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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83화 (183/227)

183화

“아, 알만하군.”

강민에 대한 한국의 가장 흔한 비난은 잔인하다는 것이었다.

오늘 여기서 그 잔인함이 또다시 보여질 것이 틀림없었다. 특히 이놈들은 강민이 경고도 겸해서 일을 할 생각이니 한층 끔찍한 꼴을 당하리라.

“알겠어. 그럼 수고해.”

“우리는 갈게.”

재철 일당은 악당들을 동정하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강민과 마약상들만이 되었다.

“자 그러면 우리의 대화 시간이 돌아왔군.”

“자, 장갑맨, 잘못 했으니...”

강민의 눈빛을 보았던 것인지 에밀과 핵은 구걸하듯 용서를 구했다.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강민은 세나에게 물었다.

“뭐라고 해?”

“잘못 했다는데.”

“뭘 잘못한지는 아는 걸까?”

“그냥 하는 소리겠지.”

에이리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들은 무수한 악당을 만나봤다. 모든 악당이 이런 순간에만 반성했다.

그리고 돌아서면 또 똑같은 사악한 짓들을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까지 이 놈이 망치고 죽였을 사람의 숫자를 생각하면 이제와서 잘못했다고 용서하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다.

“근데 뭐 지금부터 할 일은 통역이 필요 없잖아?”

“그래도 포루투칼 어를 쓸 줄은 알아야지.”

“그건 그래.”

세나의 지적에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일의 마무리에는 포루투칼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야 세나가 있으니 아무 걱정이 없다.

강민은 씨익 웃으며 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시작한다. 너는 이제 아직까지 죽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히, 히익...”

핵은 강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만 보고도 아주 불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끔찍한 시간만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

파벨라.

브라질의 빈민거주지.

브라질은 끔찍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다. 그래서 무수한 빈민들이 있고 그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파벨라다.

그런 만큼 파벨라는 범죄의 온상. 브라질을 시끄럽게 만드는 범죄도 다 그곳을 본거지로 한 마약상 놈들이 저지르는 일이다.

bope가 그 파벨라의 한 구역을 포위하고 있었다.

포위한지 이제 한 시간이 넘었다. 파벨라의 빈민들은 놀란 눈으로 그 포위를 보다가 경찰들이움직이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수군댔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bope들도 마찬가지였다.

포위만 하고 돌입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한 bope가 대장에게 물었다.

“저 대장님.”

“왜?”

“언제까지 대기합니까?”

“지시가 내려올 때 까지다.”

대장의 말에 bope 대원은 의아한 표정이 됐다.

“지시라니... 저희 팀은 독자 작전을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bope는 외압에서 자유롭기 위해 독자 작전을 짠다.

브라질이 정말 썩었기 때문에 안 그러면 bope의 작전 정보가 마약상들에게 새어나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시라니...”

“이번엔 그런 일이 있다.”

보피 대원은 걱정스런 눈길로 대장을 봤다.

혹시 대장이 마약상들과 거래하고 길을 터주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대원의 걱정을 이해하고 대장은 말했다.

“걱정마라. 내가 썩었어도 저 새끼들이랑 손잡을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포위한 파벨라의 한 건물을 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이건 저것들을 모조리 끝장내기 위해 하는 일이지.”

“알겠습니다.”

bope 대원은 그 말을 믿었다.

지금 작전은 좀 이해가 안 되지만 현재 대장은 마약상들에게 사신으로까지 불린다. 그의 총에 죽은 마약상 숫자만 백명이 되니 안 되니 하는 소리가 있을 정도!

그러니 약간의 탈선은 해도 마약상과 손을 잡을리는 없다.

하지만 역시 궁금한 점은 있어서 이어 물었다.

“그런데 방금 여길 빠져나간 사람들은 대체...”

방금 포위 구역에서 나온 이들을 떠올리고 대원이 물었다.

원래 그런 사람들을 구속해서 취조해야 하는데 대장이 보내주라고 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대원은 물론 많았다.

대장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보면 알잖아.”

“설마, 진짜입니까?”

bope가 놀라 물었다.

보면 안다는 뜻은 그들의 복장이 특징적이어서다. 그리고 그건 그도 잘 아는 어떤 이들을 의미했다. 바로 글로브 아미! 장갑맨 따라 하기의 최선두!

하지만 진자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는데.

“가짜로 그런 복장을 하고 파벨라에 올 바보들이 있다고 보나?”

“아, 아니...”

당황해서 bope대원은 아무말도 못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물었다.

“괜찮습니까? 그런 아마추어들을!”

“실력은 확인했다. 아니었다면 이런 일에 끼웠을 리가 없지.”

bope 입장에서 보면 글로브 아미 따위는 시시하고 한심한 광대에 지나지 않는다. 실력이 있어봐야 그뿐. 아마추어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대테러, 대시가 전 훈련을 했을 리가 없으니.

“그렇게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장이 인정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끔찍한 훈련을 거쳐 bope가 된 만큼 대장의 인정을 방을 실력이란게 얼마나 굉장한지도 아니까.

그런데 대장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대장은 그걸 보고 표정을 바꿨다.

“신호가 왔다!”

“돌입!”

즉각 bope가 반응했다.

대지하고 있던 bope가 작전대로 칼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 2번 팀 돌입!”

“3, 4번 팀은 퇴로를 막는다!”

마치 기계같이 훌륭한 동작!

돌입한 이들은 즉시 각 구역의 상황을 확인하고 보고했다.

“클리어!”

“클리어!”

연달아 외침이 들려오고 길을 확보하고 퇴로를 막았다. 이제 남은 것은 소탕 뿐!

“현장 돌입!”

“돌입!”

문을 박살내고 bope 대원들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내부 상황을 확인했다.

“윽...!”

“왜 그러나?”

무전기를 통해 대원 하나가 구토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밖에 있던 대원이 물었다. 대원은 어렵사리 답했다.

“피비린내가...”

“피비린내?”

“아주 역하다. 그리고 화약 냄새도 강해. 여기서 총격전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장 확보해라.”

“확보 작업중이다. 확보 후 다시 연락하겠다.”

무전이 끊어졌다.

그리고 긴장된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억!”

놀란 소리가 무전기로 다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이게 대체...”

“자세히 보고하라.”

“마약 단원들은 모두 죽었다! 반복한다! 마약 조직의 단원들은 모두 죽었다! 그것도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그것뿐인가.”

“그리고...”

보고하던 bope 대원은 더 아무말도 못했다.

“욱...”

다시 구토.

보고받던 bope 대원은 무전기에서 귀를 떼고 대장을 향해 말했다.

“패닉 상황인 것 같은데요.”

“전투냐?”

“전투는 아닙니다. 그냥 패닉입니다.”

“가서 확인해야 하겠군.”

“네.”

대원도 대장의 말에 동의했다.

역시 이런 건 직접 가서 보는 수밖에 없다.

“가자.”

대원들을 대동하고 bope 대장이 움직였다.

***

대장이 현장에 들어왔다.

안에는 bope 대원들이 저마다 구토를 하는 중이었다.

“욱... 우웩...”

“왜 그러는 거지.”

대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겨우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대원이 그에게 말했다.

“대장 여기...”

대장은 그 대원의 안내에 따라 모두 구토를 하고 있는 이유를 접했다.

“지저스...”

대장도 시퍼레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두 사람의 시체였다.

하지만 그것을 시체라고 할 수 있을까? 온통 찢어발긴 채로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만들어 둔채, 원래 자기 몸이었을 고깃덩어리 위에다가 머리를 올려두고 있었다.

마치 악마가 인간을 즐기면서 살해한 듯한 모습.

끔찍한 장면을 bope라면 모두 보아왔지만 이건 그 중에서도 격을 달리했다. 그리고 그 시체 무더기 밑에는 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너희들은 이제 모두 죽을 것이다.

*

강민의 브라질에서의 첫 활약이자 글로브 아미의 정식 데뷔전이기도 한 전투는 다음 날 브라질 신문과 TV에서 떠들썩하게 이야기되었다.

그 대략적인 내용은 bope가 확보한 살아남은 단 하나의 마약상의 증언에 의해 구성되었고, 이런 내용이었다.

마약상들의 거래를 하는 곳을 bope가 포위하고 있었다. 한데 거래가 시작되려는 찰나 장갑맨이 등장했다. 그리고 마약상들을 향해 음산한 경고를 했다.

마약상들은 즉각 그들을 향해 총질했지만 장갑맨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한데 장갑맨은 홀로 싸우지 않았다.

대신에 장갑맨에 이어 세 사람이 나타났다. 장갑맨과 흡사한 복장을 한 남자들이었다. 한국에서 활약한다던 글로브 아미였다.

싸움이 시작됐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글로브 아미는 마약상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그곳을 떠났다. 이후 장갑맨이 움직였다.

그는 악마나 마찬가지였다!

살아있는 인간을 갈기갈기 찢으며 즐거워했고, 비명소리를 마치 음악처럼 들었다. 그리고 시체의 산을 만들고 증언을 할 수 있도록 하나만 남겨둔 채 떠나고 말았다.

그 시체의 산 앞에 ‘너희는 죽을 것이다’라고 적은 한 마디 문장만을 남겨 놓은 채!

이것이 bope가 현장에서 확보한 마약상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한 당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글로브 아미가 떠난 정황은 파벨라의 다른 빈민들도 목격했기 때문에 정확한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쇼킹했던 것은 역시 장갑맨이 그 마약상들에게 한 짓이었다.

그리고 그런 짓을 하고 난 뒤 그들에게 남긴 한 마디!

너희는 죽을 것이다.

이 문장은 폭풍처럼 브라질을 강타했다.

여러 가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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