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어, 엇! 뭐야 이 새끼들!”
“손들어!”
먼저 경비대원은 외쳤다.
물론 조폭들이 그 말을 들을 리는 없었다. 그들은 경비대원을 공격하려 했다.
“제압해!”
조폭 따위에 질 경비대원이 아니다.
마약과 술에 찌든 덩치만 큰 조폭 따위가 전문적인 훈련을 거친 이들을 상대로 이길 리가. 더구나 경비대원들은 봉호구도 입고 있다.
회칼 따위가 무서울 리가.
투닥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놈들!”
“이 새끼!”
“죽여!”
“어딜!”
“멍청한 것들이!”
알아듣기 힘든 거친 외침이 이어지는 사이 경비대원들은 조폭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거리가 좁아지자 그들을 일방적으로 조폭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퍽!
퍼퍽!
쾅!
“으아악!”
“크악!”
“아악!”
때리는 족족 얻어맞는 형편이었으니 조폭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곧 완전히 박살나서 바닥에 쓰러졌다.
전투를 끝낸 다음 돌입의 선두에 섰던 경비대장이 무전기를 통해 보고했다.
“전투 종료했습니다.”
“현장 확보해!”
경비대장은 즉각 명령했다.
그에 따라 대원들이 서둘러 움직이며 주변을 뒤졌다.
“확보 작업 중!”
“납치된 사람은?”
“조사 중!”
곧 누군가 외쳤다.
“확인했습니다! 납치된 사람이 맞습니다!”
“좋아!”
대원들이 모여 납치되어 있던 사람의 신분을 확인했다.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는 것은 분명 재철의 아버지였다.
“경찰에 뒤처리는 맡기고 우리는 떠난다!”
재철의 아버지의 포박을 풀고 조폭들을 꽁공 묶은 다음 경비대장은 말했다.
“네!”
다른 대원들도 답하고 서둘러 철수를 준비했다.
***
강민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하루하루가 가시 바늘이군.”
지구에 와서 그가 겪은 많은 일 가운데 이번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었다.
“정말 그래.”
“얼른 결판이 나야 할 텐데.”
세나와 에이리도 마찬가지로 걱정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우울하게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에이리가 말했다.
“우리처럼 강한건 아니지만 호성은 어마어마한 그룹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그걸 생각하면야 크게 어렵진 않을거야.”
“응. 그리고 아이템도 보내 뒀잖아. 문제 없을거야.”
세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래야 할 텐데.”
강민은 두 애인의 말처럼 되길 원했다.
띠리리-
전화가 왔다.
강민은 번개처럼 확인했다.
“호성이다!”
모두 놀란 표정으로 강민을 주목했다. 강민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어, 어떻게 됐어?”
강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세나와 에이리는 물론 재철 일당 역시 강민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의 표정이 어떻게 될지를 관찰했다.
강민의 표정이 환해졌다.
답이 돌아왔다.
“구출했어!”
“구출했다고!”
강민이 외치자마자 이곳은 축제의 장처럼 떠들썩해졌다.
“만세!”
“아싸!”
“좋았어!”
휴대폰을 통해 다들 환호성을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호성은 이어 말했다.
“보내준 아이템이 아주 큰 도움이 됐어.”
“그렇겠지.”
그 아이템은 세나가 아주 공들여 만든 일회용 물품으로 원하는 사람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호성은 이어서 물었다.
“그런데 앞으로 어찌할 거야?”
“일단은 주변에 호위, 아니 감시 부탁해. 눈에 띄면 우리가 들킬 수 있잖아. 이런 건 결국 모르게 되는게 최고의 방어니까.”
“알았어.”
호성도 강민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런건 모르게 하는게 최선이다. 그래서 이번 구출도 자기 회사에서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공을 전부 경찰에게 넘기고 사태를 아주 사소한 일이었던 것처럼 마무리했다.
그러고서도 물론 불안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선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그럼 부탁한다.”
“그래. 너희는 거기서 마무리 잘해.”
“물론이지.”
강민은 그렇게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이어서 그는 동료들을 향해 음산하게 말했다.
“자, 그러면 정리에 들어갈 시간이군,”
“응. 절대 가만 놔둘 수 없지.”
“그래. 이런 꼴을 당했으니...!”
모두 마찬가지로 복수심에 불타는 눈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티 내지는 마.”
강민은 그들의 감정을 제어하려는 듯이 얼른 말했다.
“그것도 알아.”
모두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
호세는 초조하게 자신의 방을 서성이고 있었다.
곧 부하 하나가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보스.”
“왔어?”
호세는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늘쯤 도착해야 할 한국에서 공수된 인질이다. 오늘 그의 팔을 잘라 거리에 내던져 장갑맨을 협박하고 그 반응을 살펴볼 생각이었다.
잘 된다면 이제 드디어 장갑맨의 끔찍한 공포에서 해방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 그게...”
“무슨 일이야? 어서 말해!”
호세는 불길함을 느끼면서 답을 재촉했다.
“납치한 뒤 비행기에 싣기 전에 경찰이 급습해서 그만...”
“뭐!”
뒤는 들을 필요도 없었다.
기껏 납치해 놓고 인질을 빼앗겼다는 말이 틀림없었다. 부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호세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할까요?”
“이런 병신새끼!”
호세는 총을 꺼내 다짜고짜 쐈다.
탕!
부하는 비명도 없이 죽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의 다른 부하들을 노려보면서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일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하길래!”
“보스! 이러지 마십시오!”
부하들이 당황해서 그를 말리려 했다.
호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서 총을 겨눴다.
“네놈들도 다 똑같아! 무능한 병신 새끼들!”
“엇!”
“어엇!”
다들 질린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요즘 호세는 초조한 상황이 계속되자 정신적으로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잔인한 마피아.
수틀리면 마피아 몇몇 죽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너희 같은 것들이나 아래에 데리고 있으니 내가 이 꼴을 벗어날 수 없는 거지!”
결국, 호세는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보스!”
한 부하가 달려들어 그를 말렸다.
탕!
부하가 총을 잡고 위로 들어 올린 순간 총구가 불을 뿜었다.
“이 개새끼가!”
죽을뻔한 부하는 눈에 뵈는게 없었다.
“보스면 다야! 이런 데 처박혀 벌벌 떨기나 하는 주제에!”
“너 따르다 죽은 놈들이 몇인데!”
다른 부하들도 달려들어 호세를 두들겨 팼다.
“어, 큭...”
호세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얻어맞았다.
그러는 사이 분노한 부하 중 하나가 그의 이마에 총을 대고 쏘았다.
“컥!”
탕 소리가 한번 더 나고 호세는 뇌수를 뿌리고 죽었다. 홧김에 호세를 죽이긴 했지만, 그가 죽고 나서 정신을 차린 마피아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쩌지?”
“도망가자!”
“도망가?”
“달리 선택이 있어?”
“그, 그것도 그렇군.”
그들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호세가 가지고 있던 비싼 장신구 같은 것들을 챙기고 서둘러 도망가기 시작했다.
***
강민은 카를로스와 함께 그의 사무실에 있었다.
강민은 오늘도 일을 한 건 끝낸 상태.
그는 피로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많이 잡아 죽였는데 없더군요.”
“그런 것 같네.”
“리오에서 탈출한 거 아닙니까?”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멀리 떠나진 못했을걸.”
카를로스가 한 말에 강민은 다소 불안한 듯 물었다.
“어째서요. 저 멀리 중앙아시아 같은데 움막 짓고 숨어 살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은 리오에선 대장이니까. 그놈들은 힘든 상황이지만 아직 타개책이 있다고 믿을거야. 또 뭐 여기서 도망가면 조직도 잃을 테고, 추적자가 쫓아와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겠다는 거겠지.”
마피아의 대장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엄청난 적이 여럿 만들었다는 말과 다를게 없다.
그런 자가 조직을 잃고 해외로 도피하면 길게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장갑맨도 위험하지만, 아직 자신의 말발이 먹히는 리오에 남아 있으려 하는 것도 이상한게 아니다.
“그럴까요?”
“진흙탕 좀 굴러봤다 그거지.”
카를로스는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마피아 보스쯤 되면 위기에 대해 굉장히 강하다.
그들 자신이 많은 위기를 거치면서 그 자리에 오른 자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장갑맨이란 그들의 그런 내성조차도 훨씬 초월하는 것이어서 벌써 다들 공포에 떨고 있지만, 그걸 고려해도 그들이 장갑맨이란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 다행이긴 하죠. 진짜 진흙탕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말 테니까.”
강민은 자신 있는 듯이 웃었다.
카를로스도 고개를 끄덕여 그 말에 동의하고는 말했다.
“하지만 리오에서 숨을만한 곳은 다 훑어봤는데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야.”
“흠 곤란하군요. 슬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제 방학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정도였다.
카를로스는 별반 걱정 없다는 투로 말했다.
“뭐 나야 이 정도만 해도 자네들이 할 일은 다 했다고 보내만...”
“아니요.”
그러나 강민의 의지는 확고했다.
“분명히 이야기 했습니다. 다 죽일 거라고.”
“무섭군.”
카를로스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적으로 삼아선 안 되는 인간은 틀림없이 장갑맨일 거라 생각했다. 하긴 이미 세계의 무수한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강민이란 존재였다.
강민은 카를로스에게 고했다.
“뭐 저희의 방법을 이제 사용하도록 하죠. 잔챙이들은 대충 정리한 거 같으니 도망가기 전에 대어를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까지는 마피아를 뿌리까지 뽑기 위해 차근차근 bope의 정보를 따라서 습격했다.
하지만 뱀 대가리를 부수고자 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들은 뱁대가리 사냥을 위해서는 전세계 최고의 과학조차 따를 수 없는 힘을 가지도 있다.
바로 마법!
“끝내고 나면 연락 주게. 뒷 청소 정도는 해주지.”
카를로스는 강민이 지금 한 말을 틀림없이 지킬 거라 생각하면서 말했다.
“리오에서 우왕좌왕하는 놈들 청소도 부탁하죠.”
강민 역시 피식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그거야 우리 전공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