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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77화 (177/227)

177화

“글로브 아미가 약해 보여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사람들에게 심어줘서 허파에 바람들린 사람들이 사고를 일으킨 거라면, 얘네들을 아주 세게 만들면 반대로 다 해결된다는 소리 아냐?”

강민이 지금 한 말이 암시하는 바에 벼락같은 충격을 받은 사람이 단원들 중 셋 있었다.

바로 재철일당!

“헉!”

“그 말은...”

“우, 우리를?”

강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앞으로 내가 직접 지도하며 진정한 초인으로 만들어 주마! 남들이 보기에도 억소리가 나게 되면 아무도 따라 할 생각을 못 하겠지!”

예상대로 정확히 들어맞고 말았다!

재철 일당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절래절래 내저었다.

“사, 사양하고 싶은데!”

“돈 다 포기하마!”

“그, 그래! 평범하게 살다 죽을 거야!”

에이리에게 지도를 받으며 셋은 느꼈다.

이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군대 두 번 가고 말지 이 훈련을 계속 받을 수는 없다고!

군대 두 번 가겠다는 말을 하게 될 정도로 그 훈련은 정말 끔찍했다. 물론 재철일당은 아직 군대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평가한 것이라 보긴 힘들지만, 그래도 군대 훈련이 아무리 악독하고 고통스러워도 에이리에게 받았던 훈련만 못 할 거란 건 틀림없었다.

따지고 보면 에이리는 기사단장!

군대로 치면 대장이다!

그녀에게서 철저히 훈련을 받은 셈이니 특전사 훈련을 거친 셈이라 해도 괜찮았다. 강민은 후후 웃으며 그들의 희망을 끊어버렸다.

“이미 늦었어! 너희는 전세계 무수한 허파에 바람 들린 이들을 치유해야 할 책임과 사명이 생긴 거란 말이다!”

재철일당은 발악했다.

“싫어!”

“우리가 왜!”

“후후, 시작할 땐 마음대로지만 그만둘 땐 아니란다!”

강민이 즐거운 듯 말했다.

강민 단원들은 모두 짜증을 냈다.

“철지난 개그를!”

단원들의 불만에 움찔 몸을 움츠렸다가 헛기침을 하고 강민은 재철 일당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래. 이왕이면 데뷔는 이번 브라질로 하자!”

“괜찮겠어?”

“거긴 총도 쓴다는데 위험할 거 같은데...”

에이리와 세나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브라질도 범죄자라면 총 정도는 다 가지고 있는 국가라서 영웅 노릇 하려면 위험을 많이 감수해야 한다. 미국보다 상황이 한층 심각해서 거의 내전 수준이라고 할 정도니.

그에 대해선 강민이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그건 뭐 네 힘을 빌려야지.”

강민이 부탁한 건 세나였다.

“알았어. 힘좀 써 보지 뭐.”

세나는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군요.”

지연은 강민의 말에서 그가 무엇을 만들려는 것인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실드. 지연도 여러 번 죽을 뻔했는데 그 힘 덕분에 살아났다.

“맞아.”

강민은 이번 실드는 자기가 만드는게 아니라 세나가 만드는 것인 만큼 훨씬 강력하고 좋은 물건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총알도 쉽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아아아...”

“우우...”

재철 일당은 한쪽에 모여 자신들의 나락에 빠진 운명에 대해 한탄하고 있었다.

“불쌍하다.”

“좀 그러네.”

다른 강민단원들은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그들을 보며 동정했다.

*

시간이 흘렀다.

흐르고 흘러서 다시 서울대 기말고사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방학! 신나는 여름 방학 분이다. 물론 다들 스펙을 키운다고 별로 못 놀지만,

그래도 방학은 학생들의 마음을 설래게 한다.

그런 사정은 강민단원들도 마찬가지라서, 동아리실에 들어가며 호성이 신이 난 목소리로 안에 이미 와 있는 인원들을 향해 물었다.

“시험은 잘들 쳤냐?”

“시험 같은 건 됐어!”

“그래! 낙제만 안 하면 됐지!”

“어차피 전공 살려서 인생 살 것도 아니잖아!”

표독한 표정의 재철 일당이 이를 갈면서 그렇게 답했다. 호성은 멍한 표정이 되어 같이 들어온 강석에게 말했다.

“요새 쟤들 까칠하지 않냐?”

“이해해라. 그럴만 하잖아.”

강석은 동정적인 눈빛으로 재철 일당을 바라봤다.

호성도 그건 그렇다 싶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요즘 재철 일당은 정말 낮. 밤으로 고생했다. 점수도 겨우 낙제를 면할 정도만 받고 매일 같이 강민과의 훈련에 올인!

지옥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강민이 들어왔다. 그는 표정이 매우 밝은 상태였다.

“아, 벌써 다 모여 있구나.”

“표정이 좋네.”

“뭔 일 있었어?”

후후 웃으며 강민이 답했다.

“CIA에서 연락이 왔지.”

재철 일당이 발악했다.

“히익!”

“악몽이다!”

미국에서 연락이 왔다는 것은 드디어 일의 결행이 머지않았다는 말. 그렇다면 남은 기간 더욱 빡세게 훈련을 시킬 가능성이 컸다.

아니, 확실하다!

“분석 끝난 모양이네.”

“응. 덕분에 브라질 폭력조직의 계보를 쫙 손에 넣었다!”

강민은 만족스럽게 말했다.

강석도 호기심을 보였다.

“그건 나도 관심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네 개 조직 정도가 패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 모양이야. 세이버, 쟈칼, 타이거, 베어라는 놈들이라는데... 특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설친다네. 이놈들을 싹 쓸어 버리는게 목적이다!”

“되겠어?”

호성이 물었다.

강민은 아주 간단하는 듯 답했다.

“간부들을 다 죽여버릴 거니까 괜찮아.”

재철 일당이 화들짝 놀랬다.

“주, 죽여?”

“그건...”

설마 자신들에게 살인을 시킬 생각인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강민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손을 흔들며 부정했다.

“죽이는건 니들 안 시켜 걱정 말고. 너희야 멋지게 데뷔만 시킬거야.”

먼저 와 놀고 있던 세나가 그때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사람 죽이는 경험이란건 가능하면 아예 모르는게 최선이니까.”

사람을 죽이는 경험은 트라우마가 된다.

평생을 쫓아다니는!

사이코패스쯤 되는게 아니라면 모든 인간이 그러하다. 특히 도덕적으로 죄책감을 느낄 만한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더욱 그렇다.

“그, 그렇지.”

“그건 좀 안심이 되네.”

“그러게.”

재철 일당은 안심한 듯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세나, 실드는?”

“다 됐어. 거기서 쓰는 총의 위력에 맞춰서 강화해 뒀어. 바렛을 맞아도 끄떡없을 걸.”

세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바렛은 대물저격총을 말한다. 과거에는 장갑차를 상대로도 통하는 총이라는 식으로 소개가 되곤 했지만, 요즘은 차 장갑이 좋아져서 무리다.

대신에 바렛은 초장거리 저격에 쓸모가 있어서 그쪽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을 대상으로 대물저격총이 쓰는건 국제법 위반이라는 등의 말은 개소리다.

강민은 흥미를 느끼며 물었다.

“RPG는 어때?”

“설마 그걸 맞을까 싶긴 한데 그것도 뭐 한,두발 까진 괜찮을 거야.”

세나는 대전차탄두라도 별걱정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휴우.”

“그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네.”

“응.”

그 말을 듣고 가장 크게 안도한 것은 역시 재철 일당이었다. 직접 착용하고 싸워야 하는 입장에서 역시 안전을 지켜 줄 수 있는 물품은 튼튼할수록 믿음이 가는 법!

호성이 불평했다.

“쳇, 그러면 초인이 아니라 그냥 템빨 아냐.”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강석이 동의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라면 분명 글로브 아미가 보여줄 최대의 특징은 템빨에서 비롯되는 방어력이지 무술 실력이나 근력 같은게 아니다.

그러나 재철 일당은 그들의 말에 분노했다.

“남은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데 뭘 투덜대고 있어!”

“그래! 네놈은 안 오니까 그러는 거지!”

호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잘 아네.”

“으으 밉다!”

강민은 호성이 참 미운 말을 골라가며 잘한다고 감탄하면서 말했다.

“뭐 그건 갑옷 같은 거니 괜찮아. 실제 싸우는 건 따로 다 훈련했고.”

“안전은 확보해야지!”

재철 일당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이 마법의 힘을 빌려야 하는 다우이성을 역설했다. 강민은 이제 재철 일당을 보며 충고했다.

“그러니 니들이 브라질에 가서도 부적을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조심해 생활하면 절대 죽거나 위험할 일은 없을 거다.”

“음, 그럼 안심해도 되려나.”

“하지만... 배꼽 아래를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지.”

강민은 재철 일당을 보며 씨익 웃어 설명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브라질 미인들에 혹해서 창녀를 사러 간다던가해서 성병에 걸리면 그건 수가 없다는 거야.”

강민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세 사람에게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브라질에 관광 같다는 것은 매춘관광을 같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매춘 사업 자체가 큰 것도 있지만 그곳의 여자들이 개방적이라서 하룻밤 상대를 찾기 쉬운 것도 이유였다.

“서, 설마...”

셋 모두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얼굴을 붉혔지만 그런 경우를 생각해 보니 기대되기도 하는 듯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성병이라는 둥 위험하다는 둥 말이 나오긴 했지만, 그 말에 앞선 유혹이 너무 강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클럽 같은데서 부적을 소매치기 당한다던가.”

“그건 좀 위험할 것 같기도...”

강민의 이어진 설명에 재철 일당은 좀 걱정스런 표정이 됐다.

호성이 아는체하며 말했다.

“동양 남자들은 쉬운 먹잇감이라 보고 잘 노린다고 하니 조심해.”

“뭐 근데 쉬운 먹잇감일 수 밖에 없지 않겠어? 고향에선 볼 수 없는 스케일들이 아주 그냥...”

재철이 헤헤 웃으며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게 말야.”

수구와 만수도 동의했다.

풍만한 가슴!

동양 여성들에게서는 실종 상태인 여성성의 증명!

그것이 브라질 여자들에게는 아주 많다. 그러니 그런 신세계를 접한 동양 남자들이 브라질 꽃뱀들의 마수에 쉽게 빠져드는건 너무 당연하지 않느냐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말은 여성들의 분노를 샀다.

“저거 훈련을 빡세게 더 시켜야 하겠네!”

“그러게요, 위험한 곳에 간다는데 해이한데요!”

혜경과 지연이 버럭버럭 외쳤다. 그렇지 않아도 있어야 할 것이 실종 상태라 서글픈 조국 여성들의 분노와 원한을 담아서!

그런데 정작 두 사람은 실종 상태가 아니다.

“헉!”

“듣고 보니 그렇군.”

강민도 그게 좋겠다 싶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니야. 잘못했어.”

“정신차릴테니까 그런 가혹한 짓은 부디...”

재철 일당은 강민에게 애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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