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해져서 놀러왔다-196화 (196/227)

196화

“CIA의 주선이었다.”

“CIA가?”

“장갑맨은 미국과 친하지. 그것도 모르나. 더구나 너희들, 미국에 미움 살 짓도 많이 했잖아?”

카를로스가 비웃듯이 말했다.

장갑맨은 미국에서 워낙 인기가 있는 데다 선전 활동을 미국에서 주로 했기 때문에 미 정부와 친분이 있을 거란 이야기는 인터넷에 많았다.

심지어 그 가운데는 탈레반 괴멸을 장갑맨이 도왔다는 내용도 있었다.

“접선한 CIA는 누구지?”

“CIA가 바본줄 아나. 그런걸 알려주고 접선할 정도로? 설령 알려져 있더라도 소용없어. 이미 요원은 바뀌었을 거다.”

카를로스는 계속 그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이...”

성질을 견디다 못한 마피아가 인두를 꺼내 그의 허벅지에다 눌렀다.

치이익!

살타는 소리가 고기 굽는 냄새와 함께 났다.

“크아아아악!”

“협력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리 쉽게는 되지 않을걸.”

인두를 떼어내며 마피아는 으름장을 놨다.

“그래. 시간은 많다. 아무리 bope라도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야.”

옆의 동료도 이번엔 고개를 끄떡이며 동료의 말에 동의했다.

***

bope의 대장이 납치당했다!

이 놀라운 소식은 리오를 강타했다.

폭력조직이 bope를 선제공격한다니! 리오에선 거의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투력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

마약에 계집질이나 하던 깡패 새끼들이 무기 좀 가졌다고 해서 특수부대 출신에 항상 엄격한 훈련을 거치는 bope 대원들을 이길 리가 없다.

전투를 하면 일방적인 학살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항상 난다.

그리고 만에 하나 마피아가 bope를 건드려 죽이면?

그 놈이 죽는 건 물론이고 그 주변도 함께 박살이 난다.

그러니 bope들은 마약상에 대해 악몽의 중의 악몽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 보피를 마약상을 선제공격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보피도 보통 bope가 아니다.

그들의 대장을 납치해 간 게 아닌가!

각 신문은 서둘러 분석기사를 작성해 내보냈다.

많은 신문들이 이 분석에서 제기한 것이 바로 갑자기 리오에 등장한 마피아의 악몽 장갑맨이었다.

bope를 제외하곤 왕처럼 굴던 마피아들에게 법도 규칙도 없이 언제든 쳐들어와서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하는 악몽이 나타난 것이다.

마피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장갑맨의 활동에는 기묘한 점이 있었다. 그것이 현재 브라질 각 언론에서 지적하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장갑맨이 나타난 곳에는 항상 bope가 있다는 것.

물론 장갑맨의 목표와 bope의 목표가 동일한 만큼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번 두 번일 때의 이야기.

여러 차례 그런게 겹치니 역시 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면 bope의 대장을 납치해 간 것도 그럴 법한 이유가 생긴다.

장갑맨에게 당하다 못해 그를 잡을 힌트를 얻기 위해 끈이 닿아 있으리라 생각되는 bope의 대장을 건드린 것일 테니까.

그리고 잡혀간 bope의 대장이 매춘부들을 고용해 윤간사업을 벌이고 있었다는 자체는 대단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워낙 부패가 일상화되어 있는 판이라 bope 대장쯤 되는 자가 그 정도에서 욕심을 그쳤다는 게 더 신기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bope의 대장이 납치됐다.

이 충격적인 소식이 강민 일당을 경악시키지 않을리 없었다.

“이놈들이!”

소식을 들은 강민은 당연히 노발대발!

“대담한 짓을 하네.”

“대담하다기보다 절박한 거겠지.”

“그러게요.”

“전엔 이런 짓 감히 못 했다고 하니까.”

다른 강민단원들도 각자 짤막한 논평을 수군거렸다.

강민은 그런 수군거림에 동의하면서 말했다.

“흠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데.”

“맞아. 그러면 깔 보인다고.”

세나가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법 없는 놈들은 보통 악명으로 먹고 산다.

하나만 건드리면 하나가 뒤진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얕보인다.

하나만 건드려도 전체를 삭 쓸어버린다는 식으로 처리를 해야 다시는 인질 같은 짓을 못하게 되는 법이다.

에이리가 이어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서 약점을 공략하려는 것 같으니 주의하지 않으면 안 돼.”

“뭐 다행히 약점이랄 건 별로 없잖아.”

“그게 다행이지.”

“정체를 꼭꼭 숨겨온 보람이 있군.”

강민이 만족스레 말했다.

모두들 동의했다. 헤프게 정체를 맞출만한 단서를 흘렸다면 지금쯤 주변 사람들 중 누군가가 다쳤을지도 모른다. 그런 끔찍한 일을 막은 것은 어디까지나 정체를 숨겼기 때문!

어제서 영웅 만화에서 영웅들이 다들 정체를 숨기는지 알만한 일이었다.

에이리는 이어서 기분 나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카를로스 그 사람이 납치당한 것만 해도 치욕 아냐?”

“그러게.”“그건 맞아. 이 댓가는 백배로 갚게 해 줘야지.”

세나와 강민도 같은 생각!

그리고 강민의 눈이 번쩍였다.

그의 복수심에 가득 차는 눈을 보고 세나가 웃으며 물었다.

“아, 그걸 사용하려고?”

“자주 했잖아.”

강민은 씨익 웃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에이리가 그 내용을 간단히 밝혔다.

즉, 너희가 우리 주변을 다치게 했다면 너희도 같은 꼴을 당할 거라고 마피아들에게 절실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쁜 놈이 없으면 어쩌지?”

“그럴 리가 있겠어? 안 되면 친한 매춘부 팔이라도 부러뜨려 놔야지. 그리고 없으면 뭐 간부놈들을 잡아들이면 되겠지.”

“bope한테 이야기해서 정보를 많이 얻어야겠군.”

기대 된다는 표정으로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뭘 하려는 걸까...”

“좋은 일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해.”

“피비린내가 날 듯.”

재철 일당은 곁에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래서는 정말 누가 악당인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난 다음에 세나가 물었다.

“구출은 어떻게 할 거야?”

“먼저 그것부터 해야 하지 않아?”

“그렇지. 그러면 일단 대장 구출부터 한 다음에 복수를 하자.”

강민도 세나와 에이리의 생각에 동의했다.

카를로스를 구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격하게 행동을 취하면 카를로스가 심한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마법이 있다.

카를로스를 그들에게서 숨기려 들어봐야 숨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좋아,”

“응!”

곧 있을 피의 축제를 즐기려는 듯, 강민 일당은 즐거워했다.

재철일당은 말고.

***

촤악!

“윽...”

“야, 깨어나.”

또 차가운 물의 감촉과 함께 카를로스는 일어났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을 고문하는 마피아 둘을 비웃으며 말했다.

“창의성이 없군. 물 뿌리기밖에 방법을 모르나?”

“이 새끼가.”

비웃음을 당한 마피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은 정확히 카를로스의 복부에 꽂혔다.

퍽!

“컥!”

카를로스는 비명을 흘렸다.

하지만 비명에는 힘이 없었다. 사실 그는 아직 말을 하고 비명을 지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상황이었다.

전신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으니까!

“니가 아직 사지 멀쩡한 건 bope 대장이라서야.”

“그렇지. 아직 천지 분간 못하고 떠들 때가 아니라고.”

두 고문자는 음산하게 카를로스에게 말했다.

bope는 동료가 죽으면 죽인 놈을 작살내고, 시체가 손상되면 손상되는데 가담한 것들을 하나하나 죽인다. 그리고 만일 사고로 시신이 큰 손상을 입으면 사고로 위장해서 마약상들을 화풀이로 죽인다고 할 정도다.

그런 철저한 보복 때문에 bope를 죽이는 건 어쩌다 있어도 bope의 시신을 함부로 하는 짓을 브라질 마피아들은 하지 못한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카를로스다 보니 여유가 있었다.

“후후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지. 허세 부리는 걸 보니.”

찔리는 듯 두 마피아는 움찔거렸다가 분노했다.

“이게!”

마피아 하나가 나서서 카를로스를 향해 발을 날렸다. 복부에 마피아의 발이 들어갔다.

“큭!”

카를로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자신이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정의를 위해 죽겠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마피아들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그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을 생각은 없다. 진짜로 장갑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을 뿐이다.

쾅!

갑자기 문이 박살났다.

“이런 쌍놈들을 봤나!”

그림자가 뒤 쳐들어오면서 욕설이 터졌다.

“장갑맨!”

“여길 어떻게!”

고문에 있던 마피아들은 경악해서 외쳤다. 강민은 그들의 놀란 얼굴을 즐거운 듯이 둘러보면서 놀리듯 말했다.

“배신자가 있었다고 해 둘까?”

“배신자라니!”

“어느 새끼가!”

마피아들은 이를 갈며 서로를 바라봤다.

사실 배신자는 없었다.

배신자를 구할 필요도 없이 강민은 카를로스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까. 바로 마법 말이다.

강민은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공격해 들어갔다.

“알 필요는 없어. 너희는 여기서 전부 죽을 테니까!”

“으아아!”

“아아!”

투두둥!

투둥!

마피아들은 강민이 달려오는데 질겁해서 들고 있던 무기를 난사했다.

하지만 강민에게는 스치지도 않았다. 그들의 조준이 형편없는 것도 있었지만 강민의 몸은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그리고 강민은 이제 그들의 얼굴 앞!

“약속 했던 대로 말야!”

강민은 외피며 주먹을 휘둘렀다.

퍽!

쾅!

퍽!

“아악!”

“카악!”

“켁!”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마피아가 뒤로 나라가 처박히며 스러졌다.

입으로 내장을 토하고, 뱃가죽이 터져 내장을 주변에 뿌리며 죽는 등, 지금 마피아들을 때린 강민의 주먹에는 인간을 한참 초월한 괴력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마피아들을 모두 처리한 강민은 의자에 묶인 상태인 카를로스를 구출했다.

“무사한가요.”

“겨우겨우.”

비틀거리며 의자에서 일어선 카를로스는 힘겹게 답했다.

강민은 재빨리 카를로스의 상태를 살폈다. 전신이 피투성이 이기는 하지만 치료 불가능한 상처는 없었다.

“큰 상처는 없군요.”

“나를 거칠게 다루면 관련된 놈들은 다 죽을 테니까. 하지만 계속 시간이 지났다면 손가락 몇 개 정도는 날아갔겠지. 고맙소.”

카를로스는 인사했다. 강민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천만에요. 같은 적을 둔 입장이니.”

“그럼 얼른 빠져 나갑시다.”

“그게 좋겠죠.”

둘은 함께 고문실을 빠져 나갔다.

그러면서 강민이 말했다.

“이제 좀 화려하게 저질러야겠군.”

카를로스는 그럼 이제까진 그렇지 않았단 말이냐고 어이없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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