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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08화 (208/227)

208화

강민은 호성과 함께 차를 타고 있었다.

지금 타고 있는 차는 호성네 집의 것. 중국에 갈 일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지금 강민은 호성의 신세를 지고 있는 참이었다.

강민이 좋은 차는 진짜 승차감이 좋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호성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이번엔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라니?”

“그야 뻔하지. 적들을 어떻게 상대할 거냐고. 이번엔 그저 때려잡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호성은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강민이 브라질에 가고 나서 갑자기 재철의 부모님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릴 지경이다.

“아…… 그렇긴 하지.”

적이 이쪽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쥐고 있다는 건 참으로 공격을 곤란하게 한다.

“그러니 걱정이란 말이야.”

“뭘. 생각해 둔 게 있어.”

강민은 씨익 웃으며 호성을 안심시켰다.

“뭔데?”

“다소 복잡한 방법인데 효과는 괜찮을 거야.”

“얘기해봐.”

호성이 관심을 가지고 강민을 채근했다. 하지만 강민은 지금 당장은 호성에게 작전을 밝힐 생각이 없었다.

“노노, 그럴 수는 없지. 이런 비밀은 철저히 지켜질수록 향후의 효력도 증가하는 법이란 말이야.”

“아, 치사하게 굴긴. 우리 사이에.”

호성은 투덜대며 사실을 밝힐 것을 종용했지만 강민은 요지부동이었다.

“하하하, 때가 되면 다 자연히 알게 될 거야.”

“쳇. 그런데 요새 뉴스 봤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호성은 화제를 돌렸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뉴스야 항상 보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언제 어느 순간에 어디에 장갑맨이 개입해야 좋을지는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까!”

“그럼 연예면 같은 건 안 보겠네?”

호성이 묻자 강민은 혀를 찼다.

“호성.”

“왜?”

“너 같으면 보겠냐?”

“무슨 말이야?”

호성은 갑자기 자신을 향해 차가운 눈빛을 보내오는 강민을 보면서 얘가 왜 이러나 싶은 심경으로 물었다.

그러자 강민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런데 나오는 여자들보다 배는 예쁜 여자들을 둘이나 데리고 있다고! 성격이 거칠고 자기주장이 세서 공처가 노릇을 면하지 못하고는 있지만!”

“그건 그렇지.”

호성은 순순히 강민이 하는 말을 인정했다.

세나, 그리고 에이리.

이들 두 사람은 호성이 아는 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미인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예쁜 여자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걸 본다고 해서 큰 흥미가 있겠냐는 거야.”

“뭐, 그렇긴 하네.”

호성도 납득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미인이 둘이나 애인으로 있으면 다른 여자들에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호성은 둘이나 애인이라고 생각한 그 지점에서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애인이 둘인 걸 너무 당연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강민은 원래 왕과 같은 입장이고 일부다처제가 당연시되는 곳에 있었다 하니 이상하진 않지만 여긴 한국이지, 강민이 있던 그 판타지 세계가 아니니까.

호성은 고개를 흔들고 원래 화제로 돌아갔다.

“하여간 안 본다는 거지?”

“그렇지.”

“그러면 수란이 얘기도 모르겠네?”

“응? 수란이가 왜? 무슨 일 있어?”

강민은 호성이 갑자기 수란의 이야기를 하자 흥미를 느끼고 되물었다. 강민이 수란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지난번 미국으로 갔을 때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는 것이었다.

“실은 수란이 지금 미국에서 대히트를 쳤다고 해서 오늘 연예란이 그걸로 꽤 시끄러웠거든.”

“아, 잘됐네.”

호성도 반가운 표정이 됐다.

수란은 고교시절 친구로서 강민도 나름대로 추억이 많다. 자기가 목을 가다듬어 줘서 노래 실력이 크게 좋아지기도 했고.

“그래. 고생했었는데 잘된 일이지. 잘하면 빌보드 일 위까지도 올라갈지 모른다나 봐.”

“빌보드 일 위라. 대단한데.”

빌보드에서 일 위라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곡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가장 크게 성공한 곡 중 하나라는 지표는 될 수 있다. 친구가 그렇게 성공했다니 역시 기분이 좋았다.

“그러게 말이지. 뿌듯한 일이야. 친구가 그렇게 성공을 하다니.”

“그래. 특히 너는 더 그렇겠지.”

실실 웃으면서 강민이 말했다.

호성은 그의 웃음을 보고 강민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눈치채고 쓰라린 표정으로 그의 입을 막으려 들었다.

“헉, 거기서 그만. 어두운 기억을 되살리면 가슴이 아프다고.”

호성이 지금처럼 강민에게 코를 꿰인 이유는 다름 아닌 수란을 두고 꼴사나운 짓을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은 역으로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후후, 뭐 그럼 이 정도로 그치도록 할까.”

강민도 이쯤 놀리는 거로 됐다 생각하며 다시 수란을 생각했다. 그는 앞으로도 그녀가 활동을 열심히 해서 거품뿐인 K팝을 진짜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들어 줬으면 하고 기대했다.

***

작은 집이었다. 식구 둘이나 셋이 지내기에 딱 적당할 정도.

그리고 그 집의 큰방 안쪽 침대에는 두 사람이 누워 있었다. 조금 전까지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었는지 방 안의 공기는 후끈했다.

침대에 누워 나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재철과 지젤이었다.

“후우 좋았다.”

“나도요.”

둘은 역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재철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지젤을 보고 물었다.

“한국에서 생활은 할 만해?”

“다들 친절하고 좋아요. 일도 크게 힘들지 않고.”

지젤은 방긋 웃으며 답했다.

“그건 다행이네.”

지젤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일하는 곳에서 같이 차라도 한잔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아서.”

재철의 얼굴이 불쾌하게 찌푸려지는 게 당연했다.

“아니, 임자 있는 여자한테 그런 권유를 하다니 나쁜 놈들일세.”

“물론 다 거절하고 있죠.”

지젤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재철은 흐뭇하게 웃으며 지젤을 품에 안았다. 보드라운 지젤의 몸 감촉이 전신에 느껴졌다. 재철은 그 감촉을 즐기면서 지젤의 머리칼을 쓸었다.

“지젤은 너무 미인이라 큰일이란 말이야.”

“고마워요.”

“고맙긴. 지젤이 이렇게 미인인 걸 내가 고마워해야지.”

“당신이야말로 바람피우지 말아요.”

지젤은 웃으면서 경고했다.

재철은 피식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답했다.

“바람도 다 피울만해야 피우지. 지젤이 이렇게 착한데다 미인에 몸매까지 쩌는데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눈에 드는 여자가 있어야지.”

“그럼 마치 내 몸만 노리고 사귀는 거 같잖아요.”

지젤은 화난 듯 예쁜 눈썹을 치켜떴다. 재철은 쩔쩔매며 변명했다.

“아니, 물론 그렇진 않고……. 그냥 그만큼 지젤이 예쁘다는 것일 뿐이야. 화내지 마!”

“농담이에요. 화 같은 거 안내요.”

재철이 쩔쩔매는 모습이 재밌었던 모양이다. 지젤은 호호 웃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재철은 조심스럽게 미뤄왔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내가 이번 방학 때 잠시 외국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외국에요?”

지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응. 중국에 일이 있어서 한 몇 달 있다가 와야 할 거 같아.”

“위험한 일 아니죠?”

“아니야. 그럴 리가 있겠어?”

찔렸지만, 아니라고 둘러댔다. 사실을 밝히면 절대 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실 재철도 이런 애인을 놔두고 중국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브 아미로서의 의무도 있고 친구들을 배신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브라질에서 겪었던 납치사건 같은 꼴을 또다시 당할 수는 없었다. 불안이 걷히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기색으로 지젤이 말했다.

“그러면…… 알겠어요. 위험한 일 하지 말고 꼭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

“물론이지. 이런 예쁜 애인을 놔두고 억울해서라도 내가 무사해야지. 안 그러면 이렇게 예쁜 애인 가슴도 못 만져볼 거 아냐.”

그러면서 재철은 지젤의 가슴을 주물렀다.

녹아날 듯한 감촉이었다. 지젤도 흥분했는지 금세 중앙의 유두가 섰다.

“꺅. 엉큼하긴.”

“남자는 다 엉큼한 법이야!”

재철은 당당하게 외치면서 지젤을 덮쳤다.

“앙.”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지젤은 재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가을인가 싶더니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서울대도 기말시험 결과 발표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방학뿐이었다. 강민단원들은 동아리실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성적 떴냐?”

“뭐, 그럭저럭.”

“장학금은 무리라도 또 낙제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재철 일당은 올해도 무난한 성적을 받은 모양이었다.

수구와 만수는 자신들의 성적에 만족해하며 말했다.

“중국어 공부도 빡세게 하면서 이 정도 성적이 나오다니. 나는 의외로 똑똑할지도.”

“그러게. 우리 모두 따지고 보면 서울대생 아니냐. 자부심을 가져야지.”

강민이 옆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지적했다.

“쯧쯧. 그건 너희가 잘난 게 아니라 내가 가르친 호흡법과 꾸준한 갈굼의 힘 덕분인 걸 알아야지.”

“으음.”

“그, 그런가.”

사실 맞는 말이라 재철 일당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서울대!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길 오매불망 바라는 최고의 대학! 애들이나 괴롭히면서 일진 놀이를 하던 그들이 여기 소속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본인들도 몰랐는데!

모두 강민 덕분이다.

하지만 갑자기 수구가 일어나서 반항했다.

“아니야! 뭐, 강민 네 도움도 다소 있는 것은 인정해!”

“그 말이 맞아! 그렇지만 결국 노력한 건 우리잖아!”

재철 일당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자신들도 노력했다는 것을 강변했다. 억지로 시킨 것이긴 해도 결국 공부를 한 것은 본인들이니 공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꼭 사리에 어긋난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강민의 입장에서는 혀를 쯧쯧 차게 되는 소리였지만.

“머리 검은 짐승은 키우는 법이 아니라더니. 이것들이 은혜도 잊고……. 아니, 뭐 됐다. 니들이 잘났다고 해서 내가 하는 말에 반항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윽.”

“그, 그것도 그렇긴 하지.”

이 점이 가장 중요했다. 사실 강민이 재철 일당을 굳이 서울대에 넣은 것도 부려먹기 좋고 죗값을 치르게 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란 점이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재철 일당은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 봐야 강민의 지배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강민은 이어서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시험 성적도 떴으니 슬슬 중국에 가야겠지.”

“계획은 제대로 잡혀 있는 거지?”

세나가 물었다. 강민은 아직 중국에서 뭘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그들에게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었다. 강민은 자신만만했다.

“물론이지. 오늘 바로 그걸 이야기하려고 모인 거 아니겠냐.”

“가족들은 어쩌지?”

에이리가 물었다.

중국으로 일을 치르러 떠난다고 하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적들이 아군의 가장 아킬레스라 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상, 직접적인 교전이 되면 그걸 활용해서 싸우려 들 우려가 있다.

“그에 대한 대비도 물론 만전이지!”

“안심하세요. 우리 그룹에서 나서게 됐으니까.”

“저희도 총력을 기울여서 보호하기로 했어요.”

호성과 지연이 나서서 설명했다.

“그렇게 성대하게 나서면 도리어 눈에 띄지 않을까 걱정인데.”

혜경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지적했다.

그렇긴 하다. 둘만 빼면 다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집안인데 갑자기 막대한 경호가 붙는다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물론 그것도 고려해서 작전을 짠 거지!”

강민은 씩 웃으면서 세나를 바라봤다.

“마법의 힘도 더했어. 너희가 브라질에서 사용했던 그 마법이지.”

세나가 한 말에 재철 일당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아, 그 공기로 만드는 마법이요?”

“응. 바로 그거지. 그걸 사용하게 되면 경호가 있어도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쓰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 그리고 경호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거고. 눈치 못 채게 대상자 전부에게 문신해 뒀어.”

“과연…….”

모두 현명한 방법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재철이 손을 들며 살짝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갑자기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 것 같은데요.”

“그것도 그러네.”

재철의 지적도 그럴만했다.

그 마법의 보호를 받으면 사정을 모르고 주변으로부터 왕따 당하는 기분을 받게 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재철 아버지처럼 친구들과 술 마시고 떠드는 게 인생의 낙인 사람은 그런 성향이 훨씬 강할 것이다.

세나는 그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건 감수하는 수밖에 없어. 안전과 무시 중에 뭐가 더 중요해?”

“음, 그건 그렇죠.”

“어쩔 수 없군.”

모두 아쉽지만 일단 그 정도가 최선이라는 데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나는 이제 시선을 강민에게로 돌려 요구했다.

“자, 그러면 어떤 계획인지 얘기해봐.”

“좋아, 들어봐.”

강민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오오…….”

“재밌겠는데.”

다들 흥미진진한 기색이었다.

“그렇지?”

강민 자신도 기대된다는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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