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해져서 놀러왔다-172화 (172/227)

172화

브라질.

남미의 대표 국가.

세계 경제의 향후 기대주로써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브릭스의 선두국가.

화려한 삼바와 정열적인 사람들. 그리고 아름답고 몸매 좋은 미인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런 나라.

하지만 빛보다 어둠이 많은 국가이기도 해서 무서운 조직폭력들과 부패한 경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 브라질의 한 중소 도시 골목에 있는 작은 클럽.

쿵짝거리는 음악이 울려 퍼지는데 청년이 들어와서는 신난 표정으로 친구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 앉았다.

그리고 품에서 무언가 꺼내 친구들에게 내밀어 보였다.

“야, 어때?”

“뭘?”

“봐. 멋지지 않아?”

종이뭉치 같은데 꽁꽁 싸여 있어서 친구들은 볼 수 없었다. 청년은 종이를 풀고 안의 내용물을 그들에게 내보였다.

모두 흠칫 놀란 표정이 되었다.

친구가 지금 꺼낸 것은 꽤 대구경의 권총이었다.

바로 데저트 이글!

권총 중에서 강한 위력으로 유명하고 이 때문에 이걸 쏘면 어깨가 빠진다는 헛소리가 한국에 만연한 바로 그 총이었다.

“이거 어디서 구했어?”

“헤헤, 어디긴. 인터넷으로 구했지.”

요즘 인터넷은 별걸 다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친구가 물었다.

“이걸로 어쩌려고? 설마 마약에 손대기 시작한 건 아니겠지?”

“무슨 말이야. 나는 그런거 싫어하는거 너도 잘 알잖아.”

총을 가져온 청년은 화난 얼굴로 말했다.

친구를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 말에 동의하며 물었다.

“그래. 네가 그런 걸 할 사람은 아니지. 그런데 이건 뭐야?”

“이걸로 내가 브라질의 장갑맨이 되어볼까 하고.”

“뭐? 제정신이야?”

총을 가져온 청년이 자랑스럽게 하는 말에 그 친구들은 경악했다. 장갑맨이 되어 본다니. 그건 범죄와 싸우겠다는 말이 아닌가.

총을 가져온 청년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제정신이지! 우리라고 못할게 뭐야?”

“장갑맨은 초인이야! 안 봤어? 악력 측정기고 펀치력 측정기고 다 부숴버렸잖아! 공업기계 가지고 겨우 측정하던데!”

“물론 봤지.”

그럼에도 청년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친구들이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너 만화를 많이 보더니 미친거 아냐?”

청년이 평소 미국 히어로 만화를 좋아하던 것을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다.

“말이 심하다 너.”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니가 지금 한 말이 제정신에서 할 수 있는 말로 들릴지.”

다른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갑맨처럼 범죄와 싸워 영웅이 되겠다니, 대체로 제정신이라 평가할 리 없었다. 그러나 청년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한국에는 벌써 그런 사람들이 생겼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놀라며 친구들이 물었다.

청년은 신이 나서 설명했다.

“장갑아미라고, 도시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자경단이 나타난거야. 장갑맨에 비교하면 별로 세지도 않아. 그냥 훈련한 일반인이지. 그래도 평화를 지키며 영웅적인 활동을 한다고.”

“그래서 너도 하겠다는 거야?”

“그래.”

“정신차려. 거긴 한국이고 여긴 브라질이야.”

친구가 진지하게 충고했다.

장갑아미란게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브라질이란 환경의 차이는 너무 크다!

한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라지 않는가! 더구나 장갑맨이 직접 활동하는 나라다. 범죄자들이 벌벌 떨며 몸을 사릴 텐데 브라질과 비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더구나 브라질 폭력조직의 막장도는 세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또한, 민간인이 총기를 입수할 수 있을 정도의 나라에서 그들의 무장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그러나 청년은 역시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도 총을 구한 거지. 무기와 방탄복을 구하고 장갑맨 장갑과 마스크를 하고 악당들과 싸우면 될 거 아냐? 너도 내 실력 알잖아.”

청년이 총을 잘 쏘고 싸움을 잘하는 건 사실이다.

맨주먹으로 싸운다면 3:1, 4:1도 무섭지 않을 정도.

“놀이 실력이 좋은거 하고 진짜 싸움은 달라.”

“헤헤, 나도 처음부터 마약 조직하고 싸우거나 할 건 아냐. 그냥 좀도둑 새끼들 조지면서 사람들을 모으려는 거지.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때부터 마약상 새끼들 작살내던가 해 보려고 해.”

“무모해.”

“그렇지만 이대론 안 된다는 거 너도 알잖아. 경찰 새끼들은 다 썩었어. 우리 시민들은 인터넷에 욕만 올려도 고문당하고 가죽이 벗겨진 채 거리에 내걸려야 해! 그런 꼴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청년은 분기탱천해서 외쳤다.

그건 모든 브라질 시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나라는 이대로는 안 된다! 너무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너무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죽는다. 청령한 경찰은 4년 이상 그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렇지만...”

“나는 시작한다. 장갑맨을 따라 영웅이 될 거야!”

청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각 있으면 너도 언제든 이야기해.”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 클럽을 훌쩍 빠져나갔다.

“영웅이라...”

남은 친구들은 그 말을 중얼거리며 무언가 생각에 잠겼다.

***

중국.

베이징의 한 미개발지역 골목이다.

번화한 도시의 높은 건물들과는 전혀 달리 온통 더럽고 낡은 낮은 건물들이 들어선 골목을 한 남자가 달리고 있었다.

후줄근한 차림에 다급한 얼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헐레벌떡 뒤며 어던 사거리를 지나갈 때였다. 옆 골목에서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딜!”

“엇!”

달리던 남자가 놀라는데 그 옆에서 또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지금 갑자기 나타나 달리던 남자를 막은 이들은 모두 중국 특유의 변검가면을 쓰고 같은 복장을 한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도망칠 수 있을 줄 아나!”

“그래!”

“이것들이!”

달리던 남자는 화를 내면서 품에서 뭔가 반작이는 걸 꺼냈다.

칼이었다. 그는 곧장 그것을 휘둘렀다.

“얏!”

“핫!”

변검을 한 남자들은 두려워하면서 그걸 피했다. 하지만 앞은 내어주지 않았다. 휙휙 하는 소리가 나며 싸움이 계속됐다.

그러는 사이 달리던 남자 뒤를 쫓던 자가 나타났다. 그도 남자의 앞길을 막은 이들처럼 변검가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남자를 따라잡자마자 등 뒤에서 그를 때렸다.

“켁!”

앞의 적도 상대하기 힘들었던 남자는 그걸 얻어맞고 발라당 앞으로 엎어졌다. 변검을 쓴 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제압했다.

“잡았다!”

“이 나쁜 놈, 어딜 도망가려고 해!”

“우리 천광협사들에게서 네놈이 감히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아!”

그들은 신이 나서 외치며 남자를 포박했다.

그리고 포박을 끝낸 다음 호쾌하게 웃었다. 그들은 그들이 직접 밝힌 바대로 천광협사라는 자그마한 결사의 회원들이다.

장갑맨의 활동을 보고 감회를 받아 중국에서도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싶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오늘 때려잡은 범죄자는 이 슬럼가에서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리던 양아치. 기회를 벼르다가 구멍가게를 강탈하는 걸 보고 이렇게 때려잡았다.

“이걸로 벌써 다섯 건 째네.”

“우리도 쓸만하지 않아?”

“그러게.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의 장갑맨이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들은 자신들의 활약에 기뻐하며 꿈에 부풀었다.

“중국의 장갑맨이라니... 정말 멋진데.”

“그러면 진짜 장갑맨과 만날 수도 있지 않겠어?”

“그거 정말 기대된다.”

모두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되어 장갑맨과 직접 만나게 되는 상상을 햇다.

그와 악수를 나누고, 당신들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형제라며 장갑맨이 그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기쁠까!

절세미인을 얻는 것 만큼 기쁠 것 같앗다.

아니, 그렇게 되면 절세미인도 당연히 얻게 될 것이다. 자고로 영웅은 미인을 얻는 법이니까!

***

미국에서 뉴스가 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뉴스는 해외토픽.

중요한 해외 뉴스를 정리해서 소개하는 것인데, 진지한 뉴스 외에도 여러 가지 뉴스가 있었다. 웃긴 것도 많았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특이한 뉴스가 있었다.

앵커가 웃음을 참는 얼굴로 말했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장갑맨을 따라하는 자경단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화면에서는 하나로 복색을 통일한 남자 셋이 범인을 잡고 포즈를 취한 사진이 나와 있었다.

“시발은 한국은 글로벌 아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이 활약해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 각국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앵커가 그 말을 하면서 장면이 바뀌고 각지에서 활약하는 장갑맨 자경단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장갑맨의 사도!”

러시아였다.

무서워 보이는 너클을 한 덩치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외쳤다.

“정의를 지키는 자들!”

캐나다였다.

“영웅 활동 중입니다!”

인도!

그리고 다시 앵커가 나타났다.

“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적지 않은 범죄자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두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나타났다.

어느 대학의 어떤 학교 교수라고 한다.

“위험합니다.”

간단한 코멘트 뒤 또 다른 교수가 나타났다.

“극단적으로 위험합니다. 흥분상태에 있는 범인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저런 활동은 비록 좋은 일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됩니다.”

앵커가 다시 모습을 비췄다.

“전문가들은 심지어 좋은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번에 화면이 바뀌고 모습을 나타낸 것은 경찰이었다.

“공무집행에 크게 방해가 됩니다.”

경찰은 찌푸린 얼굴로 설명을 계속했다.

“범인을 잡는 데만 집중해야 할 병력이 쓸데없는 곳에 분산됨으로써 잡을 수 있는 범인들을 놓치게 됩니다. 또 이 과정에서 생기게 될 인명피해 역시 걱정스럽습니다.”

앵커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이고 시청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범죄를 보면 즉각 신고해 주세요. 그것이면 여러분 모두 영웅입니다.”

이런 방송이 나가고 나자 물론 반응이 격렬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기대와는 반대 방향으로 격렬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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