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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53화 (153/227)

153화

한국에서 미국 공항으로 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많은 한국인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목적도 다양했다. 관광, 유학, 취업, 이민.

그들 가운데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라는 조합으로 내려온 두 사람이 있었다.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있던 여자는 한눈에 보아도 늘씬한 몸매가 무척이나 보기 좋은 미인이었고, 남자는 자신감 넘치는 중년.

수란과 김경길이다.

수란은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한 듯이 말했다.

“여기가 미국이네요.”

“그래. 세계 최대의 시장 미국이지!”

김경길이 기쁜 듯이 말했다.

수란의 설레는 듯한 얼굴이 곧 어둡게 바뀌었다.

“잘할 수 있을까요.”

“걱정 마라. 요즘 미국에서 한류가 대세인 거 모르니?”

김경길은 수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말했다. 실제로 이미 미국의 대중문화는 한국에게 장악당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미국에서 크게 증가했다.

그건 물론 수란도 알고 있다.

“그거야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한류라고 해도 장갑맨이 유행하는 거지…….”

수란의 지적 대로였다.

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그건 정확히 말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장갑맨에 대한 관심이다.

더구나 장갑맨에 편승해서 시시한 것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서, 장갑맨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공이 없었다.

김경길은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그 나라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 뭐든지 접해보고 싶어지기 마련인 거야. 그렇게 해서 접하게 된 것이 시시하다면 거기서 끝이지만 너는 아니지.”

“그럴까요?”

부정적인 생각을 해 봐야 소용없다.

수란도 김경길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네 목소리는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신의 미성이라는 평판을 얻었을 정도잖아? 오랫동안 준비해 왔으니 이제 드디어 진정한 네 실력을 보여주고 미국을 휘어잡을 차례가 된 것이지.”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수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좋겠다니. 그렇게 만들어야지.”

“그렇죠.”

둘은 함께 웃으며 비행장 밖의 미국을 바라봤다.

거대한 땅이다.

그만큼 거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쫄딱 망할 수도 있지만!

***

강민은 번개가 튈 듯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며 외쳤다.

“자. 다들 차렷.”

강민의 앞에는 강민단원들이 일렬로 서서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어느 이름 없는 산의 중턱이고 호성네 집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일부였다. 그곳을 빌려서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들 맹세를 한 이상, 이제부터의 훈련은 아주 힘들 거다!”

강민은 무서운 표정을 풀고 말했다.

“하지만 다들 잘 따라와 준다면 대단한 효과가 있을 거야! 그것 하나만큼은 맹세하도록 하지!”

“넷!”

모두 기대에 부풀어 힘차게 답했다.

강민은 이어 소개했다.

“그래서 오늘부터 방학이 끝날 때까지 오전에 너희를 가르칠 교사를 초빙했지!”

“다들 오랜만이다!”

그리고 등장한 것은 군복을 입은 에이리였다. 군복이라곤 하지만 에이리가 입으니 수영복처럼 섹시해 보였다.

“헉, 에이리 누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모두들 반갑게 그녀를 맞았다.

긴장되어 있던 분위기가 곧장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뒤에서 그 훈련 장면을 지켜보던 강민과 세나가 함께 혀를 찼다.

“얘네들이 에이리를 모르네.”

“알 리가 있나.”

“재 별명이 광년인데!”

“그렇긴 하지.”

강민이 세나의 말에 동의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은 과거 그녀가 훈련시키는 기사단 단원들을 본 적이 있다. 모두 아주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었다.

훈련 장면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에이리가 사실은 성격이 매우 더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다.

“닥쳐!”

친한 척 달라붙는 단원들을 향해 에이리는 외쳤다.

그 외침과 함께 분위기는 얼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정신머리가 글러먹었군!”

에이리의 폭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교관이다! 네놈들 친구가 아냐!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모두 답했다.

그러나 에이리는 만족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작아!”

“알겠습니다!”

에이리의 얼굴이 더욱 험상궂어졌다.

“작다니까!”

에이리는 재철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패대기쳤다.

“컥!”

개구리처럼 처박혀 캑 소리를 내는 재철의 모습이 불쌍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상상도 못한 에이리의 변모에 단원들의 얼굴색이 변했다. 멀찍이 떨어져 훈련을 구경하던 세나가 말했다.

“너무 엄하지 않아?”

“속성 훈련이잖아. 그리고 진짜로 범죄자들과 싸워야 할 수도 있으니……. 좀 독해져야 해.”

“그렇긴 하겠지만.”

강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만한 보상도 해 줄 생각이야.”

“어떤 보상?”

세나는 재무 담당으로서 흥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일단 월급을 줘야겠지.”

“드디어 강민단 펀드가 움직이는 건가!”

“뭐 그런 것도 있고. 위험수당까지 합쳐서 매달 천만 원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해.”

“한국 물가를 고려하면 그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해.”

세나도 강민의 말에 동의했다.

한 달 천만 원!

억대 연봉!

큰돈 같지만, 장래 단원들이 하게 될 일을 생각하면 큰 것도 아니다. 저들은 사악한 범죄자들과 정면으로 대결해서 두들겨 패는 일을 해야 한다. 위험수당을 생각하면 크지도 않다.

노동의 가치에 따른 보상!

그것이 강민의 기본적인 생각이기도 했다.

“그 외 장비 같은 것도 필요할 텐데…….”

“그건 에이리가 해결한다고 했어. 아니면 호성도 있고!”

에이리는 국내 최고의 경비회사에 있고, 호성은 어마무지한 부자다. 관련된 필요 물품을 구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다.

“그렇군. 그럼 완성될 강민단을 기대해 보도록 할까.”

“나도 기대가 되는데.”

세나도 강민에 이어 후후 하고 웃었다.

*

훈련을 구경하다가 세나와 강민의 대화가 다른 것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조사했던 건 어떻게 됐어?”

“탈레반?”

현재 강민이 세나에게 부탁한 것은 그 외에는 없다.

“응.”

“그건 미국 대통령의 말이 옳았어.”

세나는 간단하게 답했다.

“그래?”

“응. 그놈들 대단한 악당이던데? 이슬람을 자칭하면서 이슬람의 교리를 무시하고, 정복한 지역에는 온갖 패악을 저지르고……. 특히 여자들을 괴롭히는 건 어이가 없는 수준이었어. 여자가 부르칸지 뭔지 하는 걸 안 쓰고 다니면 거리에서 발견 즉시 총살한데.”

설명해 나가면서 세나는 조사 당시의 분노가 되살아난 것인지 화난 표정으로 양 주먹을 꽉 잡았다. 강민 역시 단편적으로 들은 그 내용만으로도 그들이 살려두기엔 쌀이 아까운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와, 진짜 개새끼들이다.”

“그러게 말이야.”

“때려죽여야겠군.”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으로 탈레반의 몇몇 지도자의 운명은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결정에 응원을 보냈다.

“응. 아주 많이 잡아 죽여도 문제없어.”

“좋아. 그럼 미국 대통령에게 연락하도록 할까.”

오마바가 아마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정말 크게 기뻐하지 않을까.

“언제쯤 할 거야?”

“겨울 방학쯤으로 생각하고 있지.”

당장 움직이기엔 학업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강민의 영웅놀이는 어디까지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인류에 보탬이 되자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상생활을 희생하면서 그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물론 수억 달러씩 되는 막대한 보수도 모두 챙길 것이다.

세나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나도 갈까?”

“위험하지 않아?”

강민은 걱정스레 물었다.

그러나 세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아! 방어식은 다 짜놓은걸. 그리고 에이리는 같이 가면서 나는 왜!”

“에이리야 나보다 세니까…….”

확실히 원래 세계로 돌아오면서 억지로 시간대를 바꿔 왔기 때문에 몸이 재구축된 강민보다 에이리가 더 세다. 아직 대련에서 강민이 1승도 못 올렸을 정도니.

그러나 세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말하면 나도 안 지잖아. 그리고 너, 그쪽 말 할 줄 알아?”

“그건 뭐…….”

그 문제는 확실히 커서 강민은 머리를 긁었다.

“그러니 내 도움이 간절하게 필요할 거란 말씀!”

세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세나는 천재 중에서도 천재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우는 데 필요한 시간이 매우 짧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쓰이는 말은 매우 생소한 것이지만 그녀의 손에 걸리면 한 달 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 비록 중동 지역이라 해도 의사소통 문제는 모두 해결된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까?”

“그래!”

세나는 기뻐하며 함께 중동으로 날아가 악당들을 쳐 죽이는 때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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