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화
장갑맨을 잡고 백만 달러란 위험하다. 그러나 글로브 아미라면? 숫자도 셋이고 강하다곤 해도 장갑맨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약할 게 틀림없다.
그런데 오십만!
“그렇지? 수도 많고, 위험도 덜하고.”
“끄응.”
흉터 남자는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술을 따랐던 남자는 계속 꼬셨다.
“어때?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놈들도 많다고 하던데. 협력하지 않겠어?”
“생각 좀 해 보고.”
결국, 구미가 동한 듯 흉터 남자는 그리 답했다.
“결심하면 나한테 연락해.”
이제 상대가 다 넘어왔다 생각하고 술을 따랐던 남자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 상대에게 넘겼다.
“그러지.”
흉터 남자는 그의 명함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재철일당은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다.
“후후후.”
“사진 잘 떴네.”
“음, 멋지다.”
셋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들뜬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강민이 그들 뒤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다가가서 물었다.
“뭐가 그리 좋아?”
셋은 시선을 강민에게로 돌리며 자랑스럽게 그에게 컴퓨터 화면을 보여줬다.
“아, 어제 그 전투 말야.”
“아주 크게 떴다고.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그래!”
“아 그거 신문에 떴냐?”
강민은 컴퓨터 화면을 봤다.
거기에는 커다란 사진에 장갑맨과 글로브 아미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어제 일을 저질렀던 형장 사진은 없었다.
하긴 성인이라도 그걸 보면 한 달간 식사가 어려워질만한 장면인데 신문에 실을 수 있을 리는 없는 일이다.
“정말 꽤 크게 떴네.”
하지만 신문 내용은 포루투칼 어라서 강민과 재철 일당으로서는 해석할 수가 없었다. 강민은 멀지 않은 곳에서 놀고 있는 세나를 불렀다.
“세나! 여기 와서 이것 좀 봐 줘라.”
세나는 천재는 괴롭다고 투덜거리며 그들이 있는 곳까지 와서 모니터를 봤다.
“흠.”
잠시 화면을 보고 내용을 숙지한 그녀는 네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별거 아냐. 장갑맨과 장갑맨의 제자들 악당들을 잔인하게 소탕한다고 되어 있는데.”
“반응은 어때?”
“호의적이야. 댓글도 칭찬 일색이고. 사람들이 쟤들한테 참 많이 당하고 살긴 산 모양이야. 꽤 화려하게 저질렀다고 생각하는데도 반응이 열광적인데?”
세나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사실 그녀는 어제 범죄자들 곤죽을 내면서 이게 경고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장갑맨에 대한 호감도를 적지 않게 깎아 먹으리라 걱정을 살짝 한 것도 사실이다.
그간 지구에서 살면서 느낀 것인데, 이른바 문명사회 인간들은 잔인한 것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긴 남자들이 닭도 겁이 나서 못 잡는 판국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강민은 도리어 이렇게 될 걸 알았다는 듯 여유롭게 말했다.
“그렇겠지. 인터넷에 욕하는 글 좀 적었다고 고문당하다 죽을지도 모르는 형편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한번 저질러 주니 얼마나 기쁘겠어.”
사람들은 호구가 아니다.
당하면 누구나 당한 만큼 갚고 싶어 한다. 치안이 안정되어 평화로운 사회라면 범죄자의 인권 같은 것도 챙겨줄 여유가 있을지도 모르나, 브라질은 그런 걸 바라기엔 너무 열악했다.
“그러면 호응에 힘입어 한층 더 열심히 활약해 줘야 하겠군!”
“그래! 다들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언제든 말만해 출동할 테니까!”
재철 일당은 기사의 내용이 칭찬 일색이라는 것이 기뻐하며 말했다.
“기세등등하네.”
“어제 데뷔할 때까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제 겨우 활약을 했고 그 고생의 결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으니...”
재철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훈련하면서 고생한 게 억울해서라도 브라질의 악당놈들 뽕을 뽑고 떠나야 속이 시원하겠다 이 말씀이지!”
“그래! 남미에 와서 화끈하게 즐기지 않으면 우리만 손해 아니겠어!”
수구와 만수가 이어서 주장했다.
그리고 말을 끝내자마자 셋은 질린 표정이 되어 전신을 오싹하게 떨었다. 강민에게서 받았던 끔찍한 훈련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강민 피식 웃으며 셋의 열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뭐 즐기는 방향은 그렇게 화끈하란게 아니겠지만... 그 점에서는 나도 찬성이야.”
*
브라질의 리오에 왔다.
그것도 여름철.
놀지 않으면 인생을 손해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강민 일행은 특별히 기한을 정해놓고 뭔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 방학이니 방학에 맞춰 행동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도 필요하면 다 이리저리 조절할 수 있는 것!
에이리의 경우는 직장인인데도 유급휴가를 잔득 받아서 따라왔을 정도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여유롭게 브라질을 만끽하기 위해 리오의 해변에 와 있는 상태였다. 해변에 파라솔을 펼쳐놓고, 그 아래 강민, 세나, 에이리가 누워 있었다.
“후우.”
“좋네.”
“브라질까지 와서 이 해변을 즐기지 않으면 억울하지!”
강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한 것 같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 중 하나라더니 그럴 만한걸.”
해변을 쭉 살피면서 에이리와 세나가 강민의 말에 동의했다. 날씨가 맑고, 바다가 깨끗한 브라질 리오의 절경은 그야말로 백만불 짜리였다.
“음 하지만 아쉽기도 한데.”
강민은 그런데 처음의 기뻐하던 목소리완 달리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뭐가?”
“그래. 이런 미인 둘을 옆에 데리고 해변을 즐기면서 거기서 아까울게 있단 말야?”
세나와 에이리가 공격하듯이 물었다.
괜히 공격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다! 강민의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확인했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해변 곳곳에 누워있는 미인들!
피부를 태양 아래 드러내어 놓고 건강하게 태우기 위해 노력하는 미인들의 모습은 남자라면 모두 천국에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
“그게 어흠...”
강민은 둘의 말에 제대로 받아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리다가 변명처럼 성급하게 둘을 향해 외쳤다.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냐!”
“아무도 안 믿을 소릴.”
“그래. 또 여자들 집적거릴 생각하는 거겠지?”
세나와 에이리는 함께 분노했다.
평소에 싸울 때도 있긴 하지만 역시 강민을 공격할 때가 되면 죽이 척척 맞는 것이 쌍둥이라도 저렇진 못하다 싶을 정도.
두 여성의 눈빛에 강민은 감히 거짓말을 못 하고 목을 움츠렸다.
“멀진 않지만... 그래도 아냐!”
멀지 않다는 말에 두 여성은 분노했다.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는 말이기도 했다.
“아, 아니 내 말을 들어봐!”
강민은 둘의 분노가 한층 커지기 전에 재빨리 진화에 들어갔다.
“내가 아쉽다고 생각한 건 이렇게 늘씬한 미인들이 무수히 몸매를 드러낸 채 누워있음에도 그걸 별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니까!”
생각외의 말이라 두 여인은 반응을 보였다.
“그래?”
“그건 기특한 말인데?”
강민은 이어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둘 때문이야. 으음, 너무 주변에 비해 우월하니까 별로 저런걸 봐도 기쁘지가 않으니.”
“호호, 그렇긴 하지!”
“뭐, 사물을 정확히 보고 있단 건 인정해 주지.”
강민의 아부가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세나와 에이리는 웃으면서 분노를 사그라뜨렸다.
“휴.”
강민은 위기를 지나갔구나 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게 아니다. 세나가 콧대를 세우면서 주장했다.
“그럼 이제 다른 여자들 보고 헐떡대는 것도 안 해야 하는 거 아냐? 우리 보다 미인인 여자가 이 세상에 더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긴 하지. 지구에 와서 벌써 여자들을 주변에 끌어모았구나 해서 참 개 버릇 남 못 준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들 괜찮긴 해도 우리에겐 미치지 못했으니까.”
세나의 잘난척에 에이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참했다.
에이리가 처음 지구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강민 주변에는 여러 여성들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다들 강민을 넘보진 못하고 있다.
이게 다 에이리와 세나의 미모에 압도된 대문.
하지만 에이리와 세나는 경우에 따라서는 한둘 정도는 더 허락해 줄 생각도 있긴 했다. 단, 일단 자기들 마음에 들어야 하지만.
“뭐 그건 사실이긴 한데...”
강민은 둘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세나는 와 에이리는 지금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몸매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두 미녀는 그야말로 조각품이나 예술품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한 마음다움의 화신!
그런 의미에서 더 아름다운 여자를 찾을 수 없으니 바람피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럴 법하다.
그러나 둘이 간과한 것이 있으니 둘이 설령 진짜 그렇게 아름답다고 해도 해도 남자란 사악하고 더러운 생물이라는 것!
이미 훌륭한 사냥감을 수확했다고 해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그대 눈을 돌릴 때는 이미 얻은 수호가물 보다 다소 품질이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 것이 아니라는 자체가 사냥 욕구를 부추기는 법이니까!
그러니 남자는 아무리 미인을 마누라로 얻는 간에 바람을 피고 싶어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강민은 그런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 두 여성의 화를 돋구는 바보 짓은 하지 않았다.
에이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나는 물놀이 좀 하고 올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수영도 해 봐야지.”
“나도 그렇게 할까.”
세나도 따라 일어났다.
두 여자가 일어서는데 강민만 멀거니 누워 있어 봐야 의미가 없었다.
“음 그러면 나도 빠질 수 없지.”
셋은 곧장 바다로 들어갔다.
“와. 시원하다.”
“바닷물도 좋은데.”
잠시 바닷물을 즐기면서 에이리와 세나가 대화를 나눴다. 바닷물에 아름다운 사지를 적시면서 깔갈 웃는 두 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
강민은 옆에 서서 기쁜 표정으로 그걸 바라봤다.
물론 주변에 있던 다른 남자들도 그 덕에 눈호강을 했다. 한동안 헤엄치며 놀던 에이리가 세나를 향해 제안했다.
“멀리 수영하기나 할까?”
“그런 걸 왜 해? 니가 다 이길 건데.”
세나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사실 두 사람의 운동능력의 차이가 너무 심해서 그런 시합은 의미가 없었다.
“마법 사용하면 되잖아.”
“여긴 눈이 많아서.”
마법을 사용하면 세나도 에이리와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눈이 많은데서 사용한다니 무리였다.
하지만 사실 그 점에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에이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아 전력을 다해 움직이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결국, 에이리는 어쨌든 마음껏 몸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제대로 운동을 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에이리는 아쉬워했다. 하긴 에이리의 일일 운동량은 어지간한 프로 선수의 훈련량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걸 생각하면 요 며칠 에이리는 너무 움직이지 않고 지낸 셈이다.
“쳇, 아쉽군.”
“몸을 움직이고 싶으면 저건 어때?”
강민이 에이리에게 제안했다.
“저거라니?”
“저기서 비치 발리볼을 하네.”
에이리가 관심을 보이자 강민이 손가락으로 해변 한쪽을 가리키고 말했다.
“비치 발리볼?”
에이리가 그쪽을 바라봤다.
“호오.”
거기에는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이 배구공으로 격렬한 배구 시합을 하고 있었다.
“재밌어 보이네.”
“그러게.”
에이리는 물론 세나도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은 강민을 데리고 비치 발리볼을 하는 곳으로 얼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