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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200화 (200/227)

200화

어느 낡은 건물에 후줄근한 옷을 입은 남자 여럿이 모여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들은 재철의 아버지를 납치한 조폭들이었다.

“흥, 브라질 마피아 새끼들, 오십만 달러라고? 그걸로 누구 코에 붙이려고. 이런 일을 했으니 적어도 백만은 줘야 한다는 업계 상식도 모르나.”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가 지들보다 규모가 좀 작기는 해도 그건 한국이라 그런 것일 뿐인데 말이죠.”

그들의 브라질 마피아의 의뢰를 받고 재철 아버지를 납치했으나 가격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느라 아직 납치한 재철 아버지를 비행기에 싣지 않았다.

“그래. 새카만 것들 여기 오면 그저 불법체류자 신세일 뿐이지. 어딜...!”

“하하!”

아무도 없는 데서는 임금도 욕한다고, 그들은 규모와 무력 모든 면에서 그들의 상대도 되지 않는 브라질 마피아를 비웃었다.

“그런데 그 새끼를 왜 그놈들이 원하는 걸까요?”

“그건 모르지. 알 필요도 없는 거 아니겠어?”

대장이 한 말에 다른 이들도 동감했다.

하긴 왜 그런 폐물 늙은이 따위 왜 필요한지 알게 뭐란 말인가. 그냥 원하는 대로 넘겨주고 돈을 받으면 충분했다.

“그런데 그 늙은이 아들 서울대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게 웃기더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학벌이라니. 미쳤지.”

“그러게 말이죠.”

그들은 납치할 당시에 아들이 서울대 간걸 외치며 고래고래 잘난척 하던 재철 아버지를 생각하고 그를 비웃었다.

대장은 한참 즐겁게 떠든 다음 이야기했다.

“자, 칼자루를 쥔 건 우리다. 브라질 새끼들이 굽신거리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네.”

“그러고보니 거기 장갑맨 때문에 시끄럽다지 않았어?”

대장이 화제를 바꿔 말했다.

“벌써 한 군데는 대장이 죽고 조직이 무너졌다는군요.”

리오에서 장갑맨의 활약은 한국에서도 매일같이 화제였다.

아니, 전세계의 관심사였다. 한국에서도 잔인한 거로 유명한 장갑맨이었는데 브라질 가서는 아에 악마처럼 마피아들을 죽이고 있었다.

“헤헤 꼴 좋군.”

“그렇죠. 우리만 당할 수 없으니.”

한국도 조폭들이 장갑맨 때문에 호되게 곤욕을 치렀다. 최대 조직이 분해되다시피 하면서 그 과정에서 일을 잃고 동네 양아치로 전락한 조폭이 아주 많다. 생계가 궁핍해지거나 폭력사건을 일으켜 감옥에 간 놈들도 부지기수.

아쉬운 듯 한 대장이 이어 말했다.

“일본 새끼들도 좀 당했으면 좋겠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그 새끼들 때문에 사채도 안 되고...”

한국의 사채시장은 항상 호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사채금융 업체의 자금은 전부 일본에서 왔다. 일본에서는 법규가 바뀌어서 장사가 안되니 법정이자가 아주 센 한국으로 온 것이다.

그 덕에 야쿠자들은 호황을 누리고 한국의 서민들을 맛있게 잡아먹고 있다.

한데 정작 한국 조폭들은 돈과 조직이 달려서 그럴 수가 없었다. 한국인을 잡아먹으려면 한국인이 잡아먹어야 하는데, 일본놈들이 잡아먹는 억울한 꼴!

가치 일제치하에 버금가는 더러운 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게 말야. 장갑맨 이 나쁜 놈은 친일파일거야. 그러니 멀쩡한 우리나라 조직은 다 부수고 일본 새끼들 배를 불리는 짓을 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죠.”

그들은 함께 분노했다.

“썩을 놈.”

“썩을 놈이죠.”

한번 시작된 장갑맨에 대한 욕설은 그칠 줄을 몰랐다.

***

호세는 부하를 찾아가 초조하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아직 협의 중입니다.”

부하는 깍듯하게 답했다.

하지만 호세는 협의중이라는 말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협의중?”

“네. 병신 같은 것들이 돈을 두 배나 받아 처먹으려 해서 일단 보류시켜 뒀습니다. 어차피 뒤처리는 지들이 해야 하는데 고집부릴 입장이 아니란 걸 모르고 있더군요.”

호세는 분노했다.

“이 개새끼!”

그는 품에서 총을 꺼내더니 부하를 향해 다짜고짜 쏘았다.

타앙!

“케엑!”

부하는 이마에 구멍이 뚫린 채 비명과 함께 죽어버렸다.

주변의 다른 부하들이 질린 표정으로 호세를 바라봤다. 그들을 둘러보면서 호세는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똑똑히 들어! 이건 니들이 평소 하던 것처럼 해선 안 되는 일이다! 얼마가 되든 상관없으니 얼른 돈을 주고 사들여!”

“아, 알겠습니다.”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부하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재깍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세는 그제서야 조금 진정했지만, 지금까지 잃은 시간만 해도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었다. 어서 납치한 자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

호세, 멘돌라, 당케가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들 앞에서 세 조직의 부하들이 서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보고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달리 있었다.

“장갑맨은?”

“여전합니다.”

주저하면서 부하가 말했다.

“여전하다고?”

“네. 거점을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면서 조직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가 말했다.

장갑맨이 리오에서 그들을 괴롭히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잔혹함으로 마피아들을 겁먹게 해 빠져 나가게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거점을 공격해서 와해시켜 거기로 거길 마피아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마약을 비롯한 중요한 상품들은 대놓고 거래할 수 없으므로 그런 거점이 장사에 중요하다. 그걸 없애면 자연히 조직의 목을 죄이게 된다.

때문에 현재 세 조직을 모두 합쳐도 전성기때 한 조직만 한 규모도 되지 않았다.

“크윽...”

보스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하던 거야 늘상 있는 일이니 새삼스러운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장갑맨의 행동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었다. 만일 이번에 납치한 늙은이가 장갑맨고 관련되어 있다면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닌 거 아냐?”

“씨발 중국 새끼들!”

“짱깨 놈들 따윌 믿어선 안 된다니까!

모두들 삼합회를 성토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불량의 대표격이더니 조폭까지 그 골이냐고! 하지만 호세가 결국 포기한 듯이 외쳤다.

“떠들어 봐야 소용없어! 일단은 끝까지 해 본다.”

“그래. 정말 만에 하나 사실이라면... 재수고 아니면...”

“아니면 잠수함이라도 타고 심해에 숨어 지내야지 별 수 있냐. 씨발...”

멘돌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포기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게 끔찍하군.”

당케가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는 것은 이들이 이미 잠수함을 구매했다는 뜻이다. 러시아 마피아가 가지고 있던 것을 구매했다. 여차하면 도망갈 생각이다.

“장갑맨만 떠나면 조직을 재건하는 건 안 어려워!”

“각자 예금은 깨끗이 세탁된 거로 최소한 3억 달러 이상씩 가지고 있잖아?”

멘돌라와 호세는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그것도 이젠 반토막이다.”

“씨발 내가 몇십년이나 성실하게 일하면서 모은걸...”

“큭.”

당케가 지적하자 멘돌라와 호세는 역시 쓰라린 얼굴이 됐다.

“목숨값에는 비교할 수 없지.”

그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진실이다.

***

재철은 오늘도 자젤과 함께 누워 있었다.

방금전까지 두 사람은 진한 섹스를 했다. 그리고 여운에 잠겨 있는 상태. 하지만 재철의 표정은 결코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지젤이 그걸 눈치채고 물었다.

“왜 그래요?”

“아니, 내가 왜?”

“불안해 보여서...”

“그랬어?”

재철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요.”

숨긴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얼굴에 다 드러나고 말았던 모양이다. 속이려 들어봐야 소용없다 싶어서 간단하게 말했다.

“집에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큰일인가요?”

지젤도 걱정스런 얼굴이 되어 물었다.

“조금.”

“그래서 계속 울적했군요...”

“괜찮아.”

재철은 지젤을 껴안았다.

자기가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지젤까지 불안하게 만들 수야 없는 일이었다.

“네. 괜찮을 거예요.”

지젤도 마주 재철을 껴안으며 말했다.

“제가 힘이 될 수 있는게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해 줘요.”

“응.”

강민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역시 이런 착하고 아름다운 야인을 얻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 누웠다. 지젤은 재철의 볼에 키스했다.

“잘 자요.”

“당신도.”

재철은 불을 껐다.

어둠에 잠긴 방에서 그는 어떻게든 사태가 호전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

한편, 지구 반대편에서는 호성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아, 도련님. 문제 없습니다.”

지금 호성이 전화하고 있는 상대는 자기 집의 경비대장이었다. 이번에 재철의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움직인 힘은 바로 그들!

사설은 아니지만 자기 회사에서 설립한 경비회사였다.

“확실한가요?”

“도련님 친구분 부모님 일인 만큼 물론이죠. 하지만 정말 운이 좋군요.”

경비대장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호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이렇게 긴급할 때 딱 정확한 제보가 들어오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게 아니었음 막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금 경비대장이 안심하고 있는 것은 목표의 위치까지 정확히 알려주는 제보가 들어온 덕분이었다. 은밀한 일이니만큼 행방불명 정도로 하고 약소하게 신문광고 정도를 낸게 전부였는데 그날 바로 소식이 들어왔다.

물론 진짜 제보가 들어온 것은 아니다.

초특급 배송으로 브라질에서 날아온 세나의 마법 덕일 뿐이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염려 마십시오.”

경비대장은 호성의 부탁에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경비대장은 무전기를 들었다.

“제 1팀.”

“이상 무.”

대답이 돌아왔다.

경비대장은 다른 팀으로 연락했다.

“제 2팀.”

“이상 무.”

같은 대답.

“제 3팀.”

“이상 무.”

제 3팀까지 확인을 끝냈다.

경비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체 인원을 향해 말했다.

“좋아. 그러면 위치 확보는 끝났고... 10초 후 돌입한다.”

“옛!”

일제히 낮은 속삭임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들은 천천히 마음속으로 10초를 세었다. 수를 다 세었을 때, 그들은 포위한 집의 각 문을 장악하면서 안으로 번개처럼 돌입했다.

“돌입!”

“돌입!”

쾅!

쾅!

문 부수는 소리.

“통로 클리어!”

“클리어!”

탁탁탁!

무겁지만 빠른 발걸음 소리.

그리고 문이 또 열렸다.

낡은 밤에서 꾸벅꾸벅 졸던 조폭들이 갑자기 들어온 경비대원들을 보고 경악해서 외쳤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꺼냈다. 회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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