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해줄까? 된다면야 설마 미국이면 안전하겠지.”
“증인 보호 프로그램 같은 것도 잘 되어 있고.”
미국은 선진국이고 공무원 사회의 청렴도 같은 것도 훌륭하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 같은 것도 과거 마피아들을 처리하면서 많이 발전해서 지금은 아주 잘 정착되어 있다.
그걸 응용해서 도움을 받는다면 물론 저 청년을 무사히 살리는 건 문제 없을 것이다.
“뭐, 해 줄거야. 좋은 일이잖아.”
“아, 정보 분석도 미국에 부탁하면 안 될까?”
“그거 괜찮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남미 폭력조직은 마약의 온상이기도 하다. 또 불법 밀입국의 브로커이기도 하다. 개들이 박살 나면 미국도 신이 난다.
도와달라고 하면 기꺼이 도와주리라.
“전통과 실적의 CIA를 움직이는 건가?”
호성이 신기한 듯이 말했다.
“그럴지도.”
“해준게 있으니만큼 그 정도는 도와주지 않겠어? 나쁜 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미국도 마약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하니 문제없을 거야!”
“그러면 연락해 볼까.”
다들 미국에 연락해서 도움을 얻는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민은 오늘이나 내일쯤 자신의 핫라인을 사용해 미국에 연락해 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
강민은 자신의 위치가 들키기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오마바와의 핫라인을 연결했다.
핫라인이 핫라인이라 불리는 이유는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상과 직접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결하자마자 오마바의 바쁜 얼굴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아, 반갑네. 무슨 일이지.”
오마바는 강민을 알아보고 반겼다.
강만의 영어 실력은 아직 충분히 훌륭하지 않았지만 필요한 대화를 하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마바 역시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쉬운 영어를 사용해서 강민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맞추고 있었다.
“요즘 저 따라 하는 사람들 때문에 난리 아닙니까?”
“그건 지난 방송으로 정리된 거 아닌가? 많이 줄어든 걸로 아는데.”
강민이 방송에 나가서 따라 하지 말라고 한 뒤, 강민 따라 하기 열풍은 많이 죽엇다. 거의 다 죽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럴 수밖에.
영웅을 따라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다. 그 영웅이 직접 나서서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런 부탁을 무시하고 위험한 짓을 할 리가 없다. 하다못해 그런 걸 해서 큰 이득이 생기면 도 몰라, 그렇지도 않다. 위험하다 못해 죽을 수도 있는 일이고.
“그건 그런데... 이미 했던 사람 중에 문제가 생겨서요.”
“그런가?”
“네. 마약상들에게 고문당하다 처참하게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런...”
오마바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끔찍하더군요. 남미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강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오마바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보고로 들은 적이 있네. 남미의 치안은 정말 심각하지. 그런데 그게 자네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그게 관계가 있습니다. 그렇게 죽은게 다름 아니라 저를 따라 하다 당한 거라서요.”
“그렇군.”
오마바는 왜 강민이 이런 말을 꺼냈는지 알겠다는 표정이 됐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숨을 쉬며 강민이 말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따라 하다가 범죄자에게 그렇게 잔혹하게 죽는 사람까지 나올 줄이야.
영웅으로 활동한다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반성할 수밖에 없는 계기였다. 그런 만큼 이 일에 대해서도 강민은 나름 철저히 매듭을 지을 생각이었다.
“장갑맨은 이미 세계적인 영웅이네. 너무 자책하지 말게.”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복수를 할 생각인가?”
오마바가 강민의 뜻을 알겠다는 듯이 물었다.
“그럴 겁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매서운 눈빛이 되었다.
“그리고 저지른 일의 10배는 되는 고통을 돌려줄 겁니다.”
오마바는 침을 꼴깍 삼켰다. 인터넷을 통해 눈빛만 접하는 것인데도 척추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매서운 눈빛이었다.
“그걸 도와달라는 건가?”
“미국이 남미에 관심이 많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강민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오마바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하, 우리야 뭐.”
“하긴 미국은 전 세계에 관심이 많죠. 그래도 중국 제외하면 가장 관심 가는 곳 아닙니까?”
강민이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긴 하지.”
오마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은 전 세계를 관활에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권은 전세계! 그 가운데 관심을 기울이는 건 역시 신흥강대국 중국. 하지만 남미는 전통적으로 꾸준히 관심이 많은 곳이었다.
자국의 바로 아래라는 지정학척 위치도 그렇고, 자원이나 경제문제도 그렇고. 또 요즘은 거기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진데다 마약도 거기서 흘러들어오는게 많다보니 눈을 뗄 수가 없다.
“어떻습니까?”
“흠... 어떻게 해 주면 되겠나?”
오마바의 태도는 호의적이었다.
강민과 친분을 유지하면 미국으로서도 엄청난 이득이란건 무엇보다 뻔하니 당연했다. 이번 탈레반 정리에 성공한 것만 해도 오마바는 그 덕에 재정 전략은 물론 지지율도 크게 올릴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재선도 따논 당상!
강민은 귀빈 대접하는 건 당연했다.
“제가 처리해야 할 조직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제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조직과 연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믿을 수 있는 이들로 말입니다.”
“좋아. 수배하겠네.”
오마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강민이 말한 것들은 미국 입장에서는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니, 사소하다고 해야지.
“감사합니다.”
“우리도 남미의 치안 문제로 여러차례 곤욕을 얻었네. 또 거기서 흘러들어오는 마약은 항상 골칫거리였지. 부탁할 수 있겠나?”
오마바는 그다음 은근히 기대를 담아 말했다.
“힘 닿는 대로 정리해 보죠.”
강민에게는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하나 더 붙는 잡무 같은 거였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기대하겠네.”
오마바는 만족해서 웃었다.
***
며칠 뒤.
다시 강민단의 기지!
수업을 끝마치고 우르르쿵광 강민단 기지에 들어온 단원들은 강민이 안에 있는걸 보자 곧장 질문을 던졌다.
“어땠어?”
“잘 됐지.”
강민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하긴 미국이 아무리 강대국에 잘났다고 해도 짜증 난다고 남의 나라에 특공대 파견해서 쓸어버릴 수도 없는데 강민이 나서서 정리해 주겠다니 얼마나 반가울까!
아, 물론 파키스탄에서는 그 비슷한 일을 하긴 했지만.
“이야 그럼 이제 탄탄대로네?”
“그런 셈이지.”
“그러면 얼른 인터넷에 글 올린 애들 사고 나기 전에 데리러 가야 하는거 아냐?”
수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확실히 브라질에서 그 청년은 날짜가 지날수록 위험한 처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건 미국에서 알아서 하기로 했어. 그 보다...”
강민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됐다.
“뭐?”
“내가 이번에 쭉 생각을 해 봤는데 이런 일이 생긴 근본 원인은...”
에이리가 뻔한 거 아니냐는 듯 그 순간 입을 열었다.
“아 그거야 너지.”
“그럼. 니가 영웅놀이를 열심히 한 탓이지.”
세나가 동감했다.
에이리는 이어서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그만두려고?”
“아니, 아니 그런게 아니고!”
강민은 분노하며 둘의 말을 부정했다. 하지만 세나와 에이리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 움직였다.
“그게 근본 원인 아냐?”
“근본 원인이지!”
“니가 악의 원흉이군!”
강민 단원들도 가만히 듣다가 세나와 에이리가 하는 말이 옳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사실 그렇다. 장갑맨이 나타나서 활약하지 않았다면 따라 하다가 인생 망치는 사람도 나왔을리 없으니 강민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
“에이 됐어! 내 말을 들어!”
갑자기 쇄도하는 비판에 강민은 버럭 외치며 그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단원들은 당황하는 강민의 모습이 재밌는지 말은 그쳤지만 낄낄대는 건 그만두지 않았다.
“내가 생각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난 중요나 원인은 다른게 아니라 글로브 아미에 있다고 보여지는군!”
그리고 강민은 재철 일당을 지적!
“아니 우리가 왜!”
“그래! 니가 이야기 한 대로 좋은 일 열심히 하는 우리한테 덤터기 씌우지 말라고!”
“억울하다!
재철 일당은 당연히 반발했다.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니들 보고 뭐라 하려는게 아냐.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변이 조용해지길 기다린 다음 강민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내가 할 때는 이런 일이 없었어. 왜냐! 나는 초인이니까. 누가 생각해 봐도 내가 하는 건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거잖아.”
“그거야 그렇지.”
“뭐, 인정.”
“그건 너무 뻔하잖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강민의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강민은 처음 등자 당시부터 믿을 수 없는 그 전투 실력으로 명성을 높였다. 누가 봐도 그런 걸 따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글로브 아미가 나타나면서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지.”
강민단원들이 수군댔다.
“그럴듯한데.”
“그럴듯한게 아니라 그게 정답 같은데.”
“나도 그렇게 봐.”
단원들이 강민의 말에 수긍하자 재철일당 역시 반발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들도 처음의 격렬하던 반대는 사라지고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그런가?”
“그럴지도...”
“그럼 어쩌지?”
“이거 그만둬야 하는 거냐?”
수구는 약간 아쉽게 물었다.
영웅 노릇하면서 범죄자들 때려잡는 일은 사실 즐거웠다. 단순히 노동하는 거면 싫었을 테지만 강민은 보수도 넉넉하게 챙겨줬다.
좋은 일도 하고, 신나는 일이기도 하고, 영웅도 되고, 돈도 번다!
이 이상가는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공익을 위해서 하는게 도리어 역효과를 보인다면 안타깝지만...”
강민도 아쉬운 마음은 마찬가지였지만 부작용이 강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강민이 한 말에 재철 일당은 금세 울상이 되었다.
“수련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제 맛 들이려던 참인데 안타깝다.”
“내 돈!”
만수는 특히 돈이 아까운 모양이었다.
에이리가 나섰다.
“꼭 그만둘 필요 있어?”
“그렇지만...”
“그러지 말고 니가 키운 애들이라고 그냥 소개해.”
“아, 그러면 되겠네.”
에이리의 한 말에 세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서서 설명했다.
“문제가 된건 결국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글로브 아미를 보고 세계 각지에서 느꼈다는 거 아냐? 그렇지만 강민 니가 글로브 아미를 인정해 버리면 그런 일이 안 생길 거 아냐?”
“그런가?”
강민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제안에 대해 생각했다.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이번 일은 글로브 아미가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로 장갑맨을 따라 한답시고 움직이다가 생긴 일인 것 같았다. 그러니 사실은 강민의 지도를 받은 관련 단체라는 사실을 밝히면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에이리가 고개를 흔들며 나섰다.
“아니, 그걸론 부족해.”
“부족한가요?”
지연이 세나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자 에이리가 아니라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강민이 인정했든 아니든 글로브 아미가 별로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그런가.”
“그건 그렇죠.”
호성과 강석이 그 말에 동감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세다고 해도 아직 지구인의 범주니까.”
장갑맨으로서 강민의 힘은 무시무시하다. 보고 있자면 저절로 흉내도 못 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글로브 아미의 전투력은 그 정도는 아니다.
사실 그렇다 해도 어린애들이 효도르 격투를 보고 저 정도는 나도 한다고 망상을 부리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보인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강민은 이제 답을 찾았다는 안색으로 외쳤다.
“그럼 간단하네!”
“뭐가 간단해?”
“문제 해결이!”
“어떻게 하려고!”
모두 강민을 바라보며 그가 내놓을 대책을 기다렸다.
강민은 후후후하고 웃고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