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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55화 (155/227)

155화

하버드 기숙사에서 사는 대학생 테임은 한류 팬이다.

사실은 장갑맨 팬이다.

장갑맨이 좋아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에 대해서도 좋아하게 됐다. 나라에서 국책으로 민다는 떡볶이나 비빔밥도 먹었고, 국가의 음식으로 유명한 김치도 먹어봤다.

떡볶이와 비빔밥은 괜찮은데 김치는 영 먹을 게 못 된다는 느낌이었다.

맵고 짜잖아!

한국인들은 맨날 저런 걸 먹는다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했다. 한국인들은 반대로 매일아침 베이컨을 먹는다는 말에 황당해하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래서 그는 한국에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 음악도 종종 찾아본다.

오늘도 유튜브에서 그러고 있었다.

“오!”

그가 감탄해 외쳤다.

“왜 그래?”

근처에서 만화책을 보면서 놀고 있던 룸메이트가 물었다.

헤드폰을 벗으며 테임은 답했다.

“새로 올라온 노랜데 이거 괜찮은데.”

“신곡이야? 누군데?”

룸메이트가 테임이 보고 있는 모니터로 와 같이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그 모니터에는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동양 소녀가 있었다.

“몰라. 한국 애인 거 같은데. 예쁘다.”

“예쁜 애들이야 널렸지. 노래는 시시한 거 아냐?”

대중문화하면 미국!

그만큼 미모를 자랑하는 배우나 연예인도 많다. 그만큼 미모 자체는 대단한 경쟁력이 될 수 없다. 안 그러면 남자 흑인들 중에 스타가 많을 리가 있나!

하지만 테임은 고개를 흔들었다.

“노노. 멋져.”

“진짜야? 나 엿먹일려고 하는 거 아니겠지?”

“너 엿먹여서 좋을 게 뭐가 있어서.”

룸메이트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요새 장갑맨이 인기니까 그거 이용하려고 시시한 한국 음악과 영화가 얼마나 나온다고. 장갑맨만 아니었으면 나는 퍽킹 코리안을 외치며 한국을 증오했을 거야.”

사실 그렇다.

유행에 편승해 시시한 것들이 한국 문화상품이라면서 소개되는 게 정말 많았다.

그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까지 손상될 정도.

“이건 진짜야. 믿어봐.”

“뭐 그러면 속는 셈 치고 들어보지.”

테임의 강한 추천에 룸메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헤드폰을 꼈다. 그리고 노래를 재생했다. 잠시 노래를 듣던 그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오?”

“좋지?”

테임이 그것 보라는 듯 물었다.

룸메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데.”

“특히 목소리가 진짜 미성이다.”

“그냥 미성이 아니라 아예 자유자재지.”

“그렇지.”

두 사람 모두 감탄한 것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목소리 자체가 예쁜데다가 노래가 굉장히 다양한 음을 사용하는데 그걸 아무 문제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계음의 흔적도 전혀 없었다!

“대단한 가수가 새로 나타났군.”

“그러게 말이지.”

둘의 의견이 일치했다.

“페이스북에 올려야지!”

“나도!”

둘은 곧 멋진 노래를 발견했다고 다른 학생들에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

건물의 문패에는 웃는 아이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낡은 3층 건물. 마당이 넓은 것이 장점이었지만 사실은 그것뿐이었다.

이곳은 고아원으로, 열 명 정도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살고 있진 않지만, 학비나 반찬 지원 같은 거로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오십 명 정도가 있었다.

형편은 이런 곳이 흔히 그러하듯 좋지 않다.

착한 사람들의 지원으로 어떻게 운영은 해나가고 있는 형편이었지만 매달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이곳의 운영자이자 주인은 김성식.

이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이 된다.

그는 일찍 일어나자마자 청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따뜻한 식사라도 대접하고자 밥을 했다.

그가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생각지도 못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있었던 것이다!

그가 깜짝 놀라는 것보다 먼저 사무실에 있던 이가 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누, 누구요?”

놀라며 김성식이 물었다.

“접니다.”

그리고 안에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성식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 장갑맨?”

마스크에 장갑.

틀림없이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장갑맨이었다.

“제가 유명해지긴 했군요.”

“한국에서 자네를 모르긴 힘들지.”

“걱정하지 마세요. 해를 끼치러 온 것은 아닙니다.”

강민은 그가 장갑맨에게 어째 호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런 건 알고 있네. 무슨 일로 온 건가.”

“이걸 받아 주시겠습니까?”

강민은 준비해 왔던 커다란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상자는 이미 뚜껑이 열려 있어서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황금이었다.

족히 10kg은 될 엄청난 양의 황금!

김성식이 놀라 물었다.

“이건 뭔가?”

“보시는 대로입니다.”

“나도 몰라 묻는 건 아니네. 왜 이런 걸 내게 주느냐는 거지.”

강민은 마스크 안쪽에서 고소를 지었다.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거야 누가 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죄인이라고 해도 그들에게 자네가 가하는 고통은 지나치네.”

김성식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강민이 현재 범죄자 취급을 받고, 소수나마 비난하는 이들이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잡은 범죄자들을 너무 가혹하게 고문한다.

그냥 고통을 주기 위해.

물론 아동 강간범, 자매 살인범, 일가족 참살꾼, 양딸 강간 살해 등, 죽어 마땅한 짓을 한 놈들이긴 하다.

그러나 강민은 온몸의 뼈를 부숴버린다든가, 고자로 만들어버린다든가, 손이나 발을 뭉개버린다든가 하는 잔인한 짓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그렇게 당해도 싼 놈들만 한다는 정도는 이해해 주세요.”

“인간이 인간을 어디 제 마음대로 벌할 수 있단 말인가.”

김경식은 불쾌하게 강민에게 말했다.

강민은 냉소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인간은 인간을 벌할 수 있지요. 벌만 할까요. 죽일 수도 있습니다. 강간하고, 폭행하고, 약탈하고, 착취하고. 전부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인간이 인간을 벌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누구도 벌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 거참…….”

김경식은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강민을 바라봤다.

강민은 이 문제로 그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화제를 돌렸다.

“죄송합니다. 이런 이야길 하러 온 것은 아니죠.”

“그래. 나도 미안하군. 자리에 앉게.”

“네.”

강민과 김성식은 같이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로 온 건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크진 않으나 꾸준하게 하고 있네.”

“저도 그 일을 돕고 싶습니다. 그걸 위해 드린 거죠.”

강민은 그렇게 말하면서 들고 왔던 황금 무더기를 김성식 앞에 내밀었다.

“자네가? 뜻은 고맙지만…….”

“제 현재 신분이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도우려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에 이걸 맡기고 싶은 것이지요.”

“이게 얼마나 되는 건가?”

“50억 정도가 됩니다.”

“그렇게 큰돈을…….”

김경식이 크게 놀랐다.

황금이라고 해도 10kg 정도. 대단히 비쌀 거라 생각은 했지만, 기껏 수억이라 생각했는데 50억이 넘는다니.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전부가 아니야?”

김성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다 해서 이백억이 좀 넘는 돈이 있습니다.”

“그걸…….”

“제 이름으로는 이런 돈이 있어도 사람들을 돕기 어렵습니다. 그 돈으로 자선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내 이름으로 만들고 싶다는 건가?”

김성식은 강민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너무 큰돈이라…….”

김성식은 고개를 저었다.

오십억.

정말 큰돈이다. 그는 여러 가지 일을 해 왔지만, 이것의 반의반이 되는 돈도 만져 본 적이 없다.

“걱정 마세요. 재단을 설립하게 되면 여러 전문가나 고문 같은 사람들이 오게 될 겁니다.”

“그것도 자네가 준비하는 건가?”

“네. 재단인 만큼 한 사람의 뜻대로 운영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전문적으로 운영되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 능력이 된다면 굳이 내게 맡길 필요는 없지 않나?”

김성식은 의아하게 물었다.

확실히 사람까지 다 수배해서 자선단체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김성식의 이름을 빌릴 필요도 없어 보이는 게 당연하다.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눈에 띄면 결국 저까지 눈에 띄게 됩니다.”

강민은 최대한 자신의 주변, 그리고 자기 친구들의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어 두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눈에 띄는 일을 할 때는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다.

더구나 김성식은 하고자 하는 일의 본뜻에 아주 잘 부합하는 인물이다.

“그렇군.”

“도와주시겠지요? 믿을 만한 분이라 추천을 받아 찾아온 것입니다.”

김성식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네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네.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야 뜻을 같이 할 수밖에 없지.”

“좋은 선택을 하셨습니다.”

강민은 이제 일이 하나 해결됐다 싶어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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