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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78화 (178/227)

178화

시간이 한 달 정도 더 흘렀다.

한국발 비행기가 브라질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와글와글 한국 관광객들이 내렸다. 사순절이 끝난 다음이지만 브라질에는 언제나 관광객이 많다. 자연이 아름답고 바다도 풍부하니까. 그리고 지금은 여름이다!

그리고 관광 목적으로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 강민 일행도 있었다.

강민, 에이리, 세나. 그리고 재철 일당까지 여섯 명 한 조로 된 팀.

생전 처음 해외에 나온 재철은 외국 공항을 신기한 듯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가 브라질이군.”

“그렇지. 여기가 남미의 맹주 브라질이다.”

강민이 설명했다.

“그, 그런가.”

“뭘 그렇게 촌놈처럼 굴어?”

“해외여행은 처음이라고.”

재철은 머쓱하니 말했다.

수구가 주변 사람들을 신기하단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다니.”

“아니, 외국이니 당연하지.”

“우리가 외국인이지.”

강민이 혀를 차며 정정했다. 수구도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헤헤...”

놀러 온 것은 아니지만 역시 해외여행이다 보니 설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재철 일당은 똥마려운 강자지처럼 이것저것 구경했다.

잠시 공항 구경을 한 다음 재철이 말했다.

“근데 공항은 별로네.”

“그러게. 별로야.”

“초라해!”

수구와 만주도 동감했다.

“인천공항이 좋을 뿐이라고.”

강민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과 비교하면 세계 유수의 공항도 다 초라하다.

“자, 뻘소리 그만하고 가자. 밖에 불렀던 차가 와 있을 거야. 그거 타고 가면 호텔 잡아 놓은 거에 금방 도착해.”

“응.”

“가자.”

다들 왁자지껄 떠들며 공항 밖으로 갔다. 가면서 재철이 흥분해서 외쳤다.

“관광도 많이 해야지!”

“그럴 정신까지 있다니 대단하다.”

“여기까지 온다고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 정도 즐거움은 있어야지!”

“그래!”

“재철이 말이 옳다!”

강민단원들 모두 재철의 말에 호응했다.

초인다운 초인으로 만들어 주겠다!

그런 목적 아래 요 수개월간 재철일당은 지옥을 맛봤다. 정말 끔찍했다. 군대 두 번 가고 만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이런 곳에 와서 놀지도 못하고 그냥 일만하고 떠난다니!

그런 비극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게 재철일당의 생각이었다.

“아, 알았어, 알았어.”

강민은 손을 흔들어 그들을 진정시키고는 말했다.

“하지만 체류 중 사용할 수 있는 돈은 2,000달러 이내다.”

“너무 짜!”

“어차피 우리 돈인데 좀 더 쓰면 어때서!”

2,000달러면 우리 돈으로 220만원 정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관광 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이번에 브라질에 와서 여러 날 체류할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강민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런데서 씀씀이가 헤퍼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체험해 본 것처럼 말한다?”

재철이 짜증나는 듯 말했다.

에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지.”

“우리는 항상 여행 다녔잖아.”

세나도 함께 말했다.

“아, 그런가.”

재철 일당은 강민이 뭐 하다 건너왔는지 생각해 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체험에서 비롯된 지식이라면 역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에이리는 이어서 한숨을 쉬었다.

“여행경비로 여자 꼬시러 못 가게 막는 것이 가장 힘든 일중 하나였어.”

“아니, 그게 무슨...”

강민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나 에이리는 조금도 꺼리는 것이 없는 태도로 강민을 찌릿 째려보고는 말했다.

“사실이잖아?”

옆에서 세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나...”

강민이 쩔쩔매는 꼴을 보면서 재철 일당은 모두 기쁜 듯 욕했다.

“음, 나쁜 놈이군!”

“그럴 줄 알았지!”

“그런 주제에 우리만!”

강민을 욕할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는다!

그러다 얻어맞거나 훈련이 격해지면 본전도 못 찾는 골이 되니까 물론 욕할 때 욕하더라도 수위조절을 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험.”

강민은 할 말이 없어서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꾸려고 헛기침으로 노력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공항을 빠져나가게 됐다.

사람들이 공항 밖에도 바글바글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 누군가가 다려오더니 재철의 어개를 툭 치고 지나갔다.

“응?”

재철의 눈이 그때 바뀌었다.

그가 어깨가 부딪히니 남자의 손을 퍼뜩 잡았다.

“앗!”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고 도망가려 했다. 재철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리 없었다.

“이게 어딜!”

재철은 잡은 손을 들어 남자를 그대로 땅바닥에 패대기쳤다.

쿠당!

“악!”

그 일격에 남자는 뻗고 말았다.

그의 손에는 재철의 지갑이 쥐여 있었다. 그림같이 멋진 모습이어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감탄한 모습으로 재철을 바라봤다.

에이리 역시 동작이 안정되어있는 게 대견해서 칭찬했다.

“멋진데.”

“그간 굴린 보람이 있군.”

강민도 뿌듯함을 느꼈다.

재철은 거들먹거리며 손을 탁탁 털고는 말했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이골인 걸 보니... 명성이 헛되지 않군.”

“그러게 말이야.”

모두 그 말에 동의했다.

브라질!

인구 2억!

총 생산 2조 달러가 넘는 경제 대국! 한국이 1조를 좀 넘는 걸 생각하면 한국인들의 인식에 대비할 대 브라질이 얼마나 큰 경제 대국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둠은 깊다!

*

강민 일행은 준비된 차를 타고 호텔에 금세 도착했다.

호텔은 크고 좋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까지 경비를 아낄 이유가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민 체험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모두들 강민의 방에 모였다.

“그럼 브리핑을 시작한다!”

“두근거리는데.”

“그러게. 마치 우리가 진짜 뭔가 요원이 된 것 같잖아.”

재철 일당이 설레는 얼굴로 수군거렸다.

강민이 고개를 흔들며 먼저 경고했다.

“노는 기분으로 하면 안 돼. 이건 진짜다. 총기랑도 상대해야 한다고.”

“그, 그런가.”

“그건 그래.”

동의해서 재철 일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질, 특히 현재 이들이 있는 리우데자네이루는 조금만 어리버리하게 보이면 총든 강도에게 하루에만도 여러차례 노려질 수 있다고 하는 곳이다.

“뭐 그래도 너무 긴장은 안 해도 돼. 어차피 준비는 철저히 해 왔잖아. 자, 확인하게 다 내밀어 봐.”

세나가 요구했다.

“네.”

“여기!”

“뭐 이런걸.”

재철 일당은 서둘러 부적을 내밀었다. 정확히는 마법진이 그려진 일종의 마법 스크롤이다. 하지만 형태가 딱 보기엔 부적 같았다. 사실 효과도 부적에 가깝긴 했다.

강민이 엄중하게 경고했다.

“절대 그거 몸에서 떼면 안 돼.”

“물론이지.”

“좋아. 개요를 설명한다!”

강민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선 나는 bope의 대장을 만날거야.”

“그게 뭐야?”

bope라는 말에 의아함을 느끼면서 재철이 물었다.

“브라질 경찰 특공대. 폭력조직을 전담하는 사람들이지.”

“쎄겠네?”

특공대란 말에 수구가 호기심을 느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수경찰이니가. 살인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우와.”

영화에서만 듣던 살인면허란 걸 실제 가지고 있는 집단이 있다니 놀라웠다.

“과격한 걸로 유명하지. 그리고 이번 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폭력조직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거고.”

bope는 브라질의 끔찍한 치안 환경이 만든 특수한 단체다. 대단한 전투력을 가진 것은 물론이고 총기도 사용해 가며 브라질 폭력조직들과 거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 그러니까 그쪽에서 정보를 구하겠다는 거네?”

“그렇지.”

“연락은 해 뒀어?”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CIA쪽에서 미리 연락해 뒀다는군. 나야 가서 이야기하면 되는 거지.”

“으음, 뭔가 대단한 것 같다.”

“그러게.”

재철 일당이 서로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대단한 게 맞잖아. 강민은 미국 대통령하고도 친한 사이라는데.”

“그건 그래.”

강민은 산만해진 주의를 다시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설명을 계속했다.

“됐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내가 정보를 구하게 되면 곧장 폭력조직 소탕에 들어갈 거야.”

“어떻게 처리할 건데?”

“아주 자근자근 밟아 죽일 건데. 간부들 말고 밑에 부하들 처리하는 건 니들한테 많이 배분할 거야.”

강민은 쾌활히 설명했다. 재철 일당은 자근자근 밟아 죽일 거란 말이 농담이 아닐 걸라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맡겨 둬.”

“그리고 간부를 하나씩 추적해서 작살을 내야지.”

“그래서 이곳 폭력조직을 근절하겠다?”

세나가 확인차 물었다.

강민은 씁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솔직히 말해 근절은 무리야. 폭력조직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가 비면 다른 놈들이 들어오겠지.”

브라질 조직폭력배의 배경에는 브라질이라는 나라 자체가 있다.

그건 해결되지 않는 한 폭력조직 자체를 없애도 소용이 없다. 새로 조직이 만들어져 같은 짓을 할 테니까.

“그럼 의미 없는 거 아냐?”

재철이 의아하게 물었다.

강민은 그건 또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진 않아. 일단 이건 복수야.”재철일당은 강민이 왜 이곳에 왔는지 그 계기를 떠올렸다.

인터넷에 올라왔던 간절한 호소가 이유였다.

그리고 그 호소가 발생한 이유였던 잔혹한 고문살해사건!

강민은 그들에 대한 복수를 이곳에서 할 생각에 온 것이다.

“또, 폭력 조직하면서 민간인에게 손을 대면 얼마나 처참히 죽게 되는지 뼈저리게 알려주는 거지. 그게 중요해!”

살의를 눈에 담고 강민이 하는 말에 다들 동감했다.

“그건 정말 필요한 거 같아.”

“나도.”

“아, 그 사진 보고 사흘간 밥을 못 먹었다.”

재철 일당은 고문 살해당한 이들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다. 정말 끔찍했다. 산채로 고통을 최대한 주다 그 골로 죽인다니.

인간이 아니라 악마라 해도 문제 없을 수준!

“죽어 마땅하긴 해.”

“걔들도 죽인 다음 거리에 걸어 둘 거야?”

재철이 물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 해. 사람들 많은데 공개하는 건 여러 사람 피해 주는 꼴이니 피할 거고 지들 본거지 근처에 매달아 두면 좋은 광고가 되겠지.”

강민은 이번에 삼바 축제에 못지 않은 피의 축제를 벌일 생각이었다.

장갑맨의 이름이 이 때문에 악마처럼 바뀌게 되더라도 그건 별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기를 얻으려고 해야 할 짓을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어차피 사실 인기를 기대하고 한 일도 아니었지 않는가.

“그리고 피로 문자를 적어 놓는거야. 민간인을 건드리는 놈들은 다 찢어 죽이겠다! 같은거.”

“그거 괜찮겠는데.”

“그럴까?”

세나와 에이리도 쾌활히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재철 일당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었다.

“재들 무서운 소리 한다.”

“우우...”

“악몽을 꿀 것 같아.”

쟤들은 혹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셋은 진실에 가까운 추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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