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해져서 놀러왔다-174화 (174/227)

174화

다음날 여우 방송국에서 놀라운 방송 예고를 했다.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장갑맨의 담화문 호소문 발표라는 것이다.

전 미국 언론, 아니 전 세계 언론이 흥분해 떠들었다. 무슨 소릴 하려는 건지 추측기사도 넘쳐났다.

그리고 발표 날짜에 맞춰 미 정부에서는 편의를 돕는다면서 도시 방영을 약속했고, 인터넷 생중계도 준비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그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혈안!

그리고 날짜가 되었다.

약속시간이 되었을 때, TV를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연설대 위에 올라가 있는 장갑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장갑맨입니다.”

강민은 영어로 이야기했다.

강민도 영어로 준비한 연설을 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발음은 미국인과 차이가 나지만 영어는 다양한 나라에서 쓰여서 발음 문제로 태클을 걸면 바보 취급당한다.

알아들을 수 있으면 그저 장땡!

그걸 모르는 한국인들은 반기문 총장의 영어 실력을 비웃고 자기 자식 혀를 절단하는 놀라운 짓들을 해 세계인들에게 개그를 제공하지만!

“요즘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다른 시민을 곤경에서 구하는 일을 하려고 활동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분들의 의지는 훌륭합니다.”

강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의 용기는 대단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특히 범죄자들이 총기를 사용하는 곳이라면요.”

이어 그는 연설대에서 내려가며 말했다.

“저는 여러분 보다 조금 더 강합니다. 힘만 센 게 아니죠. 설령 총을 맞더라도 버틸 수 있습니다. 보실까요?”

강민이 박수를 쳤다. 그러자 총을 든 남자가 다가와서 강민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가 가져온 총은 미국이 자랑하는 M16 나름 명기로 유명하다.

강민이 고갯짓하며 말했다.

“쏴.”

타타탕!

총구가 불꽃을 뿜었고 강민의 상체가 흔들렸다.

하지만 총알은 모두 뭉개져 강민의 발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강민은 뭉개진 총알을 쥐어 앞으로 내밀어 보이면서 말했다.

“보셨지요? 저는 총알을 맞아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렇지 않죠. 죽습니다.”

강민은 못 믿겠으면 확인하라는 듯이 구멍 뚫린 자신의 옷을 보여줬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의 용기는 훌륭합니다. 그러나 위험한 짓을 하진 말아주에요. 용기 있는 분들이 다치거나 죽게 된다면 저는 대단히 슬플 겁니다. 그런 분들이 위험을 감수하다가 죽는 일이 생기기 위해 제가 이런 일을 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어 강민은 격렬한 어조로 듣는 이들을 설득했다.

“여러분이 영웅이 되는 것은 일상생활 가운데 할 수 있는 것들로 충분합니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경찰에 연락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죠.”

할 이야기는 이걸로 거의 끝났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명심하세요! 여러분이 다쳐서 주변 사람이 슬퍼하고 울게 된다면 당신의 영웅적 행위는 모두 빛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것으로 강민의 전세계를 향한 발표는 끝났다.

***

발표를 끝낸 다음 강민은 대기실로 돌아갔다.

에이리와 세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았어?”

“괜찮았어.”

강민의 담화문은 나쁘지 않았다.

걱정거리가 있다면 강민이 보여준 총탄 묘기다. 안 믿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앗다.

하지만 그것도 별 상관은 없다.

그런 걸 안 믿을 사람은 애당초 장갑맨 따라하기 같은 위험한 짓을 안 할테니까.

“이걸로 사라져야 할 텐데.”

“그러면 좋겠지만 사람이 많으면 돌출행동도 많은 법이니까.”

세나는 이걸로 장갑맨을 따라 하려는 사람이 죄다 사라질 거라곤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강민도 동감이었다.

“그게 걱정이긴 해.”

대기실 문이 열리고 대머리의 덩치 큰 남자가 들어왔다.

“아, 수고하셨습니다.”

“해리슨 국장님이시군요.”

강민이 손을 내밀었다.

해리슨은 강민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이번 방송을 위해 저희 방송국에 방문해 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니요. 공익을 위해서인걸요.”

“그런데 광고 수익 좋지 않았아요?”

세나가 옆에서 끼어들어 물었다.

수익 이야기가 나오자 흠칫 해리슨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제까지와는 달리 꺼린느 태도를 보였다.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절반 정도 어때요? 저희 재단을 도와주시는게.”

세나는 해리슨의 그런 태도 따위는 무시하고 요구했다.

“으음...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장갑맨은 장갑맨의 이름으로 돈을 벌고서 모른 채 입 닦는 걸 꽤 싫어하니 다른 분들과 이야기 잘 하셔서 꼭 도와주세요!”

세나는 강경하게 나갔다.

이번 방송을 통해 여우 방송국이 벌어들였던 돈은 수백억은 족히 된다. 그런데 그걸 독차지 하고 하나도 안 내어놓으려 한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장갑맨의 힘과 위험성을 그들도 알기 때문에 해리슨도 내켜하지 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있으면 뭘 또 뜯길지 모른다는 걱정해서인지 얼른 대기실을 나가버렸다.

그가 나간 다음 강민이 후련한 듯 세나에게 말했다.

“잘했어.”

“응. 네가 국장 찾아가서 방문 목적 이야기했을 때 입이 귀에 걸렸단말야. 그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뭐 돈에 다들 환장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그렇긴 해.”

돈!

그 귀중함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강민과 세나, 에이리는 자신들이 가지고 활용할 권리가 있다면 그걸 쉽게 남에게 던져주는 짓을 할 생각도 없었다.

***

러시아.

뼈까지 같이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러시아의 한 중소 도시에서 두껍게 옷을 차려입은 청년 하나가 고개를 흔들며 주변의 다른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만해야겠다,”

“왜 그래? 겁쟁이처럼.”

동료 하나가 화난 듯이 말했다.

그러나 처음 말을 꺼낸 청년은 반론했다.

“장갑맨이 이런건 용기가 아니라고 했어. 너는 영웅의 말을 듣지 않고 이걸 계속할 거야?”

“그렇지만... 이때까지 잘 해왔잖아.”

장갑맨이라는 말이 나오자 화내던 친구도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러시아에서 최근 결성된 자경단으로 글로벌아미와 마찬가지로 동네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는 걸 목적으로 했다.

그들의 활약 깡패도 많이 줄었다.

“이제까지 잘해 왔지.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단 보장은 없어.”

청년이 회의적으로 말했다. 이에 대해선 아무도 반론하지 못했다.

“그리고 발표 안 봤어? 장갑맨은 맨몸으로 총알을 맞고 버텼다고. 너는 그런거 돼?”

“그건 무리지.”

사람이라면 당연히 무리다.

“그러니 우리도 무리야. 언제까지 이런 동네 양아치만 만날 거라는 보장은 없는걸. 진짜 총을 쓰는 놈들과 싸우게 될지도 몰라. 그럼 죽어.”

총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굳어 버렸다.

“그건 니 말이 옳아.”

러시아 마피아는 유명하다.

그 잔인함과 거대한 규모, 그리고 무기 수급 능력으로.

심지어 그들은 돈만 주면 핵무기도 구해다 줄 수 있다고 했었을 정도다. 물론 그건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로 돌아가면서 나라가 극도로 혼란했을 대의 이야기다.

지금은 러시아 특수부대의 불쌍한 사냥감이다.

러시아 특수부대!

테러를 진압하기 위해 인질도 다 같이 죽여버리는 짓도 마다치 않는 인간백정들!

그런데 마피아 따위의 인권과 안전을 생각할 리가 없다.

처음 마피아가 세를 불릴 때 군인까지 포섭하며 기세등등하게 잘난 척했던 것은 다 꿈일 뿐이다. 지금 마피아는 그냥 좋은 인간 표적이 되어 보이는 족족 다 잡아 죽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마피아가 러시아에 남긴 유산은 무시할 수 없다.

시중에 풀린 무기가 많다는 뜻!

언제 재수없게 총 든 범죄자랑 만날지 모른다. 이건 실질적인 위협이다.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사실 지금까지 잘해 왔다 치면 온몸이 상처투성이야. 커지기 전에 중단하는게 좋을 거 같아.”

“별수 없지. 그럼 장갑맨의 말에 따르도록 하자.”

총기 이야기가 나오니 역시 더 하기 어렵다는데 다들 동의한 듯 별다른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그게 좋아.”

다들 아쉽게 생각했지만 장갑맨 같은 초인은 아니니 별수 없었다. 숭배하는 영웅의 권고를 팬이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

중국 베이징.

빈민가 골목의 한 공터에 같은 차림을 한 남자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데 이야기 도중 한 사람이 근엄하게 말했다.

“우리 천광협사는 오늘로 해산한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모두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직 처단해야 하는 악당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는 좀 더 활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은 천광협사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활동을 개시한 자경단이다. 물론 장갑맨을 보고 반해서 시작한 일이다.

“그러나 대선배인 장갑맨이 말했다.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그것은 영웅이 할 짓이 아니라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어찌 영웅이!”

협사 중 하나가 외쳤다.

그들의 대형은 고개를 흔들었다.

“경찰이 할 일이다.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슬프게 된다면 장갑맨이 말한 것처럼 그 또한 못할 짓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는 오늘부로 해산한다.”

“아아...”

모두 안타까운지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런 심정은 그들의 대형 역시 가슴 깊이 공감하고 있는 바였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실망 마라. 재무 모여서 봉사활동이나 다니면서 부족한 활동을 메꾸자.”

“그건 좀...”

“네. 그건 좀 아니죠.”

“재미없게.”

대형의 예상과 달리 다들 봉사활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장갑맨의 방송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일본에서도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오늘도 일본의 잉여 넷우잇은 인터넷 게시판에 모여 그 잉여로움을 뽐내고 있었다.

-방송 봤냐?

-춍 새끼가 잘난 척하면서 영웅놀이 하지 말라고 한 거 그거 말이지?

-재수 없던데. 마치 영웅이나 된 것처럼.

-틀림없이 한국이 매수해서 얼굴을 들이 내밀게 된 거야.

매수, 매수, 매수!

세계를 매수하는 한국!

미 정부도 마음껏 매수하고 돈을 주고 사람을 모아 조작하는 한국!

세계의 지배자!

-일본에도 그런 것들 있지 않았냐? 장갑맨 따라한답시고 설치던 것들.

-들었어. 들었어.

일본은 본래 마을 자치회 활동 같은 것이 잘 되어 있고 동아리 활동도 잘 운영된다.

때문에 글러브 아미가 소개된 이후 비슷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생겨났다.

진지하게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부터 단순한 일회용 이벤트나 그냥 동네 친목 다지기 용도 등 목적도 활동도 다양했다.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코스튬 플레이였다. 일본이라 하면 만화의 제국! 동인지 사업의 규모가 어지간한 산업을 다 발라버릴 정도니까.

-틀림없이 오사카일거야.

-하긴 거긴 재일범죄자의 소굴이니까!

오사카는 재일의 천국이라고 넷우익에게 욕을 먹는다. 한인거리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고 한인이 많아서다.

한데 정작 오사카 시장은 일본 최악의 극우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히틀러 재림 소리까지 듣는다.

-ㅋㅋㅋ넷우익 열폭 ㅋㅋㅋㅋ

바보 같은 게시글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사람이 끼어들어 넷우익을 자극했다. 그러자 게시판은 이 글에 대해 즉각 반응을 일으켰다.

-재일은 꺼져주세요.

-올해 뉴욕 타임지 올해의 인물은 확정적인 데다가 5억 달러 규모의 재단 설립까지 하고, 후원자가 천만을 넘는 영웅을 일러 춍이라고 까는건 니들 뿐일 거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팬이 많은 스타라고 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장갑맨인데 춍이 뭐 어째? ㅋㅋㅋㅋㅋ

또 다른 사람이 넷우익의 헛소리를 보다 웃음을 참지 못한 듯 자료를 쏟아냈다.

-넷 우익 분노의 열폭!

-지난번에 니들 때문에 일본이 얼마나 비웃음을 산지 아냐.

-왜 외국인의 평가 따위 신경 써야 하지? 주체성도 없어?

할 말이 없어진 넷 우익의 발광!

-춍은 위대한 조국으로 얼른 돌아가 주세요. 이쪽에 관심을 가지지 마.

자기 의견에 반대하면 무조건 제일이라는 넷우익의 필살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 역시도 가볍게 씹히고 말았다.

-아아, 그래서 남의 나라 영웅이 이러니 저러니 하는 건 하나하나 잡아다가 어떻게든 헐뜯으려 발광이구나.

-넷우익 역법칙이 발동한다! ㅋㅋㅋ

-넷우익이 분노하는 걸 보니 밥이 맛있다!

넷우익을 비웃는 일본의 정상적인 네티즌들은 한국을 신처럼 숭배하는 넷우익의 망상을 즐기며 그들을 비웃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