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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86화 (186/227)

186화

비치 발리볼은 생각보다 큰 스포츠다.

전문적인 팀도 있고, 그곳의 스타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치 발리볼은 그렇게 대규모 경기가 아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어 여름을 즐기는 대회에 가까웠다. 경기를 여는데 큰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눈요기에 매우 좋다는 이유로 상업성이 매우 뛰어나서 유명한 해변에서는 아마추어 대상의 경기도 제법 열렸다.

지금 리오의 해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비치 발리볼 게임도 그런 아마추어 대상의 게임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수영복 차림인 채 경기를 했고, 그녀들의 아름다운 몸매에 혹한 남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수익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경기를 주관하는 것은 대체로 그 지역의 마피아였다. 경찰을 매수하고 판을 벌이는 것이다. 이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워둔 켄트에 앉아 경기를 보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그는 올렉이란 이름으로 세이버의 중간 간부였다. 중간 간부긴 해도 상당히 지위는 위였다. 그렇지 않다면 리오의 해변이라는 노른자위를 관리하지 못할 테니까.

그는 의자에 앉아 흔들리는 여성들의 엉덩이와 가슴을 보며 말했다.

“언제 봐도 멋진 경기군.”

“헤헤, 그렇습니까.”

올렉의 옆에서 간사하게 웃는 자는 지역의 관리자였다. 한국으로 치면 동장같은 사람이다. 다른 점은 진짜 마피아라는 점.

“참 마음에 들어.”

올렉은 여자들의 몸을 핥듯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경기 끝나고 나서 어떻게 끈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관리자가 말했다. 이런 게임을 올렉이 주최하는 중요한 이유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래야지. 그걸 보람 삼아 이 경기를 후원하고 있는 거 아니겠나.”

모든 여자들이 그의 의향을 따르는 건 아니지만 어지간해선 돈으로 해결할 수 있고, 아니라 해도 마피아란 위협 앞에서는 고분고분해진다.

일을 치르고 나서는 선물도 많이 주기 때문에 반쯤 강간이면서도 강간이 아닌 것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경기장에 팀이 들어섰다.

“오, 새 팀인가.”

올렉은 관심을 보이다가 이어 크게 놀란 표정이 됐다.

“허어?”

지금 경기장에 들어선 새 팀 가운데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이 있었다.

수는 둘.

한쪽이 좀 키가 훤칠하게 컸지만 어느쪽이고 다질 필요 없이 평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들겠다 싶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와, 이건 정말...”

“끝내주는데.”

“어마어마한 미인이다.”

구경하던 남자들도 모두 놀라서 수군거렸다.

올렉은 입술을 혀로 핥았다.

“저쪽 경기 끝나면 나한테 다 데리고 와.”

“알겠습니다.”

관리자 역시 놀란 눈길로 미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경기가 끝났다.

이미 단상이 마련되어 있고, 단상 주변에는 수상받을 침이 나와 있었다. 사회자가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우승은, 이번에 첫 참가한 에이리아 팀입니다! 단상으로 올라와 주세요.”

대기하고 있던 팀 가운데 하나가 단상에 올라갔다.

다섯으로 구성된 여성 팀.

모두 몸매와 미모가 뛰어났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두 사람이 눈에 번쩍 뜨이게 아름다웠다. 세나와 에이리였다.

사회가가 두 사람을 감탄해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아가씨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두 분이 특히 눈에 띄는군요.”

“호호, 그런가요.”

“흠.”

에이리와 세나는 각자 사회사의 말에 반응했다. 사실 에이리는 반응하고 싶어도 사회자가 무슨 말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반응할 수 없었다.

사회자는 두 사람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대고 물었다.

“성함은?”

“에이리.”

“세나라고 해요.”

“어디서 오셨나요?”

“비밀로 해 두죠.”

세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한국이라 답하긴 쉽지만, 용모가 너무도 한국인과는 다르기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을 답이었다. 때문에 그냥 비밀에 부쳐 버린 것이다.

“오, 미인은 비밀을 가질수록 더 빛나는 법. 잘 알고 계시는군요.”

사회자는 위트있게 세나의 말을 받고는 수상에 넘어갔다.

“이 팀에게는 상금 만 달러와 부상으로 이곳 리우의 특급 호텔 일주일 이용권을 선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남자가 상품을 세나에게 넘겼다.

“고마워요.”

“즐겁게 놀았습니다.”

에이리도 어설픈 발음으로 인사를 하고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시상식을 빠져나온 뒤 두 사람은 같이 팀을 꾸려준 여자들에게 상품을 넘겼다.

“자 가지세요.”

“이걸 전부요?”

여자들은 몰랐다.

그녀들은 본래 세나, 에이리와 아는 사이가 아닌데 팀을 만들기 위해 세나가 꼬셔서 팀이 된 관광객들이었다.

정말 이길 줄은 몰랐지만 두 사람이 너무 아름다워서 어느 방송국에서 특이한 이벤트라도 하나 싶어 참석했던 타였다.

그런데 우승까지 하고 이렇게 상품을 받다니.

사실 다른 사람들은 게임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다 해결했고, 머릿수만 채웠다. 그런데 이걸 전부 다라니. 돈으로 따지면 이건 다 해도 2만 달러가 넘는다.

“호호 저희는 필요 없거든요.”

“즐겁게 비치 발리볼이란걸 해 봤으니 충분하죠.”

세나와 에이리는 별 미련없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강민단의 운영자금만 해도 수백, 수천억 단위로 있는 판에 이만달러 정도에 관심이 안 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여자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아, 고마워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네.”

그리고 그들을 헤어졌다.

“자, 갈까.”

“응.”

시상식장 밖으로 세나와 에이리가 나가니 기다리고 있던 강민이 반갑게 다가왔다.

“여어!”

“우리 경기하는 거 봤어?”

“그야 봤지.”

“멋지지 않았어?”

세나가 자랑스럽게 물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았다고 인정하지. 특히... 흠. 다른 남자놈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지.”

“호호, 그거 마음에 드는 말인데.”

“그러면 우리를 좀 더 대접하라고.”

세나와 에이리가 웃으며 말했다.

“나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고.”

강민은 혀를 차며 항변했다.

“그건 인정해 줄까. 그러면 놀 만큼 놀았고, 이만 돌아가자.”

강민이 호색한 기질이 세서 그렇지 능력 있고 자상해서 분명 자기가 말하는 대로 열과 성을 나름다로 하는 타입이긴 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한데 말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잠시 거기 아가씨들.”

“응? 뭐야?”

세 사람이 돌아보니 브라질 남자 넷이 다가와서는 그들의 길을 막았다. 그리고 선두에 선 남자가 에이리와 세나를 향해 말했다.

“두 분을 만나 뵙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신데... 시간 좀 내주시죠.”

“별로 그러고 싶지 않네요. 죄송하지만 비켜 주시겠어요.”

세나는 간단히 걱정했다.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서 외쳤다.

“그래. 아쉽지만 이 아가씨들은 내꺼라고.”

“누가 니꺼야.”

세나가 투덜댔다.

“아니 그럼 남꺼야?”

“나는 내꺼지.”

세나가 코웃음을 치며 강민의 말을 부정했다. 강민은 혀를 차면서 세나를 달랬다.

“뭘 또 튕겨.”

강민의 자신에 대한 독점욕이 마음에 들었던 세나는 후후 웃었다.

질투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 세나도 이런 경우를 맞아 강민의 자신에 대한 애정을 확인해 본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건 어째선지 해도 해도 안 질린다. 옆에서 에이리는 짜증 난다는 눈빛으로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세나는 다시 말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안하지만 비켜 주시겠어요.”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는데.”

강민과 세나가 눈꼴신 짓을 하는 걸 보고서도 남자들은 전혀 물러설 모습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들은 위협까지 했다.

“그래. 만나 보고 싶어 하는 분이 정말 높은 분이거든.”

세나와 에이리가 지금 자신들이 처한게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 동시에 아주 반갑다는 표정이 됐다.

“와! 이거 정말 오랜만 아냐?”

“그러고 보니 그렇네. 예전에 같이 다닐 때는 심심하면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그러게 말야. 남자 놈들이란 거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걸 너 때 깨닫고 모헙소설에서 이 장면을 줄기차게 써먹는 걸 욕하지 않기로 했지. 어디서나 남자들은 발정난 개새끼들이 맞더라니까.”

“정말 동감이야.”

세나와 에이리는 미인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미인을 남자가 좋아하는 것은 지구고 이세계고 차이가 없다. 그러니 강민과 모험을 하면서 강민 파티는 모험의 본래 목적과는 무관하게, 두 사람의 미모로 인한 사건에도 많이 휘말렸다.

물론 대부분은 권력이나 힘으로 두 여자를 가지려 드는 놈들의 소행!

모험을 끝내고는 그런 일을 거의 안 겪었으니, 둘의 미모를 노리고 힘을 쓰려는 악당과 만난 것은 상당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반가워 하는 것 같다?”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도리어 반기는 것 같은 태도의 둘을 보고 강민이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에이리가 멋쩍은 듯이 웃으며 말했다.

“후후 오랜만에 모험 기분이 나다보니.”

“음,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인데?”

“청소하고 떠나버리는 건 쉽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살짝 놀아주고 청소하자.”

에이리와 세나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강민이 투덜대며 물었다.

“그러면 나는 방해꾼?”

“그렇게 되겠지?”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놀아주기 위해서는 부른 당사자와 만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순순히 가자는 대로 가야한다. 강민이 버티면 여기서 큰 싸움이 되는 수가 있으니 일단 그는 물러나야 했다.

“어쩔 수 없군.”

강민은 고개를 흔들고는 마피아들을 향해 겁먹은 표정을 보여줬다.

“그러면 저는 이만...”

그리고 부리나케 도망가는 척!

“하하하 겁쟁이 새끼.”

“꼴좋군.”

마피아들은 강민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통쾌한 듯이 웃었다.

사실 그들이 보기에 별것도 아닌 동양인이 어마어마한 미인을 둘이나 데리고 있어서 분통이 터지던 형편이었는데 저렇게 꼴불견으로 도망가는 걸 보니 기분이 좀 풀렸다.

그리고 마피아들의 대장인 자가 에이리와 세나를 향해 거들먹거리면서 말했다.

“봤지 아가씨, 어디 돈 좀 있는 놈인가 본데 저런 놈을 남자 친구라고 두고 있어 봐야 이렇게 정작 중요한 때는 버림받을 뿐이야.”

“그러니 우리가 진짜 남자를 소개해주지.”

“그래. 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진짜 거물이야.”

다른 마피아들도 연달아 말하며 자랑하기 바빴다.

“그런가요.”

“자, 그러면 우리를 따라와.”

세나와 에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움직였다. 마피아단원들은 여자 둘이 너무 겁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데 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였을 뿐이다.

결국, 여자일 뿐이니까.

약해서 남자에게 기대살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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