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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져서 놀러왔다-151화 (151/227)

151화

자신이 한 일 때문에 그 후폭풍이 어땠을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내팽개치고 도망간 덕분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생각하니 또 주먹이 우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서류의 산과 씨름을 하고!”

“아니 뭐,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

강민의 사과가 끝나기도 전에 분노한 세나의 외침이 이어졌다.

“내가 일을 끝내고 너를 쫓아오기 위해 얼마나 고생한 지 알아? 정말로 수명이 줄어들었을 정도란 말이야!”

“하하하…….”

강민은 웃으며 얼버무리려 했다.

그러나 통할 리가 만무!

“행정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데!”

세나의 본래 세계는 문맹률이 매우 높다. 글을 알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평생 먹고 사는 것이 보장될 정도!

그러니 서류를 읽고, 정리하고, 결재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는 희소했고, 그것이 전후 처리를 위한 사업을 한층 힘든 것으로 만들었다.

“그,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처음 도망치려 했을 때는 네 친구 용이 말려서 갈 수가 없었지! 내가 가면 업무 때문에 다른 녀석들이 과로사로 죽을 거라고 하니까!”

“네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닌 걸로 아는데……?”

강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것이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렇지만 그땐 진짜였어! 내가 떠나면 정말 과로사로 죽을지도 몰라! 그러니 나는 떠날 수가 없었지!”

“그, 그랬어?”

이를 갈며 외치는 세나를 보면서 강민은 찍소리도 못했다.

“수명을 깎아가며 일한 덕에 어느 정도 정리하고 여기로 건너올 수 있었던 거야. 누구 때문에! 알겠어?”

“미, 미안.”

그저 사과!

그런 격렬한 성토를 보면서 다른 강민단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높은 자리에 있어도 좋기만 한 건 아닌 모양이군.”

“그러게 말이야.”

한데 호성이 끼어들어 아는 체했다.

“바보들아. 저건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슬픔과 고통인거야.”

“뭘 잘난 척하는 거야.

“내가 바로 그러한 높은 자리에 갈 사람이라서지!”

콧대를 높이 세우며 호성이 말했다.

모두 분노했다.

“재수 없는 놈!”

“갑자기 왜 그런 뻘소리를 해!”

정말 분한 것은 호성의 지금 말이 사실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강민단원의 분노를 도리어 즐기면서 말했다.

“훗, 너희들의 입장이 행복하다는 걸 알라는 뜻에서지.”

재철 일당은 분노해 아우성을 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난 힘이라는 걸 느끼는 수밖에! 한편, 지연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음…….”

“걱정돼?”

혜경이 옆에서 물었다.

호성과 마찬가지로 지연 역시 나중에는 어려운 일을 높은 자리에서 해야 될 수 있다.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괜찮아. 배당만 받으면서 편하게 살면 되잖아.”

혜경이 위로차 말했다.

“그것도 그런 것 같아요.”

지연은 걱정을 덜었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강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갑자기 비밀을 밝히는 건 어째서야?”

“진지하게 나를 도울 생각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지.”

강민이 강민단원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진지하게 도와?”

“지금까지는 사소했잖아.”

고개를 끄덕이며 강민이 말했다.

모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됐다. 그들 가운데 가장 심하게 투덜거린 것은 재철 일당이었다. 죗값이라고 해도 정말 많은 봉사활동을 했다.

“그게 사소한 건가…….”

“나 봉사활동 시간 천 시간은 넘을 텐데.”

“사람 목숨을 구한 적도 있고…….”

강민은 꿋꿋했다.

“그러나 내 눈으로 보면 다 사소한 거지!”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그래도 너하고 비교하면 곤란하잖아.”

강민의 입장에서 봐서 사소하지 않은 영웅적 행위를 한 인간이 대체 얼마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빌게이츠에 비해 이건희는 부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말이다.

“그건 그런가. 뭐 어쨌건 이번에 좀 바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진지하게 참여시켜 볼까 하고 있거든.”

다들 강민이 말한 바쁜 일이라는 데 호기심을 느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무슨 일인지 알아야 결정을 할 거 아냐.”

“실은 말이지…….”

강민은 설명을 시작했다.

*

강민의 설명이 끝났을 때 모두들 크게 놀랐다.

“뭐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했어?”

“그래.”

“미국 대통령이라니…….”

강민단원들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강민은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나도 왕이라고! 대통령이 뭐 어때서?”

“그렇긴 해도 실감이 잘 안 나니까.”

재철이 한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강민의 신분이 왕에 가까운 거란 건 알았지만 그래도 별 실감은 안 났다. 그리고 설령 왕이라고 해도 역시 미국 대통령에 비하면 좀 격이 떨어진다.

“그래서 뭘 부탁해?”

“탈레반의 지도자 몇 명을 암살해 달라던데.”

강민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암살!”

“탈레반!”

모두 놀라 외쳤다. 대상도 대상이고, 해야 하는 일도 해야 하는 일이다. 모두 상상을 넘어서 있었다.

“그럼 위험한 일을……!”

“뭐, 나야 위험할 일이 없지. 위치만 알면 가서 저지르면 그게 끝이니까.”

그러나 강민은 태연했다.

암살과 도주, 양쪽 모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강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별반 걱정거리가 아니다. 힘든 건 오히려 대상을 찾는 일이다.

재철이 문득 말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자기 나라에선 독립군 같은 거 아냐?”

“맞아.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미국 때문에 죽인다니……. 그건 좀.”

강민 단원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말이 퍼져 나갔다.

“듣기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던데. 그놈들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은 물론이고 곳곳이 처참한 꼴이 됐다고 하더라고.”

“그래?”

“그건 내가 조사해보기로 했어.”

세나가 나서서 말했다.

강민이 보충했다.

“정말로 들은 만큼 나쁜 놈들이 아니면 거절해야지. 그렇지만 들은 이야기의 반만 사실이라고 해도 가만히 놔두기엔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한 놈들이지.”

“그런가.”

어차피 탈레반이 독립군이라는 것도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 가운데 거짓말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그걸 또 신뢰하긴 어려웠다.

“뭐, 그런 건 우리가 잘 모르니까 너희가 알아서 해.”

“그런데 우리가 진지하게 너를 돕는다니……. 설마 그 일을 우리가 도울 거라는 거야?”

걱정스럽게 강석이 물었다.

“그, 그건 좀…….”

“그래. 총 같은 건 무리야. 사람 죽이는 것도…….”

재철 일당이 경기를 일으켰다.

강민은 피식 웃었다.

“아서라. 설마 내가 너희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려고.”

“그래?”

“역시 그렇지.”

강민단원들은 그제야 안도한 모습을 보였다.

“너희들에게 맡기고 싶은 것은 내가 떠나고 난 다음 한국에서 장갑맨 활동을 하는 거지.”

“우리가 장갑맨?”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총기가 한국에선 쓰이는 것도 아니고 안전하니까.”

“그렇지만 네가 하던 일을 우리가 맡기엔…….”

“싫다는 게 아니라 우리 능력이 너무 부족하잖아.”

강민단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을 돕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강민이 한국에서 범죄자를 잡는 것만 해도 인간의 능력을 훨씬 초월한 힘을 사용하면서 가능한 것이다.

단지 범죄자를 잡는 데서 끝나선 안 된다.

경찰을 피해 도망갈 수 있어야 한다. 경찰만이 아니다. 주변의 일반 시민에게도 걸리면 안 된다. 그걸 고려하면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는 실력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래.”

그 말이 옳다는 걸 알기에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좀 더 본격적으로 너희를 훈련시킬 생각이지.”

“뭐!”

“그러면 너처럼 강해지게 만든다는 거야?”

모두들 놀란 얼굴로 물었다.

강민은 말해 뭐 하겠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단원들의 표정에 설렘이 서렸다.

“그, 그건 진짜 매력적인데.”

“그 정도는 안 되겠지만……. 뭐 초인 소리는 들을 수 있을 거야.”

“그거만 해도 어디야.”

“그러게. 그거만 해도…….”

모두들 들뜨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강민이 이어 이야기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참여하겠다면 맹약을 해 줘야 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석이 반문했다.

“맹약?”

“약속하라는 거야?”

“맹세 같은 거?”

다른 단원들도 이어서 물었고, 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힘을 나쁜 짓에는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지.”

“뭐야. 그런 걸 굳이 할 필요가 있어?”

“우리를 못 믿느냐 하는 것도 섭섭하지만 네가 돌아와서 보면 뻔할 걸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있냐는 거지.”

“그러게.”

“네가 무서워서라도 뻘짓은 무리지.”

다들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강민단원의 말대로였다. 아무리 강민단원들이 강해진다 해도 강민보다 강해질 리는 없다. 그리고 그 힘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할 경우 강민단원들이 강민의 주먹 앞에 무사할 리가 없다!

도망친다고?

십대 재벌의 총수가 꼭꼭 숨어 있다가 결국 걸려서 고문을 당하고 경찰서로 자수하러 갔다.

그런데 기껏 힘이 센 것뿐인 주제에 강민을 피해 도망간다고? 그런 건 상상력이 풍부한 게 아니라 망상을 즐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때 강민의 진지한 설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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