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화
샤브구나는 지체하지 않고 외친 다음 말을 최대한 몰라 현장을 빠져 나갔다.
“부디 형제들의 원수를!”
심복은 애절하게 외쳤다. 이후 강민 일행을 향해 샤브구나의 남은 병력이 총질을 개시했다. 총성이 터지고 사막의 곳곳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강민은 얼른 바위 뒤에 몸을 숨긴 다음 세나에게 물었다.
“뭐라는 거야?”
“저 사람이 원수를 갚아 달라고 하고선 자기가 남겠데.”
강민이 얼굴을 찌푸렸다.
“우리가 악당 같잖아?”
“저들 입장에선 그렇겠지.”
에이리가 피식 웃고 말했다.
“어이가 없군. 하긴 뭐 악당들은 항상 그렇지. 지들 입장에선 정당할 테니까.”
“근데 사실 우리도 악당 소리 들어도 할 말 없는 거 아닐까?”
세나가 웃으면서 반문했다.
그러고보면 강민 일당은 악당 소리 들어도 뭐라 억울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고, 또 잔인하게 고통을 주는 일도 많이 했다.
그런 입장에서 보자면 셋은 인간 백정이나 다름없다!
“그건... 으하하하!”
강민은 그냥 얼버무리는걸로 때우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싸움으로 말이 궁해진 걸 때우려는 것이다.
“자, 상관없어! 얼른 정리하자!”
“그래!”“뭐 그게 좋지!”
다른 두 사람도 강민의 생각에 찬성이었던지 명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휙!
휘휙!
타다당!
사람이라 보기 힘든 속도로 강민과 에이리가 달리면서 총알을 피했고, 세나는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적들에게 접근했다.
“죽어!”
“알라의 원수, 죽어라!”
탈레반들은 악을 쓰며 그들을 공격했다. 강민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가까이 접근해서 총을 쏘는 병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퍽!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며 그 탈레반은 죽어버렸다.
“으아아!”
바로 옆에서 동료가 죽는 모습을 보고 다른 병사가 두려움에 떨며 강민을 향해 통구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그의 등 뒤에는 에이리가 서 있었다.
그녀의 손이 병사의 머리를 쳤고, 남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스러졌다.
마찬가지로 죽은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샤브구나의 심복.
그는 아직도 의연하게 강민일행에게 총구를 겨누며 저항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기울었고, 그를 보는 강민과 에이리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이 신의 적들!”
심복은 악을 쓰며 그들을 향해 공격했다.
갑자기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바보네.”
“컥!”
심복이 반응하기에 앞서 강력한 전류의 그의 전신에 흘러 온 몸을 공격했다.
근느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의식을 겨우 유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세나가 일부러 남겨둔 것이다.
그를 향해 세나는 이어 조롱했다.
“신이 이만큼 자기들을 안 도우면 뭔가 잘못한 게 있다는 걸 알 때도 되지 않앗나?”
“개소리마라 계집년아!”
핏발선 눈을 부릅뜨고 심복은 외쳤다.
“왜? 히잡을 안 써서?”
세나는 코웃음을 쳤다. 여자가 히잡을 안 쓰면 처형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짓을 태연히 씬의 이름으로 시키는 것이 탈레반이란 자들이었다.
같은 여자로서 세나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신!”
세나의 거침없는 발이 그의 목을 쳤다.
“커억!”
한 방에 그의 목이 부러지며 그는 즉사하고 말았다.
“아, 속이 시원하네.”
“금세 정리했네.”
“그럴 수밖에 없지. 약하잖아.”
“그럼 이제 하나 남았군,”
“그래.”
모두들 강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로서 남은 것은 샤브구나.
현 탈레반 최고 수좌였다. 그를 죽이는데 성공한다면 탈레반은 내부적인 아귀다툼을 벌이면서 백 개로 쪼개질 것이고 미군이 철수해도 한동안 아프간은 평화로울 것이다.
물론 미군이 물러가고 난 다음의 정부가 유능할리도, 청령할리도 없으니 그 평화는 길지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단 나을게 틀림없다.
“미군 앓던 이를 뽑아 줘야지!”
“그래.”
“이제 겨우 끝나겠군.”
강민은 외침에 따라 다들 추적을 다시 개시했다.
금세 샤브구나를 잡을 수 있었다. 그는 말에 타고 헐레벌떡 길을 달리고 있었다. 강민은 그를 보자 쾌재를 부르며 돌맹이 하나를 걷어찼다.
“어딜!”
그가 걷어찬 돌맹이는 정확히 말 엉덩이에 얻어맞았다. 말의 엉덩이가 터지고 말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물론 샤브구나도 그때 같이 쓰러졌다.
“억!”
그가 바닥에 넘어져서 엉긍엉금 기고 있는 때에 강민 일당이 얼른 다가갔다. 샤브구나는 강민일행을 보고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너, 너희들이 어쌔신...”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더군.”
유일하게 대화가 가능한 세나가 답했다.
“신이 두렵지 않으냐?”
샤브구나는 이제 탈출은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두려워하던 표정을 포기하고 증오의 눈빛으로 세 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세나가 짜증을 냈다.
“신, 신 거참 시끄럽네. 내가 보기에 신이 있다면 지옥에 떨어지는 건 이놈이 일순윈데.”
“그러게 말야. 이런 놈들은 대체 어째서 자기 신 이름을 이렇게 열심히 파는지 몰라. 창피하지 않나?”
강민도 탈레반 놈들이야말로 지옥행 일번이라 생각하는덴 같은 생각이어서 말했다. 에이리는 뻔한 거 아니냐는 듯이 이어 말했다.
“그런거 생각할 정신이 있으면 이런 짓을 하지 않겠지.”
“이런 미국의 개들! 너희들은 아프간의 정신을 더럽히고 신성을 모독하면서...”
“아아, 닥쳐!”
세나가 발을 쾅 구르며 샤브구나의 말을 잘랐다.
이어 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외쳤다.
“우리가 알아보니 진짜 제대로 된 아프간의 지도자가 될 사람은 마수드였나 하던데... 네놈들이 암살했잖아?”
“파슈툰족이 아닌 놈에게 아프간의 청정은 맡길 수 없다!”
악을 쓰며 샤브구나는 외쳤다.
세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드렸다.
“와, 알라가 언제 민족단위로 네놈들한테 잘난 척하라고 하던? 꾸란에 그런 말은 한 줄도 없던데. 게다가 파슈툰이라니. 그건 무슨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람.”
“이년!”
민족에 대한 모욕에 샤브구나의 눈에 불꽃이 들어찼다.
그러나 세나는 코웃음만 쳤다.
“이년이라니! 이건 꾸란에 나온 대로잖아. 꾸란에 파슈툰족이 나와? 교리 강론 대결할까? 너 같은 놈이 민족의 이름을 팔아먹고 더러운 짓을 하니까 너희 민족이 욕먹는다고 생각은 못해? 앙!”
“네년 따위가 감히 알 수 없는 신의 섭리가 여기엔...”
“좋아! 그럼 이것도 신의 섭리겠지.”
세나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획 돌렸다. 단호한 그녀의 동작에서 샤브구나는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이, 이년 대체 무얼 하려고...”
“강민!”
“응?”
“부탁해!”
예쁘게 미소지으며 세나가 부탁하는데 강민은 피식 웃었다.
“음~ 너무 개인적인 원한 아냐?”
그러면서도 강민은 샤브구나 앞에 갔다.
“이 늙은 놈 때문에 피해 본 사람들 생각하면 이 정도는 뭐 별것도 아니잖아?”
“하긴. 뭐 신의 이름으로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강민은 샤브구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마스크 아래 그의 웃음을 보면서 샤브구나는 짙어지던 불안감이 이제 최절정에 달하는 것을 느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만 것 같았다.
강민의 손이 샤브구나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세나가 그를 말렸다.
“아, 잠깐만.”
“왜?”
생각이 바뀌어서 편하게 죽도록 해 주려는 건가 생각하며 생각했다. 하지만 세나의 하려는 건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광신도들은 뇌에서 엔돌핀이 나와서 고통을 무마시키곤 하거든. 그걸 콕 막아두려고.”
“와, 너도 참 악마다.”
강민은 혀를 내둘렀다.
천연의 진통제인 엔돌핀을 막겠다니. 진짜 죽도록 아파보란 소리다. 그러나 세나는 코웃음을 쳤다.
“너는 악마를 울렸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세나가 샤브구나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를 하다가 물러서며 됐다고 강민에게 손짓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샤브구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너, 너희들 감히 뭘 하려고...”
“자자, 지금부터 어린아이는 볼 수 없는 고문쇼가 시작됩니다!”
강민은 즐겁게 중얼거리며 작업을 시작했다.
“끼아아악!”
샤브구나는 30초를 참지 못하고 처참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에이리가 말했다.
“사실은 어른도 못 보지.”
“응. 어른도 못봐.”
세나가 동감했다.
“끼아아악!”
샤브구나의 끔찍한 비명이 멀리까지 퍼졌다.
***
샤브구나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더구나 엄청난 고문당하다 죽은 처참한 꼴로.
전 세계 욋니이 특보로 보고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미국이 또 한건 했구나 정도로 치부할 뿐.
그러나 이 소식은 아프간 전역에 대단한 충격을 가져다줬다. 샤브구나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있던 탈레반은 즉각적으로 와해하기 시작하며 수십개 이상의 작은 조직으로 갈라졌고, 자기들 끼리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항쟁에 들어갔다. 때문에 중앙 정부에 대한 테러는 이제 꿈도 못 꿀 지경이 되었다.
탈레반의 강력한 지지층이던 파슈툰족은 즉각 유감을 표시하며 영웅 샤브구나를 죽인 미군에 대한 증오감을 드러냈으나 미군은 자신들의 살해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미군이 아니면 누가 탈레반의 최고 권력자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샤브구나는 아프간에서라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 외 파슈툰족에게 짓눌려 살던 아프간의 소수민족들은 기뻐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차피 미국의 짓이라며 탐탁지 않게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게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일이라는 건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쌔신을 수군거렸다.
그 신비의 암살자.
분명히 미군의 사주를 받았을 테지만 탈레반의 모든 유력자를 죽이고 결국 샤브구나까지 죽인 놀라운 실력. 그 때문에 아프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군이 악마와 계약 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이것은 이후 민간 전설이 되어 아프간에 오래도록 전승되는 전설이 된다.
그리고 미군은 샤브구나의 죽음 덕분에 한시름을 덜게 됐다. 아프간에만 매년 들이는 돈이 천억 달러가 넘어가다시피 했는데 그걸 덜게 되었으니 어려운 처지의 미군으로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외에도 탈레반이 모여 힘을 기름으로써 미국 본토에 대한 방어를 위해 매년 사용되는 막대한 예산과 미국 내 인권침해 등도 완화될 수 있게 되었다.
누가 뭐라 해도 샤브구나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미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