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호텔에 그들이 돌아와 얼마 있지 않아 미군의 정보원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어떤 일이 오늘 카불에서 일어났는지를 설명했다.
세나의 예상대로 탈레반에서 카불을 대대적으로 습격해 많은 외국인을 납치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 이후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미군을 향해 발표했다.
더러운 암살을 즉각 그만두지 않으면 하루에 하나씩 인질을 대가리에 구멍이 날 거라고!
“말이 씨가 된다더니!”
그 이야기를 듣고서 강민이 탄식했다. 에이리는 거기 동조했다.
“그러게나!”
“공교롭네.”
세나도 그럴지도 모른다 여기긴 했지만 정말 정확하게 들어맞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카불 전역에서 납치사건이 일어날 줄이야. 이로 인한 탈레반측의 인원 소모만 해도 굉장한 것이다.
탈레반도 그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저질렀다.
그마큼 요즘 강민 일당이 벌이고 있는 암살 행각이 그들에게 커다란 피해가 되었다는 것이다. 보고하러 온 미군의 요원은 그래서 그들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나 더 추가했다.
물론 그건 인질들을 구해 달라는 것이다.
숫자는 벌서 백에 가깝다.
이것 때문에 미국 국내만이 아니고 전 세계가 난리가 났고, 탈레반이 물론 욕먹는 건 당연하지만 미국도 어떻게 관리를 하기에 이런 꼴을 만드냐고 각국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판이었다.
사실 미국의 제1원칙은 테러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쯤 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안 한다고 하지만 뒤로는 여러모로 갖은 수단을 다 찾아보게 된다고 할까.
그래서 선택된 것 중 하나가 바로 강민 일당에게 인질구출을 부탁하는 것!
가장 쉽고 싸고, 또 성공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애걸하는 것처럼 미군이 물었다.
“음, 뭐 노력해 보죠.”
“네. 노력해 보도록 하죠.”
강민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질은 손이 많이 가긴 한데 불가능 한 건 아니었다. 더구나 세 사람 모두 이런 경우를 원래 세계에서 충분히 겪기도 했다.
셋의 압도적인 무력을 앞에 두고 인질을 잡으려 했던 적이 어디 없었을까.
이어 미군은 불안하게 말했다.
“인질의 안전도 부탁드립니다.”
“걱정마세요.”
“뭐 인질의 안전 걱정할거 아니면 미군 쪽에서 쳐들어가서 쓸어버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러시아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할 수는 없겠지만.”
러시아의 테러진압은 과격하기로 유명하다.
과거 체첸의 분리주의자들이 모스크바 극장을 습격해 인질을 오백명도 넘게 만들었을 때, 러시아 특수부대는 만행이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그들을 제압했다.
그 결과 수백에 달하는 이들이 죽고 말았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 인권은 없다는 인식이 결정적으로 퍼졌다 해도 좋다. 사람을 그렇게 무수히 죽이면서 테러범을 잡았으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뭐 사실 러시아는 지금도 인권에 대해 대단히 무심한 국가기는 하다. 러시아 최고의 특산물이 방사능 홍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오죽 할까.
방사능 홍차란 러시아 대통령이 정적을 죽이기 위해 그의 홍차에다 방사능 물질을 가득 집어넣었던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하하하...”
미군도 그런 끔찍한 일은 절대 안 생기길 기도하고 있었다.
***
강민일당은 한 낡은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주변은 어두웠다.
“여기군.”
“응.”
강민이 건물을 보며 말했다.
그들이 현재 보고 있는 건물은 바로 인질들이 갇혀 있는 곳이다. 안은 물론 탈레반으로 우글거렸다. 그들은 현재 이 건물에서 농성하며 미군을 비난하고 암살범의 신병을 탈레반에 넘기라 요구하고 있었다.
강민은 이어 작전의 개요를 다시 한번 설명하려 했다.
“자, 그럼 뭐 ...”
“설명은 필요 없어.”
“삼면으로 헤어져서 각자 적을 요격한 다음 인질의 안전을 확보하고, 이후 지휘부를 쳐 없앤 다음 미군을 불러 인질들을 풀어준다는 거잖아?”
에이리가 강민의 말을 잘라버렸고 세나가 설명했다.
“잘 아네.”
“뻔한 거잖아.”
세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강민은 그래도 앞서 확인했다.
“위치확인은?”
“다 했지.”
미군에게서 이미 받은 자료가 있다.
“자, 그럼 인질의 안전 확보를 위해 포위하고 있는 놈들을 동시 공격해서 작살내는데까지 10초 이상 걸리면 안 된다. 알고 있지?”
안에 파악된 탈레반의 숫자는 스물이 넘는다. 그걸 셋이서 10초 안에 작살낸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지만 세 사람은 그게 가능한 초인들이다.
에이리는 여유롭게 피식 웃었다.
“10초면 다 처리하고 라면도 끓이겠다.”
“그러게!”
세나도 자신만만했다.
“그럼 간다.”
“응!”
세 사람은 동시에 사라졌다.
몸이 느린 세나가 사라진 방법은 다른 두 사람과 달리 마법으로 몸을 투명하게 만든 것이다. 세나는 여유롭게 안으로 들어갔다.
***
건물 안.
건물은 창고로 쓰였던지 아주 컸고, 버려진 물건들이 여기저기 쌓여 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넓은 공간의 중심에는 꽁꽁 묶은 채 두려운 얼굴을 한 사람들이 백 명도 넘게 모여 있었다.
모두 오늘 카불에서 납치된 이들이다.
그들을 보면서 북쪽의 탈레반 서너명이 투덜거렸다.
“더러운 불신자 새끼들.”
“다 쳐죽여야 돼.”
“자하드의 본질이지.”
그들 중 한 사람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얼른 두 번째 911을 미국에 터뜨려야 할 텐데.”
“기다려 봐. 위에서 다 준비하고 있다니까. 백인돼지새끼 부대들이 철수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거다.”
그 말을 듣고 다들 두근거리는 표정이 됐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질 대의 쾌감! 그들은 당시의 승리감을 잊을 수 없었다.
“이번엔 비행기는 무리겠지?”
“그렇지. 아마 독가스 같은 걸 쓸 것 같아.”
원래 비행기에서 철을 가지고 타면 안 된다는 것은 유명하다. 911 당시에도 다를 것은 없었다. 그런데 당시에 테러범들이 사용한 것은 플라스틱 칼!
그래서 지금은 비행기 탈 때 플라스틱도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밥을 먹냐 싶기도 할 정도! 대신 다 잘라서 준다고 한다.
“백인 돼지 새끼들이 천연두에 걸려 줄줄이 죽어갈 거 생각하면 아주 통쾌하군.”
“나도 항상 알라께 그렇게 되길 기도하곤 하지.”
그들은 백인들의 죽음을 생각하며 히히덕 거렸다.
“지랄하네.”
그때 갑자기 그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여자든 남자든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오니 경악할 수밖에 없는 일! 테러범들은 경악하며 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뭐야!”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들이 당황할 때, 갑자기 뭔가가 번적였다.
“억!”
“끼엑!”
“케엑!”
그 빛은 금세 세 사람을 휘감았고, 그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벌벌 떨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고도 멈추지 않아 입에 거품을 물고 부들부들 떨었다.
어떤 커다란 전기충격이 그들을 습격한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뭔가 모습이 드러났다. 세나였다. 그녀는 쓰러져 있는 남자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후, 알라도 참 불쌍하다. 이런 것들이 신자랍시고.”
적에게 이기려면 적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싶어서 꾸란도 읽어 봤다. 좋은 말이 많았다. 그런데 이놈들은 대량 살인을 기뻐하며 저지르고선 알라를 들먹이다니.
알라가 불쌍한 일!
“에라이, 죽어라.”
짜증난 에이리는 그렇게 외치며 마법을 사용했다.
“켁!”
“께엑!”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간 빛줄기가 쓰러진 남자들의 머리를 관통했고, 그들은 피와 뇌수를 흘리며 죽고 말았다.
“조금 후련해졌네.”
세나는 속이 시원해진 표정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지금쯤 다른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적들을 때려눕혔을 것이다.
***
세나가 셋을 쓰러트리기 약간 전의 일이다.
인질들을 동쪽에서 지키던 탈레반들이 있었다.
“경비 철저히 해.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물론입니다.”
“흠,...”
그들은 주의 깊게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아무 조짐도 없지만, 상대는 미국!
언제 특수부대가 투입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무기가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다!
휭!
한데 그 경계도 무색하게, 어디선가 바람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엇?”
놀라 누군가 외쳤다.
“컥!”
그러나 늦었다. 그는 다음 순간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쓰러졌다.
뭔가 이상하다고 동료는 즉각 깨닫고 대비하려 했다.
“뭐야!”
그러나 그 역시 몸이 공중에 붕 떴다. 입이 딱 벌어졌고, 벌어진 입으로 피를 토했다. 속이 뭉개져 죽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인질을 죽여!”
동료가 공중에 뜬 순간 한 탈레반이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인질이라도 죽여서 자신들의 엄포가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는 것이다.
여러 총구가 인질들을 재빨리 향했다.
“꺄아아악!”
“으아아아!”
총구를 본 이들은 공포에 질려 외쳤다.
“어딜!”
그러나 갑자기 에이리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총구를 인질에게 향하려던 이들의 총을 한 손으로 빼앗았고, 잡은 총을 다른 이에게 던졌다.
“악!”
그 총에 얻어맞은 탈레반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갓다. 그는 총을 쏘지 못했다. 남은건 한명 뿐이었다.
“네 이년!”
자신을 향해 외치는 자에게 에이리는 들고 있던 검을 내 던졌다. 검은 재빠르게 날아가 그의 복부를 푹 찔렀다.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늦었어.”
죽은 남자를 에이리는 냉혹하게 내려다봤다.
“뭐라 지껄이는진 모르지만... 지옥에나 잘 가라.”
멀지 않은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탈레반 병사들이 죽어 나자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맞은 편에 강민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 나타났다.
“다 죽였어?”
“응.”
“그럼 미군에 연락하지.”
“그래.”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신호를 보냈다.
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임무를 대충 끝내면 미군의 돌입이 가능하도록 간략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놈들!”
“살아서 돌아갈 거로 생각하지 마라!”
에이리는 강민에게 말했다.
“포위한 모양인데.”
“우릴를 포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가르쳐 주지.”
강민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도리어 손을 두둑 거리며 기분 좋게 웃었다.
세나도 강민 옆에 모습을 그려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아.”
인질들은 두려운 표정으로 이 알아볼 수 없는 삼인지를 바라봤다.
한데 그들이 보는 앞에서 세 사람은 비호처럼 날아 건물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인질들은 잠시 자신들이 버려진건가 해서 두려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