG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렇다고 한다.
MSG는 인간이 먹는 것 중 가장 안전한 조미료인데 그것으로 증후군이 나타날 정도면 중국음식이 얼마나 화학조미료에 기대는지 알만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음식으로 다른 음식을 깎아내리다니! 강민은 화가 났다.
물론 훌륭한 중화요리도 얼마든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리샨웅은 식사를 하면서 강민에게 관심을 보였다.
“자네는 아주 어린데 크게 성공했군. 한국에서는 뒷 세계가 크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작은 재주가 있는 덕분입니다.”
강민은 겸손하게 말했다.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기왕에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저희가 별것 아니나마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드릴 겸, 재주를 뽐내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강민은 반갑게 답했다.
사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강민이 때를 보아 재주를 뽐낼 시간을 만들려고 했다.
“그거 반가운 이야기군. 그러면 새로이 형제가 된 장각수의 재주를 보도록 할까.”
“하하, 제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동생이 하죠. 하지만 저도 비슷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강민은 시선을 뒤로 던졌다.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던 재철 일당 가운데 재철이 그 눈빛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숟가락을 하나 쥐더니 주변에 말했다.
“숟가락을 하나 빌리겠습니다. 망가지겠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
숟가락 따위 별로 아까울 것도 없다.
“감사합니다.”
“해봐.”
강민이 말했다.
재철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양손으로 숟가락의 양 끝을 잡았다.
“핫!”
철로 된 숟가락이 기합성과 함께 뚝 끊어졌다. 재철이 숟가락을 뜯어내 버린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이들이 경악한 건 당연하다.
“오오!”
“굉장하군!”
“장사일세!”
강민은 웃으면서 이어 말했다.
“그뿐만 아닙니다. 건물을 좀 손상시키게 되겠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얼마든지 해 보게.”
리샨웅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민은 재철에게 다시 눈짓했다. 재철은 주변을 슥 둘러보더니 가까운 기둥으로 다가갔다. 콘크리트 기둥이었다.
그는 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더니 그 기둥에 손을 처박았다. 손끝이 간단히 기둥을 파고 들어갔다. 이어 기둥의 콘크리트를 손으로 쥐어 뜯어냈다.
기둥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떡이나 스티로폼으로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대단한데.”
주변에서 웅성거렸다.
저런 걸 인간이 할 수 있다니. 전율스러운 일이었다. 강민은 그들의 놀라는 모습에 계획이 성공했음을 느끼고 웃었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조금 성공하게 된 것이죠.”
“과연.”
“하지만 한국에는 장갑맨이 있지 않나?”
한 사람이 물었다.
강민은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사실 현재는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을 정리하고 양지로 나서야만 됐지요. 그다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군.”
“정말 장갑맨이라면 이가 갈립니다.”
강민은 한숨을 쉬었다.
리샨웅도 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우리의 사업에도 다소 방해가 되긴 하지.”
“그를 어떻게든 처리할 방법이 있다면 무슨 수든지 동원하겠습니다만……. 그게 참 여의치가 않더군요.”
“그렇겠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를 무슨 수로 잡을꼬.”
리샨웅이 한 말에 강민이 실망했다.
지금 리샨웅이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그가 장갑맨의 비밀에 접근할 만한 고위직이 아니거나 강민을 아직 충분히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네. 허점이 있을 만도 한데 전혀 신분이 노출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자네들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서도 대항할 방법이 없다니…….”
리샨웅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저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장갑맨은 그 정도로 무서운 존재인 것이지요.”
강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사실은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층 기쁘고 과장되게 장갑맨의 힘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힘은 어떻게 발휘하게 됐나?”
리웨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물론 배운 것입니다. 인간이 그냥 이런 힘을 발휘하는 건 역시 불가능하지요. 강력한 외공을 익힌 어르신을 한 분 알고 있었거든요.”
“만나보고 싶군.”
“아쉽지만 돌아가셨습니다.”
강민의 지금 말은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거짓이다.
사실인 부분은 그에게 가르쳐 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고 용이지만. 그리고 거짓말은 죽었다는 거다.
멀쩡하게 살아있다.
강민보다 훨씬 살 거다.
“안타깝도다.”
“실은 그분의 외공은 그 기원이 중국에 닿아 있다고 합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허, 역시!”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은 중원이 아니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지.”
하지만 거짓말이라고 해도 중국인의 자부심을 건드는 하얀 거짓말이다. 다들 좋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도 중국에는 예전부터 깊은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네는 우리의 일원이 될 운명이었던 것이군.”
리샨웅은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돕도록 하겠습니다.”
강민은 일이 성공적으로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며 말했다.
*
강민 일행은 호텔로 돌아왔다.
재철 일당은 오자마자 짜증을 냈다.
“아 짱깨 놈들, 더럽게 잘난 척이네.”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우리가 굽히고 들어가는 입장이라지만 들어주려니 배알이 꼴려서 이거 원.”
“지들 손으로 대장도 못 뽑는 후진국 주제에 마음만은 이미 미국도 제쳤네, 아주.”
입만 열면 중화의 위대함을 운운하는 게 한국인인 그들의 입장에서는 심하게 짜증났다. 강민도 비슷한 생각이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중국 애들은 역사가 쩔다 보니 자부심이 너무하다 싶게 강한 경우다 있단 말이야.”
“쳇. 쩔어 봐야 땅덩어리 좀 크다는 것밖에 더 있냐.”
“맞아! 그 큰 땅덩어리도 외적들한테 얼마나 주고 발렸는데!”
“식민지배의 역사를 따지면 우리보다 지들이 훨씬 길잖아!”
재철 일당은 투덜거렸다.
중화의 역사는 외적과의 싸움의 역사!
그리고 정말 많이 발렸다. 지배당한 적도 많고.
“그렇게 보자면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몽고도 자신들의 나라라 주장하는 판에 다 멸망한 이민족 따위 자기 역사 취급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 때문에 악비 같은 대영웅이 지금은 분리주의자 취급을 받고 욕을 먹는 황당한 꼴도 일어나고 있다.
“하여간 이걸로 된 거야?”
세나가 물었다.
“물론이지.”
“하지만 이걸로 어떻게 핵심까지 올라가겠어?”
에이리가 의아하게 물었다.
“후후, 물론 이건 밑밥에 불과한 거야. 다음 단계가 있다고.”
“다음 단계라고?”
“어떤 건데?”
다들 관심을 보였다.
대략적인 작전을 듣긴 했지만 상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 충분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형편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일 시도하게 될 거야.”
강민은 후후, 하고 웃었다.
***
한 고급 주택가의 도로를 리무진이 달렸다.
보통 리무진이 아니다. 전차와 맞짱을 뜨더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리무진! 국가 지도자를 위한 특별한 방탄 차량이었다.
곧 그 차는 한 저택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 멈췄고, 거기서 사람이 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아, 자네도.”
안에서 내린 남자는 기사와 대화를 나누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맞았다.
“돌아오셨어요?”
그녀는 남자의 부인이다.
“피곤하군.”
남자는 윗옷을 벗어 부인에게 줬다. 부인은 옷을 받으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부탁하듯이 말했다.
“식사를 마련했어요.”
“오늘은 거르지. 간단하게 먹고 왔으니. 들어가서 먼저 좀 쉬겠네.”
부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몸도 안 좋으신데…….”
“중국을 위한 일인데 피곤한 정도로 엄살을 부릴 수야 있나.”
남자는 간결하게 말했다.
“그래도…….”
“됐어. 걱정 말아.”
남자는 그리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휴.”
그가 떠나고 나서 부엌에서 다른 여자가 나왔다. 부인과 달리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 여자는 이 집의 가정부 중 한 명이다.
“식사 거르신대요?”
“그래.”
“어르신 몸도 챙기셔야 할 텐데…….”
하녀도 남자가 걱정인 모양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바로 그 남자가 시진핑.
현재 중국의 최고 권력자이다. 그는 곧 있을 전당대회에서 형식적인 절차도 모두 끝마치고 전 세계에 그 권력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총서기이자 국가주석.
세계 최고의 권력자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