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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84화 (184/227)

184화

어둡고 넓은 방.

안에 놓인 가구와 전자기기는 모두 고급이었다. 사람들이 벽난로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리우의 대표적인 조폭 집단 쟈칼의 구성원들이었다.

중앙에 의자에 앉은 채 다른 이들이 호위하듯 둘러싸고 앉아 있는 거이 바로 호세. 죽음의 그림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쟈칼의 대장이었다.

리오에서라면 가히 왕이나 마찬가지인 자들. 무수한 브라질 사람들이 그들의 앞에서 사신을 만난 듯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반대로 새파랗게 질린 얼굴인 채였다.

“우우...”

“이건...”

“거짓말...”

그들이 모두 파랗게 질린 얼굴인 것은 지금 바라보고 있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그 중앙에는 붉은 피로 너희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 적혀 있었다.

한데 단지 피로 적힌게 문제가 아닌가. 그 글 주변에 해체된 인간의 내장과 살점, 뼈가 쌓여 있었다. 목이 뜯긴 채 혀를 내빼고 있는 머리가 몇 개나 있었는데 모두 고통에 시달리다 미쳐서 죽은게 틀림없는 모습이었다.

호세는 굳은 얼굴로 한참 그 사진을 보다가 결국 주변의 부하들에게 물었다.

“이게 진짜냐?”

“네. 경찰에게서 직접 입수한 사진입니다.”

호세의 정면에 있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의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이어서 말했다.

“경찰만이 아니고 인터넷에도 벌써 올라가 있습니다. 워낙 충격적인 사진이라 널리 퍼지진 못했지만 유명한 쇼크 사이트에는 벌써 다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쇼크사이트는 잔혹한 사건 사진이나 시체 사진을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다. 강민이 조폭들에 대한 경고도 겸해서 사진을 인터넷에 뿌렸기 때문에 운영되고 있는 쇼크사이트는 모두 사건 사진을 입수, 게재한 상태였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당한 거지?”

호세는 공포가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거의 알려진게 없는 형편입니다.”

“bope에게 어떻게 끈을 대여서 현장기록만 훔쳐볼 수 있었는데 그쪽도 거의 아는게 없는 모양입니다.”

부하들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보고했다.

bope도 모른다는 말에 호세의 표정은 크게 일그러졌다.

“bope도 모른다니... 그 새끼들은 대체 뭘 했단 말야! 쭉 포위하고 있었다면서!”

“그거 말인데...”

한 부하가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뭐 아는게 있나?”

“혹시 bope와 장갑맨이 협력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호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bope와 장갑맨이?”

“있을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호세의 표정이 점차 굳었다.

“정말 상대하기 힘들어집니다.”

부하들도 같은 생각을 한 듯이 울상을 지었다.

보피만 해도 사실 정면에서 상대하면 족족 죽어 나가는 형편이다. 그들에 대해 마피아가 사정이 나은 것은 자금과 인원이다.

인해전술로 상대하는 것 정도가 최선.

그런데 여기다가 장갑맨이 적으로 추가된다고? 만일 그렇게 되면 끔찍하다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호세는 이를 갈았다.

“멍청한 새기! 그렇다고 물러나거나 약해 보일 수야 있을까! 정보를 수집해 그리고 어떻게든 저 재수 없는 마스크 새끼를 잡아 죽이도록 해!”

“장갑맨을 노리곤 아무도 안 나설 겁니다. 총도 안 통한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어떻게...”

부하 하나가 말했다.

호세는 노호성을 내질렀다.

“그런 걸 믿어!”

“저는 안 믿습니다만 멍청한 아랫것들을 겁먹고 믿는 놈들이 적잖은 분위기입니다.”

불벼락을 피하기 위해 쩔쩔매면서 그 부하는 서둘러 말했다.

호세는 외쳤다.

“괜찮다! 마약, 여자, 돈을 미끼로 하면 그런 것들은 불나방처럼 달려들게 돼 있어! 백만 달러 건다! 즉시 현상금을 걸고 쫙 알려! 그 새끼 대가리를 들고 오는 놈에겐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알겠습니다.”

호세의 부하들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장갑맨이 두려울 정도의 적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호세가 말했듯 리오의 어둠에 사는 벌레들은 적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돈과 여자를 뿌리면 알아서 그들과 싸우다 죽어 나자빠질 것이다.

그러면 운이 좋다면 장갑맨을 잡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장갑맨에 대한 정보 한 조각 정도는 얻어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장갑맨에 대한 방침이 정해지고 난 다음 호세의 부하가 물었다.

“그런데 그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놈들?”

“글로브아미 말입니다.”

“아... 그 장갑맨의 부하 놈들 말이군.”

호세는 이제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 전투로 완전히 인정받았지요. 그들이 장갑맨의 부하라고.”

“그놈들에 대한 자료가 있나?”

호세는 일단 물었다.

“우리 쪽에서 구한 건 아닙니다만 한국 쪽에는 사진도 많고... 어떻게 특징을 잡아 구성할 수도 있을 겁니다.”

부하가 한 말을 듣고 호세는 잠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지금 해야 하는 것은 동일했다.

“그럼 그걸 사용해서 어서 그놈들도 전단을 뿌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호세들은 부하들의 반응에 그제야 좀 안정된 듯 쟈칼의 보스다운 모습을 회복하고는 부하들에게 이어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다른 대가리들한테 연락해라.”

“네?”

부하들이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들의 표정은 지금 호세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게 아니라 그 명령이 받아들여 수행하기가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임을 나타냈다.

사실 그렇다.

리오를 지배하는 조폭들은 사이가 나쁘다. 정말 나빠서, 경찰과는 적을 손을 잡을 수 있어도 다른 조직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고까지 할 정도다.

그것은 리오라는 한정된 공간을 두고 서로가 영역 다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제로섬 게임이 그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경찰?

표면적으로는 적이지만 브라질 경찰들은 심하게 부패해 있기 때문에 돈으로 어지간해서는 매수가 가능하다. 타협할 수 있는 적은 별 걱정거리가 아니다.

부하들의 생각을 읽은 듯 호세는 혀를 찼다.

“이게 우리만의 일이냐?”

이어서 그는 장갑맨에게 잔혹하게 죽은 부하의 사진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이거 안 보여! 너희들은 모두 죽을 거라고 한 거! 그 새끼가 우리 골라가면서 저런 짓 할 거 같냐? 걸리는 족족 다 죽여버리지!”

“그, 그렇겠지요.”

“으으...”

사진을 보니 겨우 억눌렀던 토기가 치미는 듯이 호세의 부하들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이 되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호세는 부하들을 윽박질렀다.

“그러니 다 모여서 어떻게든 대책을 찾아야 할 거 아냐!”

“알겠습니다.”

“당장 연락하겠습니다.”

다들 그 사진의 힘 앞에 호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브라질의 한 대학 정원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보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기사를 읽다가 통쾌한 듯이 외쳤다.

“역시 장갑맨!”

“이런게 진짜 영웅이지!”

옆의 동기가 고개를 끄덕여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 시시하게 인권 따위 따지면서 죽일 놈 다 살려주는게 무슨 영웅이야!”

“저 개새끼들이 우리한테 하던 짓을 그대로 돌려받는군. 통쾌하다!”

“그렇지!”

대학생들은 오랜만에 자국에서 일어난 즐거운 일에 후련한 기분이 되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앞으로도 장갑맨이 기사에 나온 것처럼 그것들을 모조리 다 죽여줬으면 하고 기대했다.

그것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기는 브라질의 한 기업 사무실.

막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기 전, 직원들이 모여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브라질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장갑맨!

“장갑맨 뉴스 봤어?”

“봤지.”

“끝내주지 않아?”

“말이라고 할까.”

그들은 감탄한 표정이 되어 장갑맨을 찬양했다.

“다 죽여버렸으면 좋겠다.”

“동감이야.”

직원들은 장갑맨에 의해 모조리 살해당한 조폭들을 생각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이면 백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잔인하지 않아?”

한 직원은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그가 조폭들이 어떻게 장갑맨에게 죽은 것인지 직접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사 같은 곳에 간단히 묘사된 죽음의 방식만 해도 온몸에서 닭살이 일어날 정도였다.

사람을 사람이었던 것으로 바궈 버릴 정도로 철저하게 짓이겨 뜯어버렸다니.

더 충격적인 것은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거의 끝까지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 있었다는 천참만륙이나 백각형 같은 살인 방식에 비견되는 참혹한 살인방법이었다.

그러나 처음 처음 장갑맨을 찬양했던 직원은 비판한 직원을 노려보며 말햇다.

“저 놈들에게 죽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해 보지?”

“그렇긴 해도...”

장갑맨을 비판했던 직원은 할 말이 없었던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한해 조폭으로 인해 브라질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의 수만 4만에 달한다.

심지어 그들은 인터넷 여론도 제 마음대로 조작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서 욕을 하면 그 대상을 심한 고문으로 고통 주고 거리에 시체를 내다 버린다.

그런 자들을 인간이기 때문에 고문하지 말아야 한다?

학문적인 입장에선 어떨지 몰라도 브라질 시민들이 생각하기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최소한 이에는 이가 되어야 했다.

“예수님 지켜보는 데서도 온갖 몹쓸 짓을 하던 놈들이야. 예수님의 방식이 안 된다면 악마의 방식을 사용해야지.”

장갑맨을 찬양하던 직원은 그리 말하며 장갑맨을 비판한 직원을 힐난했다.

***

브라질의 퇴폐 술집.

화려한 음악이 울리고, 안의 홀에서는 벌거벗은 브라질 미인이 봉춤을 추고 있었다. 늘씬한 몸매의 미인이 봉을 잡고 관능적으로 몸을 뒤트는 모습은 부처님 가운데 토막도 일어서게 만들 정도!

그 가운데 두 남자가 술집의 외곽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에 흉터 있는 남자가 없는 남자에게 술을 따라주며 뭔가 말했다. 흉터 있는 남자는 술을 한 모금 들이킨 다음 물었다.

“장갑맨?”

“그래. 백만달러가 걸렸어.”

술을 따라준 남자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브라질의 현상금 사냥꾼.

현상금 사냥꾼이라 해도 사실은 조폭이나 마찬가지인 이들로 경찰이나 마피아의 현상금을 노리고 그들이 적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삼류 청부업자였다.

영화나 만화에서 나오는 멋진 조폭의 이미지 같은 건 모두 환상일 뿐이다. 그들 자신이 언제 현상금이 걸린 처지가 되어 벌집으로 죽을지 모르는 판이니까.

그리고 여기는 그런 자들이 자주 모이는 브라질의 술집 중 하나였다. 여기서 그들은 서로 간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팀을 짜기도 했다.

흉터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

“장갑맨이 설마 그 장갑맨이냐?”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을 얻자마자 흉터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패스. 백만 달러도 좋지만, 그 괴물을 어떻게 잡아.”

“왜? 그래 봐야 인간인데. 총알은 박힐 거 아냐.”

“안 봤어? 씨도 안 먹히는 거.”

“미국에서 받은 좋은 방탄복을 입은 모양이지. 그런거야 총만 좋으면 얼마든지 뚫을 수 있잖아.”

술을 따랐던 남자는 상대를 구슬렸다.

사실 방탄복이 아무리 좋아도 아직 대물 저격용 총쯤 되면 막을 수 없다. 장갑맨이 TV에 나올 때 사용했던 총이 명기긴 하지만 총탄의 운동에너지에서 다져보면 훨씬 강한 것도 많으니 아직 시도할 여지는 많은 것이다.

“뭐 그렇긴 하지만.”

“헤헤, 나는 노리고 잡을 생각이다.”

“위험한 짓을...”

상대의 말에 흉터 남자는 경고처럼 말했다.

총알을 맨몸으로 막아내는가 아닌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장갑맨이 얼마나 강한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다.

그가 곰을 상대로 맨손으로 싸워 이겼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니까!

그러나 술을 따랐던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겨우 한 놈 잡고 백만달러라고. 거기다 백만달러만 받는 것도 아니잖아. 리우에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백도 얻게 되는 거야. 그러면 그만한 위험은 감수해야지.”

“흠...”

돈과 권력.

어디서나 모든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만능의 마취제였다. 부정적이던 흉터 남자도 그 말에는 구미가 당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갑맨을 꼭 잡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지금 들은 말에 흉터 남자는 혹했다.

술을 따랐던 남자는 만면에 웃음을 띄고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브 아미라는 미친 새끼들 있잖아.”

“장갑맨 부하?”

글로브 아미는 이번 사건을 통해 브라질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또한 장갑맨의 실질적인 부하 내지는 동료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

“그놈들 중 하나만 잡아도 오십만은 준다는군.”

“그건 꽤 괜찮은데.”

흉터 남자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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