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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99화 (199/227)

199화

재철의 아버지는 골목을 걷고 있었다.

“우하하.”

그는 잔뜩 술에 취한 상태였다.

오늘도 그는 일용직을 끝내고 몇 푼 되지 않은 돈을 쥐었을 뿐이지만 그게 그의 기쁜 마음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어, 좋다.”

불콰한 얼굴은 낄낄대는 웃음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아들 때문이다.

아들!

사고만 치던 아들이 이렇게 인생을 즐겁게 해줄 줄이야. 친구들끼리 모여서 자식 애기만 나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던 것이 어제 같은데 그 녀석이 서울대에 갔다.

서울대!

관악산에 있는 바로 그 서울대!

어찌나 자랑했는지 이제 그와 술을 마시려는 친구도 없을 지경이었다. 자식 얘기만 하면 그것도 대학이냐고 다니면서 비웃기 일쑤인 사람과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것 때문에 친한 친구와 싸우고 절교까지 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 짓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딸꾹.”

재철의 아버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익숙한 골목길을 걸었다.

“응?”

갑자기 길 맞은편에 몇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거 뭐야?”

그들은 재철의 아버지를 포위했다.

“야, 니들 뭐냐?”

“저 늙은이 맞아?”

남자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재철의 아버지는 놔두고 자기들끼리의 대화를 나눴다.

“재철이라는 놈의 아비가 저놈이 맞다. 아들은 서울대학생에 지금은 해외여행 중이라는군.”

“우리 재철? 으하하! 맞아. 우리 아들이 서울 대학생이지! 서울 대학생!”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재철 아버지는 반사적으로 웃으며 자랑했다.

“됐군. 쉽게 잡았는데?”

“그렇지. 하지만 저런 쓸모없는 늙은이 따위 잡아서 뭐 하려고...”

“그건 우리 알바 아니지.”

“그래. 그 말이 맞아.”

남자들은 수군거리는 걸 멈추고 재철의 아버지를 포박했다.

“어, 어어 이것들이!”

재철 아버지는 그제서야 이상함을 멈추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내가 누군 줄 알고! 내 아들이 서울 대학생이다!”

“이 늙은이 술 먹더니 미쳤나.”

그를 잡으려는 남자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들이 서울 대학생이면 칼이 안 찔리는 줄 아는 모양이야.”

“하여간 미친 나라라니까.”

“그러게.”

다른 남자들도 어이가 없는 듯 이야기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회의 쓰레기 조폭이 황당하게 생각할 정도의 학벌주의.

그것이 한국!

“이, 이놈들!”

조폭 하나가 재철 아버지의 떠드는 소리에 지략이 난 듯 입을 막았다.

“읍읍!”

“얼른 가자!”

“그래!”

이어 그들을 재철 아버지의 사지를 결박하고 커다란 마대에 넣어서 둘러업고 골목을 달렸다. 그들이 달리는 동안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

강민은 경악해서 외쳤다.

“뭐! 그게 정말이야?”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강민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으으... 알았어. 일단 끊을 테니까 다시 연락하자.”

“무슨 일이야?”

“니가 소리를 다 지르냐.”강민이 목소리를 높였다는데 놀라움을 느끼고 다들 관심을 보였다. 강민은 곤혹스런 얼굴로 자신에게 모인 동료들의 시선을 바라봤다.

“으음...”

강민은 차마 말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저했다.

“이건 농담으로 넘길 일이 아닌 거 같은데?”

“그래. 니가 그런 표정을 지으니까 불길하잖아.”

강민이 전혀 표정을 바꾸지 않다 재철 일당은 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강민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처음일지도 말했다.

“얼른 말해.”

“맞아! 얼른!”

불안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인 것처럼 재철 일당은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강민도 이대로 있어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겨우 입을 열었다.

“재철이 아버지가 납치됐다.”

모두의 얼굴색이 변했다.

“아버지가!”

한발 늦게 비명을 외친 것은 역시 재철이다.

강민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해외에서 사주를 받은 모양이야.”

“그러면 여기 놈들이...?”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지.”

재철은 이를 갈며 외쳤다.

“대체 어떻게!”

“그건 나도 궁금해. 너희들의 정체는 오랫동안 숨겨왔는데.”

강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통 문제가 아닌데.”

“그래. 자칫하면 우리 정체가 완전히 들킬 수도 있는 거잖아.”

세나와 에이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우선 지적했다.

“어, 얼른 구출하자!”

“그래! 급하잖아!”

수구와 만수는 일단 재철의 아버지부터 구하고 보자는 입장이었다.

“아니, 움직이면 안 돼.”

의외로 그들을 말린 것은 재철이었다.

“너 임마! 너희 아버진데!”

“그래. 이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수구와 만수는 버럭 화를 냈다. 두 사람은 재철이 자기 아버지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이런 때에 냉정하게 나올 줄이야!

“닥쳐 이 새끼들이!”

재철은 버럭 화냈다.

“우리 아버진 쓰레기야! 술이나 퍼마시고 가장 다운 일이라곤 한 적이 없다고! 그래도 내 아버지야. 니들보다 백만배는 더 구하고 싶어 미치겠다고!”

재철은 한숨을 크게 쉬고는 외쳤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움직이면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야?”

수구와 만수가 의아하게 물었다.

“우리가 정말로 글로브 아미라는 확인이 될 테니까!”

재철이 외치자 수구와 만수도 그렇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

“그, 그런가.”

세나와 에이리도 지금 수구의 말에 동의해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재철의 말이 맞아.”

“여기서 움직여서 섣불리 움직이면 재철 아버지를 인질로 사용하게 만들고 말게 돼. 일단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하던 대로 움직이는 게 좋아.”

“그, 그럼 어떻게...?”

아무리 그런 위험이 있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아예 모른척 하고 뒷짐지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재철의 아버지가 살해당할 것이다.

강민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호성과 지연이 움직여 주기로 했어.”

“그쪽은 위험하지 않을까?”

세나가 걱정스레 물었다.

장갑맨과 글로브 아미가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 역시도 장갑맨의 정체를 들키게 될지 모르는 단서가 될 위험이 있다.

“둘은 장갑맨과도, 글로브 아미와도 접점이 없어. 하지만 고등학생때 호성이 너희 셋과 친하게 지냈다는건 알려졌지. 움직여도 의심을 사진 않을 거야.”

“그건 다행이네.”

“그리고 설령 그런 위험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사태지.”

강민이 지금 한 말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강민은 재철을 바라보고 90도로 허리를 굽혓다. 그 모습에 에이리와 세나가 큰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다.

“일단... 미안하다. 내 탓이야.”

“나도 사과할게. 가족에 대한 대비도 확실히 해 뒀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는 나도 동감이야.”

에이리와 세나도 함께 나서서 강민을 거들었다.

재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런 일을 하게 됐으니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했던 일인지도 몰라. 사과할 필요는 없어. 이런 짓을 벌이는 놈들이 문제인거지.”

이제와서 강민을 탓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재철은 강민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더구나 그는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구해줄 것이다.

강민은 거듭 사과하고 고마움을 표시한 다음 말했다.

“하지만 대체 어디서 이런 정보를 구한 거지.”

“다들 경찰 참고인으로 갔던 것도 아니잖아.”

“그래.”

당시 사정을 아는 이들이 함께 이야기하며 정보가 샐만한 곳이 어디였는지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그럴 만한 곳은 없었다.

곧 강민이 이야기에 종지부를 찧듯이 말했다.

“어느 누구든 상관없어. 이런 정보를 흘려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그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졌다.

“죽이는 수밖에.”

***

호성이 전화를 끊었다.

그의 주변에는 강석을 비롯한 나머지 강민단원들이 있었다.

“강민은 뭐래?”

“일단 잘 부탁한데.”

“그리고?”

“특급으로 마법 아이템을 몇 가지 보내겠데.”

“아! 그거면 추적이 가능하겠군.”

강석을 비롯한 다른 강민단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지연 사건 때 세나의 마법 아이템 덕을 많이 봤다.

“그래.”

“저도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지연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쳄이 도착하게 되면 지연도 자기 이름으로 많은 돈과 사람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한데 호성이 말렸다.

“지연양은 안 됩니다.”

“어째서요? 저희 그룹의 힘이라면...”

지연이 무시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호성은 오해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며 설명했다.

“그룹의 힘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연양이 움직이면 관계가 들킬 우려가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는 당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는 제가 움직이는게 좋죠.”

“그렇군요.”

지연도 그 이야기에는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갑맨 사건의 핵심에 드러나 있던 지연이 사람을 움직여 재철 아버지를 구하는 건 역시 너무 눈에 띈다.

“다행히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재철의 아버지는 아직 외국에 넘어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국내 조직에 의뢰해서 잡은 모양인데 넘겨받는 과정에서 딜이 그리 잘 되고 있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그럼 기회가 있겠군요.”

지연이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걸 노리고 벌써 움직이고 있는 거죠.

“잘 돼야 할 텐데...”

“그래...”

강석과 혜연도 초조한 표정으로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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