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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98화 (198/227)

198화

콰아앙!

아주 요란한 소리가 나며 천정이 파괴됐다. 그리고 돌가루와 철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장갑맨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갑맨만이 아니라 그들의 동료인 글로브 아미와 양복맨도 있었다.

“뭐, 뭐야! 어떻게 여길!”

아멜은 경악해서 비명을 질렀다.

여긴 벙커!

대체 어떻게 뚫고 저들이 여기 나타난단 말인가.

“으아아아...”

아멜이 비명같은 소리를 내는 동안 방에 경비를 위해 있던 부하들이 무기를 들고 그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강민일당은 번개처럼 흩어져서 그들을 상대했다.

쾅!

쾅!

때리는 소리가 계속 나며 경비병들이 뒤로 나자빠졌다.

이후 강민은 천천히 아멜을 향해 다가갔다.

“휴 겨우 뚫었네.”

여긴 벙커. 개인용이라 방어력에 한계가 있긴 했지만 세나의 마법이 아니었다면 돌파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강민은 아멜을 노려봤다.

“우리나라 북쪽에 사는 돼지새끼도 아니고, 꼭꼭 숨긴. 뭐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지만.”

“자, 장갑맨...!”

아멜은 덜덜 떨면서 중얼거렸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장갑맨이지. 너희들에게 죽은 죄없는 사람들의 원한을 갚으려고 여기에가지 이르른 거야.”

“내, 내가 한게 아냐! 내가 한게!”

아멜은 발작하며 외쳤다.

“병신 같은 년. 그런게 핑계가 된다고 생각해?”

강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는 오늘 태어난걸 후회하게 될 거다.”

강민의 뒤에서 글로브 아미들은 서둘러 도망갔다. 이제부터 벌어질 참극은 결코 보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갑은 손을 뻗어 아멜은 얼굴을 잡았다.

“끼아아아악!!”

벙커를 울리는 비명소리는 아주 길게 이어졌다.

***

아멜의 시체가 고맙지만, 를 통해 발견됐다.

산채로 천천히 뜯어내다시피 하는 끔찍한 꼴이었다.

아멜.

그녀는 세이버의 대장이었다.

세이버는 브라질을 지배하던 사대 조직의 하나.

그 폭풍이 작을 수는 없었다. 온 브라질이 들끓었다. 마침내 마피아를 궁지에 몰던 장갑맨의 손길이 그 최고위층에 까지 이르렀을 정도니까.

브라질 전역이 축제나 다름없는 상태에 들어갔다.

마피아들은 전에는 이런 꼴을 보게 되면 기뻐하는 이들에 대해 집단적인 린치를 가하거나 심지어는 죽이기 까지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은 리오만 작살내고 있는 장갑맨이지만 사건이 터지면 자기들도 리오의 마피아들처럼 갈기갈기 찢겨 죽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치권에서도 서서히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장갑맨이 저토록 잔인하게 군다면 자기들 역시도 마피아와 같은 골이 될 수 있을거란 걱정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자연히 마피아에게 돈을 받길 꺼리게 됐고, 범죄 소탕을 목청껏 부르짓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갔다.

역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리오의 마피아들 본인들이었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하루가 멀다하고 마피아를 그만두고 도망가려는 자들이 늘었다.

이전이라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피의 댓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시도하게 되니 그렇게 못했다.

또한, 마피아의 법령을 지키기 위해 제재를 가해야 하는 이들도 사실은 도망치고 싶었고, 실제 부지기수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점차 마피아 조직은 와해하기 시작했고 그 가운데 버티고 선 이들은 아직도 그 조직의 핵심에 있어 거기서 빨아먹을 것들이 많은 이들이었다.

***

어느 밀실.

아멜이 죽고 난 다음 당케, 호세, 멘돌라는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잠정적인 동맹을 맺고 이번 사태에 대처하기로 확고하게 약속했다. 그리고 함께 행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동맹을 맺고 나서도 전혀 안심되지는 않았다.

장갑맨을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역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산을 챙겨 리오에서 도망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도망가면 조직은 틀림없이 무너진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추적이 올 것이다.

그러면 죽는다.

버틸 때까지 버텨봐야만 했다.

그래서 호세는 자신의 밀실에서 초조하게 퀭한 눈으로 주변을 오갔다.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문을 열고 부하가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호세에게 말했다.

“중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주, 중국에서?”

호세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중국에서 올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삼협회이라고...”

삼협회.

중국 최대의 마피아.

중국이라는 국가의 성장과 함께 점점 더 세를 불리고 있는 세계의 강호.

“그자들이 왜...?”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일단 바꿔라.”

초조한 얼굴로 호세는 말했다.

“네.”

부하는 공손하게 전화기를 바쳤다.

“무, 무슨 일이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군.”

동양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세는 그 어조에 욱하고 분노했다.

“나를 놀릴 생각이냐!”

“진정해. 오늘 연락한 건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돕기 위해서다.”

호세는 화내는 걸 덜컥 멈췄다.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할 판이다. 얻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은 얻을 수 있어야 했다.

“뭐, 뭘 어떻게 돕겠다는 거지?”

“장갑맨을 상대하기 까다롭지 않다?”

호세를 이를 박박 갈았다.

“새삼스러운 소릴 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거지!”

지금 호세는 정말 급했다. 그런 뻔한 소리 하면서 이야기를 질질 끌려는 꼴이 증오스러웠다. 상황이 여유롭다면 저런 속을 긁는 어투도 봐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전화기의 상대는 겨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장갑맨과 싸워 본 적이 있다.”

“싸, 싸워봤어?!”

“그래.”

싸워봤다니! 어쩌면 대단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어떻게 하면 되지?”

한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유감이지만 졌다.”

“졌다고?”

당황해서 호세는 반문했다.

“그래. 아주 철저하게 졌지. 우리 측의 최고 고수를 보냈다만 소용없었다. 그들은 모두 병신이 돼서 한국의 교도소에 처박혀 있지. 그놈들을 죽여 입을 막는데, 만도 힘이 많이 들었다.”

“미친!”

호세는 돌아온 대답에 분노해서 이를 갈았다.

장갑맨을 상대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졌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다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는 호세를 달랬다.

“여여, 그렇게 신경질 내지 말라고. 졌다고 해서 쓸모있는 정보가 없으란 법은 없지 않나.”

“쓸 데 있나?”

호세는 분노를 진정시키고 얼른 물었다.

그러고보면 그렇다. 졌다고 해서 꼭 상대하는 법을 모르리란 법은 없다. 오히려 그게 힌트가 되어 적을 무찌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그에 대한 정보를 쭉 보내주지. 그걸 더듬어 보면 괜찮은 것들이 나오지 않겠나? 그 가운데는 장갑맨을 돕던 이상한 놈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으니까.”

“글로브 아미!”

호세는 지금 삼합회와 뭘로 거래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그는 장갑맨 주변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그들에게 팔려 들고 있는 것이다.

“글로브 아미진 잘 모르지. 하지만 수상한 냄새 정도는 나는 것도 사실이야.”

삼합회 간부는 킬킬 웃으며 말했다.

“정보를 넘겨!”

테러집단이 하이잭 같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원래 상대하기 곤란한 놈을 상대할 때는 인질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서다.

그들의 힘으로 정규군과 저면에서 맞붙으면 그건 그냥 자살행위와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삼협회에서는 이어 요구했다.

“오천만 달러.”

“뭐!”

호세는 경악해서 반문했다.

“오천만 달러다.”

삼합회의 간부는 확실하게 말했다.

호세는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장갑맨을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정보에 오천만이라고? 미친 소리는 작작하는 게 어때!”

“오천만이 아니라 일억 달러라도 싼게 아닐까?”

삼합회의 간부는 건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을 뿐이다. 그는 이어서 쐐기를 박았다.

“이대로라면 너희는 모두 죽는다.”

“크읏...”

호세는 반론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겠어?”

“기, 기다려 봐라. 돈을 마련하게 되면 다시 연락주지.”

호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단 거래를 중단시켰다.

“그러니. 우리야 급하지 않으니까.”

호세는 전화를 끊었다.

“크으...”

분노와 굴욕감에 그의 얼굴을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말이 맞았다. 지금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

당케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오늘 세브란이 죽었다.”

“위험해졌군.”

멘돌라도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수를 내야해!”

호세는 발작이라도 일으킬 듯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래서 모인거 아니야. 진정해.”

“제기랄! 니들이 내 꼴이 돼도 그럴 수 있을까!”

말리는 다른 보스들을 향해 호세는 번뜩이는 눈을 보냈다. 호세는 실제로 장갑맨의 제일 표적이다. 그의 부하가 장갑맨을 따라한 놈을 고문살해 했던게 이 일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별로 의미 없는 구분이었다. 장갑맨은 브라질에 온 뒤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그들을 청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멀고 가까운 문제다. 우리 모두 처지는 다를게 없어.”

“설마 미국에 숨겨둔 놈까지 죽다니...”

세브란은 그들의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로, 재산 관리와 해외 판매망 관리 같은 걸 하던 자였다. 중요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안전도 확실히 챙기기 위해 비밀을 엄수했는데 다 소용없게 됐다.

그의 시체는 백조각 이상으로 찢긴 상태로 발견됐다.

“CIA덕이겠지. 여긴 쉽게 발견하지 못할테니 한동안은 안심해도 좋을거야.”

“그래. 설마 무인도까지 찾아낼 리는 없을테니까...”

“만일을 대비해 이런 곳을 만들어두길 천만다행이군.”

보스들은 두런두런 이야기했다.

그들은 해외로 도망가기엔 잃은 것이 너무 많고 도리어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리오 근처의 무인도에 만들어둔 시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위치는 물론 극비.

정규항로가 아니고 비밀리에 누가 오는 일도 없는 곳이라 상당히 안전했다.

“그래서 정보는?”

당케가 호세에게 물었다.

그가 말하는 정보란 호세가 얼마 전 삼합회에서 구매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사기 위해 그들은 각자 막대한 돈을 부담했다.

“왔다. 이거지.”

호세는 파일을 하나 거내 앞으로 내던졌다.

“흠...”

“어디...”

당케와 멘돌라가 긴장된 눈으로 파일을 살폈다.

“이지연?”

곧 당케가 흥미롭다는 듯이 이국인의 이름을 읽었다.

호세도 같은 곳에 관심을 두었던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국 최대 재벌의 후계자 지위에 있는 계집애라는군.”

“납치하면 맛있겠는데.”

멘돌라의 말에 호세는 혀를 찼다.

“그런 얘기할 여유가 어딨어. 중요한 건 그년 데리고 우왕좌왕할 때 이야기다.”

“암살이 실패했군.”

후속 내용을 살피며 당케가 말했다.

호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중에서도 중요하다 싶었던 내용을 언급했다.

“그 실패의 이유가 바로 장갑맨이야. 한데 그때 방해한 놈들 중에 고등학생이 몇 명 있다고 한다.”

“그놈들이?”

당케와 멘돌라가 함께 놀란 얼굴이 됐다.

설마 그 고등학생이 장갑맨과 접점이 있단 말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들이 글로브 아미일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호세는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아주 약하다고 하니 글로브 아민진 알 수 없지. 그래도 조사할 가치가 있다. 만일 한국에서 이 녀석들의 가족을 인질로 삼는데 성공하면...”

“사실을 알아내거나, 놈들을 막을 수 있겠군.”

당케가 흥분해서 말했다.

“그래. 우리도 살길이 열리는 거야.”

호세도 고개를 끄덕였다.

멘돌라는 서둘러 그 고등학생을 살피면서 물었다.

“그래서 이놈들은 누구지?”

“재철, 수구, 만수라는 놈이라 한다.”

“작업에 들어갔나?”

당케와 멘돌라 는 흥분한 눈동자로 호세를 보고 물었다. 호세는 오랜만에 웃음을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조폭을 섭외해서 시작했다.”

“성공하길 기다려야겠군.”

“장갑맨과 관계가 있는게 맞아야 할 텐데.”

만돌라와 당케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호세 역시 동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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