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올렉은 시상식이 끝나기 전에 근처 펜션의 자기 방에 가 있었다.
명령한 대로 여자가 도착하기를 거기서 먼저 기다리고 있다.
한참 기다리며 흥분해 있는데 똑똑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말씀하신 대로 여자들을 데려왔습니다.”
부하였다.
올렉은 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사타구니는 이미 부풀어 있었다.
“하하하, 잘했다. 친절하게 대했겠지?”
“물론이죠. 그러면 안으로 들여보내겠습니다.”
“좋지.”
부하에게 당장 허가를 내렸다.
달칵.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두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비치 발리볼 게임에서 본 두 여자가 틀림없었다.
멀리서 봤을 때도 놀랍게 아름다웠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했다. 올렉은 넋을 잃고 두 미인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을 불쾌하게 생각하면서 세나가 말했다.
“당신이 저들을 시켜서 우리를 데려오게 한 사람이군요.”
“그렇지. 혹시 저 녀석들이 거칠게 굴었다면 미안하오. 워낙 못 배워먹은 녀석들이 돼서. 하지만 다들 겉은 험악해 보여도 사실은 착한 녀석들이라오.”
올렉은 친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가요.”
“그런데 옆의 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에이리를 의아하게 보면서 올렉이 물었다.
“체 친군데 포루투칼어를 모르거든요”
“아, 그거 아쉽게 됐군. 내가 가르쳐 주는건 어떻겠소?”
“호호, 가능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죠.”
세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인 세나의 반응에 올렉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이제 두 여자가 자신의 것이 되는데 완전히 동의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얼마든지! 혹시 휴가를 내서 온 거라면 계획 취소하고 돌아가지 마시오. 내가 그 10배는 주도록 하지.”
“굉장한데요. 그런데 저희 둘 모두에게 관심이 있으신 건가요.”
“솔직히 말하면.”
올렉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봤다면 모르지만 이런 미인을 둘이나 벌써 보고 말았다. 둘 다 욕심낼 수밖에 없는게 실로 당연했다.
세나는 웃었다.
“욕심쟁이시군요.”
“남자는 다 그런 법이지. 그리고 나는 돈과 권력이 있어. 시시한 찌꺼기들에 가느니 내가 두 사람을 함께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겠소?”
“나름대로 일리는 있군요.”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그녀가 살던 세상에서는 그것이 실제로 통용되는 법칙이었다. 어떤 여자라도 무능한 자를 남편으로 두고 싶지 않을 것이지만 굶어 죽거나 몬스터의 습격으로 죽을 수 있는 세계에서는 특히 능력 있는 남편이란 중요하다.
일부일처제 따위는 식량과 생명이란 가치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그렇지? 후후!”
“하지만 유감인걸요.”
세나가 갑자기 고개를 흔들었다.
잘 돼 간다 싶었는데 갑자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올렉은 확 불쾌해졌다.
“유감이라니?”
“유혹을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죠.”
세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나로서도 아쉽군.”
올렉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음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아깝군, 정말 아까워. 이대로 놓친다는 건 결코 상상하고 싶지 않은걸.”
올렉은 둘을 힘으로 제압할 태세를 갖추었다.
“뭐 이쪽이 편하지.”
“그렇지?”
세나와 에이리는 그걸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었다.
둘의 여유로운 모습이 물론 올렉에게는 가소롭게 보였을 것이다. 그는 이제 현장에 잘 나서지 않지만, 한때 프로 격투 선수 버금가는 싸움 실력에 총으로 사람을 주저 없이 죽이는 잔인함으로 이름을 떨친 인간 백정이었다.
“귀여운 반항은 얼마든지 받아주지. 침대 위에서도!”
올렉이 달려들었다.
에이리가 나서서 상대했다.
“컥!”
올렉의 복부에 에이리의 주먹이 들어갔다.
올렉은 무시하려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고통에 눈앞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쓰러지는 걸 면하는 것이 겨우였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에이리가 조절해서 때렸기 때문!
에이리는 이번에는 손바닥으로 올렉의 뺨을 때렸다.
“악!”
올렉의 몸이 날아갔다.
쾅 소리를 내며 그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매우 큰 소리였지만 올렉의 부하들이 들어올 기색은 없었다. 대장이 지금 안에서 뭘 하는지 알기 때이다.
올렉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얼굴이 퉁퉁 부었고 입에서는 피가 흘렀다.
“이, 이...”
“사실 니들 작살내러 여기까지 따라 들어온 거야.”
세나가 분노한 올렉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이어서 에이리가 올렉에게 달려들어 그의 사타구니를 강타했다.
“케엑!”
올렉은 양손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잡고 쓰러졌다. 하지만 자비를 베풀어서 에이리는 아직 그의 심볼을 작살내지는 않았다.
세나가 말했다.
“나가자.”
“흠, 눈에 띄지 않을까?”
에이리가 물었다.
세나는 훗훗 웃었다.
“그걸 위한 대비책은 있지. 저놈을 방패로 삼는 거야.”
“음, 확실히 그건 좋은 방법인 거 같군.”
“그렇지?”
원래부터 이런 중앙 기습 후 탈출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중요 인물을 붙잡아 방패로 삼는 것이다.
에이리는 끙긍대는 올렉을 한 손으로 잡아 번쩍 들어 올리고 앞을 막아 방패로 삼았다. 올렉은 어린아이 꼴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으...”
코아 문이 박살나며 올렉의 부하들이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보스!”
그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한바탕 질펀하게 즐기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자신들의 대장이 도리어 여자들에게 잡힌 채 끙끙대며 방패가 된 꼴을 접하고 크게 놀랐다.
에이리는 그들을 향해 경고했다.
“비켜. 안 그러면 죽여버린다.”
“이년들이 감히!”
“돌려버리고 사창가에 팔아 버릴 테다!”
마피아들은 에이리의 경고에 분노했다. 리오의 마피아다 보니 영어 정도는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에이리는 두 번째 남자가 외친 말에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에이리가 턱짓하며 세나에게 부탁했다.
“저 새끼 좀.”
“응.”
세나는 빙긋 웃고는 냅다 주변의 물건 하나를 던졌다.
어린아이가 공 던지듯 어설퍼서 마피아들은 가소롭게 생각했다. 하지만 피하려 하는 순간 갑자기 빨라지며 마피아의 사타구니를 때렸다.
“커억!”
마피아는 양손으로 사타구니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그의 표정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에이리는 쓰러진 남자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혀가 화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군. 멍청하게시리.”
이어 두 사람은 진형을 짜고 길을 뚫었다.
“자자 비켜. 안 그러면 일단...”
에이리는 올렉의 사타구니를 잡았다. 쪼그라든 그의 심볼이 에이리의 손안에 들어왔다. 올렉은 공포심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고 말았다.
“히익!”
물론 에이리도 매우 불쾌한 기분이었다.
“아으 집에 가면 손 씻어야지.”
“나도 그래.”
세나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리처럼 직접 짜증나는걸 만지거나 하는 꼴을 겪진 않았지만 울렉의 눈이 불쾌하게 자신을 핥았다는 자체가 세나는 굉장히 불쾌했다.
두 사람이 지나가는 길은 에이리의 무력과 세나의 마법으로 인해 마피아들이 막을 수 없엇다. 올렉이 인질이라는 사실도 물론 중요한 이유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곧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마피아 중 하나가 어딘가로 연락했다.
“쏴!”
저격수가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격수는 명령을 들은 즉시 세나를 노렸다.
탕!
하지만 저격수의 총알은 세나를 지나가 땅에 박히고 말았다. 연기와 소리만 요란했다. 지금 총을 쏜 마피아는 군에서 빼내 온 자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백발백중!
한데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총이 빗나가다니!
“말도 안 돼!”
코웃음을 치면서 에이리가 올렉을 잡은 채 앞으로 달렸다.
“왜!”
“어째서일까!”
세나도 같이!
그러면서 두 미인이 건장한 남자들 사이로 달렸다. 그녀들의 연약해 보이는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남자들이 나자빠졌다.
“아악!”
“악!”
건물 내외부에 있던 마피아의 비명소리만 끊임없이 이어졌다.
***
세나는 손을 탁탁 쳤다.
에이리가 옆으로 와서 물었다.
“끝났어?”
“응.”
세나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 나도 즐거웠어.”
에이리도 어깨를 으쓱이며 만족하는 표정을 보였다. 지금 에이리는 올렉을 붙잡고 있지 않았다. 그 돼지는 고자로 만든 지 바닥에 던져 둔 지 오래.
지금쯤 과다출혈로 죽었을 것이다.
그자만이 아니다. 이 일대의 마피아들은 대부분 두 사람과 싸우다가 죽었다.
“당한 놈이 불쌍하지만 해왔을 짓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은가.”
“그렇지. 그리고 안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잖아.”
세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리도 그 점은 동감이었다.
“하긴 누굴 건드렸는데. 그것만 해도 죽을죄지.”
“후, 속 시원하다. 가자.”
둘은 피로 물든 건물을 뒤로하고 떠났다. 사건만 따지면 대단한 화제가 될 법했지만 아무도 둘을 모습을 발견할 수 없던 것은 물론 세나의 마법 때문이었다.
*
호세는 한 밀실에 있었다.
그만이 아니다. 세 사람이 더 있었다. 그들은 각자 리우의 마피아 두목이었다.
호세는 분노한 표정으로 쾅, 하고 탁자를 내리쳤다.
“제기랄!”
“그래 봐야 아무 소용 없어.”
맞은 편에 앉은 멘돌라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호세는 멘돌라는 분노한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번으로 벌써 열 번째다! 죽은 새끼만 오십이 넘어!”
이들이 모인 이유였다.
장갑맨과의 싸움이 격해지면서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오늘까지 파탄 난 거래만 열 건. 그때마다 대여섯씩 죽었고, 부상자는 그배 이상이다.
“그 정도야 bope랑 싸우면서도 흔히 있었던 일이잖아.”
세이버의 두목인 아멜이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한해 4만 명이 마피아간의 항쟁으로 죽는다. 오십 정도는 바닷물에 빠진 한 방울 물방울과 다를게 없다.
“이번은 달라! 전혀 대책이 없잖아!”
“그렇긴 하지.”
멘돌라가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갑맨에 대해서 현재 마피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형편이다. 돈으로 매수도 안 되고, 싸움질로 이길 수도 없다.
현상금을 노린 벌레들의 습격도 형편없이 박살나고만 있는 상황!
호세는 이를 갈았다.
“우리는 리우의 지배자다! 이렇게 형편없이 당하고만 있다니 무슨 창피지!”
“창피? 겁먹은 거 아냐?”
베어의 대장 당케가 말했다. 호세는 그를 노려봤다.
“뭘 남의 일처럼 지껄이고 있어!”
“그래봤자 아랫것들이 죽었을 뿐이야.”
“그놈이 이야기 한 대로라면 우리라고 안심할 수 있나?”
장갑맨과 싸워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는 그들이 상상하던 것을 넘어서는 괴물이다. 총이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맞히는 것 자체가 안 될 정도라고 하니.
심지어 그건 글로브 아미조차 동일하다고 한다.
“bope에게서도 피해 다녔다. 정신 나간 코스프레 영웅 따위...”
당케는 그러나 여전히 장갑맨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 새끼가 우리도 못 한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호세는 계속해서 열을 냈다.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급히 불러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우린 그 새끼 표적도 아니니 관심 없다. 알아서 해.”
하지만 호세의 생각과 달리 세 사람은 별반 장갑맨에 대해 대단한 우려를 하고 있지 않았다. 아직은 좀 더 상대하기 곤란한 bope 정도의 인상이랄까.
그 말만을 남기고 세 사람은 밀실을 나갔다.
“멍청한 것들!”
혼자 남은 호세는 짜증을 내며 탁자를 또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