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강민이 말을 걸었을 때 물론 재철은 경악했다.
“헉! 어느새 미행을!”
“이게 다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일이야.”
강민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리 주장했다.
“맞아!”
“브라질에서 여자를 미끼로 걸고 일어나는 강력범죄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는 네가 그런 범죄에 걸려든 게 아닐까 걱정했던 거라고.”
다들 큰 목소리로 강민의 말에 동의해서 주장했다.
반은 사실이다.
문제는 반만이라는 것. 나머지 반은 물론 흥미 위주!
재철은 붉어진 얼굴로 그들의 관심을 부담스러워서 하며 말했다.
“걱정은 고맙지만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 지젤은 좋은 아가씨라고.”
“좋은 아가씨라...”
“그리고 미인이지.”
수구가 지젤의 용모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 그렇기도 하고.”
재철이 황홀해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음, 이건 역시...”
“그런 것 같은데.”
그의 웃는 모습을 보고 다들 눈치챘다. 자기만 놓아둔 채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재철은 불안해졌다.
“뭐야. 무슨 엉뚱한 추측을...”
“과연 엉뚱할까?”
강민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반문!
“커흠...”
재철은 할 말이 없었다.
강민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뭐 브라질 떠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그동안 잘 해봐.”
수구와 만수도 응원했다.
“어, 어어.”
“하루는 살육자, 하루는 사랑의 사냥꾼! 운치 있군.”
강민이 고개를 휘휘 저으며 하는 말에 재철이 욱해서는 반론했다.
“노, 놀리지 마! 그리고 살육자는 너지! 나는 그냥 두들겨 팰 뿐이라고!”
“하하하!”
다들 즐겁게 웃었다.
*
오늘도 bope와 함께 마약상을 때려잡는 싸움을 했다.
전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퍼억!
“크악!”
갑자기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요란한 비명소리가 터졌다.
재철이 범죄 현장 밖의 골목에 매복해 있던 웬 놈을 발견해 두들겨 패 제압한 것이다. 얻어맞아 퉁퉁 부은 얼굴로 그는 애원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이 새끼가 총으로 남은 죽이려던 주제에...!”
재철을 이를 갈며 주먹을 꽉 쥐었다. 재철의 주먹에 이미 맞아본 바가 있어 그 위력을 잘 아는 남자는 벌벌 떨며 애원했다.
“히, 히익!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는 마피아가 아닙니다!”
“마파아가 아냐?”
재철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저, 저기... 현상금이 많이 걸려 있어서...”
“현상금이라고?”
재철이 놀란 얼굴이 됐다.
살길을 찾았다고 느낀 듯 현상금 사냥꾼은 묻지도 않았는데 줄줄 토해냈다.
“네! 장갑맨은 백만달러, 글로브 아미는 한 사람당 오십만 달러입니다.”
“뭐!?”
옆에 다가와 듣고 있던 강민이 외쳤다.
“히이익!”
현상금 사냥꾼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자지러지는 그의 모습은 웃겼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장갑맨에게 잘못 걸려 죽은 이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죽었던지는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민이 화내는 것은 이유가 달랐다.
“어이가 없군! 내가 기껏 백만달러짜리로 보여? 허! 정말 이 개새끼들을 진짜 다 잡아 족쳐야겠군!”
“그것 때문에 화내는 거야?”
재철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강민은 눈에 불을 번쩍였다.
“그러면 달리 더 있을까 봐! 내가 삼억 달러짜리 의뢰도 해결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백만달러? 그런 개값에 나를 잡을 생각을 해? 와...”
“하긴 너무 싸긴 하다.”
수구와 만수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이 이제까지 모으고 해결한 것들만 해도 가치가 어느 정돈데 백만달러 가지고.
“우리는 오십만 달러라니까 으쓱하던데.”
“그러게.”
수구와 만수는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재철은 이어 낄낄 웃었다.
“강민이 저러는 거 보니까 원피스 생각나는군.”
“아, 닮은 거 같다.”
“그러게.”
수구와 만수가 고개를 끄덕여 동감을 표시했다.
원피스! 드래곤 볼을 잇는 이 히트 만화에서 캐릭터들은 전투력을 대신해서 현상금으로 그 파워를 표시한다. 높은 현상금이 곧 강력한 파워!
그런 입장에서 보자면 역시 강민 백만달러는 수치라 할만하다.
“닥쳐! 지금 만화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으으 이 분노를 어쩌지!”
“그러면 대가리들 집을 하나 털어버리면 어때?”
세나가 제안했다.
“대가리 집?”
“숨어다녀서 본인은 못 잡지만 뻔히 알려진 그 작자 소유의 큰 건물 같은 건 있을 거잖아.”
미파아라고 부동산을 안 가질 리가 있나.
도리어 마피아라서 부동산을 더욱 가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뻔하게 자기 소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마피아들은 바지사장을 내세운다던가 가짜 주인을 내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건물을 소유한다.
리오에는 그런 건물이 여럿 있다.
“아 그런 곳을 털어버리라는 거지?”
세나의 설명에 흥미가 동한 듯 강민이 말했다.
“그래. 어차피 걔들 괴롭히고 족치러 온 거잖아. bope에게 협력을 얻어 장삿줄을 끊어버리는 것도 좋지만 이쪽도 쏠쏠할걸.”
“음, 괜찮은데. 그렇게 해야지.”
강민은 분노를 풀 곳을 정하고 만족한 듯이 웃었다.
***
리오의 외곽 족에는 거부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굉장히 폐쇄적인 곳으로 기관총을 든 경비병들이 순찰하고 구역에 들어오려면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 특권구역이다.
그곳의 건물들은 물론 그런 사정에 걸맞게 아주 화려하고 크다.
족히 한 건물당 수백만달러 하는 것들이다.
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이 지금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비명이 여기저기 들려왔고 화려한 건물은 박살 나서 원래의 형상을 찾을 수 없었다.
정원이 엉망으로 파괴된 것은 물론! 그리고 곳곳에는 사람들이 쓰러져 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스라도 커진 것도 또 굉음이 울렸다.
콰아앙!
“후하하하하!”
터진 불길 가운데서 모습을 드러내며 악마처럼 웃는 자가 있었다.
바로 장갑맨!
“으으으”
“악마다! 악마!”
총을 든 남자들이 벌벌 떠는 얼굴로 장갑맨을 쳐다봤다.
그들이 이 건물을 경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 모조리 때려눕히고 건물을 파괴한 악마같은 자. 바로 장갑맨이었다.
강민은 혼자서 마피아의 건물을 급습, 모조리 박살 내어 현상금 백만달러의 분노를 풀고 있는 중이었다.
“더러운 마피아 놈들아! 너희들이 모조리 작살나 그 대가리가 거리에 효수될 때까지 장갑맨의 분노에서 무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우렁차게 그는 외쳤다.
마피아들은 바지에 오줌을 질질 싸며 도망가기 바빴기 때문에 그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강민은 그들일 조롱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 떠나갔다.
그가 떠난 뒤, 폭발이 또 일어나고 건물은 폭삭 무너졌다.
***
뉴스를 하고 있었다.
예쁜 여자 아나운서가 자료화면과 함께 기사를 발표했다.
“오늘 새벽 3시경 리우에 있는 한 저택이 괴한의 습격으로 인해 파괴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택을 경비하고 있던 인원 열 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는 그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범행을 저지른 것은 최근 장갑맨이란 이름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자로 그는 마피아의 재산을 파괴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공표했습니다.
피해를 본 건물은 리우의 마피아 집단 타이거의 보스 멘돌라가 소유한 것이란 소문이 있는 곳이지만 실제 서류상의 소유자는 마피아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범인은 최근 리우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약상들을 대상으로 한 엽기범죄의 용의자로 당국은 범인의 체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뉴스에서는 폭싹 무너져 연기만 올라오고 있는 건물을 모습을 보여줬다.
“크으으!”
이가는 소리.
“장갑맨 이놈!”
분노한 목소리와 함께 그는 재떨이를 던졌다.
와장창!
재떨이는 TV에 맞고 TV를 파괴해 버렸다.
“내 저택을 잘도!”
분노하고 있는 남자는 베어의 대장 당케였다.
어제 파괴된 건물은 소유지 중 하나로 요새 시가로 천만달러도 넘는 것이엇다. 더구나 인적, 물적 피해가 가산되어 어제 하루 만에 당케는 천오백만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다.
당케는 이를 갈면서 외쳤다.
“저 놈의 현상금을 천만 달러로 올려! 그리고 다시 다 모이자 한다고 연락해라!”
“아, 알겠습니다.”
당케의 주변에서 그의 분풀이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던 부하들은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그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
넓은 운동장.
여러 아이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곧 시합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운동장 관람석에 한눈에 띄는 미인이 들어오며 외쳤다.
“에반젤!”
“어 누나!”
선수 중 하나로 나서는 에반젤이 지젤을 알아보고 환한 표정을 했다.
지젤은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잘 해!”
“응!”
에반젤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저게 에반젤 녀석의 누난가. 대단한 미인인데...”
덩치 큰 중년의 남자.
그는 에반젤이 소속된 클럽팀의 감독인 구아나였다. 그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지젤을 계속 쳐다봤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는 마음을 정한 듯 지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에반젤의 누나지요?”
“네. 그런데 누구신지.”
구아나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저는 이 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구아나입니다.”
“아, 구아나 감독님이시군요. 저는 지젤이라고 합니다.”
지젤은 화들짝 놀라면서 그를 맞이했다.
구아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했다.
“에반젤은 제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동생의 이야기에 크게 긴장하는 기색을 보이며 지젤은 말했다. 구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다.
“재능이 있죠. 크게 성장할 겁니다.”
“정말인가요?”
지젤은 기뻐했다.
“선수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 거로 거짓말을 하진 않죠.”
“그렇군요!”
하지만 지젤이 기뻐하는 것도 잠시였다.
이어진 구아나의 말이 그녀의 기쁨을 꺾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힘들 겁니다.”
“어째서인가요?”
“눈에 띄려면 연줄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명문 팀으로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안 그러면 이런 곳에서만 썩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는 저런 재능을 살려줄 수 없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구아나가 하는 말에 지젤의 얼굴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가난.
그것은 너무도 괴롭고 뛰어넘기 힘든 장애다.
“그, 그래서는...”
“그렇죠. 저런 대단한 재능이 있는데 여기서 멈추는 꼴이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숨막히는 표정으로 지젤은 애걸했다.
가난 때문에 너무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동생이 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니.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에반젤이 축구를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축구 선수가 되길 포기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파벨라의 다른 망가진 인생들처럼 마피아가 되는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구아나는 지젤이 걸려들었다고 느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