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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71화 (171/227)

171화

“우린 바빠서 몰랐는데.”

흥분해서 재철이 말하는 걸 보고 에이리가 의아한 듯 말했다.

호성이 이어서 설명했다.

“워낙 다인종, 다국가에서 납치를 당했으니까요. 우리나란 아니었지만, 화제가 됐다는 거로 화제가 됐지요.”

“더 화제가 된 건 그다음이지만.”

수구가 아는 척 끼어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혜경이 말했다.

“갑자기 구출됐다잖아. 테러범들은 다 죽어버리고. 그런데 구출된 사람들은 그 과정을 모르겠다질 않나. 나중에 미군이 나와서 이러니저러니 발표하는데 인질이었던 사람들이 죄다 아니라 했거든.”

“그랬어요?”

강민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 덕에 대단한 화제가 됐지. 이후에 인질이었던 사람들 말을 모아서 어떻게 현장을 재구성 하려는 노력이 인터넷에 생겼고 그 덕에 조금씩 밝혀졌는데...”

“그래서 뭔가 좀 나왔나요?”

“나오긴 했는데...”

혜경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다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피식 웃었다. 강민과 세나, 에이리는 다들 왜 저런 반응들인가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들이 이야기를 이어가길 기다렸다.

지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무 이상해서 다들 웬 헛소리냐는 반응이 나왔어요.”

“어떤 내용이길래 그래?”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3~4명 정도가 테러범들 다 때려눕히고 구출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그게 말이 안 되잖아요?”

“보통은 안 되겠지.”

상황을 알겠다 싶어서 강민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경은 즐거운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러니 이게 대체 뭔가 하고 시끄러워 졌던 거야.”

강민과 세나, 에이리는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듣고 보니 어떻게 상황이 전개된 것인지 알만했다. 인질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구출 상황을 쭉 재정리 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서넛 정도의 소수 인원이 테러범들을 모조리 죽이고 인질들을 구출했다는 것. 헛소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럴 만하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인질들의 말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고, 인질들이 그 경험을 거짓말로 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람들은 이게 무슨 골인지 황당하게 생각했을 것이고, 엄청난 혼란이 되었으리라.

강석이 이어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눈치챘지. 너희가 한 거라고!”

“그렇지 않아도 아프간에 가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당시 전 세계를 휩쓸었을 폭풍 같은 황당함에 휘말려 들지 않고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이들은 극소수다.

미군의 극비 관계자와 강민단원들!

“하하하!”

“그것 때문에 아직도 시끄러워?”

흥미로운 듯 세나가 물었다.

“네. 이제는 도시 전설 취급받던데. 음모론에도 자주 나오고요.”

도시 전설은 자생적으로 발생한 신기한 소문 같은 것들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전설은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게 있다. 전세계인이 다 비웃는 것이지만 한국에선 뉴스에까지 나올 정도. 외국에서는 이걸 팬 데스라 부르며 멍청한 한국인이라고 조롱하는 외국인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심지어 미군에서는 한국인 카츄사를 배려하기 위해 같은 방을 쓰는 미군에게 팬 데스를 이야기 해 줄 정도다.

사실 비웃을 살 것까진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도 저런 말도 안 되는 걸 진실로 믿는 도시 전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핸 데스는 워낙 글로벌한 비웃음을 산 덕분에 지금은 안 믿는 한국인도 많다.

이 외에도 일본에서는 빨간 마스크나 게슈탈트 붕괴, 미국에서는 하버드 학생 자살시 그 과목은 전학생이 a+ 라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이 도시 전설!

현대의 신화라 할만한 것들이었다.

“새로운 신화가 되었단 말인가.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그런 정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잖아.”

재철이 말했다.

“탈레반을 괴멸시켰다고 하니까!”

호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괴멸은 아니고... 거기서 악당 대장만 골라 죽인 거지.”

“탈레반 분열을 노린거야.”

“그리고 그건 미군이 한 걸로 돼 있으니 의미 없지.”

“그건 아쉬운데.”

강민과 세나, 에이리의 설명을 듣고 재철 일당이 아까워했다. 단 세 명으로 나라를 뒤집어 넢는 군사조직을 괴멸시킨 활약이 장갭맨에 의한 거란 사실이 묻히는 게 아까운 모양이었다.

강민은 그러나 전혀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알려져 봐야 미군 개 소리밖에 더 듣겠어? 돈이나 받고, 특혜나 얻고 그걸로 충분하지.”

“하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한쪽을 도와주면 반대편에게 역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장갑맨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 건 나쁜 생각이 아니다.

“얼마나 받았어?”

강석이 강민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한 듯 물었다.

강민은 가볍게 답했다.

“뭐 다 합쳐서 현금으로 3억 정도?”

“삼억밖에?”

재철은 실망한 표정이 됐다.

삼억이라니. 너무 적지 않은가.

강민이 부언했다.

“달러로.”

“억....!”

재철일당은 경악했다.

삼억 달러! 한화도 3300억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금!

“그것도 너무 싼거지. 덕분에 미국은 매년 최소한 백조는 절약할 텐데. 백조면 한국 일년 국방비보다도 더 많다고.”

강민은 잔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 일로 정말 큰돈을 번 것은 미국이다.

“와, 스케일이 다르네.”

“저것도 대륙의 기상이라 해야 하나.”

조라는 단위가 너무 쉽게 나오는데 경악하며 수구와 만수가 혀를 내둘렀다. 한국 한 해 예산이 300조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더럽게 많은 돈이다.

“그쯤 되니 여기서도 손을 더럽힌 거야.”

강민은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자기들 이야기는 이만하면 할건 다 했다 싶어서 화제를 쏟 바구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이야기는 됐고, 너희나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 해봐,”

“그래. 궁금한데!”

“인터넷을 가끔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 소식을 자유롭게 접할 순 없어서 답답했어.”

주변의 눈도 있을 것 같아서 주의한다고 구글로 한국 기사를 검색하는 정도밖에는 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재철 일당이 나서며 입을 열었다.

“헤헤, 그렇게 말한다면야!”

“우리는 장갑사단으로 불리고 있지!”

“장갑사단?”

“그래! 이름도 찬란한 글로브 아미!”

강민이 신기하다는 듯 묻자 재철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사실 신기하다 여긴 건 아니고 촌스럽다고 여기고 있었다.

강민 뒤에서 에이리가 말했다.

“숫자가 많아서 붙은 이름인 모양이군.”

“그렇긴 하죠.”

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석이 끼어들어 더 말했다.

“단체로 움직이기도 하고.”

“그래도 성적은 나쁘지 않죠!”

수구가 자랑스럽게 이어 말했다. “응! 그동안 나쁜 놈들을 50마리도 넘게 잡았으니까.”

악당도 인간인데 마리라고 표현하는데 강민은 동지감을 느꼈다.

악당에게 인권은 없다!

강민의 오랜 생각이다.

“그것도 천인공노할 악당으로만 골라잡았지.”

“도움이 된 모양이네.”

세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지금 말한 것은 악당을 추적하기 위한 마법 도구를 몇 개 빌려주고 간 걸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글로브 아미만 가지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오십이나 잡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헤헤, 아니면 그 십분지 일도 못 잡았을걸요. 그것만 있으면 과학수사고 뭐가 다 필요할 것 같던데요.”

“호호, 그게 마법의 우월함이지!”

세나는 뻐겼다!

강민은 이어 물었다.

“사람들 반응은 어때?”“호의적이지.”

“하지만 쓴소리하는 사람도 많이 있어.”

“왜?”

좋은 일 하는데 왜 쓴소리인가... 싶지만 사실 장갑맨 시절에도 자주 있던 일이라 새삼스럽진 않앗다. 하지만 강민 자신이 활동할 때와는 이유가 좀 다를 것 같아서 흥미가 생겼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괜한 영웅심리에 장갑맨 따라하는게 아니냐고 말이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그러고보니 너희가 나하고 관계있다는 걸 사람들은 모르는 거야?”

강민은 웃으며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강석이 답했다.

“반신반의. 욕하는 사람하고 칭찬하는 사람하고 비교해 보면 비율이 비슷해. 아마 관계가 있다는 족에서는 칭찬하는 거고, 아닌 쪽에서는 칭찬하는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는데.”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철은 이어서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 우리가 장갑맨 하고 관계가 있다고 티를 내?”

“아니, 그건 됐어. 뭐 잘난척 하고 싶어서 이런 일 하는 건 아니잖아.”

묵묵하게 좋은 일을 해나가는 것이 목적이지 명성을 얻어 잘난척을 하려는 것이 목적인 것이 아닌 활동이다. 그러니만큼 굳이 활동 외적인 걸로 화제를 모으고 세상을 시끄럽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강민의 생각이었다.

재철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야?”

“아니었어?”

호성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라니!”

강석도 마찬가지!

강민은 한숨을 쉬며 그들을 질책했다.

“너희는 대체 이 일을 뭐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야 이만큼 강하다고 자랑하는 거 아닌가 하고.”

“덤으로 악당도 잡고.”

“그쪽이 폼도 나니까.”

“아니야!”

강민은 완강하게 그들의 생각을 부정했다.

“정말로?”

그러나 재철 일당을 비롯한 동료들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태도!

그들의 눈빛 앞에서 강민은 좀 움츠러들었다. 마음속 양심의 목소리가 그를 아주 강하게 자극한 것이다.

그래서 고백했다.

“뭐... 아주 그런 생각이 없던 건 아닌데... 그래도 주객전도 하지마!”

“주객전도라는군.”

에이리가 나서서 비웃었다.

“누가봐도 주가 잘난척 쪽인 것 같은데 말야.”

세나도 나서서 비웃었다.

“대체 왜...”

강민은 억울한 표정으로 둘을 보며 물었다.

“지난 일을 반성하지 않는군.”

“곰곰히 생각하면 뻔한데 말야.”

에이리와 세나의 태도는 여전할 뿐!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은 강민과 오랜 시간 모험을 함께 햇다. 그러니까 강민이 저질러온 짓들을 잘 안다. 결과적으로 영웅이 되긴 했으되 눈꼴신 잘난 척도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 오글거리는 심정에 가슴을 쥐어 짰을 정도!

이 세계에 와서 그런때 사용하기 좋은 말을 배웠다.

바로 시공간이 오그라든다는 것!

“쳇.”

“어쨌든 니가 그렇게 말하면 알았어. 밝히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할게.”

재철이 말했다.

“그래. 그게 좋아. 더구나 원래 영웅은 신비감이 있는 쪽이 더 좋기도 하고.”

“저러면서 아니라고 주장하다니.”

“그러게 말야.”

세나와 에이리는 신비감을 강조하며 부활한 강민을 향해 날카롭게 말을 던졌다.

강민은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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