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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66화 (166/227)

166화

경고 삼아 외친 대장을 보면서 탈레반의 부장이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안에 바주카를 쳐 먹여! 죄다 죽여 버린다!”

단호하게 대장은 말했다.

어차피 인질의 목숨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비얀마 불상도 박살 냈던 그들이다. 인질 백명의 목숨 따위 뭐가 그리 대단한 가치가 있을까? 사실 탈레반이 주목을 받았던 것도 세계의 문화유산이던 불상을 단번에 박살 내는 미친 짓을 한 덕분이다.

그 전엔 전세계적으로 듣도보도 못한 잡놈에 가까웠다.

그런 일이 가능할 정도의 과격함이면 사실 인질 백, 이백은 아무것도 아니다. 러시아는 인질 구출한답시고 수백씩 죽이는데.

“넷!”

부장이 답하고는 부하들을 향해 지시했다.

탈레반 병사 여럿이 동시에 자세를 잡고서 바주카를 어깨에 걸었다.

그 바주카의 진짜 이름은 팬저파우스트!

알라의 요술봉이란 별명을 가지고 중동 테러리스트들의 든든한 화력이 되어준 테러의 친구!

쿠아아!

그 대전차탄이 불을 뿜으며 인질들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와장창 창문을 깨고 탄이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 앞을 무언가가 날아와서 막았고 전차탄을 쳐냈다.

퍼억!

날아갔던 탄이 반대로 튕겨 나가며 바주카를 쏘았던 병사가 얼굴을 얻어맞고 뒤로 튕겨 나갔다.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뻗어 죽고 말았다.

“뭐야!”

“저건!”

“적이다!”

탈레반은 놀라며 서둘러 반응하려 했으나 그들의 동작으로 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녔다.

“아악!”

“억!”

“헉!”

여기저기서 터지는 비명. 그리고 그제야 한 병사자가 튀여 나온 바주카탄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놀란 표정을 했다.

“바주카탄이!”

“터진다! 피해!”

탈레반의 대장이 외쳤다. 그러나 늦었다.

콰과광!

탄이 폭발하며 주변으로 파편이 날아갔다.

비명을 지르며 많은 탈레반이 스러졌다.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다시피 한 자도 있었다.

“으으으...”

“으으...”

그렇게 쓰러진 자들 가운데서는 비명을 흘리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이들의 대장이었던 자도 있었다. 강민이 그걸 보고 반가운 표정이 되었다.

“살아남았군.”

“잘됐네. 잡자.”

“그래. 신의 이름을 팔아 죄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은 처절한 고통을 맛보여줄 필요가 있지!”

강민이 그의 뒷목을 잡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는 피투성이 된 상태로 원독어른 표정이 되어 셋을 노려봤다.

“으으... 네놈들이 아무리 그래봐야...”

“아, 알았어, 알았어.”

하지만 그런 눈빛 따위는 이미 익숙한 것이 세 사람!

그리고 강민은 잘아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당하기 전엔 모두 그런 말을 하지!”

즐거워하는 강민의 눈빛을 보면서 탈레반의 대장은 고통 가운데 불길함을 느꼈다. 그리고 주변에 요란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미군이 온 것이다.

*

끄아아악!

끄아아악!

방 저편에서 어마어마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국의 정보요원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을 정도였다.

그렇게 비명이 이어지길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문이 덜컹 열리고 피칠갑을 한 남녀가 밖으로 나왔다.

“후, 끝났다.”

“수고했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세나가 두 사람을 맞았다. 그녀는 이어 옆에 새파랗게 굳어 있는 요원을 보면서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아, 아니...”

세나는 걱정 없다는 듯이 생긋 웃었다.

“미군이 혹시 고문에 연루되는 게 두려운 거면 그냥 모르는 척해요. 그리고 어차피 증거는 인멸할 건데 상관없잖아요.”

고문당한 탈레반 대장은 죽인 다음 태워 재로 만들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기록에 남지 않는데다 세 사람은 모두 미군과 현재 공식적으론 관계가 없기 때문에 미군에 책임 문제가 제기되지도 않는다.

“그래요. 아무도 발견 못하죠”

“그, 그렇습니까.”

“그래서, 이왕에 얻은 정보입니다.”

강민은 고문으로 얻어낸 정보가 있는 종이를 요원을 향해 내밀어 보엿다. 요원은 그 피묻은 종이를 파리해진 안색으로 봤다.

선뜻 잡기가 어려웠다.

험한 꼴을 많이 봤다 싶긴 한데 이건 뭐 악마의 강림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에이리가 말했다.

“이들의 대장이 어디 있는지도 나와 있던데요.”

“저, 정말입니까?”

“물론이죠.”

악마가 아니라 사탄이라 해도 그 정보라면 계약할 수 있다. 그것이 정보요원의 자세. 그는 기뻐하며 강민이 내민 종이를 잡아 들었다.

내용을 읽은 다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정보입니다. 그의 행방은 우리도 찾기 어려웠는데.”

“흠, 대장인 만큼 철저히 숨은 모양이군요.”

“그렇지요. 게다다, 도시지역에 숨은게 아니라 산에 숨어 있었으니까요.”

아프간은 산이 많다.

그것이 게릴라들을 위한 천혜의 지형이 되어 줬다.

도망치기도, 숨기도 좋은 환경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대군이 몰려와 공격해도 요리조리 도망다니며 공격해서 적을 괴롭히는 게릴라 전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동굴을 만들어 숨은 거군요.”

“네.”

강민은 눈을 반짝였다.

“어쨌든 이렇게 위치를 찾았으니...”

“그의 운명은 하나뿐.”

“미국의 우환도 다 정리되겠군요.”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세 사람이 자신만만하게 하는 말을 들으며 요원은 웃었다.

“걱정마세요.”

세나가 장담했다.

이제까지 무수히 실패했지만, 이번만은 믿을 수 있겠다고 요원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만 한게 이들은 정말로 자신들의 실력으로 무수한 탈레반의 요인들을 암살했고 이번엔 인질을 구출했고, 이제 그들의 대장을 죽이려 하는 것이니까.

***

세 사람은 황량한 산 중턱을 올라가고 있었다.

“험한 산이군.”

“이런데 숨어 있으니 공격이 어렵겠지.”

“그렇지 않으면 미군이 고생할 리가 있겠어.”

강민은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어깨를 으쓱였다.

“뭐, 우리 앞에서는 다 소용없지만.”

“그것도 그렇지!”

힘도, 속도도 압도적이다.

불리한 점이라면 무기가 부족하다는 거지만, 총알을 맞든, 세 사람의 주먹에 맞든 상관없이 인간은 죽는다.

그러면 무력 차도 그리 대단한 건 안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들을 산의 한 공터에 도착했다. 거기서는 동굴이 하나 보였다. 진지를 쌓고 그 입구를 보호하는 탈레반도 여럿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강민은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시작할까?”

“별다른 작전은 필요 없지?”

“그냥 돌격해서 적의 수뇌를 찾아 죽이면 되는 거잖아.”

에이리와 세나가 확인차 물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나하나 다 죽이다 보면 거기 대장이란 놈도 끼어 있겠지.”

“전멸시킬 거야?”

혹시 일반 탈레반 정도라면 살려둘 수도 있겠다 싶어 세나가 물었다.

그러나 강민은 코웃음을 쳤다.

“아편에, 자살폭탄에, 민간인 학살에... 뭐 살려둘 필요 있는 애들이야?”

“하긴.”

카불에서 지내면서 탈레반의 악행은 여러 차례 봤다.

한국에 있을 때야 먼 나라 이야기니까 별생각 없이 접했고, 때로는 미국이 워낙 나쁜 짓을 하니 탈레반에 대해 잘 모르고 독립투사 비슷하게 대우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었을 분, 직접 와서 사정을 보니 그렇게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말종집단들!

“죄 죽이는 게 세상을 위한 거지. 그게 미군 철수 이후 정부 안정에도 좋을거고.”

“괴뢰정부 수립을 돕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좀 안 좋은데.”

에이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뭐 만일 기 괴뢰정부가 미국의 도움으로 민간인 학살을 하고 무사히 버티거나 하면 그땐 또 우리가 미국에게 따지면 되잖아?”

강민은 간단한 문제라는 듯 말했다.

“하긴.”

“미국 대통령 따위...”

그 말에는 에이리와 세나도 동감이었던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아침에 죽일 수 있으니까.”

강민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끝맺었다.

미국 대통령조차 아무것도 아닌 양 취급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이들 셋의 진실한 무서움이다. 아무리 무서운 병기를 현대 국가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 틈에 숨어 몰래 접근해 일을 저지른다면 막을 길이 없으니까.

“그럼 가자!”

“응!”

“좋아.”그리고 세 사람은 돌진했다.

적을 향해!

***

병사들은 동굴 입구에 진지를 세워두고 경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 일은 없었다.

이런 오지에 특공대가 기습을 올 일이 흔한 건 아니고 그런 일은 생기기 전에 다 정보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더구나 탈레반은 이 부근 지형을 잘 알기 때문에 도망치기도 쉽다.

그러니 천조국을 괴롭히지!

때문에 별반 경비가 없는 지금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다소 해이한 상태였다.

그런데 멀리서 뭔가 달려오는게 보였다.

병사 중 하나가 눈을 좁히고 말했다.

“저게 뭐지?”

“들짐승이 달리나 보지.”

옆의 병사는 지루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눈을 좁힌 병사는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지 않아서 옆의 동료를 치근했다.

“아니야, 확인해봐. 어서!”

“귀찮게...”

옆의 병사는 짜증스럽게 망원경을 눈에 가져다 댔다.

“헉!”

“뭐야?”

동료가 놀란 소리를 내자 눈을 좁혔던 병사는 다급하게 물었다.

“적이다!”

“아니!”

답을 듣자마자 그는 크게 놀라며 동굴 내부에 경보를 울렸고, 이후 즉각 돌아와 입구를 지키기 위한 수비 자세에 들어갔다.

타다당!

타다당!

사격이 개시됐다.

여러정의 돌격소총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탄을 뿌렸다. 사격하는 병사들의 주변에는 탄피가 계속해 쌓였다. 뜨거워진 총구는 물을 부으며 치익 소리를 낼 것이다.

하지만 총을 쏘는 이들의 표정은 점점 더 당혹스러워졌다.

“왜 맞질 않는 거지!”

“말도 안 돼!”

결국, 누군가가 외쳤고, 불만은 연달아서 터져 나왔다.

그렇다. 지금 돌진해 오고 있는 것들은 아무리 사격을 해도 그게 적중하질 않았다. 저게 인간이긴 한 걸까?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동굴을 수비하던 병사들 중에 공포에 질린 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히익! 어쌔신이다! 어쌔신이 나타난 게 틀림없어!”

“이게 무슨 개소릴 하는 거야!”

발광하는 동료를 보고 옆에서 신경질을 냈다.

그렇지 않아도 귀신같이 움직이며 총에 맞지 않는 걸 보면서 무서운데 옆에서 발광을 일으키니 화가 나지 않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한번 무너진 병사는 회복할 수 없는 듯, 아예 악을 썼다.

“봐! 우린 다 죽은 거야!”

“이 새끼!”

그 꼴을 보고 있던 상위자가 공포에 질린 병사를 주먹을 때렸다.

“켁!”

비명을 지르며 그는 기절했다.

이어 상위자는 총을 꺼내 하늘을 겨냥해 쏘고는 엄포를 놓았다.

“계속 사격해! 뭔진 몰라도 안으로 들여놓지 마라! 또 이런 꼴을 보이는 놈이 생기면 죽여버린다!”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전투에 집중했다.

그러나 달려오는 적은 역시 맞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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