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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70화 (170/227)

170화

마찬가지로 감회어린 표정이 되어서 김남길은 말했다.

“인터넷 덕분이지 뭐야.”

“그러게요.”

수란이 무명이나 다름 없던 미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이렇게 카네길 홀에서 공연까지 하게 된 것은 유튜브에 올렸던 동영상 하나가 히트 한 덕분이다.

지금도 쾌속 조회수 증가를 이루고 있는 그 동영상은 벌써 일억 조회수를 넘겨 유튜브의 가장 핫한 뮤직비디오로 꼽히고 있다.

“지금도 조회수가 쭉쭉 올라가고 있다고 하지.”

“네. 하루 수백만씩 올라가고 있다는 데.”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네 실력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데이빗 하커가 네 노래를 소개해서 화제로 만들었을 리가 없으니까.

데이빗 하커는 미국 가요계 최대의 거물 중 하나다.

프로듀서라 할 수 있는데 그가 작업한 앨범들의 총 판매고를 합치면 10억장 가까이 될 거라고 할 정도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자신의 트위터에다 올렸다.

21세기의 디바!

라고. 그게 바로 수란이었다.

그리고 그게 기폭제가 되어 무수한 미국 사람들이 수란을 알게 됐고, 심지어 그 가운데는 미국 가요계의 거물들도 많았다.

“그 이야기 들었을 때 기뻤어요.”“노래 자체도 좋지만 다들 가수로서의 너에 대해 더 관심이 많은 거 같더구나. 창법이라던가 목소리 자체에 대해서라던가.”

사실 노래 자체는 오히려 평가가 별로 좋지 않았다.

전형적인 한국 아이돌 노래로 재미없는 사랑 얘기 따위나 한다는 평가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수란의 목소리 덕분이다.

자유자재로 성량을 조절하는 데다 놀라울 정도의 미성!

신이 내린 가장 완벽한 악기라는 목소리를 가장 완벽하게 사용하는 가수라는 평가가 곧 수란에게 붙었다. 만일 그녀의 목소리와 그걸 사용하는 기교가 평가받지 않았다면 아무리 그녀가 화제가 됐다 해도 카네기 홀은 무리였을 것이다.

“그 이야기 들으니 창피한걸요. 이건 온전히 제 노력 덕분은 아닌데.”

“강민군 말이지?”

“네.”

수줍게 수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렇게 신이 내렸다는 평가까지 받게 되는 것은 강민에게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덕분이다. 보컬 트레이닝이라 하지만 노래나 발성 연습은 한게 없고 마사지 받고 명상이나 쭉 해 왔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됐다.

“정말 아까운 일이야.”

남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강민!

그의 이름을 생각하면 그는 언제나 아쉬웠다. 그 능력이면 한국은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를 다 휘어잡을 수 있을 텐데.

수란은 그런 김남길의 의사를 읽고 찌릿 눈짓을 했다.

“하지만 약속을 했으니까 강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시면 안되요.”

“그래야겠지만... 정말 너무 아깝지 않니?”

김남길이 아쉽게 물었다.

“아까워도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아까워라... 역시 다시 생각을...”

김날김은 수란이 동의만 하면 자신이 총대를 메고 강민의 이름을 언론에 흘려버릴 생각도 있었다. 한번 공개해 버리고 나면 강민이 뭐 별수 있을까! 하는 심보였다.

강민의 의사에 철저히 반하는 짓이지만, 묻히기엔 강민의 그 능력이 너무 아깝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 돼요! 자꾸 그러시면 저 계약 끝나면 다른 데 갈 거예요.”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가 없지.”

김남길은 완강한 수란의 저항에 항복했다.

사실 수란도 이제 막 피어난다.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비밀을 너무 쉽게 밝히는 것은 그녀의 성장을 위해 좋지 않기도 했다.

“또 나도 외국 가수들에게 먼저 알리기보다 먼저 우리나라 가수들에게 많이 소개한 다음에 알리고 싶은 거니까.”

“정말...”

“하하, 농담이다. 자! 시간 됐구나. 나가자.”

“네.”

껄걸 웃으며 남길이 말하는데, 따라서 수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둘은 함께 대기실을 나섰다.

***

공연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양복을 입은 점잖은 사람들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곧 신호가 들어왔다. 공연장에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작게 이어지던 수군거림이 그 순간 딱 멎었다.

그리고 주변이 어두워졌고 공연 단상만 밝아졌다.

“오, 나온다.”

강민이 작게 중얼거리며 반겼다.

그의 말처럼 공연장 위에 수란이 꾸민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빛 아래에 그녀는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세나는 코웃음을 쳤다.

“쟤군. 별로 이쁘진 않은데!”

“좀 떨어지는 편이긴 하지. 그래도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인기 있던 용모야.”

에이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나는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호호, 하긴 내가 워낙 예쁘니 어쩔 수 없지만.”

“나도 워낙 수준이 높아서 쟤가 좀 쳐져 보이는 거지 나쁜 건 아냐.”

에이리도 세나처럼 자기 용모에 대해 잘난척을 했다. 옆에서 가만히 그 말을 듣던 강민이 혀를 찼다.

“니들은 꼭 그런 얘길 해야겠냐.”

강민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불길처럼 사나운 두 여자의 시선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악의 원흉이 뭐라 지껄이는데.”

“그래. 누군가가 쓸데없는 친분을 과시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저 여자애 생길걸 가지고 갈 필요가 없었겠지.”

으르렁대며 두 여자는 말했다.

그렇다!

두 사람이 자신이 더 예쁘다고 뻔한 사실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며 수란을 깎아내리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강민의 문어발과 바람기가 걱정되기 때문!

“죄, 죄송합니다.”

지은 죄가 있는 강민은 금세 굽신거렸다.

굽신거리는 강민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지 두 여자는 진정했다.

“그러면 공연에나 집중해야지.”

“그래.”

강민은 투덜거렸지만 감히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진 못했다. 그 사이 수란이 공연장 중앙에 섰고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란에 대한 간결한 소개가 쭉 이어졌다. 가장 중요하게 소개된 것은 역시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었다.

이후 미국의 거물들에게 화제가 되며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설명이 끝난 다음 수란은 심호흡을 한 다음 마이크를 들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수란이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는 시작하자마자 그곳 관객들이 빨아들였다. 에이리와 세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세나가 감탄해서 말했다.

“와. 제법.”

“좋은 목소리야.”

에이리도 동감이었다.

강민은 뿌듯해졌다.

“그야 가수니까.”

“가수라서만은 아니잖아?”

“예전엔 저런 목소리가 아니었잖아.”

사정을 아는 세나와 에이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민은 헤헤 웃었다.

“좀 도와주긴 했어.”

“그래도 그 정도 도운걸로 저만큼 좋아진 걸 보면 분명 재능은 있었던 것 같네.”

“그래.”

아무리 강민이 도와줬다고 해도 저런 목소리가 나오려면 목소리 자체에 대한 재능도 있고, 또 노력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에이리가 수란보다 백배는 더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목소리를 악기로 사용하는 능력은 에이리가 수란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곡 한곡.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수란은 계속 노래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곡만이 남았다.

그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수란은 관객들을 보고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곡입니다.”

수란은 감정을 정리하는 것처럼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뜨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 곡은 부르기 전에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실 제게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에 데뷔하기 한참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는데요, 저는 그 친구에게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절대 여기에 서지 못했을 거예요.”

‘엇.’

강민은 지금 수란이 한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지금 그녀가 말하는 친구라는 건 여러모로 생각해도 자신이 아닌가 싶어서였다.

“그래서 항상 그 친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 곡은 그 친구에게 바치려고 합니다.”

강민은 그리운 시선으로 수란을 바라봤다.

“제목은 친구에게. 들어주세요.”

수란이 노래를 시작했다.

강민은 곧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이제까지의 노래도 무척 좋았지만 이 노래는 그런 노래를 훨신 넘어서는 감동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흔하고 시시한 러브송을 벗어나서 진솔한 가수 본인의 감정이 담긴 곡이라는게 느겨지는게 너무 좋았다.

그런 생각은 강민만의 것이 아닌 듯, 관객석에 앉은 청중들 모두가 눈을 감고 미소짓고 있었고, 그것은 에이리와 세나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노랜데.”

“그래.”

“수란이가 노래를 참 잘해.”

강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들의 의견에 찬동했다.

“하지만...”

“짜증은 좀 나는군.”

그런데 찬사를 보녀든 세나와 에이리가 갑자기 험악한 태도로 강민을 노려봤다.

“왜, 왜 그래?”

“노래의 내용이 너무 의미심장하단 말이지.”

“그래!”

세나와 에이리는 두려워하는 강민을 노려보며 일치도니 의견으로 그를 구박했다. 친구에게라는 노래에서 친구가 의미하는 바가 강민이라는 게 뻔해 보였으니까.

자고로 남녀사이에 친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거늘 말이다!

*

카네길 홀에서 새로운 한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하는 걸 끝으로 강민 일행은 한국으로 돌아왓다. 한국은 아직 겨울. 방학이 끝나기까지도 약간 남았다.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역시 강민단의 본거지였다.

“우리가 돌아왔다!”

문을 열고 힘차게 강민이 강민단의 기지로 들어갔다.

강민단원들이 그를 기뻐하며 맞았다.

“오! 왔구나!”

“이게 얼마만이야!”

“건강하게 잘 지냈어?”

“정말 그리웠어요!”

재철 일당은 물론이고 혜경과 지연까지 다 있었다. 방학이다 보니 다들 여기 모여 사이좋게 놀고 있었던 모양이다.

“호호, 오랜만에 다시 보니 정말 반가운데요.”

“나도 그래요.”

강민에 따라 세연과 에이리가 들어와 마찬가지의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호성이 인사조로 물었다.

“갔던 일은 잘...”

그러나 호성은 피식 웃으며 말을 그만뒀다.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지.”

“실패할 리도 없는 데다가 너희가 한 일은 여기서도 다 알 수 있었으니까.”

강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강민 일행이 아프간에 있는 동안 그 동네에서 벌어진 일들은 각국에서 최고 뉴스로서 자주 소개했다.

“꽤 대활약하긴 했지.”

“그러게.”

강민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 말에 호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화에 재철이 끼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크게 유명해진 건 인질구출 작전이었어.”

“그래?”

“응. 그 일 있고 나서 전 세계가 시끌시끌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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