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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75화 (175/227)

175화

미국 방송국에서 강민이 담화문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학교도 개학했고 강민단원들은 모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주말 강민은 강민단 기지에서 인터넷을 하며 해외 동향을 살폈다.

“좀 줄었나.”

“그럭저럭 줄긴 한 모양인데.”

강민이 말하는게 장갑맨 따라하기에 관련된 거란 걸 호성이 답했다.

“그래도 아예 사라지진 못한 모양이야.”

얼마 전 해외토픽란에 아직도 장갑맨 따라 하기에 관련된 내용이 있던걸 기억하고 강석은 말했다. 강민은 한숨을 쉬었다.

“그야 그렇겠지.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다 사라져야 할 텐데. 한 사람이라도 나 따라 하다가 다치거나 죽거나 하는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그건 동감이야.”

모든 단원들이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만일 이 일로 인해 민간인이 많이 다치거나 심지어 죽는 일이 생긴다면 그들 개개인의 불행이 될 뿐만 아니라 장갑맨도 욕먹을 가능성이 높다.

괜히 쓸데없는 짓을 해서 사람들이 위험한 일을 하게 자극을 주었다는 식으로!

***

브라질.

어느 방에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한데 그들은 벌벌 떨며 두려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 우리도 그만둬야 하지 않겠어?”

“그게 좋을 거 같아.”

“그, 그래. 그게 맞아.”

“그러면... 이건 어쩌지?”

그렇게 말하면서 한 청년이 품에서 무언가를 불쑥 꺼냈다.

벽돌 두 개 정도의 크기였다.

봉지에 가득 담긴 하얀 가루!

틀림없이 마약이었다.

이건 그들이 자경단 활동을 하면서 동네 양아치를 두들겨 패다 입수하게 된 것이다. 그냥 단순히 껄렁대는 놈을 잡았다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미파아 운반책이었던 것!

똥도 보통 똥을 밟은게 아니다.

“어쩌긴 경찰에 넘겨야지.”

“무사할까.”

“경찰도 다 썩었잖아. 같은 패거리란 말야.”

브라질 경찰의 부패는 어마어마하다.

범죄조직이나 경찰이나 다를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그러니 마약을 넘겨봐야 도리어 조폭들에게 꼬리가 잡혀 죽임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게 당연했다.

“바다에 던지고 모른척할까?”

“우리 못 찾겠지?”

“그, 그래. 얼굴은 다 가리고 활동했잖아.”

“앞으로는 조용히 지내자.”

그들은 그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며 서로 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일을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역시 위험한 짓은 하는게 아니라는 후회도 하게 됐지만, 활동할 당시에는 정의를 지킨다는 사명감도 있고, 이겼을 때는 즐겁기도 했다.

꿈에서 깬 건 마약을 봤을 때였다.

쾅!

그들이 울적하게 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다들 놀라 돌아보니 문을 때려 부수고 함상 궂은 남자들이 물결처럼 우르로 쏟아져 방안으로 들어왔다.

마피아!

청년들은 모두 직감했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온 남자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오며 넷을 보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네놈들이구나.”

청년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아주 고생을 했다.”

남자는 칼을 꺼내 넷에게 내밀었다. 칼끝이 번쩍번쩍했다.

“힉!”

“으으!!”

“그러니까 편히 죽을 생각은 마라, 이 새끼들아!”

쾅!

깡패는 칼을 근처 벽에 내리찍어 청년들을 위협했다.

“산채로 가죽을 벗겨 길거리에다 버려 주마.”

넷은 얼른 바닥에 고개를 붙이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자,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늦었어!”

남자가 턱짓했다.

남자의 부하들이 우르르 달려가 청년들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케엑!”

“엉엉엉...”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났다.

곧 청년들은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무력해져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들의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걸 만족스럽게 본 다음 깡패는 말했다.

“야, 시작해!”

“예!”

엉망진창으로 얻어맞은 청년들을 향해 깡패들은 번적이는 칼날을 들이 내밀었다.

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이 곧 한참 동안 이어졌다.

***

인터넷에 한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은 눈 뜨고는 못 볼 만큼 참혹한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것이다. 그 사진은 청년 세 사람을 브라질의 마피아가 산채로 가죽을 벗긴 다음 사지를 절단해 거리에 버려둔 모습이었다. 그 자신이 찍힐때 까지도 청년들은 살아 있었다고 한다.

그걸 보고 무수한 사람들이 구토했다.

그 자신에 따라 소개된 이야기는 이러했다.

-장갑맨 봐주세요!

우리는 브라질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영웅을 좋아하고 친구들끼리 놀러다니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들이죠. 저희는 모두 당신을 존경하고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 중 하나가 당신을 따라서 도시의 평화를 지키고 범죄자들을 없애고 싶다고 자경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처참하게!

어쩌면 저희도 죽을지 몰라요. 이런걸 인터넷에 올렸다고 해서요!

부탁입니다. 장갑맨. 제 친구의 복수를 해 주세요.

하지만 복수만이 아닙니다.

브라질에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저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폭력조직을 폭력조직이라고 욕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부디 도와주세요.

끔찍한 사진 때문에 쉽게 전파되지 못할 것 같았지만 사진은 모자이크되고 상황을 부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 글은 전세계 곳곳으로 퍼다 날라지며 브라질 마피아의 잔인함에 대해 사람들이 치를 떨게 됐다.

그리고 모두들 장갑맨이 이 용기 있는 글쓴이에게 응답해 정의를 실현해 주길 원했다.

그리고 대단한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물론 한국에서 그 글은 거의 실시간으로 전파되어 많은 이들이 접했다.

그들 가운데는 물론 강민과 강민단원들도 있었다.

***

페이스북에 링크된 브라질 청년의 호소를 읽고 강민 단원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저기 진짜 심한데.”

“그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어찌 저런 나쁜 놈들이!”

재철 일당이 모두 나서서 이를 갈았다.

“역시 조폭 새끼들은 다 잡아 죽여야 해.”

“협객 좋아하네.”

“조폭 미화하는 것들도 다 미친 것 같아.”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한국은 어째선지 조폭을 미화하는 작품이 많이 나와서 조폭에 대한 헛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조폭은 하나같이 쓰레기들이다. 그것이 진리!

“그러게 말이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강민이 코웃음을 치고서는 재철 일당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

“그런데 여기 전직 일진이 있다는 사실!”

“나, 남의 흑역사를!”

“그래! 개과천선했으니 꺼내지 마!”

재철 일당은 붉어진 얼굴로 얼른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기 위해 힘썼다. 강민은 그들의 사람같은 반응이 뿌듯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말을 들으니 니들을 두들겨 패서 사람 만든 보람을 느낀다.”

“쳇!”

“그건 뭐 감사하고 있어!”

“아니었으면 찌질 대다 인생 마감했을 테니.”

재철 일당은 창피했지만, 강민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서 반발 없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다. 강민을 만나서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그야말로 시궁창 인생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지들 인생만 시궁창이 아니고 다른 사람 인생도 같이 시궁창을 만드는 쓰레기가!

호성이 낄낄 웃으며 그걸 지적했다.

“인생 마감만 했겠냐. 여러 사람 피해 주고 콩밥을 맛있쩡! 하고 먹었겠지!”

“우와, 자기는 뭐 흠결 없이 인생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하네!”

“그래! 너도 마찬가지잖아!”

수구와 만수가 분노해 외쳤다.

호성도 직접적으로 폭력 행사는 삼갔다 뿐이지 다지고 보면 나쁜 짓 많이 했다. 사실 강민을 재철 일당이 괴롭혔던 배후에도 호성이 있었을 정도니까.

그러나 호성은 떳떳!

“우리집은 부자니까 괜찮아!”

“억!”

“뻔뻔한 것!”

호성은 코웃음을 쳤다.

“부자는 모든 것이 용서 된다! 그것이 대한민국! 부자를 위한 천국! 그러니 가난한 니들은 나하고 비교해서 같다느니 같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는 하면 안 돼!”

사실 그렇다.

재벌들에게 한국 법이 얼마나 무른지 생각하면 호성은 돈이 많기 때문에 같은 죄를 저질러도 훨씬 덜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리고 싶다!”

“태어나서 이렇게 격렬한 분노를 느낀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러게!”

“후후, 가난뱅이 서민들!”

호성은 가난뱅이 재철일당의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듯이 비웃었다. 호성의 등 뒤에서 강민이 나타나 혀를 차며 말했다.

“대신 너는 나한테 맞겠지.”

“헉. 이건 가벼운 여흥이라고.”

호성이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부자의 천국 대한민국에서 부자라는게 안 통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강민이다. 일단 강민 본인이 돈이 많기도, 하고, 또 돈 같은거 상관 없이 맘에 안들면 족쳐버린다.

그래도 대한민국 공권력이 건드릴 수가 없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부자가 가장 무서워할만한 인간상이다.

“안 그러면 진짜 맞았겠지. 생각해 보면 쟤들 보다 너를 뜯어 고친게 사회를 위해 훨씬 더 큰 일 한 거라 싶긴 하다. 아니었으면 넌 정말 여러 사람 괴롭혔을 듯.”

“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 부정 안 해. 그리고 지금 쪽이 더 낫다는 것도.”

호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철 일당 같은 경우 인생 망쳐도 파급이 약하지만, 호성 같은 사람이 마음을 악독하게 먹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나락에 빠지는 수가 있다.

“개그는 그만하고, 이거 어떻게 할 거야?”

그들의 실랑이를 보고 있다가 세나가 말리며 물었다.

“물론 해결해야지.”

“언제?”

“당장은 무리고... 일단 조사기간을 거쳐서 어떻게 브라질의 조폭 놈들을 작살내면 저 동네가 좀 조용해질지 분석을 하자. 그리고 가서 다 발라 버리는 거야.”

모두 그게 옳겠다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리가 물었다.

“그동안 쟤들 안전은 어떻게 하지?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브라질은 인터넷에서 욕을 하면 조폭이 문 앞에 찾아와 욕을 한 사람을 고문하고 죽여주는 훌륭한 문화를 가진 국가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화제가 되면 브라질 조폭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지 않다.

“그건 내가 성명 발표 같은 걸 해서 도움을 구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되겠네.”

강민의 말에 에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브라질 정세를 아는 혜경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부패가 심하다는데 도리어 위험할 수도...”

브라질은 폭력조직과 싸우면 검사도 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성명 발표가 그렇게 큰 효력이 있을지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다.

강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미국 대통령에게 부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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