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해져서 놀러왔다-204화 (204/227)

204화

지젤은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언젠가 리우가 이곳에서 보이는 만큼 아름다운 도시가 되면 좋겠어요.”

“그래. 그래도 장갑맨 덕에 많이 나아졌을 거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재철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네. 감사해야죠.”

장갑맨이 네 조직을 박살내어 리오의 치안을 극적으로 개선한 것은 이미 브라질 저녁을 흥분시켰다. 일각에서는 장갑맨의 날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래.”

“하지만 무엇보다 감사하고 싶은 건 역시 재철씨죠.”

지젤은 재철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그래?”

“재철씨 덕에 저하고 동생은 새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까요.”

쑥스럽게 말하는 재철에게 지젤은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내 재철도 호나하게 웃으면서 그 말에 답했다.

“하하, 나야말로 당신 같은 애인을 얻게 되었으니 행운아지.”

지젤은 웃었지만, 곧 우울한 표정이 됐다.

“이제 돌아가는 거죠?”

“응, 곧 개학이거든.”

재철도 유감스런 표정이 됐다.

“그럼 다시 못 만나는 건가요?”

“어흠.”

재철은 이 주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 점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어. 그러니까 도움을 주겠다던데.”

“네?”

지젤은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재철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괜찮다면 한국에 오지 않겠어?”

“한국에요?”

“응.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해. 거처도. 괜찮은 곳으로.”

지젤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한국이라니.

미국으로 가는 것보다야 못하겠지만 한국 역시 브라질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기회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서는 재철과 함께 있을 수 있다!

그냥 생각하면 다시없을 기회!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 하지만 에반젤도 있고...”

“에반젤은 괜찮다던데. 그리고 매월 생활비는 충분히 송금할 수 있을 정도의 급료는 받을 수 있을 거야.”

재철은 지젤이 무얼 걱정할지 알고 미리준비를 해 뒀다.

에반젤 역시 재철의 이야기를 듣고 아주 기뻐하면서 그렇게 하라고 부추겼다. 에반젤 역시 누나가 이런대서 지내다가 자칫 매춘 같은 일이라도 하게 되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헤어질 필요 없이 계속 만날 수 있을 거고.”

재철이 쑥스럽게 한 말에 지젤은 감동했다.

“아!”

“어, 어때?”

“정말 고마워요!”

지젤은 재철을 와락 껴안았다.

“하하! 나야말로 기쁜데!”

재철 역시 지젤을 껴안으며 함께 기뻐했다.

총각으로 죽은 예수님 앞에서 더러운 염장질이었다.

***

강민 일당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들이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강민단의 기지였다. 그들을 문을 힘차게 열며 개선장군처럼 외쳤다.

“돌아왔다!”

“돌아왔다고!”

“오, 다들 왔네.”

안에는 늘 상 그러하듯 강민단원들이 이미 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기뻐하며 돌아온 이들을 맞이했다.

“브라질에서 대활약한 건 여기서 다 봤어.”

“후후, 우리 활약이 좀 대단하긴 했지.”

“악명이라고 말하는 쪽이 더 어울릴 것 같긴 했지만 말야.”

재철이 잘난 척하는데 강석이 끼어들어 말했다.

그러나 강민을 비롯해 원정을 다녀온 이들은 모두 떳떳했다.

“악명이면 어때. 악당 모조리 청소하고 온 건데.”

“하긴 그 덕에 범죄의 도시 리오라는 평가가 바뀔지도 모른다더라.”

“그건 무리 같은데.”

강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큼지막한 놈들을 많이 때려잡은건 사실이지만, 역시 범죄의 도시라는 명성을 해결하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 장갑맨 사라졌으니 또 그런 놈들 생길 거 아냐. 고래로 폭력으로 그런 짓들을 청소한 적은 거의 없다고.”

재철도 동감이었다.

하지만 호성이 즉각 나섰다.

“왜 없어! 범죄와의 전쟁 모르냐!”

“아 그게 있긴 했지.”

한국은 노태우때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서 조폭들을 작살냈다. 그 덕에 한국은 조폭이 매우 찌질하고 작은 나라다.

그것은 조폭이 그 전에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다.

심심하면 정권에서 두들겨 패기 위한 본보기로 사용했고, 도 온갖 불법은 정부에서 직접 저질렀기 때문에 조폭 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것도 독재의 파워인가.”

“그땐 독재가 아니었다고. 전시행정이긴 했지만.”

강민은 손을 흔들며 그들의 이야기를 일단 말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긴.”

“그리고 너는 애인을 하나 건져 왔다면서?”

호성은 이어 재철에게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다른 이들의 관심도 그 순간 재철에게 모인 것은 당연지사! 재철은 숙스럽지만 자랑하고 싶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응? 뭐 그렇게 됐지.”

“대단한 미인이던데.”

사진도 이미 보냈다!

자랑하고 싶어서 좀이 쑤실 지경이었으니까!

“뭐, 뭐어.”

“어머, 축하해.”

“잘됐네요.”

지연과 혜경도 축하했다.

“하하하!”

재철은 아주 기쁜 모양이었다.

미인을 얻는 것은 남자 인생 최대의 보람!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여행 가서 제일 신난게 이놈이죠.”

“그러게요. 으으.”

수구와 만수가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혜경은 수구와 만수의 얼굴을 둘러보며 물었다.

“두 사람은 그럼?”

만수와 수구의 얼굴은 단번에 찌그러졌다.

“저희야 뭐...”

“싸움만 하다가...”

“저런.”

혜경은 동정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지연도 옆에서 슬픈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쯧쯧.”

“안 됐다.”

호성과 강석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을 동정했다.

하지만 둘이 동정하자 수구와 만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왜? 지들도 솔로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너희 둘한테는 그런 소리 안 들어도 돼!”

“그래! 어차피 솔로인 건 마찬가지 아냐!”

“솔로라고 해도 다 같이 취급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호성이 나서며 외쳤다.

그리고 주장했다!

“나는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어마어마한 미인과 결혼이라도 쉽게 가능한 사람이라고. 결혼이 뭐야. 결혼은 따로 하고 애인을 서넛 정도 절세미인으로 꾸리는 것도 가능해!”

거부의 위엄이 오로라가 되어 호성의 주변에 찬란하게 뿌려지는 것 같았다.

“엇!”

“나쁜 놈!”

수구와 만수는 주춤주춤 물러서면서도 얼굴에 부러움의 기색이 드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긴 남자들만 있는게 아니다.

“호성 너.”

“불쾌하군요.”

지연과 혜경이 나서서 호성을 비난했다.

호성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그렇게 한다는게 아니라 그런게 가능하다는 것이니까.”“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나빠.”

혜경과 지연은 일단 납득은 했지만, 기분이 상했던 것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결국, 호성은 조커를 꺼냈다.

바로 강민을 바라보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뭐 근데 여긴 저런 케이스도 있는데 그냥 그게 가능하다고 한 걸 가지고 욕먹는 건 좀 억울한 것 같지 않습니까?”

“응?”

강민은 갑자기 자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을 바라봤다. 혜경과 지연은 강민을 보고 난 뒤 한숨을 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런가.”

“그런 것 같기도...”

아무것도 안 했는데 괜히 욕을 먹으니 당연히 강민은 억울했다.

“뭐야? 또 괜히 왜 나에게 비난의 눈길이 쏟아지는 거지!”

“그건 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문제지!”

“그래!”

혜경과 지연은 사이좋은 콤비가 되어 강민을 공격!

강민은 두 여성의 말이 그의 여성 편력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고 쩔절 매다가 변명했다.

“으음, 다 과거의 일이거늘.”

“과거라...”

“과거란 말이지.”

이번엔 세나와 에이리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들은 강민을 향해 포크 끝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가슴을 푹푹 찌르는 듯이 날카로운 그 시선을 앞에 두고 강민은 침묵했다.

“으흠.”

“호, 호호.”

그리고 지금 세나와 에이리의 비난에는 지연과 혜경도 결백할 수 없었던 지라 다소간 멋쩍은 태도를 보였다.

호성은 강민을 구할 겸 얼른 화제를 돌리기 위해 재철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자랑스런 애인은 지금 어떻게 됐어?”

“헤헤, 같은 비행기 타고 왔어. 다 같이 니가 마련해 준 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지. 그리고 거기 간 김에 근처에서 핸드폰도 하나 사서 등록했고.”

아주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재철이 말했다.

호성은 재철을 때리고 싶다 생각하면서 이어 설명했다.

“일은 별로 안 어려울 거야. 정직원 대우고. 대신 한국어는 빨리 배워야 해.”

“그건 걱정 마! 영어를 잘하니까.”

재철의 자신감 어린 말!

하지만 이상한 말이었다. 당연히 호성이 이해할 수 없어서 물었다.

“영어 잘하는 데 한글이랑 무슨 상관이야.”

“영어를 잘하면 대우받으니까 한글 못한다고. 구박받지 않을 거고 그만큼 한글 공부할 시간도 벌 수 있을 거 아냐?”

재철의 논리는 간단!

“아, 그건 그렇지.”

호성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한글을 잘하는 사람이 영어를 못하면? 병신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한글을 못하면? 귀족이다!

이것이 한국식 사고방식!

“한글은 천민언어 취급이니까.”

“그러게.”

“으으, 나라꼴 하곤!”

강민단원들은 다들 분통을 터드렸다.

하지만 재철만은 아니었다.

“뭐 나는 지금만큼은 주체성이라곤 개미 똥만큼도 없는 나라라는데 감사해야지.”

“와, 여자면 나라도 팔아먹을 놈!”

“그래! 너는 평생 공처가다!”

수구와 만수가 분노해서 외쳤다.

하지만 재철은 더 말에 더욱 기고만장할 뿐!

“뭐라고든 떠들어! 그래 봐야 승리자는 나다!”

“제기랄!”

“아니라고 할 수 없는게 너무 억울해!”

수구와 만수는 눈물을 흘리며 패배에 분노했다. 예전에 보았던 스타크래프트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배틀넷 하는데 상대가 여친이 와서 간다고 해서 이긴 사람의 이야기!

그는 이겼는데 이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지금도 가히 똑같은 상황!

“우하하하!”

강민은 혀를 차며 호성을 바라봤다.

“자, 저것들은 저렇게 놀게 놔두도록 하고... 호성, 부탁 했던건?”

“물론 알아봤지.”

“어땠어?”

“니 생각대로였어.”

호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강민은 미간을 좁혔다. 이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자세한 건 안에 가서 들을까?”

“뭐 그럴 필요 있어?”

“그래. 우리도 이제 부외자가 아니잖아.”

세나와 에이리가 막고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그들 둘만이 아니다. 재철일당과 지연, 그리고 혜경도 같은 의사였다. 강민도 여지까지 온 이상 단원들에게 비밀로 하는 정보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긴 한가.”

“그래. 그러니까 그냥 여기서 말해.”

“그러지.”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허성에게 눈빛 했다. 진행하라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다음 호성은 이야기를 진행 시켰다.

“그러면 예전에 지연이 구한다고 우리가 싸웠던 중국인들 기억해?”

“응.”

“아, 무진장 쌨었지?”

재철 일당이 몸서리 펴진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세계에 와서 상대한 중엔 가장 강했을걸.”

에이리도 그 중국인들은 꽤 강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안 죽은게 천만다행이지.”

“지금은 자신 있지만!”

“그래!”

재철 일당은 무서워했던 건 다 과거의 일이라는 듯 기고만장해서 외쳤다. 호성은 그들을 조용히 시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것들은 사건 이후 모두 법정에 가서 최고형인 사형을 받았어.”

“남의 나라에서 행패를 그렇게 부렸으니 당연하지!”

“그래!”

호성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형 집행을 안한지 오래돼서 사실 사형폐지국이라고. 그러니까 그놈들은 아직 살아 있어야 하지.”

“법이 물러!”

“내 세금으로 범죄자 따윌 먹여 살려야 한다니!”

재철 일당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댓글에서 볼법한 말을 하며 투덜거렸다. 강석이 가만히 듣다가 물었다.

“그런데 그놈들 이야기가 왜 나와? 설마 탈옥이라도 한 거야?”

“아니, 그게 아냐.”

“그러면?”

호성은 자신에게 모인 친구들의 시선을 느끼며 간결하게 말했다.

“전부 죽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