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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88화 (188/227)

188화

강민은 bope 대장과 만났다.

bope 대장은 경찰복 차림. 업무 중이니 당연했다. 그는 곧 현장으로 출동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강민과 만나 오늘 일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어떤 놈들입니까?”

“지난번하곤 다른 조직이야. 지난번에 자네가 해체해 버린 놈들은 쟈칼 소속이고... 이번에 잡을 건 세이버지.”

세이버는 들어본 적이 있다.

장갑맨을 따라 하다가 죽은 이들은 쟈칼에게 당했지만, 세이버 역시 리오를 지배하는 마피아로 그 악명은 쟈칼에 못지않다던가.

“나쁜 놈인건 같겠죠?”

“그야 당연하지. 어느 쪽이 나쁜지를 따지는게 피곤한 짓일 정도로.”

“하긴.”

bope 대장은 설명을 이었다.

“지금 이 구역 대가리를 맡은 놈은 이번에 새로 자리를 얻었어. 남들이 다 체포되고 죽을 때 살아남아 지금 자리를 차지한거지. 운도 좋고 실력도 있어.”

“그럼 놈이 있죠.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많은 전투를 거쳤기 때문에 안다. 남들이 다 죽을때 혼자만 살아남는 그런 놈들을.

불사신이니 죽음의 사신이니 불리며 두려움과 존경을 받지만, 사실 다지고 보면 대단할 건 없다. 통계적으로 백만명 중 한둘 정도는 그렇게 되기 마련이고.

그리고 또 실력도 나름 받쳐 줬겠지.

bope는 혀를 찼다.

“아까워. 사실 얼마 전까지 여기 대가리하던 놈들이야말로 너희가 족쳐주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원한이 있는 모양이군요.”

bope 대장이 굳이 거론해서 투덜대는데 강민은 흥미를 느꼈다.

“죄질이 나쁘지. 여자를 밝혔거든. 멀쩡한 여자들이 신세를 많이 망쳤지. 관광객도 그렇고.”

“과연 흔한 개새끼군요.”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하면서 만난 흔한 악당의 스타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만큼 악행은 많이 한다고 봐야 하리라. 그만큼 강민이 흔히 쳐죽인 놈 둘 중 하나였다.

“그렇지. 하지만 뭐 고자 신세로 죽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죗값은 치른 셈이지.”

보피 대장은 그리 말하며 사류를 하나 꺼내 강민에게 넘겼다. 어떤 놈인지 강민에게 알려주려 한 것이다. 서류를 받은 강민은 놀란 표정이 됐다.

“아 이건...”

“아나?”

“약간.”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bope 대장에게서 받은 서류에 부착된 사진의 얼굴은 강민도 아는 것이었다. 비치 발리볼 게임의 후원자 중 하나로 나왔던 놈이니까.

그리고 세나와 에이리에게 듣기에 이놈을 둘이서 작살 냈다고 한다.

“알만하군.”

올렉은 최근 갑자기 죽었다.

격전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서 마피아끼리의 싸움인가 했는데 강민이 안다는 기색을 보인 이상 상황은 뻔했다.

bope 대장은 오늘 사냥감의 사진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 녀석 운이 좋기로 유명했는데, 오늘로써 그 운도 끝이군.”

“오늘을 맞이하기 위해 이제까지 운 좋게 살아남은 거겠죠.”

강민은 후후 웃으며 그리 말했다.

오늘 사냥감이 운이 좋아서 그걸로 무수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지옥이 쳐넣은 모양인데, 오늘 그걸 이자까지 다 합쳐서 갚게 해줄 생각이었다.

bope 대장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관련 서류를 강민에게 넘겼다.

“그러면 우리는 전에 했던 것처럼 약간 늦게 도착해서 포위하지.”

“그 전에 처리하죠.”

서류를 받으며 강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bope 대장은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걸 부탁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점잖게 하는게 어때?”

“나쁜 놈들 아닌가요?”

강민이 왜 그런 걸 부탁하는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런 짓 당해도 싸다고 할 정도긴 하지.”

“그런데 뭐가 문젭니까?”

“뒤처리하는 사람들이 고역이야.”

bope 대장이 사정하듯 말했다.

하긴 강민의 살육은 끔찍하기로 유명했다. 고통스러운 건 당한 놈만 아는 건데 당한 놈이 다죽으니 그렇다 쳐도 인간이 종이 작처럼 찢긴 고아경은 결코 쉽게 견딜 만한 장면이 아니다.

노이로제, 아니 자칫 정신병까지도 갈 수 있을 정도!

“흠.”

“그리고 자네한테도 안 좋을걸. 너무 잔인하면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인기 따윈 신경 안 씁니다. 그런 걸 바라고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죠.”

강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말이지.”

“뭐 알겠습니다. 이번엔 좀 점잖게 하죠.”

일단 강민은 받아들였다. 꼭 필요한 일이면 몰라도 아니라면 굳이 반감을 사면서까지 꼭 잔혹하게 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

bope 대장은 다소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하네.”

***

폐창고.

오늘 목표물이 마약 거래를 하는 곳이다.

이미 마피아의 인원이 도착해서 주변의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대기해 있는 인원이 여럿 있었다.

총 수는 여섯!

강민 일행이었다.

세나는 재철 일당을 앞에 두고 실드 마법을 갈아주면서 말했다.

“오늘은 마법을 하나 더 추가했어.”

“뭘로?”

재철 일당은 물론 호기심을 느꼈다. 자기들 목숨에도 관여될 수 있으니 궁금해하지 않는게 무리였다.

세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의 시야를 피할 수 있는 마법이지.”

“투명인간이 되는 건가요?”

“투명인간!”

“멋지겠다!”

재철 일당은 세나의 말을 듣자마자 흥분해서 수군거렸다.

투명인간!

오랫동안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바로 그 힘.

사용방도는 여럿 있을 테지만 신기하게도 에로한 상상력만을 더욱 증폭시켜온 힘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여탕에 간다던가.

하지만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그건 고급마법이라 쉽게 만들 수는 없어서 무리야.”

“그럼 뭔가요?”

“공기가 되는 마법이지.”

세나의 말에 재철 일당은 이상한 듯 떠들었다.

“그게 훨씬 고급인 거 같은데!”

“그러게!”

확실히 그냥 생각해 봐도 투명인간이 되는 것보다 공기가 되는게 훨씬 더 어려운 마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세나가 얼른 나서서 오해를 수정했다.

“아니 그 공기 말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공기라고 까이는 사람들 있잖아.”

“아아...”

“그 ‘공기’...”

재철 일당은 그제야 세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세나가 말하는 공기란 진짜 공기가 아니라 공기처럼 존재감이 없다는 뜻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활약이 없어서 있으나 없으나 싶은 사람들에게 시청자들이 부여하는 별명 중 하나였다.

자매품으로는 병풍이 있다.

“그래. 그 공기를 말하는 거야. 너희들이 먼저 상대에게 말을 걸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너희를 잘 발견하지 못할 거야.”

“여러모로 쓸모 있겠네요.”

“습격 같은 거 할 때 최고겠는데.”

“그러게.”

투명인간도 공기로 변하는 것도 아니라지만 세나의 말을 듣건데 이 역시도 대단히 쓸모가 있을 건 틀림없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접근해서 공격한다면 상대가 누구든 이기는 건 너무도 쉬운 일!

세나는 고개를 저었다.

“습격처럼 적의 가득한 행동을 하면 아무래도 살기 때문에 들키지. 대군이 그렇게 하면 더 그렇고. 그러니까 공격보단 퇴각에 더 좋아.”

“이걸로 저것들 쓸어버리고 난 다음 이 마법을 사용해서 퇴각하란 말이군요.”

재철이 최적의 사용법을 깨닫고 말했다.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지만 스마트폰 같은 게 촬영되고 사진 찍히는 걸 막을 수는 없으니까 포위를 돌파하고 나면 최대한 빨리 옷을 갈아입고 몸을 씻도록 해.”

“알겠습니다.”

재철 일당은 모두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이 물었다.

“이야기 끝났어?”

“끝났어.”

세나가 확인했고, 강민은 에이리를 바라봤다.

에이리는 강민에게 손짓으로 타이밍이 다 됐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녀는 지금 거래 장면을 훔쳐보며 언제 돌격할지를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리의 허가가 떨어졌으니 이제 돌진만이 남았다.

재철이 외쳤다.

“그럼 가자!”

“그래!”

“오오!”

수구와 만수도 신이 나서 돌격했다.

***

bope는 폐공장을 여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끝났다. 여러 명의 마피아가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평생 불구로 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일이 끝났는데도 bope가 남은 건 내부 처리와 정리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bope 대장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스크를 쓴 남자가 다짜고짜 안으로 들어오 앉았다.

bope 대장이 기다리던 남자.

강민이었다.

“끝났습니다.”

“수고했네.”

“지난번보다 대응이 다들 좋아졌는데요.”

bope의 움직임에 감탄하며 강민이 말했다.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는 인간은 없지.”

“과연 bope로군요.”

bope 대장은 강민의 말에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다. 누구든 자신의 소속이 칭찬을 들으면 기분 나쁠 사람은 없다. 특히 강민이 칭찬했다면 세계 최고라는 인정을 받은 거나 다름이 없다.

이어서 bope 대장이 물었다.

“적당히 했더군.”

“지난번보다는. 하지만 항상 가능할지는.”

강민은 회의적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기대되는 않는 말이로군.”

“bope잖아요. 익숙해질 수 있어야죠.”

강민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bope 대장은 혀를 찼다.

“그런 거에 익숙해졌다간 인간성이 마모될걸.”

사실 벌써 bope들 가운데서는 정신적인 고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이들이 여럿 나왔다. 임무 중 살인 경험도 있는 대원도 있었는데 그랬다.

그 정도로 강민의 살해방식은 처참했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 생각하세요. 사실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잖습니까.”

“그 말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법은 아니지.”

“그런가요.”

강민은 bope 대장의 말에 건성으로 답했다.

bope 대장은 그 태도에서 앞으로도 크게 나아지진 못하겠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 장면을 보고 부하들이 견딜 수 있는지도 문제긴 했지만 직접 만드는 강민의 정신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일까?

어이가 없다는 듯 bope 대장이 물었다.

“혹시들... 사이코패스 아닌가?”

“하하하, 농담도!”

“농담이 아니네만...”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데 그 정도로 서슴없다니, bope 대장은 장갑맨이 좋은 일을 하고 있긴 해도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까지 쉽게 살인에 익숙해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보다 이런 잔챙이만 언제고 상대하는 건 무립니다. 윗대가리 위치는 언제쯤 알아낼 수 있을까요. 그 대가리 숫자도 넷이나 없애야 하니까 빨리 처리해야 해요.”

“어이가 없군. 우리가 수십 년간 싸워 처리하지 못한걸 한두 달 만에 다 처리하겠다고 공언하다니.”

bope 대장이 투덜거렸다.

“하하하.”

“더 열받는 건 그걸 헛소리라고 할 수 없는 점이지...”

강민은 이제까지 전 작전에서 완벽하게 적을 무력화시켰다. 한 치의 허점도 보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저력이 어딘지는 아직 알 수도 없다.

그러니 장소만 확인되면 정말로 리오를 지배하는 마피아들의 대가리를 썽둥성둥 다 잘라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장갑맨 운운하며 여기까지 온 보람이 없는 거죠.”

강민의 자신만만한 말에 bope 대장은 어깨를 으쓱인 다음 말했다.

“계속 이렇게 활동하면 대가리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야. 제 발등에 불똥이 떨어지면 역시 지금처럼 모르는 척 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러면 당장은 계속 이 일을 해야 한다는 거군요.”

“그게 좋아.”

“알겠습니다. 그럼 꾸준히 연락 주세요.”

강민은 일단 이곳에서 오래도록 싸워온 이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렸다.

bope 대장은 강민이 떠난 자리에서 짙은 피비린내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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