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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82화 (182/227)

182화

“장갑맨?”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핵이 말했다. 그리고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와하하하하하하!

핵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재밌는 농담이군. 아주 즐거웠어.”

“이건 농담이 아냐. 인터넷에 글 올린 거 안 봤어?”

에밀은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고 말했다.

핵은 이를 갈았다.

“봤지. 그래서 그 새끼 잡아다 같은 꼴로 만들어 주려도 우리 조직 사람들 전부 혈안이 되어 있어. 꼭꼭 숨은 모양이라 쉽게는 못 찾고 있지만 찾아만 봐라!”

다른 조직에도 연락해서 이 잡듯이 뒤지고 있지만, 인터넷에 쓸데없는 글을 올린 새끼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어디 숨은진 몰라도 꽤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고생시킨 만큼 잡으면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걸 장갑맨이 봤을 거란 말야.”

“보면 뭐? 그래봐야 한 놈이잖아.”

장갑맨이 세다 해 봐야 겨우 한 놈. 그러니 걱정할게 없다는게 핵의 생각이었다. 에밀은 어이가 없는 듯이 말했다.

“안 봤어? 그 새끼는 총도 안 통해. 우리 잡으러 오면 어쩌려고?”

“미친새끼, 그걸 믿냐? 당연히 조작이지.”

핵은 바보를 보듯 에밀을 봤다.

다른 핵의 부하들도 핵의 의견에 동조해서 떠들었다.

“그래. 미국에서 찍은 거잖아. 그놈들 특수촬영 기술이 얼마나 좋은데.”

“이번에 개봉한 영화 봤냐? 거 참 미국 새끼들이 참 영화는 잘 만들어.”

“헐리우드가 영화를 잘 만들긴 하지!”

갑자기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퍼졌다.

어설픈 포루투칼 어였다.

하지만 지금 들려온 말이 어설프든 아니든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이건 비밀 회합이고 있어야 할 놈만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비상사태다!

“헉!”

“누, 누구냐!”

“누굴 거 같아?”

그림자 하나가 건물 외곽에 번쩍 섰다.

“장갑맨!”

누군가 외쳤다.

일어선 그림자의 모습은 이제 세계인 대부분에게 익숙한 영웅의 모습, 바로 장갑맨이다. 핵은 경악하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쏴! 죽여버려!”

“이야아아아아!”

외칠 필요도 없었다.

무기를 든 부하들은 저마다 사태의 위급함을 깨닫고 아낌없이 총질을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타타타타당!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고 벽에 총알이 박히며 파편이 튀었다.

불꽃이 곳곳에서 번쩍이며 조명보다 훨씬 밝은 빛을 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선 장갑맨, 그러니까 강민은 전혀 긴장한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어우, 요란하군.”

이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시작해!”

불숙불쑥 또 다른 그림자가 솟아났다.

“저, 정말 괜찮은 거지?”

일어난 그림자는 재철일당!

그들은 겁먹은 모습이었다.

그야 당연하다. 아무리 마법의 힘으로 안전하다고 알고 있어도 여기는 총탄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직접 보면서 돌격해야 한다니 아무리 간이 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반응이 세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못 믿겠다는 거야?”

분노한 세나의 눈길을 받으며 재철 일당은 위축된 태도로 부정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요...”

“그냥 정작 총을 보니 좀 무서워져서...”

재철일당은 서둘러 변명했다.

“안심해. 실험도 다 거쳤잖아.”

강민이 그들을 설득시켰다.

“그, 그렇죠.”

확실히 실험은 거쳤다.

그러지만, 그렇지만 역시 무섭다!

하지만, 또 이런 상황에서 뻗대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결국,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재철은 심호흡을 한 다음 수구와 만수를 향해 외쳤다.

“그럼 가자!”

“응!”

“이야아!”

그리고 셋은 엄폐물을 넘어 마약상들에게 돌진했다.

그들이 산불 맞은 멧돼지처럼 달려 오는걸 보며 에밀과 핵은 매우 어이가 없어서 부하들에게 외쳤다.

“미친 새끼들! 벌집을 만들어!”

“죽어라!”

둘의 부하가 셋을 향해 총을 갈겼다.

타다다다당!

타다당!

커다란 소리가 나며 그들을 향해 무수한 총알이 날아갔다.

하지만 셋 모두 멀쩡하게 달렸다!

심지어 총알이 스치지 조차 않은 것 같았다.

“어엇!”

“다 맞았는데!”

하지만 총을 쏜 이들로서는 그저 황당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연사로 쏘았거늘 안 맞다니 그게 말이 된단 말인가?

말이 안 된다!

“왜 안 죽지!”

“뭐야 이거!”

다들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걸 보면서 세나는 만족해 말했다.

“역시 나는 위대해!”

“초보 마법 가지고 잘난척은.”

에이리가 혀를 찼다. 세나는 에이리를 찌릿 노려보면서 말했다.

“초보 마법이라니! 아 물론 마법이야 간단하지만 저런 작은 것에다가 마법을 쑤셔넣어서 저만한 성능을 만드는게 쉬운 줄 알아?”

“아,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

에이리는 굳이 입씨름 하는 건 피곤하다 생각해서 손을 휘휘 내저으며 세나의 말에 수긍하는 척 해 보였다.

세나는 한층 짜증이 났다.

“이러니까 기사란 것들은!”

“거참.”

옆에서 둘의 실랑이를 보면서 강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꼴이 두 여자에게 마음에 들 리가 없다.

“뭘 남일처럼 굴고 있어!”

“자, 자자 진정하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잘 지켜봐야지.”

강민은 불똥이 자기한테 튀기 전에 얼른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깨닫고 서둘러 말했다.

그러나 자존심에 불붙은 세나는 그런 당연한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긴 무슨! 내가 만든 신뢰도 백 프로의 실드가 지키고 있는데.”

“그래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래.”

강민에 이어 에이리가 설득했다.

“쳇.”

세나는 자신의 실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두 사람의 말이 옳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만에 하나의 경우가 생기면 즉각 대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투덜거리면서도 전투를 주의 깊게 살폈다.

그 동안에도 재철 일당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총을 쏘는 적들의 앞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주먹과 발을 휘둘러 그들을 후드려 팼다.

퍽!

퍼퍽!

때릴 때마다 큰 소리가 나고 적들을 뒤로 날아가 버렸다.

인간의 펀치력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위력! 그간의 수련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으으...”

“으어어...”

상황은 금세 정리됐다.

재철 일당 주변에 마약상들은 전부 뻗어서 신음을 흘렸고 겨우 팔다리를 꿈틀거리는게 다였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재철이 만족한 듯이 말했다.

“어휴, 끝났다.”

“뭐 간단하잖아.”

“총알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던 덕분이지만.”

“그래.”

대철 일당은 즐거운 듯 웃었다.

처음 신장했던게 바보 같은 정도로 쉽게 끝났다. 재철 일당의 활약에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진 핵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그들을 올려보며 물었다.

“너, 너희들 대체...”

핵은 포루투칼어로 말했기 때문에 재철은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는 거야?”

“내가 포루투칼어를 알 리가 없잖아!”

“하긴 영어도 어려운 판에.”

한국인으로서 지당한 말을 수구가 했다.

세나가 엄폐물 뒤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나는 알아.”

“그러고 보면 언제 공부한 거야?”

강민이 궁금한 듯 물었다. 브라질 이야기가 나오기 전만 해도 세나는 포루투칼 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세나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시간은 3개월도 넘게 있었잖아. 외국어 하나 정도 마스터 하는 거야 일도 아니지.”

“젠장.”

강민은 탄식했다.

“항상 짜증나긴 했어.”

에이리는 강민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세나는 너무 머리가 좋다. 솔직히 짜증날 정도다! 어쨌든 당장은 도움이 되니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불평할 입장도 아니었다.

“그럼 부탁해.”

“좋아. 호호호.”

이어 강민은 재철 일당을 향해 말했다.

“니들은 나가.”

“우리?”

“그 외에 누가 있겠냐.”

“이대로 나가도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듯이 재철이 물었다.

지금 그들은 글로브 아미의 복장을 하고 있고 옷도 피투성이였다. 누가 봐도 범죄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였다. 걱정하는게 당연했다.

“bope한텐 이야기 해 놨으니 괜찮아. 옷 갈아입고 호텔에 가 있어. 뭐 흥이 동하면 다시 클럽에 가 보던가.”

강민은 걱정할 것 없다는 투로 말했다. 재철 일당도 그러면 강민이 어련히 준비를 잘 해뒀을까,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특히 클럽이라는 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헤헤... 괜찮아?”

“뭐 괜찮다고 해 주면야...”

“그, 그래.”

무슨 상상을 하는지 벌서 헤벌쭉한 얼굴을 한 셋을 보면서 강민은 남자로서의 동지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아직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겠지. 꽃뱀한테 물리지는 마라.”

“그래야지.”

“음, 그래야 하는데...”

“그러게 말야.”

셋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들 자신감이 없는 투였다. 그럴 수밖에! 지난번 그랬던 것처럼 아름다운 남미 여인들이 유혹해 온다면 안 넘어갈 수가 있나!

신용카드를 쓰면 되지 않나 싶긴 해도 남미는 신용카드를 취급하지 않는 가게가 많다. 현금의 필요도가 매우 높다는 뜻.

그러니 놀려면 현금이 넉넉히 있어야 한다.

“자신 없는 모양이군. 뭐. 이해는 되지만. 하여간 가봐.”

“강민 너는 어찌할 건데?”

떠나기 전에 재철이 물었다.

강민은 씨익 웃으면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약상들을 봤다. 그리고 보는 이의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나는... 아이들이 볼 수 없는 짓을 하려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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