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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81화 (181/227)

181화

“실실거리면서 향수 냄새 풍기고 오면 당연한거지!”

그제서야 재철 일당은 자신들 몸 이곳저곳을 킁킁대며 냄새 맡았다. 하지만 이미 자기 몸 냄새에는 익숙해졌을 테니 맡아 질리는 없었다.

“뭐야! 쟤들 그런 것도 성공했어?”

“와, 나름 재주 있네.”

세나와 에이리도 그 말에는 흥미를 보였다.

“헤헤헤...”

“헤헤...”

“히히...”

재철일당은 어젯밤 좋았던 시간이 기억나서 참을 수가 없었던지 계속 웃음을 흘렸다. 강민은 웃으며 말했다.

“남미 미인들을 상대라니 나름 추억이 됐겠군.”

재철이 쑥스럽게 고백했다.

“그런데 지갑을 털렸어.”

“시, 실은 나도.”

“읏, 너희도?”

재철 일당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당황한 듯 말했다.

하긴 그 세 여자는 함께 세 사람에게 접근해 왔다. 한 사람이 당했다면 다 같이 당하는게 당연했다. 한패였을 테니까.

강민은 혀를 쯧쯧 찼다.

“뭐야, 그냥 꽃뱀한테 물린거군.”

“굉장히 비싼 매춘을 한 셈이네.”

세나와 에이리도 셋을 불쌍한 듯 바라봤다.

“그, 그런가.”

그렇지만 셋은 전혀 화난 표정이 아니었다.

“뭐 니들은 만족하고 있는 것 같으니 그걸로 충분하지만.”

강민이 그걸 지적하자 다시 재철일당의 표정이 솜사탕처럼 풀렸다.

“꿈 같았어...”

“응.”

“아아, 또 보고 싶다!”

셋이 어제의 추억을 되살리고 수군대자 세나가 에이리를 보고 혀를 차면서 말했다.

“소개해 주기로 한 거 취소하는 게 어때?”

“나도 그럴까 생각 중이야.”

에이리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

자기 책임으로 소개시켜주는 건데 저렇게 허리가 가벼운 인간들을 부하들에게 소개시켜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듣자 재철 일당은 벼락에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굽신거렸다.

“헉, 부디 그것만은!”

“그, 그러지 마시고!”

“얼마나 기대하고 있다고요!”

미녀는 세상에 많다!

그러나 에이리만한 미인은 본 적도 없다. 그런 미인이 보증하는 아가씨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데,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그걸 파토 낸 단 말인가!

결코, 그럴 수 없었다.

세나가 애걸하는 세 사람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남자란...”

“그러게 남자란...”

에이리는 동감하며 시선을 돌렸다.

“왜, 왜 날 봐!”

자신을 향해 칼날 같은 시선이 꽂히는데 헉 하고 놀라면서 서둘러 물었다.

“왜 보는 걸까?”

“그래. 왜 본다고 생각해?”

도리어 돌아온 반문.

생각나는 것은 아주 많았다.

“어흠!”

너무 많아서 강민은 그냥 얼버무리고 말았다.

다 과거의 흘러간 실수인 것을 뭐 굳이 지금 다시 꺼내려는지 모를 일이라고 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속으로만!

***

그리고 브라질 관광을 하며 그들을 뒹굴거렸다.

물론 남자들은 주로 해변에 갔다!

구경만 해도 즐거운 광경들!

안타깝게도 강민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면 불벼락을 맞으니까. 하지만 세나와 에이리는 해변에 누운 어떤 미인보다도 아름다워서 별 불만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언제나 남의 떡이 더 커보이고 잡은 고기는 미끼를 주지 않는 것이 인간의 습성인지라 괜히 눈알을 돌리다 얻어맞는 경우도 있다는 정도!

그리고 어느 날 강민은 단원들 전부를 소집해서는 호텔에서 말했다.

“bope에게 연락이 왔다!”

“bope라면 그 특공대?”

에이리가 묻자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마약 거래 현장이 있다는군!”

“우리보고 가서 때려잡으라고?”

“그렇지. 비슷한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bope는 주변을 포위, 정리하고, 안의 적들은 우리가 사우는 전략이 가능해지는 거지.”

재철이 그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bope는 그럼 놀고먹는 거 아냐?”

“우리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그러게!”

수구와 만수도 재철의 말에 동의해서 한 마디씩 거들었다.

범죄자는 자기들이 다 잡고 생색은 boep가 낸다니!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닌데 상관있어? 그리고 boep가 양보하는 건 살인면허가 있긴 해도 마음대로 다 때려잡을 수 없는 것 때문에 그런 점에서 편리한 우리한테 양보한 거라고. 이 정도 적은 보피 입장에선 일상다반사라던데.”

사실이다. 마약상들 입장에서 bope는 그야말로 사신. 이제와서 그런 시시한 잡종들과 싸우는게 두려워 싸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미룬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었다.

강민의 설명에 재철 일당은 납득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그럼 힘써 볼까.”

“그러지.”

부산히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 문을 나섰다.

복도를 걷던 중에 강민이 말했다.

“아참. 우리는 안 움직인다.”

“뭐?”

“우리만 가는 거야?”

재철 일당은 걱정스런 표정이 됐다.

수구는 이어서 말했다.

“싸우는 건 그렇다 쳐도 의사소통이...”

“같이 가기는 해. 싸우는걸 돕진 않는다는 거지.”

걱정말라는 뜻으로 강민이 설명했다.

“왜?”

재철이 의아한 듯 물었다. 싸우는 곳까지 같이 오면서 굳이 손 놓고 구경할 이유가 뭐냐는 뜻에서다.

“오늘을 니들 데뷔전으로 할까 하고.”

“데뷔는 한참 전에 했잖아.”

“그러게.”

“이제와서...”

재철 일당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반문했다.

강민은 답답한 듯 혀를 차면서 그 의미를 확실히 했다.

“그거 말고! 내가 말하는 건 나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걸 오늘 공개한다는 거야.”

“아... 그렇군.”

“그런 거라면 오늘이 괜찮을 거 같긴 해.”

“응.”

재철 일당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현재 글로브 아미는 위치가 애매해서 전세계적인 장갑맨 따라 하기 열풍을 일으켰을 정도로 부작용을 일으켰다.

오늘 확실히 그 실력을 전세계에 공개하고, 또 장갑맨과의 관계를 알리게 되면 그런 부작용을 대폭 줄일 수 있으리라.

“자, 그러면 얼른 가자.”

“좋아!”

“가자!”

“그래!”

모두들 호응해서 신이 나 움직엿다.

물론 그래 봐야 결국 차 타고 다른 사람들처럼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그리고 곧 깨닫게 된다.

휴가철 리우데자네이루의 교통지옥은 서울 이상이라는 것을!

*

밤.

어두운 방이다.

넓었지만 먼지 냄새가 강하게 났다. 방을 밝히고 있는 것은 천장에 매달린 낡은 조명 하나뿐이었다. 그 아래에 많은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들 위험한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자들이었다. 돌격소총을 한 손에 들고 주변을 경계하는 남자도 많았다.

그런 방의 문이 덜컥 열리고 한 무리 남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얼른 들어와.”

들어온 남자의 선두가 그 말에 따라 방 중앙으로 갔다. 남자를 보고 중앙에 있던 먼저 와 있던 남자가 물었다.

“돈은?”

“여기.”

들어온 남자는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상대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 물었다.

“물건은?”

“가져가.”

먼저 와 있던 남자의 이름은 핵이다.

그는 준비했던 봉투를 상대에게 내밀었다.

“잠깐, 일단 확인을 해야지.”

상대 남자, 그의 이름은 에밀인데, 그는 봉투를 선뜻 맏지 않았다. 핵은 에밀이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짜증 난다는 표정이 되어 말했다.

“장사 하루이틀 하냐. 그냥 가져가. 최고급이다.”

“쳇, 알았어.”

핵의 말이 틀린 건 아니라서 별 수 없다는 듯 에밀은 봉투를 받았다. 묵직한 봉투 안에는 정제된 마약이 들어 있었다. 이걸 다시 제조해서 알약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그는 그걸 받고서 물었다.

“이거, 그건 아니겠지?”

“그거 라니?”

“장갑맨 따라 하던 애송이들이 재수 없게 얻었다가 작살났던 거.”

에밀의 물음에 핵은 코웃음을 쳤다.

“그건 한참 전에 처분했다”

핵은 이어서 에밀에게 말했다.

“그리고 어차피 물건은 똑같은데 그놈들이 가져갔던 거면 뭐 어때?”

“그렇긴 해도 재수 없잖아. 이 바닥에서 그런 건 다들 싫어하는 거 몰라.”

에밀은 변명처럼 말했다.

조폭은 대다수가 머리가 나쁘고 감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의 미신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쨌든 그거 맞으니까 안심하고 가져가.”

“설마 그렇겠지. 그리고 너희 대장한테도 좀 적당히 하라고 전해. 그것 때문에 흉흉하다.”

마약을 품에 넣으면서 에밀이 말했다.

핵은 코웃음을 쳤다.

“우리 물건에 손댄 놈 작살낸거야. 뭐가 꺼리낄게 있지.”

“그래도 너무 대놓고 그러면 사람들이 안 좋아해.”

“겁쟁이 새끼. 조폭이 사람 눈을 신경 쓰고 장사를 해?”

핵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에밀은 혀를 차면서 핵의 말을 부정했다.

“파벨라의 지지 없이 우리가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도 그렇고 다른 놈들이 걱정하는 건 그것만이 아냐.”

파벨라는 브라질의 빈민가를 뜻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시민의 20%가 파벨라에서 산다고 한다. 환경은 끔찍하고 브라질의 법은 거기서 의미를 잃는다. 마약상들의 본거지다.

“bope라도 걱정하냐? 그 새끼들이라면 맨날 싸우잖아.”

bope는 마약상들의 악몽이다.

결코 만나서는 안될 죽음의 사자들. 다행이라면 bope는 숫자가 적어서 잘 도망 다니면 만날 일은 많지 않다는 것.

“그것들한테 우리 작살 낼 핑계 주는 것도 걱정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지.”

“뭔데.”

핵이 묻는데 에밀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갑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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